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
〈 70화 〉 70 결자해지
* * *
1.
명호2동 313게이트.
제 92차 정기공략에 투입된 공략조가 게이트 진입 13일 7시간 12분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입단속들 단단히 해. 보스공략에 실패해서 시간이 끌린 건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니깐.”
“공략조 애들 입 무거운 거 아시잖습니까. 염려 말고 안심하십시오, 부길드장님.”
“역시 공략조장이야.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말을 할 줄 알아.”
만족스레 본사로 복귀한 김창식.
부길드장은 길드장 바로 다음가는 직위로
길드 내에서 고위임원급 대우를 받고 있지만
김창식은 길드장을 목표로
길드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상황.
그의 모진 인성이나 독한 성격과는 별개로
업무량만큼은 어지간한 임원들이 우스울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이고 있다.
“김비서. 나 없는 동안 재미난 일들 좀 있었나?”
“있었습니다.”
“정말 있었어? 어디 말해봐.”
“명호동에서 몬스터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그래? 게이트 공략진척률이 올라가니까 최후의 발악이라도 했나보군.”
“이명훈 경비대장의 주도 하에 경비대가 초기대응에 나섰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경비3조와 4조의 피해가 극심합니다.”
사상자 리스트와 의사의 소견서, 중상자들의 치료비와 유가족에게 지급될 보상금 등.
하나하나가 이명훈의 목을 조르기에 딱 좋은
김창식이 원하던 자료가 모두 준비되었다.
“역시 김비서야. 이참에 이명훈이가 길드장 자리는 꿈도 못 꾸게 짓밟자고. 대금은 내 이름을 달고 먼저 지불하고 경비대부터 포섭해.”
김창식은 악인이지만 무능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족기업이나 다름없는 이명호의 길드에서
이명호의 자식인 이명훈을 제치고
명실상부 2인자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으니까.
최근 해응응이라는 내력이 불분명한 인물 때문에
한 차례 망신을 겪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나빴을 뿐.
결코 그가 부족한 인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밖이 시끄럽군. 김비서. 앞에 누구 세웠나?”
“이상무 아들이 경호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나가는 김에 교육 좀 시켜. 어른들 얘기하는데 방해해서야 쓰나.”
“따끔히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나가봐. 아, 가는 길에 총회의 소집하고. 임원 간부 전부 참석하게 해. 회의로 이명훈이를 찍어 누르고 그 사이에 대금처리도 끝내야 하니.”
김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김창식 부길드장이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라고.
사내정치 굴리는 속도가 아주 매서웠다.
다른 길드는 어떨지 몰라도
명호길드에서 김창식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다.
‘사실상 길드의 실세인가.’
몬스터 토벌보상금과 마석대금, 정부보조금에
게이트를 이루는 내부 던전공략과 게이트 전체공략 등등
현장에서 치고 올라온 고등급 각성자들은
돈이라면 억 소리가 우습게 벌어들이기에
이명호 길드장이 길드를 설립할 당시
길드에 자본을 댄 주주들도 없었다.
재정확보가 안정적이니 경영위기도 없고
사외이사들의 외압도 존재하지 않으며
창업공신인 2세대 각성자들도
마력병 때문에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라인 하나는 확실히 잘 탔어.’
김비서는 자신했다.
오늘의 회의만 성공적으로 끝마친다면
김창식이 길드장이 되어
그를 명호길드 비서실장까지 올려줄 거라고.
그런 미래의 비전을 믿는 이상
명호길드의 이름으로 지급되어야 할
치료비나 유가족보상을
부길드장 김창식의 이름으로 돌리는 일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내 인트라망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총회의 긴급소집] [사내에 있는 모든 임원 및 간부 분들은 오후 2시 7F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총회의에 참석하시기를 바랍니다.]공지를 띄우고 연락망에 전체메시지를 보내니
무슨 일로 회의가 소집됐는지
귀띔이라도 해달라는 답장들이 돌아왔다.
전무급 이상의 10%에 불과한 임원들이
B급 이상의 각성자들이었던 것과 달리
임원진의 90%에 해당하는 상무급 임원들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종사하는
현역시절 C급 이하의 각성자들.
전대에도 쟁쟁하게 이름을 떨친 신성곽과 같은
전관예우를 받아 마땅한 고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길드에 공헌을 해온 자들이기에
상무직함을 달고 사내업무를 볼 자리를 주었다.
물론 지금 와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바람 불면 날아가는
끈 떨어진 연 신세들이기에
지금 수준의 복지를 계속 누리고 싶다면
사내정치에 적극 참여하며 권력을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나약한 임원들이었다.
‘김창식도 권력의 중추에서 밀려나거나 현역에서 은퇴하면 저런 신세가 되겠지.’
절대로 그런 꼴로 만들 수는 없다.
김창식의 몰락은 김비서의 몰락과도 같으니까.
‘그런데 이 녀석은 어디로 갔지?’
부길드장실을 지켜야 할 경비원이
어째서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창식의 심기를 단단히 거슬리게 할 정도로
소란을 벌인데 이어
심지어 제 업무도 망각하고 자리까지 비우다니.
김비서의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이상무가 욕심을 부렸군. 무능한 아들을 경호로 꽂았으니 점수를 많이 날리겠어.’
퇴근 전에 인사과에 들를 일정을 하나 추가하며
김비서는 회의준비에 착수했다.
잠시 후.
명호길드의 쟁쟁한 임원과 간부들이
회의장을 가득 채우며 술렁거리는 가운데
김창식이 마지막으로 회의실에 입성했다.
“자, 자. 오래들 기다리셨습니다. 공사가 다망한 분들을 한 자리에 모셨으니 오늘 총회의를 소집한 이유부터 밝히도록 하죠.”
따악.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회의실 한편에 앉은 이명훈을 가리켰다.
“오늘 회의는 경비대장 이명훈의 몬스터 공습사태의 대처미흡과 실태조사에 따른 징벌적 인사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부길드장! 공습경보에서 민간인 피해를 막고자 경비대에서 치른 희생이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럼 시민들 다 버리고 우리만 사냐고!”
“이명훈 경비대장, 함부로 언성 높이지 마십시오. 우리보다 연배도 높고 회사에 공헌도 많은 2세대 임원 분들도 계신 자리입니다.”
초장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한 김창식은
거침없이 이명훈을 몰아붙였고
길드장의 아들이라 믿고 따랐던 그의 파벌들도
난색을 금치 못했다.
애초에 건수만 잡히면 이명훈을 묻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김창식이 아니었던가.
저 독사 같은 양반이 기어이 건수마저 잡았으니
이 회의가 끝나면
이명훈의 입지가 어디까지 곤두박질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달리 이의가 없다면 회의는 이것으로 끝마치도록…”
“이의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와장창!
회의실 문짝이 뜯겨져 나가며
볼링핀 쓰러지듯이 우르르 나가떨어지는 경비들.
그 사이에는
김창식의 경비실을 지키던
이상무의 아들도 있었다.
“신성곽 어르신?!”
명호길드의 창업공신이자
전대고수로 유명한 2세대 각성자.
마력병으로 피부가 갈라지고 떨어져나가며
괴물처럼 끔찍한 몰골이 되며
사내출근도 그만두고
진즉에 뒷방 노인네가 되었다고 치부한 인물이
현역시절처럼 완전무장을 한 채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니
어느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어르신이 여기는 어쩐 일로…”
“짐작 가는 바가 하나도 없느냐?”
“모르겠습니다.”
“나도 몰랐었지. 새벽까지는.”
쿵
지반융기가 일어나듯이
밑에서부터 회의실 바닥을 솟구치게 만들며
공간 전체가 출렁거리자
회의실에 참석한 모두가 대경실색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신성곽을 바라보았다.
김창식 또한 단단히 긴장한 얼굴로
애써 목소리가 떨리는 걸 참으며 물었다.
“정말로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어르신께 예우를 갖추지 못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예우? 예우라. 요즘 젊은 놈들의 예우는 한평생 벌어들인 돈으로 지은 집을 개박살을 내고 팔 한쪽을 날려먹을 암살자를 꼬이게 만드나?”
신성곽이 바닥에 엎어진 경비병들을 노려보자
이상무의 아들이 기겁하며 스크린폰을 조작했다.
팟
초토화된 저택부지.
떨어져나간 오른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의사의 진술을 담은 영상.
지난 새벽에 일어난 일들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회의실에 공개되자
회의실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B급 최상위권이자 준A급 각성자인 신성곽 전무님을 저 지경으로 만든 암살자라니.”
“십대길드에서 손을 쓴 건가?”
김창식이 재빨리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이런 잔악무도한 짓을! 걱정 마십시오, 전무님. 부길드장으로서 이 일에 책임을 통감하니 제 일처럼 생각하며 범인색출에 최선을…”
“이 노오오옴──! 내가 언제 범인 찾으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나──!!”
귀청이 찌릿해지는 노호성과 함께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미친 듯이 위아래로 요동치는 회의실.
더는 김창식조차 입을 뗄 엄두도 못 내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원탁을 붙잡으며
넘어지지 않고자 애를 써야만 했다.
“길드장의 아들과 부길드장이 서로를 견제하며 길드를 반으로 쪼개도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에 이긴 자가 모두를 품으리라 믿었으니까.”
드드득
“네놈들이 소상공인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자릿세를 갈취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너희가 만들 명호길드라고 인정했으니까.”
드드드드득
“그 모든 믿음과 인정의 대가가 이것이더냐? 이 천하의 신성곽이가 팔 하나를 잃을 정도의 강적에게도 함부로 원한을 사는━!”
드드드드드득
끼기긱
“제 앞가림도 할 줄 모르면서 길드의 명운을 말아먹을 망종 맞은 짓거리가 전부냔 말이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구구구구궁…
“김창식!! 빨리 잘못했다고 빌어!!!”
“으아악!! 건물이 무너진다아!!”
“점심못먹고죽을것같애!!”
비명과 절규가 끊이질 않는 총회의실.
만연한 공포 속에서 지진이 뚝 그쳤다.
‘이래서 길드장이 신성곽 전무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던 건가.’
부길드장에 취임한 이후.
길드장에게 2세대 각성자들에 대한 충고를 들었떤 김창식.
그는 이제야 그 의미를 실감했다.
정부와 군대를 적으로 돌리며
내란에 가까운 전쟁을 벌였던
역사상 가장 처절한 전란의 시기를 보낸 2세대 각성자.
극심한 전란의 세월을 거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극소수의 실력자들이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
오늘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