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0)
1.
좀비의 변이인자로 신체를 변형해 순간가속부스트를 사용하는 세븐 리츠비어드.
그의 가속은 누군가를 닮았다.
발을 떼는 순간 도착점이 정해진 자.
사고속도에 필적하는 섬전의 일격을 펼치는 속도전의 최강자.
신속의 지배자.
그리고 너무 빠른 자, 스피드마스터.
인지를 불허하는 세븐 리츠비어드의 일격이 지닌 속도는 스피드마스터의 속도와 결이 비슷했다.
‘그와 겨룬 건 내 손으로 직접 부순 복제체인 블랙2호였지만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지.’
블랙2호가 가능한 일은 블랙도 당연히 할 수 있다.
블랙2호가 겪은 패배 또한 고확률로 블랙의 패배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블랙은 일찍이 연말대상전의 시합을 복기한 적이 있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신속과 일광신속에 어떻게 맞섰을까.
치열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 추격을 포기한다.
출수를 감지하는 것도, 공격을 회피하는 것마저도 전부 포기한다.
인지 가능한 유일한 순간.
포착 가능한 유일한 공격.
스피드마스터의 도착점만을 예상하고 그가 자신을 끝장낼 때, 자신도 그를 끝장낸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동귀어진.
이것이 그가 찾았던 해답이었다.
세븐 리츠비어드와의 교전에서 심장뽑기의 일격을 간파하지 못할 때에는 그대로 당할 뻔했지만 위스퍼의 도움으로 살아난 지금은 안다.
동귀어진이 가능한 순간이 언제인지.
‘심장을 뽑으러 오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을 실시간으로 거듭 만들어주는 이가 존재한다.
존재의 위치나 시간을 되감는 자.
불사자 위스퍼.
동시에 그가 만든 기회를 억지로 붙들어잡는 이가 또 하나 존재한다.
잔혹한 광전사.
광아검 이정운.
“죽지 않는 끈질긴 녀석도 이럴 땐 좋군.”
위스퍼의 몸을 관통하며 이정운의 칼이 위스퍼의 몸 너머로부터 세븐의 몸을 베었다.
통상적인 공격이라면 아군의 죽음을 담보로 부상 하나를 입히는 선에 그치는 잔혹하기만 하고 실효성은 떨어지는 미친 짓이다.
그러나 위스퍼의 시간을 되감으며 부상을 수복하는 능력과 광아검 이정운의 광기어린 특공이 맞물리자 이는 예기치 못한 데미지로 이어졌다.
부상은 수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변이인자는 영원히 지속되는 힘이 아니다.
세븐 리츠비어드는 이 한 번의 교환으로 대결구도가 뒤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일방적인 학살이 아니다.
위스퍼의 재생력과 자신의 재생력.
어느 한쪽이 먼저 바닥나는 순간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소모전의 시작이다.
“어리석군. 그리고 무모해.”
세븐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이쪽은 검에 베인 부위를 회복쯤이야 원하는 타이밍에 가볍게 수복하면 그만이다. 반면에 그쪽은 모든 공격이 심각한 중상이군.”
데미지의 교환이 일어나도 소모 값이 다르다.
위스퍼 한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책략이 언제까지고 계속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게임방송으로 힘을 얻은 것은 묵언검객뿐만이 아니었다.
“타락엔딩의 찌꺼기 주제에 잘도 나를 무시하는군. 초대혈마니 어쩌니 해도 결국은 압도적인 스피드 하나뿐인 몸.”
공격당한 직후마다 시간을 되감으며 물러서던 위스퍼의 신형이 이번에는 복부에 세븐의 손이 파고든 채로 멈추었다.
역으로 자신의 몸에 파고든 세븐의 몸을 양 손으로 비틀어 쥐듯이 열 손가락을 박아 넣는 위스퍼!
“!?”
순간적인 빈틈을 넘어서 완전히 정지한 그의 복부를 이정운의 검이 난도질했다.
세븐은 깨달았다.
자살특공이 아니다.
위스퍼는 시간을 되감는 주기를 극히 짧게 반복적으로 시행하며 심장이 파괴되기 직전의 시간으로 몸의 상태를 되돌려 매 순간 전신에 피를 공급하고 있다.
죽음의 고통을 상시 받으면서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력으로 그만한 고통을 견디는 것이 가능한가…?”
“고통은 적응하는 것. 죽음의 고통조차도 브이튜브를 통해 충분히 적응된 사람에게는 성립되지 않지.”
위스퍼의 몸에 박힌 손을 빼내려는 움직임마저도 이정운의 공격이 급소만을 노리며 저지한다.
붙잡힌 팔의 반대쪽 팔이 신체를 변형하며 다섯 손가락을 가시처럼 곤두세워 이정운의 어깨를 관통했지만 이정운은 한층 더 지독했다.
찔린 신체부위로부터 주입되는 수상한 기운을 감지하자마자 그대로 자신의 검을 역으로 쥐어 어깨를 절단하였다.
치지직
좀비의 변이인자로 변형된 팔이 지면에서 팔딱거리다가 힘을 잃고 멈추었다.
“반응속도는 칭찬해주지. 하지만 외팔의 검객 따위가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
세븐의 뒤에서 가슴을 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위스퍼와 이정운이 목숨을 걸고 벌어준 틈을 타 접근한 블랙이 심장에서부터 수직으로 검을 들어 올리며 뇌를 파괴하고는 그대로 목과 몸통을 삼단베기로 절단했다.
바닥을 구르던 세븐의 머리에 분한 기색이 가득 새어나왔다.
“실패를 뒤집을 기회마저 놓치다니, 결국 외계의 성좌에게 놀아났을 뿐인 존재가 되었는가… 차라리 그 보옥을 받아들일 걸 그랬군.”
“보옥? 어이, 파워 업 이벤트마냥 수상한 소리는 하는 거 아니야. 갈 거면 곱게 가라고!”
게임스트리머로도 경력을 쌓은 블랙이 질겁하며 소리치자 세븐 리츠비어드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혈마보옥. 그것은 저쪽의 탐식능력자 장도현의 권능을 이치에 닿을 수준까지 키운 뒤, 힘의 정수만을 추출해낸 결과물이다. 반요곡의 너머에 헬세살과 무림비망록이 있다면 점핑레빗의 너머에는 헤비쿠커와 좀비해저드가 있었지.”
“…!”
“반요곡의 마선이 만악의 근원이었듯이 이쪽에는 초대혈마가 있었다. 인류가 만든 재앙이 살아남아 재앙을 초래한 것이 초대혈마에 의해 연관된 세계의 파멸을 부르고, 나는 그 파멸이 실행된 세계선에서 불려온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잔혹한 미래의 가능성을 입에 담은 것과 달리, 세븐 리츠비어드는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래도 묵언검객은 일련의 가능성을 ‘만에 하나 존재할 수 있었을 가능성’으로 일축시켰지.”
때마침 반대편에서는 해남파 무림인 3인방의 손에 장도현의 목이 떨어졌다.
“너희는 인과율을 통해 불러온 그 일말의 가능성을 해치웠다. 발을 들인 세계마다 파멸만을 부른 잔혹한 초대혈마가 아닌 묵언검객을 누린 너희가 부럽구나.”
[U급 몬스터 를 토벌했습니다.] [U급 몬스터 을 토벌했습니다.]과도한 심장연속재생을 발동하던 위스퍼는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을 억누르기 급급하다.
이정운은 점혈로 지혈을 마치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반대쪽도 격전의 여파로 만신창이가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겼다.
이겨내었다.
승리의 기쁨만이 남았다고 여기는 그들의 앞에 조일성이 걸음을 내딛었다.
“그쪽은 이겼나?”
“아아. 어떻게든 넘어섰다.”
“그거 다행이군.”
조일성의 입가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너, 그 몸은…”
놀란 블랙의 말에 조일성이 뻥 뚫린 가슴과 복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시간벌이가 고작이었다. 성좌들이 불러온 것은 아마도 저것이 마지막. 뒤는 부탁하마.”
조일성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목을 채찍처럼 늘어난 팔이 일장으로 후려쳤다.
조일성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만이 남더니, 그대로 목을 잃은 몸이 쓰러졌다.
[최후의 시련] [U+급 몬스터 ]생존자들의 두 눈에 강렬한 긴장감이 도사렸다.
에픽판타지에서도 유일하게 TNT의 수중으로부터 살아남은 강자, 부기걸.
그녀의 또 다른 가능성이 개화한 세계의 분기점으로부터 나타난 존재.
부기맨.
인류의 전체 역량을 시험할 최후의 시련과 마주할 시간이 되었다.
2.
반요곡 챌린지.
묵언검객의 히든루트에 도전하는 열풍이 불었던 당시, 반요곡을 플레이한 이는 대쉬맨이나 팽휘룡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개방송으로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 블랙 또한 반요곡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부기맨. 저 녀석은 지극히 괴이한 이레귤러였지.’
무공의 힘을 앞세워 강함을 증명하였던 묵언검객과 달리 그가 각성능력을 사용하며 초반부를 넘어서자, 부기맨이 기묘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 때마다 손아귀 안에 맺히는 새카만 어둠의 와류들.
그것이 점차 진해지더니 종국에는 그의 고유능력으로 만들어낸 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가 되었다.
무엇이든 모방하고 습득할 수 있는 가능성.
어떤 보스몬스터도 보이지 못한 가능성은 블랙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비록 그는 전투지속능력의 저하로 3대 요괴왕을 넘어서지 못하고 패배했지만 부기걸의 강함만큼은 분명히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불길한 가능성이 눈앞에 나타났다.
“인과란 아이러니하지. 실패한 플레이이기에 현현할 가능성이 있으니. 네가 버린 세계의 패배자가 여기에 돌아왔다, 블랙.”
“옘병. 게임 많이 한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었군.”
블랙은 깨달았다.
저 부기걸은 자신의 플레이로 탄생한 다크부기맨.
묵언검객의 무공부기걸과는 다른 방향으로 극의에 눈을 뜬 초절강자였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