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83)
1.
시간. 이번에도 가장 성가신 콤보는 시간과 연동된 능력에서 나타났다.
TNT의 능력이 인지조차 불가능할 정지된 시간 속에서의 콤보투하로 초살해버리는 것이라면 이블아이의 능력은 강적을 죽여 얻는 레이드토벌보상의 등급을 순간가속 및 반복시행을 통해 최고등급으로 얻는 것.
당장의 성능은 당연 TNT 쪽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면.
충분한 전리품을 획득한다면.
더 위협이 되는 쪽은 이블아이였다.
“묵언검객의 아홉 꼬리에 액운을 읽는 꼬리가 있다더니 이 상황을 예견한 건가?”
블랙은 자신이 이 자리에 가세한 것이 인류 전체에게 엄청난 행운이었음을 깨달았다.
만일 순서가 잘못되어서 묵언검객의 주 공략이 게임 속의 TNT로 향했다면 에픽판타지의 제패에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블아이가 위지천을 죽인다면.
그때 얻을 전리품 등급은 대체 얼마나 높을까.
그렇게나 파워 업을 한 이블아이를 인류가 해치우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솔직히 의문이었다.
묵언검객조차 막을 수 없는 희대의 괴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가세로 위지천의 목숨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내 옆으로 붙어라. 지켜주마.”
“훗. 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군.”
위지천은 먼 옛날, 그들이 함께 힘을 합쳐 싸우던 현역시절을 떠올렸다.
둘의 능력은 서로를 보완하는 좋은 상성을 이루었다.
다중각성자 위지천의 무공이 받아치고 흘려낼 수 있는 공격을 전부 대응하면 그조차 감당 못할 공세는 블랙의 이 흡수한다.
지속시간은 최장시간 3초.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위지천은 적의 빈틈을 찾아내고, 틈이 없다면 강제로 공격을 캔슬시키기에 충분한 고위력의 반격을 펼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살리고 보완하는 관계.
수 년 만에 합을 다시 맞춤에도 그들은 마치 과거로 돌아온 것처럼 완벽하게 이블아이의 공세를 쳐냈다.
“죽일 수 있겠냐?”
“무리다. 그럴 필요도 없고.”
묵언검객이 오면 전부 끝난다.
앞으로 10분.
버티는 것 한정이라면 나쁘지 않다.
위지천의 장기가 바로 버티기였으니까.
그가 체험한 이계의 게임.
.
이것은 에서의 성공의 기틀이 되었으며.
에서의 성취는 에서 종말의 시간에 도래하는 성좌들의 진정한 힘과 사도들의 침공에 맞설 무기가 되었다.
인간이 벌레처럼 짓밟히는 세상.
사도들이 군웅할거마냥 인계를 갈라 나누어 가지는 시대.
그는 인류의 적들을 암살하고 제거해나가며 원치 않아도 익히게 되었다.
강대한 힘을 상대로 버티는 요령을.
일순간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생명반응을 제거하는 요령을.
학습능력.
인간의 최대의 장기는 그에게 허락했다.
전국시대에서 살아남기 초창기에는 일개 촌부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사도를 죽이고 성좌의 별을 떨어뜨릴 인류의 수호자가 될 자격을.
‘하지만 실패했다. 그때의 내게는 생환까지 필요한 시간을 버티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고작이었지.’
기껏 돌아온 지구에서도 헬난이도 세계에서 살아남기에 마선이 판 흉계를 저지하는 것으로 존재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 모든 희생이 덧없다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묵언검객.
그녀가 있으니까.
그녀가 나타났으니까.
처음으로 인류는 희망을 지녔다.
성좌를 꺾을 가능성을 얻었다.
‘내 모든 시간과 헌신은 인류를 지킨다는 막중한 사명을 이어받을 다음 수호자가 나타나기까지 버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 사명에도 이제 마지막이 도래했다.
10분.
이제는 9분으로 줄어든 시각.
불과 9분만 버티면 이 목숨은 제 값을 다한다.
하지만 이 9분, 이블아이도 결코 순순히 흘려보내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뻔하구나. 약자들의 속셈이란. 또 그렇게 나를 기만하고 속일 작정인가?
이블아이는 수비태세를 취한 위지천과 블랙, 조일성, 장노야 네 사람을 지나쳤다.
지금까지의 저조한 속도가 무색하게도 엄청난 기세로 허공을 부유하는 그의 목적지는 공항방면.
“쫓지 마라. 함정이다!”
“…블랙. 때로는 알고도 막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지막에 네가 그 말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는 하냐!?”
“인류 유일의 다중귀환자는 존재력에 손상을 입었고 2세대 최강의 스트리머는 종말점을 얻었지.”
“안다면 멈춰. 묵언검객은 어차피 거의 다 도달했어. 고작 9분 사이에 녀석이 창공으로 날아오른들 얼마나 피해를 끼칠 수 있겠냐고.”
게다가 여기는 한국도 아닌 중국이다.
국토가 얼마나 유린당하든 냉정히 말해서 그들과는 관계없는 일.
9분 동안 기를 쓰고 날아봤자 150km의 공역이나 날아갈까 말까하다.
상공 약 7000m에서 약 150km의 항공거리를 주행하며 눈에 닿는 모든 범위를 파괴해도 초당 240회 정도의 오토클릭 정도로는 그 영역을 전부 다 파괴할 수도 없다.
10만 메가톤급 핵폭발의 위력조차도 폭심지로부터 14km 내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파괴할 수 있을 뿐, 150km의 거리는 논외다.
그마저도 사이에 산이 끼어있다면 파괴력은 급락.
석재건물조차 부술 수 없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기어이 쫓아가겠다고?”
“만일 녀석이 아직까지도 사용하지 않은 능력 중에 광역파괴력을 더욱 올리는 능력이 있다면?”
“중국이잖아.”
“일정거리 이상 생명체로부터 멀어지면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능력은 없을지 몰라도 그런 장치라면 확실하게 하나 존재한다.”
비행기는 고급좌석일수록 서비스가 늘어난다.
비행 중 쾌적한 경험에 큰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면과 식사, 편의용품을 제공한다.
2030년 이전의 항공기에서도 일등석에 그만한 서비스가 제공되었지만 그 이후에는 또 한 가지의 옵션이 추가되었다.
“이용.”
항공에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시간동안 가상현실게임을 즐길 수 있는 캡슐일체형 좌석!
“저놈은 괴물이라고! 이용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정말로 그렇게 장담할 수 있나? 성좌의 능력 중에 캡슐 이용을 가능하게 만들 능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나?”
블랙은 깨달았다.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있다면.
그런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묵언검객은 허투루 시간을 날린 셈이 된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TNT가 좋을 대로 에픽판타지에서 설치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만큼은 이블아이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가상현실캡슐은 외계의 기술로 보호받는 오파츠.
한 번 들어가면 누구도 파괴할 수 없으니까.
사망페널티로 강제로그아웃을 시키지 않는 한, 타의로 밖으로 꺼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넌 정말 싫은 녀석이야. 알고 지낼수록 손해만 보는 최악의 인맥이라고.”
“흐흐.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신세 좀 지자.”
능청스레 앞장 서는 위지천.
그의 뒤를 블랙은 마지못해 따라붙었다.
이블아이는 비웃듯이 속도를 더욱 올리며 멀어졌다.
‘방어에 여력을 남겨셔 쫓을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위험하구나. 이건 정말로 위험해.’
묵묵히 앞서나가는 위지천도, 초조하게 뒤따르는 블랙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이것이 함정임을.
방어태세를 유지하는 자신들을 해치울 수 없으니 반강제로 방어태세를 풀고 무방비하게 쫓아오도록 유도하는 것임을.
그러나 알고도 피할 수 없다.
피해서는 안 되는 순간이 와버렸다.
‘와라. 어디서든 막아주겠다!’
언제 어느 타이밍에 기습을 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는 블랙.
그의 눈에 허공에서 훅 날아드는 오토클릭의 염동력 전조증상이 보였다.
“공항이 가시범위에 들어왔다. 속도를 올린다.”
“온다면 무조건 지금 오겠군.”
블랙의 예감은 적중했다.
위지천과 블랙이 한층 속도를 높여 이블아이를 따라잡는 순간, 이블아이의 눈이 다시금 적색으로 빛나며 불길한 빛을 뿜어내었다.
하지만 그 눈이 발휘하는 성좌능력은 레일커넥터의 소멸의 레이저 빔 능력이 아니었다.
그 효과는 .
방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마비능력이었다.
연이어 발동하는 소멸의 빔.
최악의 상성을 지닌 능력이 연달아 날아든다.
그래도 괜찮다.
수단은 몰라도 무언가가 올 것을 각오했으니까.
발동 즉시 발동범위 너머로 이탈하면 그만.
이블아이의 비장의 수단은 무위로 돌아간다.
“!?”
전신의 감각이 일제히 얼어붙는다.
블랙은 깨달았다.
영역화 스킬.
경지에 다다른 고수들의 전유물.
거대한 힘을 다루면서도 특정되지 않았던 이블아이의 영역스킬이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정체를 드러냈다.
그 효과는 범위 내의 대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반강제로 가두는 것.
신체마비와 소멸광선.
최악의 콤보를 막기 위해 빛나는 신체부위 앞을 막았던 이 세차게 집중되는 오토클릭 앞에 균열이 일어난다.
쨍강!
깨진 장막의 너머.
신체가 완전히 마비되기 전에 끌어 모은 두 팔이 넓은 면적의 가슴팍의 빛나는 부위를 막아섰다.
각성자의 신체.
호신강기에 못지않은 단단한 신체가 짓눌린다.
이 손이 전부 뚫리면 다음은 가슴.
소멸광선의 접근을 허용하자마자 즉사하는 부위다.
최후의 10초.
이 10초 안에 신체마비를 풀지 못하면 정말로 즉사한다.
블랙은 강제로 마력을 역방향으로 회전시키며 전신에 가해지는 고통의 크기를 키웠다.
몸이 깨어나도록.
생존본능을 자극하여 당장 움직이게 만들도록.
그러나 이블아이는 그의 상정범위 이상으로 영민했다.
순간적으로 파괴된 신체부위를 회복시킴으로써 오히려 적의 감각이 각성하는 것을 저지한다.
상태이상의 반강제적인 회복조차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능력사용!
‘이 녀석, 지능이 퇴화하지 않았어. 오히려 인간시절보다 훨씬 더 높아졌어!!’
블랙은 깨달았다.
그가 치명적인 오판을 했음을.
가장 경계해야 할 능력은 소멸광선을 발사하는 의 능력이 아니었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예사롭지 않은 수싸움을 보여주면서 드러난 향상된 지능.
그 지능을 허락하는 성좌능력에 있었다.
차라리 위지천과 자신이 함께 붙어있는 구도였다면 이 마지막 10초를 이용해 위지천이 이블아이를 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떨어져 추격하던 지금은.
블랙의 생사가 위기에 처한 이 순간에도 위지천 또한 제 몸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알고도 막지 못한 파국.
자신의 죽음으로 이블아이는 더 강한 전리품을 얻을 것이다.
이는 위지천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 뒤에는 그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타도 묵언검객.
이블아이의 진정한 목표가 어쩌면 정말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오판한 건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블아이.’
그 불길한 미래는 한끝차이로 어긋났다.
한 번에 십대길드 전원의 기술을 펼치는 조일성의 최강의 필살기.
해응응의 자하일기공에 필적하는 능력.
그것이 안팎의 침입을 불허하는 역장의 영역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성가신 넷 중에 일부는 낙오시키고 일부가 추적을 해오면 앞에서부터 하나씩 각개격파 한다. 계획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는 몰랐을 거다.’
뚫린 구멍이 수복되는 찰나지간에 그 틈을 파고들어 달려오는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의 사내.
근원진기의 소모로 인해 수명의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멈추지 않고 더욱 내공을 불사르는 장노야.
‘넷 중 단 하나도 낙오되지 않고 공포심을 이겨내는 사태가 닥치는 것을, 괴물이 된 너는 몰랐겠지.’
심상치 않은 속도의 장노야의 공세를 저지하고자 이블아이의 오토클릭이 일제히 장노야에게 돌아간다.
블랙은 목숨을 건졌고, 위지천은 기회를 얻었다.
장노야가 일으킨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 그를 찍어 눌러 죽이려는 오토클릭에 맞서는 사이, 위지천의 검광이 번뜩였다.
쨍강!
산산조각 나는 이블아이의 눈을 지키는 역장.
덩달아 갈라지던 눈의 표면이 회복능력을 통해 봉합된다.
회복능력이 이블아이의 수복에 사용되는 순간, 이번에는 블랙이 자유를 얻었다.
자신의 신체를 역류하는 내공의 힘으로 파괴할 수 있는 자유를.
이블아이의 함정을 돌파했다.
슈우우웅━.
이윽고, 상공 저편으로부터 묵언검객의 비행기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떠냐. 눈깔괴물아. 우릴 죽일 생각을 안했다면 차라리 공중으로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을, 이제는 달아날 수도 없게 된 소감이!”
이블아이 지연전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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