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4)
1.
상처 입은 짐승은 경계심이 높다.
그럼 이사벨라는 어디에 상처를 입은 걸까.
아직 베어 물지도 않았는데.
“어흥.”
살짝 겁을 주면 경기를 일으키며 넘어진다.
장난이었다고 머쓱해서 손을 내밀면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서 손을 잡고 일어난다.
슬픈 개구리처럼 힘없는 얼굴이 말하고 있다.
겁주지 마요.
장난기를 부르는 얼굴이다.
그런데 구미가 어흥 하고 울던가?
“가도 좋아요.”
“그, 그럼 안녕히!”
호다닥 달아나는 하얀 아가씨의 뒷모습이 냅다 쫓아가서 귓가에 대고 왈왈 짖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일으킨다.
이번에는 정말로 심장마비라도 일으킬까봐 차마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근데 가기 전에 선물 하나는 받고 가세요.”
놀라게 하는 대신 점잖게 말을 건다.
마크2도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며 본받겠지?
“딱히 안주셔도 되는데…”
빨리 보내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얼굴을 해봤자 조금만 지나면 감사하다고 넙죽 엎드려 절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무림인은 원한은 절대로 잊지 않지만 은혜도 생각날 때마다 갚는 편이에요.”
“마음만 받을게요.”
“지금 제 선물을 거절하는 건가요?”
명색이 해남파 시조 되는 사람이 은혜를 입고도 제대로 갚지 않는 선례를 남기면 후대의 사람들이 해남파를 어찌 생각하겠는가.
은혜를 받고도 갚을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세력이라 여기며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물론 2대 장문인으로 취임할 아영이라면 그 손가락을 보이는 족족 모조리 분질러 줄 것이라고 믿지만 그런 취급 자체가 불편한 것도 사실.
이사벨라가 원치 않더라도 선물은 줘야 한다.
이사벨라가 선택권이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도주를 포기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물도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서 원하는 선물을 챙겨드리는 편이니까요.”
“제가 원하는 선물을 부르면 되나요?”
“아뇨. 제가 질문을 좁힐게요. 대충 스무고개 선물로 하죠.”
“…네? 어째서 선물에 그런 짓을… 아니, 아니에요. 그렇게 주고 싶으면 그렇게 하셔야죠.”
“음양오행중에 무엇이 가장 좋나요?”
“…음양오행이 뭔지 설명부터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이탈리아인이라서 무림용어에 약한지라…”
“어둠과 빛, 나무 불 흙 쇠 물을 뜻하는 용어에요.”
“불이 좋아요.”
“꽤 어려운 선택을 하셨네요.”
“예??”
싸함을 느꼈는지 이사벨라가 덜덜 몸을 떨었다.
기가 허한 것이 화속성이 필요해보이기는 한다.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이 좋나요?”
“당연히 남자가 좋죠.”
“선천적 한계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훌륭하네요.”
“아니, 여자는 보통 남자가 좋거든요!?”
“?”
“아니 그, 해남파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다구요… 딱히 성소수자를 매도하는 발언은 아니었어요. 존중할 수 있어요. 저는 무리지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남성 쪽으로 고려하자.
“손과 발, 가슴, 머리, 훌륭한 무기 중에 무얼 가장 중요시 하나요?”
“훌륭한 무기요. 우리 이탈리아인은 빼고 그런 거 없어요.”
“그나마 정상적이네요.”
칭찬을 하는데도 얼굴을 붉히며 보기와 다르게 대담하다느니, 그럴 자격이 있다느니 생뚱맞은 소리를 해댄다.
색목인이라 그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앙 그 외 중에서 어느 지역이 마음에 드나요?”
“같은 서부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인종을 넘는 사랑은 쉽지 않을 테니까요.”
“?”
“왜 그러세요? 우리 지금 데이트 얘기하는 거 맞죠? 소개시켜주시려고 하는 거잖아요.”
“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흐힣. 스무고개 소개팅 이거 마음에 드네요. 보통은 답정너처럼 이미 정해진 사람을 소개시켜주지만 역시 묵언검객님처럼 천하제일미로 손꼽히는 분은 소개받기 원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남자를 조건에 따라 나눠서 소개시킬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정리해보자.
“화속성 남성에 서부. 이 조건이면 신강에서는 옛 명교의 과 배화교의 , 서장에서는 포달랍궁의 , 청해성에서는 곤륜파의 정도로 추릴 수 있겠네요.”
“네?? 그게 사람이름이에요??? 어떻게 유럽인 이름이 열화반검…? 망멸악…?”
“무슨 말인가요. 사람 이름일 리가 없잖아요. 간혹 자기 이름을 무공에 담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전 그거 싫어요. 제 이름을 본따면 응응신공이잖아요.”
“네에에???”
“당연히 무공이름이죠. 빨리 하나 고르세요. 아니면 좀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고 싶은가요?”
이사벨라가 무언가 커다란 배신감에 직면한 사람처럼 울먹거렸다.
“무공이요? 우리 스무고개 소개팅으로 소개팅할 남자 고르는 거 아니었어요??”
“제가 남자를 왜 소개시켜주죠?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은혜를 갚는다고. 세상에 은혜를 소개팅으로 갚는 괘씸한 무림인이 어디 있나요.”
“아니, 소개팅이 어때서요! 생명의 은인한테 딸이나 아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선남선녀끼리 잘 어울린다고 허허 웃고 그러는 게 정상이죠! 누가 무공을 함부로 가르쳐줘요!”
“아까는 무림 잘 모르신다면서요.”
“무림영화로 배웠어요!”
“영화 고증이 잘못됐네요. 요즘은 무공으로 가르쳐줘요. 그리고 제 딸은 안 돼요.”
“누가 따님을 원한대요!? 전 남자가 좋다구요!”
“남자는 무공을 배우면 힘으로 쟁취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대꾸하려던 이사벨라가 어라? 하고 멈칫했다.
“요즘 무공의 입지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닌가…? 천하제일인의 무공을 배운 서방의 신비한 여성무림인… 이거 각인가??”
스포츠 선수도 몸매나 미모를 자랑하며 뛰어난 실력으로도 이름을 높이 떨친 사람들은 세간에 유명세를 떨치며 많은 팬들의 추종을 받는다.
체조선수, 수영선수, 달리기선수부터 미모만 따라준다면 다트선수마저도!
하물며 실전에서도 더욱 유용한 무공을 대성한 이탈리아 여자라면 얼마나 인기가 대단할까?
이사벨라의 머릿속에 대충 그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이 해응응의 눈에 고스란히 읽혔다.
섭혼공의 좋지 않은 부분이다.
눈으로 보고 생각을 읽어 적의 다음 초식을 내다볼 수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런 불필요한 생각까지 무심결에 읽어버리고 만다.
무공을 남자한테 잘 보이려는 용도로 배우려는 자세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무튼 선물을 대충 내팽개치지 않고 열심히 연마하겠다는 것이 어딘가.
“저, 그 무공들이 뭐하는 무공인지도 하나씩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길수록 좋나요, 짧을수록 좋나요?”
“어… 길수록?”
“그럼 화력대공인과 망멸악이 남았어요.”
“그게 뭔데요?”
“빠른 게 좋나요, 오래 가는 게 좋나요?”
“당연히 오래죠! …뭐, 이제는 그런 의미는 절대로 아니겠지만요.”
“축하해요.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무공은 포달랍궁의 화력대공인火力大攻印이에요.”
무공 스무고개가 끝났다.
“그래서 결국 그게 뭐하는 무공인데요?”
“내공으로 무기에 불을 지핀 다음에 초식마다 내공의 출납을 이용해서 불을 크게 피워 시력손실을 유도하거나 옷을 불태우고, 불의 궤적으로 눈을 현혹하며 퇴로나 진행로에 불을 붙여 적의 진퇴를 어지럽게 만드는 무공이에요.”
“…와! 테크니컬!”
“방금 떨떠름했죠?”
“조금?”
“솔직한 자세는 나쁘지 않네요. 이제부터 당신이 배울 무공이니 어렵다 싶은 부분은 솔직하게 말하세요. 모르겠어도 대충 몸에 새겨주겠지만요.”
“네?? 무공을… 설마 지금부터요???”
“그럼 언제 배우게요. 저 바쁜 사람이에요.”
“저도 바쁜 사람인데요… 지금도 방송 중이고.”
“문외분출 일인전승. 이 무공은 해남파 사람이 아니라면 외부에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수를 허락하는 무공이에요. 시청자들의 시청은 허락할 수 없어요.”
“아쉽네요. 방송 때문에 배우지 못한다니.”
“걱정 말아요. 저는 방송 끄게 해드릴 수 있으니.”
“네?”
백문의 불여일견. 자연지기를 내면의 소우주에 끌어들이며 진동시키자 어마어마한 양의 기가 움직였다.
[방송 송출이 강제로 중지됩니다.]이사벨라가 구명줄이 싹둑 잘린 사람처럼 혼비백산하였다.
“으아아아!?”
“화력대공인에 사용할 화기는 라마신공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길들인다고들 하는데 서비스로 그냥 혈도에 구결을 심어줄게요.”
“소, 손목은 왜 잡으시는데요!? 방송이 꺼진 틈에 저한테 무슨 짓을 하시려고 그러세요!”
“가만히 있어요.”
근육기억.
몸에도 기억이 새겨진다.
맞으면서 배운 가르침이 더욱 뼈저리게 새겨지는 이유가 이렇다.
무림의 고수들은 이 원리를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후학들에게 실용적으로 접목시켰다.
혈도를 돌리며 구결을 반복하여 새기면 뇌의 시냅스가 해당구결의 기억과 내공이 흐르는 길, 무공의 사용법을 본능적으로 연결 짓는다.
브레인메모리와 머슬메모리를 동시에 자극하여 연동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본인이 수천수만 번 반복해서 훈련을 하거나, 혹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고통과 함께 몸에 강제로 기억을 각인시켜서 궁지에 몰릴 때마다 고통과 동시에 깨달음이 떠오르거나.
수제자인 아영이에게는 차마 사용하지 못한 무공이지만 해남파 문도도 아닌 평범한 은인에 불과한 이사벨라에게는 손속에 자비를 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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