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80)
1.
현대무림의 무공의 시초는 중원이 아닌 한국이다.
중국 각성자협회 협회장 장노야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서적과 영상, 역사와 공상.
수많은 매체와 기록,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각성능력 위에 재정립해온 무공들.
재현의 무공이라고도 불리는 중원무공과 달리, 해응응은 무림비망록에서 직접 공수해온 실제 무공을 들고 귀환했다.
토대부터 착실하게 쌓아올린 무공과 현대인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일군 무공.
현대인천재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당연히 시대에 뒤처진 구시대의 무공보다 장노야를 위시로 한 중국 각성자협회 수뇌부의 무공을 위라고 착각했다.
그렇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장노야 본인조차 해응응의, 묵언검객의 방송을 보고 직접 깨달았다.
상외지상 경외지경
象外之象 景外之景
재현 너머의 재현과 경치 너머의 경치.
-상외지상 경외지경. 《여극포서》의 상상 속 허상을 실체로 재현해낸 대종사가 이 작은 소국에도 있었구나.
시작은 감탄이었다.
염마왕 토벌전에서 수많은 각성자들을 따돌리며 감각링크조차 허락하지 않는 강함을 선보였던 그녀.
뒤로 갈수록 염마왕을 아득히 능가하는 보스들이 나타나고 그 강함을 끝없는 무공의 신묘한 이치를 발휘하여 하나씩 넘어선다.
급기야 요괴왕의 업을 쌓은 대요괴와의 접전에서마저 우위를 점하던 괴물 같은 강력함.
그곳에는 현대인보다 미개한 중세인의 열등한 모습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해응응이 무공을 배운 무림비망록의 중국인들은 과학지구의 중세인도 아니었다.
무림지구의 중세인.
사는 세계선 자체가 다른 곳.
극악무도한 요괴들이 창궐하던 반요곡에서 요괴들의 시대가 끝나버린 미래의 시점이었다.
“장노야. 모두들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힘은 부족하다.”
“…”
“머리는 굳었고 상상력은 고리타분하다. 몸은 삐걱거리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 장노야.”
“분한가? 그렇다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아님을.”
장노야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리는 묵언검객과 백소천, 팽휘룡과 같은 진짜 무림에서 돌아온 강자들의 무공을 보아왔다. 그들의 무공과 심법의 신묘함을 넘을 수 없음도 깨달았다.”
“…”
“그것이 어쨌다는 말이냐.”
“…!”
“우리는 과학의 힘으로 분석된 혈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혈의 길을 그렸고, 우리만의 현대적인 심법을 재창시하였다. 중국 유수의 대학병원 의료진이 길을 텄고, 재능 넘치는 젊은이들이 첨단문화의 상상력을 보태어 새로운 무학을 정립시켰다.”
의학과 과학의 원리, 첨단문명의 상상력을 집대성하여 만들어낸 현대무공.
그 깊이가 중원무공에 비해 모자랄지언정 그들의 무공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10년, 혹은 20년. 우리에게도 저들만큼의 시간이 지난다면 지금과는 격을 달리 하는 무공이 탄생하리라고.”
“장노야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 기회가 이 앞에 있다. 무림의 무림인들은 수많은 생사투를 통해 자신의 무공을 시험하고 발전시켜왔다. 그 역사의 시작을 이번 실전으로 치른다!”
능선의 지척까지 도달한 눈알괴물.
이제는 누구도 인간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이블아이Evil Eye를 향해 장노야가 외쳤다.
“10분이다. 우리가 버텨야 할 시간을 버티고 살아남는 자는 반드시 성장할지니. 출병의 시간이다!”
중국의 무림인들은 용감했다.
힘은 있되 협은 없는 공안의 가혹한 통치 속에서 누구보다도 무와 협을 꿈꾸며 살아왔던 그들이기에.
그들은 중국인이지만 동시에 무림인이었다.
무림비망록의 정통무공을 이어받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같다면 그것이 곧 무림인이다.
퍽!
그러나 그들의 신체는 달랐다.
이블아이는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새로운 표적을 향해 무심히 을 개시했다.
“으윽!”
유사 호신강기.
내공을 신체 한 부위에 밀집시켜 타격을 막는데만 집중했음에도 팔에 감각이 사라지고 단번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초당 수십 회.
몰아치는 공세에 한 명의 팔이 꺾었다.
1초만 더 지나도 어깨, 목, 다음은 머리까지 동시에 뭉개질 수도 있는 상황.
그를 구한 것은 그가 표적이 된 사이에 더욱 앞으로 달려 나간 다른 무림인들이었다.
“하나에 집중한다면 나머지가 네놈을 칠 것이다.”
“몇을 죽이든 남은 이가 형제의 복수를 갚으리라!”
“우리 모두를 죽이지 않는 이상 반드시 후회하게 해줄 것이다!”
눈알괴물은 선두로 나선 다섯 명의 각성자들에게서 강한 에너지를 감지했다.
그 힘은 게임을 통해 단련된 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가상이 아닌 현실.
진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실전에서 쌓은 힘.
천편일륜적인 각성능력에 무공의 힘을 보탠 응용력.
힘의 총량은 플레이어보다 못할지 모르나 그 작은 힘을 응용하는 대응능력은 플레이어와 천지차이였다.
낮은 경지에서 높은 경지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해석하여 재현한다.
깨달음을 얻기는 어렵지만 유사한 효과는 쉽게 볼 수 있는 재현무공의 강점!
첨단장비로 깨달음을 대체하며 말도 안 되는 거금이 깨지지만 대신 진짜 무림에서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신병이기의 효과를 쉽게 겪을 수 있다.
[철완의 잔여 에너지가 50% 미만입니다.] [철완의 잔여 에너지가 20% 미만입니다.] [철완이 파괴되었습니다.]“거짓말! 3초도 버티지 못했다고!?”
“마나석 자동교체 모드로 전환해!”
그러나 인간의 과학 따위로 따라잡을 수 있는 물러터진 공격이라면 성좌의 힘을 사도들이 탐을 낼 리도 없고, 사도 또한 불합리한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여러 성좌의 힘을 집중적으로 하사받은 이블아이의 강함은 각성자의 첫 등장 이후 끽해봐야 삼십 년의 세월을 걸친 문명의 시간보다 훨씬 더 아득한 이계의 시간동안 발전해온 것.
이블아이의 시선 앞에서 공세를 당하는 무림인들은 2초당 1개의 최상급 마나석을 교체해가며 불합리한 교환비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그런 희생 속에서도 처음으로 이블아이에게 공격에 나선 이가 있었으니.
선두그룹이 온 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는 틈에 그들의 뒤로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대머리 각성자들이었다.
“금제를 통해 힘을 얻는다… 무림비망록의 메커니즘을 따르면 우리 또한 강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두발을 희생하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으며 육식을 금하겠다는 우리의 각오가 무공의 힘을 더한다! 백보 밖의 적을 격하는 백보신권을 받아보아라!”
결혼을 못하는 김에 내친김에 비혼주의 선언을 하고 조금 깨어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채식주의 선언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의 금제란 어기는 즉시 지금까지 누렸던 힘의 증강을 모두 빼앗기고 역으로 쇠락할 수 있는 위험한 금제.
동자공을 익힌 무림인이 동정을 잃는 순간 모든 내공을 잃는 것처럼 그들도 근력이 약해지고, 외모가 추레하게 변하고,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모공으로 느끼는 반동을 감수하며 수행을 이어왔다.
고난의 수행.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마력발모제가 존재하며 외모를 단장하는 것이 삶의 보람인 2030대.
외모가 꽃피는 인생의 전성기에 종의 보존욕구마저 저버리며 수련에 매진하는 각오는 누구라도 그 강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절함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저버린 사도의 대가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
이블아이의 눈이 붉게 번뜩이자 새로운 권능이 기존의 권능과 융합하여 발동했다.
10연차의 공격에서 터지는 강화이펙트 및 사운드효과에 터지는 눈사태가 초당 40번이 넘는 오토클릭과 연동하여 매초 네 번씩 몰아친다.
수준 이하의 생명체는 그저 버티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잔인할 정도로 빠르게 깎여나가는 HP!
‘안 된다. 이대로 중국의 최정예 각성자들이 전멸해서는 너무 빠르단 말이다!’
장노야는 죽을힘을 다해 신공의 힘을 일으키며 연속펀치로 오토클릭의 무형의 손가락을 맞받아쳤다.
“우오오오!! 금강금강금강금강금강금강!!”
“안 돼! 금강펀치라니, 저 힘은 장노야께서도 아직 다루기 힘든 절세신공이잖아!”
“동정도 대머리도 이미 너무 오래 지속되어 가치가 없는 장노야께서는 우리처럼 젊음을 대가로 금제에 바쳐서 힘을 얻을 수 없어. 저분이 지불할 대가는 우리 따위보다 훨씬 커다랗다고!”
“크윽, 우리가 약해서…!”
“이 악물고 버텨. 장노야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끝까지 낙오되지 않고 이 전장을 마주 버티는 수밖에 없다!”
입에서 피를 토하고 전신에 피멍이 들어도 그들은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 최강의 각성자들이 모여 나한진을 갖추고 진법의 중심에 자리한 장노야를 지킨다.
수하들을 지키려던 장노야를 역으로 수하들이 지키는 구도!
“저 자식들, 짱깨라고 마냥 역겹게 생각했더니 보기보다 의리가 있잖아?”
“중국에도 악인만 있는 건 아니다. 따거나 대협이라고 불릴 정도의 선인도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지. 멸국의 위기에 선조들을 도운 만력제도 있듯이.”
“그럼 이대로 지켜볼 것이 아니라 얼른 가세해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강태백의 물음에도 조일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강태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이, 조일성!”
“안 된다.”
“쓰레기 같은 놈. 겁이라도 먹은 거냐? 네가 가지 않겠다면 나라도…!”
“그럴 수는 없다.”
위지천까지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강태백은 크게 놀랐다.
이 인간은 절대로 실력이 부족하거나 겁이 많아서 나서지 않을 작자가 아니었다.
“죽을 걸 알면서도 돕지 말라는 거냐?”
“그렇다.”
“왜 그래야하지?”
“우리의 목표는 이블아이의 격퇴가 아니다. 묵언검객이 도착할 시간을 목숨을 걸고 버는 것이지.”
“죽일 수 있다면 먼저 죽여도 되잖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너는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면 저 사도를 죽일 수 있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가?”
“그래!”
“…어리석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아. 오히려 존경스럽기까지 해.”
위지천은 강태백의 객기에 현실을 알려줄 필요성을 느꼈다.
“내 눈에는 보인다. 저 녀석이 몇이나 되는 성좌의 가호를 얻었는지. 지금까지 놈이 사용한 가호가 몇 개라고 생각하지?”
“세 개가 아니냐? 오토클릭에 위력이 증강되는 가호, 범위공격을 가하는 가호.”
“바로 보았다.”
“그게 어쨌다고?”
“열 배다.”
“…?”
“놈이 지닌 가호의 수는 그 열배라고 말했다.”
30개의 가호.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27개의 성좌능력.
강태백의 객기가 얼어붙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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