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90)
1.
TNT는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성좌들의 힘이 없으면 멸망은 피할 수 없다.
대세는 정해졌다.
그렇게 생각해서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내 한 몸 희생해서 성좌의 사도가 되겠다고.
그런데 그 성좌능력이 도리어 자신의 발을 잡았다.
“이건 사기야!”
물론 현실은 달랐다.
구국의 결단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도가 되었다.
희생은 권능의 비밀을 숨긴 성좌의 함정에 빠진 것을 스스로의 결정이었다고 포장한 것뿐이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냉혹한 현실을.
TNT가 마주할 현실 또한 너무나도 냉혹했다.
이계의 침략자를 숭배하는 타락한 자.
자국민을 제물로 바친 인신공양자.
수많은 성좌권능을 하사받고도 여전히 패배하는 자.
몰락이 확정된 인류의 배신자.
묵언검객의 추적이 예지를 따라 현실로 일어날 예정인 자.
이제 곧 죽을 자.
이 모든 잔혹한 운명이 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의 손에 죽은 수많은 시민들을 생각하면 마땅한 인과응보이기도 했다.
“죽고 싶지 않아.”
반복되는 예지는 이미 200회를 넘겼다.
회당 0.1초 단위로 펼쳐지는 예지.
리얼타임으로 경과된 20초의 시간.
그의 앞에는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묵언검객이 공간을 베는 전조현상이.
그만큼 예지 속 묵언검객이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예지가 끝나는 시간도 대폭 앞당겨졌다.
-요괴왕을 쓰러뜨린 실력도 여기까지인가요.
팔이 떨어진다.
-당신에게는 기대가 컸어요.
블록이 사방으로 튕겨나간다.
-그래도 결국은 타인에게 빌린 힘이라는 거겠죠.
수급이 잘려나간다.
“인정 못해.”
0.1초의 경과조차도 아쉬운 예지의 연속.
TNT는 발악하듯이 권능을 발현했다.
공격이 아닌 예지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묵언검객이 등장할 때, 최대급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패를 먼저 발동하였다.
정지된 시간.
세계에서 오직 그만이 자유롭게 권능을 펼칠 수 있어야 할 공간.
그럼에도 공간이 갈라지는 검은 멈춤 없이 다가온다.
주와지시의 시간을 돌파한 그녀의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없었다.
현대지구에서는 그녀의 격이 가장 높으니까.
“너희가 보낸 힘이 만들어낸 참사다. 책임져라.”
TNT는 악에 받친 눈으로 성좌들에게 말했다.
-건방진 녀석.
-너의 무능함이 초래한 결과다.
-어리석은 녀석. 네 영혼이 우리에게 저당 잡힌 것을 이해하고 내뱉는 말인가.
성좌들도 손절의지를 보였다.
정말로 끝이다.
더는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
성좌들의 사도가 되는 행위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날 수도 없다.
여기가 막다른 길.
이 뒤로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낭떠러지다.
만에 하나의 불운을 고려하여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권능마저 손을 대었다.
그의 권능강화가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은 테트리스블록이 아니었다.
강력한 권능인 나만의 시간도 아니었다.
[를 강화합니다.]그 자신이 지닌 고유한 능력.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자신만의 힘.
[예지 +1] [예지 +2] [예지 +3]0.1초 단위의 예지 속에서 그는 미래를 보았다.
예지강화에 실패하여 예지능력을 상실하고 무력하게 죽음을 당하는 자신을.
공간이 반쯤 갈라지며 검끝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예지강화를 위해서 예지가 실패할 시간을 자의로 흘려보냈다.
[예지 +4]노리는 것은 하나.
강화의 권능이 지닌 부가효과.
[모든 강화는 5강 단위로 새로운 특수효과가 추가됩니다.]실패.
실패.
또 실패.
연이은 실패의 순간 너머로 마침내 예지가 실패하지 않는 타이밍이 찾아왔다.
[예지 +5] [당신의 예지능력은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그가 볼 미래는 오직 하나였다.
‘내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 미래를 보여다오!’
TNT의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2.
“지구에서 방송을 보는 분들은 잘 지내실지 모르겠네요. 여기는 보다시피 고스트라이더라는 게임의 레이스행성이인데 도로가 쾌적하답니다.”
투쾅 투쾅…
호신강기를 덧씌운 자동차에 치여 좌우로 날아다니는 도로 위의 자동차들.
황당한 눈으로 그 꼴을 쳐다보는 TNT의 시야 한구석에 브이튜브의 ‘채팅창’이 보였다.
-방금 옆으로 날아간 거 뭐임?
-자동차
-이 녀석 위험해… 면허 절대로 없을 거라고
-도로의 안전을 위해서 지구로 돌아오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방송타임 1분 동안 격추시킨 자동차 수 17대
-무슨 게임이야 이게
-일단은 레이싱게임인데요…
“운전도 해보니 참 재밌네요.”
-가해자는 언제나 즐겁지
-운전 잘한다는 표정 지으니까 개킹받네
미친 거 아니야?
입으로 중얼거리려던 TNT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입이 없었다.
아니, 몸조차도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부르릉.
묵언검객의 난폭한 자동차의 뒤를 쫓는 자동차.
그는 자동차에 영혼이 탑재된 일체형자동차였다.
시야 한구석의 채팅창에는 닉네임마저 보란 듯이 떠올라있었다.
[현재 닉네임 : 묵언검객이죽기전까지노예인사람]아. 아아아.
절규처럼 자동차에서 새어나오는 경적소리에 전방카메라와 방송화면에 동시에 잡히는 묵언검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도 참 끈질기네요. 벌써 몇 개나 되는 행성에서 영혼이 끌려와 박살나고도 끈질기게 나타나서 방해하고. 이러다 정까지 들 것 같아요.”
-대역죄인 TNT좌도 이쯤 되면 불쌍하다ㄹㅇ
-인류의 배신자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실사례
-그래도 메카붕붕이TNT는 좀 멋진 듯
-ㄹㅇ 인간 트랜스포머 아님?
-아ㅋㅋ 죽어서 변신로봇이 될 수 있으면 개꿀이지
-그래서 묵언검객한테 부서지고 싶다고요?
-그건 좀
채팅창은 말하고 있다.
자신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그 영혼이 어떤 꼴을 겪었는지.
육신의 죽음 이후를 보지 못했던 예지능력은 그의 영혼이 굴려지는 과정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고스트라이더의 권능만이 아니다.
온갖 게임의 온갖 행성에서 비슷한 수모를 반복해서 겪었다.
성좌들은 그를 한 번도 모자라서 거듭해서 그의 영혼을 재생시키고 자신들의 수족으로 재창조시켜서 부려먹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이 그에게 허락된 가장 먼 미래.
그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 미래.
찾아와서는 안 될, 그러나 필연적으로 다가오리라 짐작되는 미래였다.
“용 서 해 줘”
불타는 자동차의 스피커에서 TNT의 갈라지는 전자음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당신… 아직도 지성이 있었나요?”
“제 발 죽 여 줘”
방송화면 속의 묵언검객의 눈에는 놀랍게도 측은지심이 어렸다.
적에게는 자비가 없는 저 묵언검객조차도 동정심을 보일 정도로 몰락한 자신.
이제는 미래를 예지하는 행위조차 두려워졌다.
이것이 자신에게 닥칠 미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피할 길이 없었다.
이대로 자동차와 함께 부서지고 예지가 끝나는 순간, 그는 현실로 돌아가서 죽는다.
그리고 예지대로 혹사당하는 영혼의 삶을 반복한다.
“그건 불가능해요. 당신의 영혼은 이미 성좌들의 것이 되었어요. 지금 제 앞에 있는 당신조차도 영혼의 부스러기를 모아 만든 인공령에 지나지 않죠.”
구원은 없다.
오직 절망뿐이다.
묵언검객조차 불가능한 일을 자신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뿐이에요.”
자동운전모드를 활성화한 묵언검객.
자동차 천장이 열리며 좌석에 한쪽 발을 딛고 올라선 그녀가 몸을 낮추며 검에 손을 올렸다.
투두두두두!!
근처를 배회하던 킬링머신들이 쏘아내는 포탄이 반탄의 속성을 더한 호신강기에 튕겨나가 저들끼리 폭발하며 불꽃을 피워냈다.
파편이 깨지며 너저분해진 도로.
흔들리는 차체 속에서도 차량에 착 달라붙은 것처럼 같은 자세를 유지하던 묵언검객의 검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반으로 갈라져 산산이 흩어지는 자동차의 부품들.
그 사이로 배양액에 담긴 인공뇌가 증발했다.
TNT의 새하얀 영혼이 허공에 떠오르며 분신에게나마 허락된 죽음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것이 TNT가 본 예지의 마지막이었다.
3.
시공을 가르며 정지된 공간 저편에서부터 나타난 묵언검객.
그녀는 검을 단숨에 찌르기 자세로 변경하며 목을 쳐내려던 동작을 멈칫했다.
기묘한 권능까지 동원해가며 도주하던 TNT.
그가 무저항의 자세로 두 손을 들고 항복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죠?”
“항복하겠다. 너의 이계침략에 전적으로 협력할 테니 부디 살려다오.”
인류의 배신자 TNT.
지구에 출현한 최대이자 최후의 적이 투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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