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6)
1.
요선 묵언검객의 사도가 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야… 묵언검객은 성좌가 아니잖아!’
하지만 알림은 변치 않았다.
지금도 보란 듯이 눈앞에서 깜빡거리고 있다.
━━━
[묵언검객의 사도가 되기를 요청하시겠습니까?]━━━
조르기.
대신 사주기.
퐁퐁흑우 재촉하기마냥 보란 듯이 떠오르는 알림.
이것은 말하고 있다.
원한다면 묵언검객에게 사도로 받아달라는 메시지를 대신 날려주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화가 난 고스트라이더의 성좌가 괘씸한 사도를 벌하고자 창의적인 괴롭힘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은혜갚기로도 생고문을 3부까지 나눠가며 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현실에서까지 셀프고문을 하게 만든 묵언검객에게 사도가 되기를 청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주아영.
묵언검객의 수제자가 아니고서야 이런 함정보상, 아무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근데 의외로 시간 지나니까 버틸만한 것 같기도…’
욕망과 공포.
저울처럼 갈팡질팡하던 마음은 ‘묵언검객의 사도가 된다 = 다른 성좌들이 건드리지 못한다.’라는 공식을 세운 뒤에야 묵언검객에게 기울어졌다.
혹은 용기를 내야 할 이유를 그녀 스스로 합리화한 것일지도 모른다.
[묵언검객이 사도요청 알림을 받았습니다.]저질렀다.
기어이 일을 내고야 말았다.
이사벨라는 언제 연락이 오나 스크린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1초라도 늦게 연락을 받으면 목이 날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긴장하면서.
2.
[전직사도 이사벨라가 당신의 사도가 되기를 요청합니다.] [이사벨라를 사도로 받아들이겠습니까?]해응응은 두 눈을 의심했다.
현실에 나와 온돌바닥에 꼬리를 덥히면서 마크2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다가 맞이하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알림이었다.
게임 속도 아닌 현실에서 알림이 뜨는 것이야 상태창이 존재할 때부터 생경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도요청은 조금 달랐다.
무림비망록에는 당연히 사도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보다 커다란 규모의 시스템에서 발송된 알림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모든 게임을 통틀어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알림이겠죠.’
게임이란 인과를 얻기 위한 도구.
알림은 인과를 얻었음을 알리는 전령의 나팔소리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사도가 되기를 청한다면.
그녀가 사도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도는 성좌들만이 지녔다.
즉, 그녀에게도 성좌의 자격이 있다.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지구침공권한을 두고 메탈드래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겠군요.’
침공포인트가 그녀의 우위로 확정되면 그때는 확정성좌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예비성좌에 그친다.
그렇게 가정하면 사도요청은 많은 정보를 주기는 했지만 당장은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제안이었다.
사도에게 힘을 얼마나 내어주어야 하는가.
주는 힘은 영구적으로 소실되는가, 임시대여인가, 아는 지식을 공유하는 선에 그치는가.
상세조건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마. 머리모양이 삐뚤어진 것입니다. 마크2는 어긋난 땋은 머리의 재정비를 요구합니다.”
딴생각을 하다 보니 한 땀 한 땀 차근차근 묶던 머리카락이 답안지를 밀려 쓴 것처럼 어긋났다.
“다시 묶어줄게요.”
잘못 땋은 머리를 풀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성좌란 어느 정도의 경지를 뜻하는 걸까.
일단 투선이 된 장삼단봉 어르신이 요선이 되기 전의 자신보다 강한 건 확실했다.
지금은?
열 번 싸우면 다섯 번은 비기고 한 번 정도는 잘만 하면 이길 것도 같다.
마선은 논할 가치도 없다.
당연히 이긴다.
그와 동격의 성좌들도 모두 자신의 밑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런 자신에게 예비성좌의 자격이 주어졌다면 이것은 경지가 아닌 칭호의 일종이라고 봐야했다.
‘성좌란 저보다 대단하고 강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조건을 충족한 자, 일종의 명예직에 불과하다고 봐야하죠.’
일국의 국무총리나 명예대신.
이런 지위가 높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경지가 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생각해보면 무림비망록에도 성좌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
무공의 경지는 아니지만 엄연히 하나의 명예직으로 강자들을 일컫는 용어.
우화등선을 통해 선계에 진입하는 신선이 그것이다.
‘조화경에 진입했을 때, 선계에 등선할 수는 있었지만 조화경 자체가 신선경이라도 되어서 일정경지가 되면 반드시 신선이 되는 것은 아니었죠.’
무림계의 성좌, 신선.
신선이 되는 것이 명예직에 불과하다면, 조화경과 동격의 경지나 다음경지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면.
이 뒤에는 어떤 경지가 기다리고 있을까.
신선은 어째서 존재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한 명예인가.
무언가 커다란 깨달음을 직면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묵언검객 : 가르친 무공을 나쁘지 않게 구사한다면 그때는 받아주죠.]은혜를 은혜로 갚은 기특한 이사벨라.
착한 것에게 떡 하나를 물려주었다.
“왕.”
“…마크2. 마마의 꼬리는 왜 물고 있습니까?”
“마마가 딴 생각을 하느라 땋은 머리를 다 풀어버렸습니다. 딸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불량악질마마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벌이 꼬리를 무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말 나쁜 마마네.
나쁜 것에게는 벌꿀사탕을 하나 물려주었다.
그럼 나도 나쁜 것이니까 같이 먹어야지.
3.
해응응이 침 범벅이 된 꼬리와 함께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사이, 성좌의 사도들은 이사벨라의 메시지를 받고 굉장히 다급해졌다.
“성좌들이 계약이행을 강제하면 빼도 박도 못하고 바로 끝장이 날 수도 있잖아.”
“지금 당장 무공을 배워야해. 무공의 힘으로 성좌의 힘을 없애지 않으면…!”
“돈이라면 부르는 대로 줄게. 제발 비급서를 팔아!”
에픽판타지의 접전에 직접 참여한 사도들과 달리, 눈치를 보며 숨죽이던 사도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게임이 있는지를 떠올리면 그만큼 많은 성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잡스러운 게임의 잡스러운 성좌들에게 힘을 하사받은 잡스러운 사도들!
권능은 미미.
위력도 애매.
그렇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발군인 사도들.
그들은 종말 이후의 구원을 믿느니 요선 묵언검객의 압도적인 무력을 믿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이사벨라가 사도직을 내팽개칠 합법적인 방법까지 알려주니 시중의 비급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멈춰라. 비급서를 습득하는 날이 네 제삿날이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건방진 인간. 감히 성좌를 우롱할 셈인가.
영세한 성좌들은 사도 하나만 보고 침략의 가능성을 열고 있었기에 이러한 사도들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즉시 간파, 무공수련을 금지했다.
그러나 어설프게 권세가 있는 성좌들은 사도들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살펴보지 못했고 비급서를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고 말았다.
-으음? 내 사도의 연결이 어째서…?
-묵언검객의 짓인가?
-이제는 게임으로 판을 이어나갈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건가…
뒤늦게 사도와의 연결이 끊어졌음을 확인한 성좌들은 그 오만한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사도 하나를 잃은 것쯤이야 수년에서 수십년만 지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상처 입은 자존심은 되갚아주기 전까지는 수백 수천 년이 지나도 회복할 수 없다.
자존심의 손실은 곧 격의 손실.
갚아주지 못한 시간이 길수록 격의 균열은 더욱 커진다.
성좌들은 에픽판타지에서의 자살특공에 더해 현실에서도 초강수를 두어야 함을 깨달았다.
-오히려 좋다. 이곳은 지구. 묵언검객이 지켜야 할 고향별.
-그렇군. 대륙과 바다를 얼어붙게 만들 절명기를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그렇다면 더욱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도를 늘리거나 몬스터 군단을 소환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지구의 전력은 그리 약하지 않고 사도 따위, 숫자만 늘려서는 아무런 답이 없으니까.
-기존의 사도 중에 무공으로 달아나지 않은 사도들을 지원한다.
-성급한 적대행동으로 이미 인류의 적이 되어버린 사도들을 지원한다.
-가장 빠르게, 가장 멀리 타락한 사도들을 지원한다.
성좌들의 힘이 소수의 사도들에게 집중되었다.
그중 성좌들의 취향에 따라 가장 많은 힘이 집중된 사도는 둘.
오토클리커의 사도.
괴물형의 눈알괴물.
중국인 각성자 신웨이.
액션테트리스의 사도.
인간형의 마안보유자.
인도 정상급 스트리머 TNT.
큰 힘을 하사받은 그들에게 요구되는 대가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너희 중 하나가 현실에서 묵언검객을 유인한다면 다른 하나는 에픽판타지에서 날뛰어라.
-너희 중 하나가 에픽판타지에서 묵언검객을 유인한다면 다른 하나는 현실에서 날뛰어라.
묵언검객을 피해서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것!
불량마마악질검객이 마크2와 놀아주는 동안에도 성좌들의 최후의 저항은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