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92)
1.
이에는 이.
사도계약에는 사도계약.
영혼약탈에는 영혼약탈.
엄길동의 발상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성좌들에게도 분명 TNT에게 개입할 수 있는 기여도가 있을 겁니다. 사도에게 권능을 하사했잖아요? 힘을 많이 쓸수록 그만큼 많은 빚을 진 거죠.”
“…그래서요?”
“만일 묵언검객님이 다른 성좌들이 하사한 것보다 더 큰 힘을 TNT에게 주입한다면 TNT의 영혼회수에 대한 권리를 1순위로 가져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악한 발상 보소
-어둠의 악질보추답네요
-줄여서 야스
-?
-너무 형편좋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성좌들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텐데
-자기들 권속 갈아가면서 종말포인트 벌 정도로 절박한 놈들이 기여도 올리도록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지 모르겠네
-앗 요호호 방송 켰다
행운의 도네 소동 때문에 엄길동이 방송을 키면 무슨 폭탄 넘겨받을지 몰라서 일단 방송을 종료하는 것이 유행 아닌 유행이 되었던 브이튜브계.
겁도 없이 엄길동과 동시간대에, 심지어 묵언검객과의 합방 도중에 방송을 켠 요호호에게 몇몇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작은 호기심은 곧 요호호 본인이 두 사람에게 채팅을 보내면서 불길처럼 크게 번졌다.
[요호호 : 엄길동은 허접악질이라 계획이 미숙하네. 차라리 날 방송에 불러주지]악질력으로 정상급 스트리머에 오를 정도로 악질짓 하나만큼은 유명한 스트리머.
앞서 나 같은 게임에서 월드레코드 갱신을 저지하고자 리얼타임 대결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선보인 적 있던 요호호는 묵언검객의 기억에도 그 이름이 남아있었다.
“묵언검객님? 설마 솔깃해하시는 거 아니죠? 저 엄길동입니다. 브이튜브에서 가장 악질적인 팬덤을 지닌 악질 스트리머. 제 악질력을 못 믿으십니까?”
“컴퓨터도 싱글코어보다 듀얼코어가 좋고 심법도 단일심공보다 양의심공이 좋죠. 초대를 보낼 테니 바로 들어오세요.”
-아ㅋㅋ 듀얼코어는 못 참지
-악질력이 두 배…?
-양의심공이 뭐임 양손잡이 같은 건가?
-비슷함
-나도 양손으로 물건 들 수 있는데 그럼 양손잡이임?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이과는 홧병나서 쓰러지는 채팅창
-양손으로 물건 들 수 없는 사람이 있긴 함? 그게 사람임?
-외팔이
-앗
-지금 장애인 혐오발언 한 거야?
-엄길단 논란> 장애인은 인간이 아니야…
-ㅅㅂ개판났네
-매니저 어딨어!!
-양손빌런좌 갑자기 분위기 곱창나니까 조용히 달아난 거 나만 웃김?
-왜 싸우는 거야
-싸우지 마
-피스 피스
-모두 더블피스하고 사이좋게 지내자
-아사나기식 평화법;
-아ㅋㅋㅋ 채팅수위 때문에 방송 19금 걸림
-시청자 3백만 명 날아감
-전국 잼민이 일동 3백만 시청자들에게 사죄드리지 않습니다… 섹드립은 나쁘지 않잖아? 너희가 어린 게 잘못이잖아?
-나이도 어린 것들이 으어딜 감히 생방을 넘봐? 잼민이는 클립편집본만 보라고
-전 세계에서 한국 인구의 절반만큼의 시청자가 모였는데 이 정도면 양호한 듯
-어림도 없지 엄마 주민번호로 들어왔고^^
채팅창이 완전히 곱창이 나버릴 즈음에야 방송에 들어온 요호호.
그는 곧바로 엄길동에게 삿대질부터 했다.
“너, 인류를 말아먹을 작정이냐?”
“얼굴 보자마자 면전에서 폭언!? 아니 제가 뭘 했다고 그렇게 화를 내세요!”
“듣다 보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다. 생각이 있기는 한 거냐? 묵언검객이 기여도를 높인다면 그만큼 TNT가 강해지는 건데 그러다가 TNT가 묵언검객보다 강해지면 기여도 분배고 나발이고 그냥 묵언검객이 질 수도 있잖아!”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간과했던 사실.
묵언검객도 일단은 사람이다!
…상태창의 종족은 이미 신수나 요호 취급이지만!
요선이자 현인신이라고도 불리고 있지만!
아무튼 그녀도 생명체였다.
TNT의 성장속도도 보통은 아니다.
방심하다간 힘의 우위가 역전되는 것도 이론상 불가능하지는 않다.
“묵언검객이 진다니, 그럴 가능성은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데요… 저걸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듭니까?”
엄길동은 저 뒤에 남색의 짙은 빙벽에 꽁꽁 얼어붙은 TNT 얼음조각상을 가리켰다.
검 한 번 휘두르면 냉동캡슐마냥 사람을 얼려버릴 수 있는 무친년이 지는 미래라니,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뭐, 확실히 묵언검객이 지기는 힘들기는 하겠지.”
“그럼 딱히 상관없잖아요.”
“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이 멍충아. 애초에 성좌들이 기여도 문제를 순순히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냐?”
“쟤들이 뭘 할 수 있다고요? 성좌능력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가서 넘겨줬더니 받은 놈은 저기서 얼어붙어 있잖아요.”
“너 기업들의 지배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냐?”
“종속기업의 지분을 50% 이상 지배하는 지분 말하는 거죠? 그게 왜요?”
“걔들이 지분을 한 사람이 무식하게 50%를 통으로 다 들고 다닐 것 같냐? 다 자기네 사람들한테 몇 퍼 떼주고 어디에 몇 퍼 돌리고 겉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둔다고.”
악질짓으로 정상급까지 올라선 스트리머답게 요호호의 발상은 엄길동의 단순한 발상을 뛰어넘었다.
“만일 그런 식으로 기여도 지분을 숨기고 있던 녀석이 묵언검객의 무공전수가 끝난 뒤에 기여도를 싹 쓸어 모아서 영혼탈취 우선권을 습득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아냐? TNT도 뺏기고 TNT에게 전수한 묵언검객의 권능도 같이 날아가는 거야.”
“!!!”
“심하면 무공을 전수해줬다가 무공의 약점이 낱낱이 분석되고 외계의 힘으로 개량된 외계무공으로 무장한 TNT가 묵언검객을 죽이러 넘어올 수도 있다고.”
“으아아아, 내가 무슨 짓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완전히 겁에 질려 사과밖에 할 줄 모르는 기계가 되어버린 엄길동.
고장 난 엄길동을 뒤로한 채 묵언검객은 요호호에게 질문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계획이 있죠? TNT를 외계의 성좌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뭘 어떻게 해? 당장 죽여야지.”
“…제 말을 듣기는 한 건가요?”
“당연히 들었다. 너희들 방송 키고 얘기했잖아. TNT가 본 미래에 대해서까지.”
-성좌 슬레이어 순회공연은 못 참지
-그래서 무적배리어 키고 레이싱게임 망가뜨리기는 언제 시작함?
-몰?루
시청자들마저 알고 있는 다가올 미래.
요호호는 그것을 지적했다.
“그 미래를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흐음?”
“곤란한 건 막말로 TNT 혼자뿐이다. 녀석이 괴로워지는 대가로 나머지는 그냥 지구에서 행복하게 팝콘이나 씹으면서 외계가 망하는 꼴을 방송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인류의 배신자에게 가혹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요호호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인과응보라는 말도 있잖아. 그냥 좆 되게 놔둬.”
구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하나의 희생으로 인류 전체가 확정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 미래를 마다하는 것은 요호호의 상식으로는 단순한 멍청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사이다지
-이 연설을 듣고 묵은 석회질이 가라앉았습니다…
-유럽산 수귀자폭병이세요?
-유럽산 ㅇㅈㄹㅋㅋㅋ
-유럽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긴 해
-그게 사이다랑 뭔 상관임?
-몰?루
시청자들은 즐기면 그만이지만 요호호는 진심이다.
TNT를 구할 이유 따위 하나도 없다.
묵언검객에게 필요한 건 성좌들을 엿먹일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 냉혹한 진실을 일깨워주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창나지 않도록 도와줄 사람이다.
자신은 그럴 수 있다.
악질짓으로 정상급 스트리머까지 올라섰으니까.
한때는 묵언검객을 정상급 스트리머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던 그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현인신을 돕지는 못할망정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엄길동의 꼬라지를 보니 냉혈한이라고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방송을 킬 수밖에 없겠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에 나타났다.
“많은 고민을 했군요.”
“도움은 되었나?”
“충분히요.”
언뜻 마음이 약해보여도 저지를 때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묵언검객답게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는 TNT를 구하겠어요.”
“…하? 내 얘기에서 뭘 들은 거냐. 그놈의 TNT만 버리면 인류가 살아남는다니깐!”
“TNT의 미래예지는 확실히 제게 유리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죠. 하지만 그 미래에는 ‘지구’의 상황이 어떤지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어요.”
차분하지만 힘 있는 묵언검객의 목소리에 요호호는 정신이 압도되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발언에 내재된 뜻이 그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구가 어떤 생지옥이 되어있을지, 몇 대의 캡슐만이 간신히 살아남아서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이 채팅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그런데도 그 미래가 최선이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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