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5)
1.
이복아카의 극복에 실패한 뒤.
대쉬맨은 다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끝나지 않는 4시간 15분 7초.
주와지시의 시간과 싸웠다.
‘그저 견뎌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처음 삼백년이 담긴 삼초를 견뎌냈을 때, 대쉬맨은 안도했다.
자신의 정신력이 어떻게든 살아남았음을.
동시에 탄식했다.
그저 살아남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음을.
그는 도망쳤던 것이다.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삼백년은 도깨비왕의 삼백년만도 못했다.
정신이 사라져도 혼백의 힘으로 내딛은 혼신의 한걸음조차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 걸음으로는 당연히 그 너머에 있을 묵언검객에게는 닿을 수 없었다.
“원망스럽구나.”
나도 여자였다면, 묵언검객이 조금 더 호의를 품을 수 있는 존재였다면.
그녀의 수제자가 되어 해남파의 비전무공을 배우고, 이 막막한 수련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텐데.
수제자가 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만한 자격을 누리고도 적당한 성장에 만족하는 주아영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에게는 같은 기회를 허락하지 않은 묵언검객이 원망스러웠다.
벽에 막혀 좌절하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고.
그 뒤에 찾아온 것은 깊은 모멸과 자괴감이었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가.
나라는 존재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원망할 것은 자신밖에 없음을 알기에 세상 모두를 탓하려던 자신이 더욱 수치스러웠다.
그 끝에 좌절감이 찾아왔다.
마음이 가루가 되어 무너졌다.
며칠은 검을 들지도 못했다.
며칠은 검을 휘두르면서도 무엇을 위한 검인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다.
그저 방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반복되는 자기파괴적인 수련.
오직 스스로를 괴롭히기 위한 시간.
노동과도 같은 고행 속에 괴로움을 잊기 위한 노력.
불어오는 봄바람에 검이 가벼움을 느꼈다.
자신의 대쉬에 ‘신법’을 접목시켜 보다 먼 거리를 뛰어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 틈에 이렇게 강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또 재밌었다.
금이 가서 산산이 흩어졌던 마음의 경계에 어느덧 새로운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내게는 이것이 있어.
그렇게 자부할만한 점핑이, 대쉬가 있었다.
점핑레빗에서의 낙오조차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매 순간 강해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또 조금씩.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 사라졌던 자신감이 돌아왔다.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다.
세계가 밉지 않아졌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스스로조차도.
‘한 길만을 걸어왔기에 가능한 거야.’
만일 그가 검을 영영 내려놓았다면.
이 길은 아니라고 다른 길에 접어들었다면.
지금의 경치를 바라보지 못했다.
이 기분과 해방감을 누릴 수 없었다.
다시는 같은 상실을 느끼지 않겠다던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꺾이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
모든 것이 무가치하고 자신이 혐오스럽더라도, 그런 자신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가는 초라하고도 부질없는 집념.
그 집념이 견디고 넘어온 시간만이 그에게 성장의 기회를 허락한다.
“대쉬맨. 너, 머리가…”
“아아. 이번 삼백 년은 조금 힘들었거든.”
아주 오래도록 말이라는 것을 잃었던 것처럼 깊게 잠기고 갈라진 목소리.
양귀호가 경악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낸 거냐?”
“삼천 년.”
우주면벽동의 미치광이들조차 보낸 적 없는 시간.
다른 누군가와의 소통도, 긴 시간을 견딜 즐거움의 수단조차도 없는 주와지시의 시간.
대쉬맨은 그런 시간을 삼천 년이나 보냈다.
양귀호는 거대한 산과 마주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삼천 년을 견뎌낸 정신력이라면 태산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애초에 그것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까.
“어떻게… 사람이 삼천 년을 버틸 수가 있어?”
너 미친 거 아니야?
그 전에 사람이 맞기는 하니?
충격어린 시선에 대쉬맨은 설핏 웃었다.
삼천 년의 시간이 담긴 미소는 가볍고도 무거웠다.
그가 양귀호에게 남긴 말은 더더욱.
“사람은 생각보다 강해. 어디로도 한눈을 팔지 않고 한 길만 걷는다면 더욱.”
두려움.
욕망.
흔들림.
모든 집념과 미련, 괴로움이 사라진 대쉬맨.
오랜 수행 속에서 무념무상을 깨우친 그는 오직 나아가야 할 길만 바라보는 구도자의 자세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깨우쳤다.
그런 그이기에 삼백 년의 정신가속에 당하고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대요괴의 전승 의 삼보지옥이 끝났습니다.] [존재를 건 내기의 끝에 도깨비왕이 패배합니다.]고개 숙인 도깨비왕의 몸이 바람에 기울었다.
파사삭.
육신의 열량과 정신의 요력, 영육의 영력.
모든 자원을 소모해버린 도깨비왕.
그는 한 줄기 바람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헛되구나. 삼백 년의 의지조차 불과 세 걸음 앞에 무너지는 삶이란.”
요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대요괴의 선언을 들을 수 있었다.
“헛되지 않았어요.”
그를 부정하는 묵언검객의 한 걸음을 볼 수 있었다.
“네년. 진심이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덧 그는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도깨비왕이 겨루었던 그 삼백년이 담긴 3초를.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쫓아왔단 말이냐?!”
묵언검객이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간 길을.
끝나지 않는 4시간 15분 7초 이후의 세계를.
경지에 올라서기 전에는 그저 감탄만을 부를 사투를 그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실린 혼을 깎는 투지를 느꼈다.
거기에 나아가야 할 길이 있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가.”
이것은 그의 길이 아니다.
삼백 년을 돌파했지만 같은 삼백 년이 아니다.
묵언검객의 삼백 년은 대쉬맨의 삼천 년.
저것은 지름길이다.
그의 남은 정신을 모두 걸더라도 지나칠 수 없는 그림의 떡과도 같은 길.
“이제야 겨우 잘못된 길에서 벗어났는가.”
주아영이 깨우친 깨달음을 대쉬맨은 한참 전부터 이미 깨달았다.
반대로 그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치.
수련과 업의 총량이었다.
대쉬맨은 게임을 플레이했다.
최고난이도로 강적을 꺾으며 묵언검객이 무엇을 위해서 게임을 플레이했는지를 깨달았다.
게임 속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모르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같지만 다른 체감.
전에는 그저 단순한 인식에 그쳤던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였다.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벽을 마주치는 것이.
그것을 넘지 못하는 자신이.
“이것이 나만의 길.”
벽을 마주치고 부딪쳐 멈추어도 상관없다.
아픔이 그를 분하게 만들고, 다시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기에.
팍.
어둠의 경계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
그와 동시에 빠르게 구멍이 줄어들 때.
대쉬맨이 유일하게 경계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음을 그를 오래도록 보아온 동료들은 눈치챘다.
스캉!
콰곽!
파바박!
모두의 무기가 각자의 공격에 생긴 흠집이 균열 내부의 폭발과 맞물려 생긴 틈에 파고들었다.
그것은 발판이었다.
대쉬맨이 내딛을 수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허락하는, 모두의 의지가 만들어낸 소망의 길이었다.
“가라, 대쉬맨!”
“우리 몫까지 한 방 보여주는 거다!!”
그 길이 있기에 대쉬맨은 넘어설 수 있었다.
언제나 같은 간격만을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대쉬가 아닌, 몸과 마음이 내딛을 수 있는 거리만큼 제한을 뚫고 나아가는 대쉬보를 펼치면서.
어둠의 경계 너머, 블랙의 블랙홀이 만들어낸 성좌의 벽을 뛰어넘었다.
‘대쉬맨 아저씨!’
‘여기다.’
소용돌이처럼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도 탈출의 기회만을 노리는 대쉬맨과 그를 향해 필사적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 주아영과 백소천.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그들의 의지와 목적이 이심전심처럼 전해졌다.
그가 진정한 고수들에게만 허락된 경지에 올라섰음을 알리는 증표였다.
‘이브 크리스티나. 부디 보아주십시오. 당신의 남자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대쉬맨의 대쉬의 성질을 지닌 기가 주아영과 백소천에게 닿는 순간, 그들이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단숨에 부기맨의 지척에 도달했다.
부기맨의 눈에 감출 수 없는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일어났다.
“이걸로 끝이다.”
“아니. 아직 끝이 아니다.”
백소천의 항마의 힘이 담긴 장법이 기공을 더한 장풍으로 부기맨에게 나아가는 순간, 부기맨의 신형이 거칠게 흔들렸다.
육신을 버리고 의식만을 탈출시키는 전승능력이 그가 벗어날 활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포유발] – 당신이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부기맨이 어둠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폐소공포] – 부기맨의 어둠이 닿는 범위 내에서 밀폐된 공간에 숨을 시, 어둠이 당신의 뒤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손을 뻗는다.두려움이 누군가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순간, 그곳은 밀폐된 공간이 된다.
블랙홀이 어둠을 빼앗아갈지언정 인간의 마음 속 두려움마저 빼앗을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속에 펼쳐진 소우주란 저마다의 감정을 분출하는 블랙홀의 반대편, 외부의 자극에 더 큰 자극을 분출하는 화이트홀과도 같은 존재이니까.
‘아직 이 공간에는 존재한다. 내게 필요한 두려움을 분출할 수 있는 생명체가.’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한 안배로서 살려두었던 TNT수호대의 잔당들.
신입과 위스퍼, 그리고 광아검 이정운.
셋은 모두 함께 있었다.
어둠의 경계가 펼쳐진 직후부터 줄곧 신입은 위스퍼와 이정운을 양 어깨에 얹고 신법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공간이 왜곡된 무한한 면벽동의 저편으로, 어둠이 따라잡지 못할 속도를 발휘하면서.
‘뒤를 쫓는 대상에게서 달아나는 것은 점핑레빗 고인물의 특기임다!’
신입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블랙이 죽었다면 흑의종군은 나의 것이군. 마침내 내 시대가 찾아왔는가.’
위스퍼에게도 두려움은 없었다.
‘블랙조차 이겨내지 못한 괴물을 진정 우리가 물리칠 수 있는가…?’
광아검 이정운, 그에게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이어지지 못했다.
“이정운!”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는 목소리.
묵언검객과 이브의 수업을 함께 들으며 어깨너머로 배웠던 음공.
음공의 원리에 를 실은 대쉬맨의 목소리가 부기맨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게 이정운에게 닿았다.
“내가 왔다!!!”
이정운의 마음 속 어둠이 흐려졌다.
성좌들이 친 경계마저 넘어선 자.
대쉬맨의 등장을 깨달은 이정운의 마음속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재수 없는 녀석.”
욕설과 달리 치켜 올라간 입꼬리.
예나 지금이나 죽을 자리만 골라서 찾아오는군.
그렇기에 오히려 믿을 수 있었다.
대쉬맨이라는 인간의 강함을.
이정운의 안에서 그의 존재는 리빙레전드 블랙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폐소공포가 캔슬됩니다.]탈출루트를 잃어버린 부기맨.
그의 눈이 TNT에게 닿았다.
“뭐 이 새끼야.”
성좌에게도 악으로 깡으로 적의를 품는 미친놈이 부기맨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모든 탈출루트를 상실한 그에게 백소천의 장풍이 닿았다.
주와지시의 시간을 담은 어둠이 흩어졌다.
드러난 틈.
그를 향해 주아영의 검이 번뜩였다.
[U+급 몬스터 부기맨을 토벌했습니다.]최후의 시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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