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5)
1.
‘은인에게 자비를 두지 않는다는 표현은 엉뚱하다 싶기도 한데… 뭐, 사도 주제에 이런 분에 넘치는 무공을 배우는 것부터 충분히 은혜라고 할 수 있겠죠.’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배은망덕한 무림인이다.
그런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는 게임 속.
무리한 무공전수로 인해 시술을 받는 이사벨라가 덜컥 죽어버려도 “부활쿨타임 끝났죠? 마저 할게요.”라는 소리를 태연히 내뱉을 수 있다.
의도 또한 정말로 은혜를 갚는 것이다.
감히 해남파 시조의 체면을 구길 작정이 아니고서야 이 자리를 피할 수는 없겠지.
개인적인 호기심도 들었다.
과연 성좌의 사도가 선택한 이는 무공을 어디까지 습득할 수 있을지.
“일단 입을 열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마세요. 기운이 입 밖으로 새어나가면 피를 토하는 각혈은 물론이고 생명과 직결되는 진기까지 누출되니까요.”
“그런 위험한 일을 제 몸에 저지를 생각이신가요…?”
“어허. 입 열지 말래도요.”
“아직 시작 안했… 으겍”
귀신같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혈을 짚어 입을 봉했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초심자한테 괜히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러면 몸에 각인되는 무공지식의 발현조건에 신체의 모든 내공의 흐름이 영향을 미치는지라 입을 다물도록 아혈을 봉하는 것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스트리머인 이사벨라에게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지극히 어려울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진지하게 무공에 몰두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입을 다물어야 집중이 잘되고 기억이 쉽게 떠오른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깨달으리라.
“지금부터 제가 불어넣는 기의 순환경로를 기억하려 노력하세요. 뭐, 본인이 기억하기 싫어도 몸은 기억하겠지만 머리로도 이해하는 편이 무공이 체화되는 속도가 빠르니까요.”
경지가 부족한 이에게는 상승무공의 길이 보이지 않듯이 같은 무공에서도 후반부나 중반부 초식이 캄캄한 어둠처럼 닫혀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준비되지 않은 신체나 공력상태로는 펼칠 수 없는 무공임을 몸이 깨닫고 시전을 거부하는 경우다.
이럴 때 정답을 머릿속으로 기억한다면 경지가 오를 때까지 헤매지 않고 차근차근 올바른 노력을 이어나가겠지만 다 까먹고 추측에 그친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무공을 연마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하면 훈련과 근육기억의 방향이 서로 엇나가서 제대로 된 자극을 받지 못하고 기억이 소실된다.
파바바
도화지 위를 누비는 붓처럼 거침없이 손을 내지르니 이사벨라의 눈에 공포심이 떠올랐다.
조금만 천천히 하라고 뭐 이리 급하냐는 뜻이 눈동자만으로도 전해진다.
표현력이 좋은 사람이다.
인내심은 어떨까.
본격적으로 기혈을 뚫으며 내공이 지나갈 길을 개척하자 몸이 펄떡펄떡 뛰어오른다.
손바닥으로 지그시 몸을 내리누르며 반대쪽 손가락으로 막힌 기혈을 뚫으니 고통에 목까지 빨개진다.
‘인내심도 나쁘지 않네요.’
성좌가 인재를 제대로 골랐다.
여세를 몰아 가슴팍까지 뚫은 기혈을 목덜미까지 끌어올리니 새카만 기운이 몸에서 분출된다.
이글이글.
지옥의 겁화마냥 새카만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성좌가 보이는 저항일 뿐.
그마저도 사도에게 해가 미칠까봐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다.
‘저리 비키세요. 확 잡아먹히기 싫으면.’
요괴의 본성을 슬며시 내비치며 확 잡아먹을 것처럼 기를 들어 올리니 화들짝 놀란 흑염이 기혈 안으로 다급히 숨었다.
기를 안으로 심어 추적에 나서자 더욱 크게 놀라며 전신세맥으로 숨었다.
위협을 피해 모래바닥에 고개를 묻는 두땃쥐인간마냥 귀여운 반응이다.
쿵!
요력까지 끌어 모아 타통을 끝마치고는 뚫린 길을 따라 기를 순환시켰다.
세맥에 숨은 기운이 기의 운행을 견디지 못하고 2할 가량이 딸려 나오며 세맥이 함께 뚫렸다.
너무 많은 기혈이 한 번에 뚫리며 얼얼한 고통에 몸이 발갛게 부어올랐지만 제자의 몸도 아니고 현실의 몸도 아니다.
고작해야 게임 속의 육체.
가상세계에 창조된 영적인 정신체.
‘허들을 한 번 더 올려볼까요.’
본격적인 무공의 초식과 구결을 주입시키자 신체가 자잘한 진동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마취를 하면 고통은 줄겠지만 고통이 없으면 기억도 흐릿해진다.
본능으로만 남는 어렴풋한 잔상만으로는 제대로 된 무공비급을 전수받지 못할 이사벨라는 평생 자신이 얻은 기연을 제대로 써먹지 못할 것이다.
‘마침 성좌에게 얻은 힘도 불과 관련된 힘이군요. 화속성을 바란 것이 득이 되었어요.’
성좌야 이러라고 준 힘이 아니겠지만 무공은 요력이든 마력이든 성좌의 불길한 힘이든 가리지 않고 전부 기혈에 집어넣어 돌린다.
“축하해요.”
이사벨라가 눈동자를 굴리며 물었다.
끝났나요?
“화려대공인 전반부 3초식의 전수가 끝났어요.”
전반부…?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진동을 일으키는 눈동자.
날갯짓 하는 나비처럼 애처로운 움직임에 낫을 든 사마귀처럼 냉정하게 대꾸했다.
“중반부는 조금 더 아파요.”
그만해도 된다고.
충분히 배웠다고.
다급히 의사를 표현해봤자 어림도 없다.
해남파 시조가 은인에게 무공을 삼분지 일만 가르친다?
불완전한 무공을 하사해?
어림도 없다.
그런 선례는 존재해서도 안 된다.
“너무 겁먹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몸에 좋은 주사가 더 따끔하다고.”
HP가 30%까지 줄어든 이사벨라의 목구멍에 HP포션을 주입했다.
죽죽 차오르는 붉은 게이지.
게임이어서 이거 하나는 좋네.
짧은 감탄과 함께 주입구에 꽂았던 포션병을 다시 해제하였다.
“시작할게요.”
은혜 갚기 2부가 시작됐다.
2.
[제목]이사벨라 은혜갚기 받고 있는 거 맞음? [본문]시참 자주 비벼서 친추 되어있어서 계정 로그인해봤더니 상태가 막 빈사 됐다가 회복 중 떴다가 사망직전 처박다가 구사일생 떴다가 혼수상태 내려가고 롤러코스터 난리브루스를 추던데?
[댓글]━무공전수가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여러분
━솔직히 말해 묵언검객 너 지금 고문하고 있지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반복하는 작업을 우리는 고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사벨라 어케됨?
┗(작성자)방금 친구리스트에서 사망 뜸
┗실화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 묵언검객 너무 무섭다…
┗성좌의 사도에게 정말 은혜를 갚으려고 했을까? 실은 처음부터 고문 끝에 죽일 작정이었다면?
┗일리 있어
━동방예의지국이 이렇게 무서운 말이었나?
━조심해라… 한국인은 화가 나면 아무도 모르게 해버릴지도 모른다…
한국인에 대한 악담이 브이튜브에 떠도는 사이, 이사벨라는 전신을 들쑤시는 고통에 치를 떨었다.
“진짜 나쁜년…”
스무고개 소개팅이 아니라고 할 때부터 바로 로그아웃을 외쳤어야 했는데.
물론 묵언검객의 반응속도로 로그아웃이 끝나기 전에 자신을 강제교전상태로 돌입시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지만.
적어도 시도라도 해봤어야 속이 시원했을 텐데.
-동화율을 낮춘다면 고통에서 멀어질 수는 있어도 이 시간이 헛되고 의미 없는 고문으로 끝날 거예요.
몸은 아픈데 동화율은 낮추지도 못하게 하지.
전반부 중반부에 이어 후반부까지 세 번이나 고통을 나눠서 받았지.
그것만으로도 억울해 죽겠는데 심지어 복습까지 하라고 숙제를 냈다.
-현실에 돌아가서도 지금의 감각을 잊지 마세요.
-영혼과 정신에 새겨진 고통과 현실의 육체에 다시 새기는 고통은 결이 달라요.
-조금이라도 기억이 뚜렷할 때에 기혈이 좁혀지지 않도록 마력을 돌리세요.
기혈이 좁아지면 다음에는 혼자 힘으로 이런 고통과 싸워가며 길을 뚫어야 최대효율이 나올 테니까요.
듣기에야 좋은 말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마의 유혹이 따로 없다.
성좌와 계약했을 때 느꼈던 후회보다 무공을 돌리는 지금 느끼는 후회가 더 클 지경!
-불길한 힘이다… 그딴 힘의 연마에 성좌가 내린 힘을 허비하지 마라…
의 성좌는 무공에 심취하지 말라며 경고했지만 이사벨라는 들은 체도 않았다.
인간이 만든 무공과 성좌가 만든 폭주기.
내공을 소모하는 무공과 영혼을 소모하는 폭주기.
어느 쪽이 안전하고 어느 쪽이 불길한지는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느껴지는 고통으로만 따지자면 무공이 몇 곱절은 더 사악하게 느껴지지만.’
고통 없는 힘이야말로 경계해야 마땅하다.
밀린 대가를 언젠가는 몰아서 치르기 마련이니까.
자신이 지불하지 않는 대가를 항상 다른 개체의 영혼으로 대신 지불하니까.
이런 불길한 힘에 의지하는 채로는 언젠가 자신의 영혼도 대가로 지불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사벨라는 느꼈다.
손을 털고 나가기에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감사합니다, 성좌님. 근데 흑염이 내공의 연료로 쓰기에도 좋더라고요.”
너무 원망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피차 이용하려고 맺은 계약이 아닌가.
[해지조건]-성좌 : 이사벨라의 흑염보유량이 최초계약량의 10% 미만으로 감소한다.
-사도 : 이사벨라가 자신의 영혼을 바친다.
더 많은 힘을 위해 자발적으로 몬스터를 썰어가며 영혼을 보충해왔던 이사벨라는 계약해지를 위해 이 기회를 역이용했다.
충만한 흑염을 모조리 내공으로 치환하여 길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모!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성좌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흑염을 주입하는 대신, 계약해지를 받아들였다.
[성좌의 계약해지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위약금으로 당신의 영혼에 대한 청구조건이 말소됩니다.] [더 이상 흑염을 주입받지 않습니다.] [더 이상 생명체의 영혼을 연료로 삼지 못합니다.] [의 사도자격을 박탈당합니다.]빠져나가는 어둠의 힘.
언젠가 고통도 없이 편리했던 힘이 그리울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아니다.
자신의 영혼을 언젠가 성좌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라진 지금.
기혈을 타통하고 갓 운행하며 발생한 욱신거리는 통증은 자신이 자유인임을 실감토록 만들 뿐이었다.
“다른 사도들에게도 알려줘야겠어.”
계약해지를 원하는 사도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이사벨라의 스크린폰이 바쁘게 연락처를 뒤적였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묵언검객에게 절대적인 신앙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상이 신입니다.] [묵언검객의 사도가 되기를 요청하시겠습니까?]“엥?”
생각지도 못한 알림이 뜨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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