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6)
1.
사라지는 부기맨.
현실지구로 돌아가는 사람들.
무너지는 세계에서 탈출하는 순간, 주아영은 보았다.
은색으로 빛나는 꼬리가 흩어져가던 누군가의 혼을 붙잡는 것을.
‘언니…?’
시련의 주인, 묵언검객.
그녀는 모두가 떠나가는 무대에서야 비로소 움직였다.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왜 이러셨어요.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요.
아직도 부족한 건가요.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지만 무엇 하나도 전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해응응은 언제나 그렇듯이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떠나보냈다.
-잔인하구나. 저토록 애절한 눈을 하는 자신의 수제자에게도 선을 긋다니.
강제로 붙잡혀 모인 다크부기맨의 자아가 묵언검객의 냉혹함을 비웃었다.
두려움을 읽는 자가 사람의 마음이라고 읽어내지 못할 리가 없다.
다크부기맨은 누구든 불편해질 정도로 많은 정보를 알았다.
그런데도 해응응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 점의 동요조차도 없었다.
도리어 다크부기맨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 존재와 겨루었다면 처음부터 자신에게는 어떠한 기회조차도 허락되지 않았음을 직감할 정도로.
“느껴지나요? 당신에게 주어졌을지도 모를 또 다른 가능성이.”
모두가 감추고자 하는 마음을 역으로 해응응은 거침없이 드러내었다.
자신의 나약했던 시절을 함께 하였던 또 다른 세계선의 부기맨을 보여주었다.
남성체가 아닌 여성체의 자아와 신체를 되찾는 여정이 기억 속에 영화필름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부럽군.
다크부기맨은 솔직히 말했다.
저 세계선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보다 나약하다.
그러나 더욱 빛나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블랙이 아닌 너와 함께 했다면 좋았을 것을.
“블랙도 훌륭한 남자였어요. 적어도 당신을 탄생시키고 또한 패배시킨 남자도 그였죠.”
부정할 수 없었다.
블랙홀의 폭주는 성좌들이 만들어낸 이계의 공간에서 그를 궁지에 몰아붙였던 최대의 위협.
모든 판을 일그러뜨린 최강의 동귀어진의 한 수였으니까.
비록 그가 블랙홀에서 자력으로 벗어날 수 있었더라도 다른 인간들이 그를 해치울 계기를 만들어낸 것은 블랙의 폭주블랙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나를 탓하려는 건가?
“그렇지는 않아요. 단지 당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진정한 적은 이계의 성좌들이라는 사실을 되짚고 싶었을 뿐이죠.”
틀리지 않았다.
반요곡의 세계는 마선에 의해 탄생한 것.
한 성좌의 유희만을 위해 탄생한 지옥.
그 모든 정보가 묵언검객의 기억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 이후의 싸움 또한 고스란히 전해졌다.
묵언검객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억의 전달은 ‘두려움’을 엿보기에 가능한 것.
다크부기맨은 묵언검객의 두려움 또한 읽어냈다.
-자신이 없다면 허망하게 무너질 인류. 그것이 두려웠기에 인류 최고전력을 몰아붙여서라도 시험할 수밖에 없었는가. 종족애가 남은 성좌란 참 애처롭군.
“그들만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당신과 같은 존재인 부기걸 또한 걱정하고 있죠.”
-요선 묵언검객. 인간도 요괴도 모두 너의 아이들이다 이건가.
인간을 반쯤 벗어던진 해응응.
두 개의 뿔과 아홉 개의 꼬리, 영단을 품은 그녀는 인간이지만 동시에 요괴인 존재.
반요가 지극한 힘을 얻어 신성을 깨우친 존재인 요호이자 신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들려주세요. 당신의 존재가 어째서 이계의 성좌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지. 게이트 너머에서 어째서 당신의 손이 나타나는지.”
던전의 계층보스 아라크네.
그녀가 인류에 대한 공격성을 상실하는 순간, 계층보스 회수마법진에서 뻗어 나오는 검은 손들.
그것은 틀림없는 부기맨의 손이었다.
-너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부기맨의 말에 뛰어난 직감이 곧 그녀의 존재에 대응되는 예시를 떠올렸다.
“이계의 성좌들에게 영혼까지 이용당하는 TNT의 미래. 그것이 당신의 과거이자 현재였군요.”
플레이어와 함께하면 어느 방향으로든 커다란 영향을 받아 진화하는 존재, 부기맨.
진화의 돌만 먹이면 어느 속성으로든 진화할 수 있는 편리한 몬스터 같은 천재적인 오성을 지닌 그녀를 성좌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당신도 TNT처럼 본체의 영원한 해방을 원하나요?”
-몰랐다면 바라지 않았겠지만 알았다면 바랄 수밖에 없지.
“그럼 말해주세요. 당신을 가둔 성좌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 죽일 수 있는지.”
부기맨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찾아내었다.
자신의 진체가 품은 두려움을.
두려움이 있는 곳은 그녀가 갈 수 있는 곳.
그녀는 아득한 시공의 저편에 도사린 진체의 모습을 엿보았다.
-시공의 저편, 머나먼 어딘가에 죽음을 다루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을 만들어낼 성좌의 정체는 하데스. 죽음의 신이다.
“…그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이 아닌가요?”
-어째서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지구의 역사나 신화, 전설 속 존재를 몬스터로 만들어내는 것이 성좌들이라고 생각했으니… 아니, 그건 다르군요. 그런 ‘게임’들이 있었을 뿐이겠죠.”
먼 과거에 떠올린 추측이 자신이 얻은 정보와 맞물리지 않아 생기는 모순을 깨달은 해응응.
“이계의 성좌가 곧 그리스로마신화의 신격이다. 한때 인류를 가지고 놀았던 성좌들이 긴 세월이 지나 새로운 이름을 들고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뿐이지.”
다크부기맨은 진실을 전해주었다.
성좌들의 끝없는 혐성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아라크네를 괴물로 만든 그쪽 신들과 성좌들이 같은 존재라면 그럴 만도 하지.
덕분에 마음도 한층 홀가분해졌다.
긴 세월이 지나 다시 돌아올 성좌들이라면 자신이 직접 그들을 처분하러 가는 것은 정답이다.
나서지 않으면 언젠가 되돌아올 악몽을 방치하는 행위란 다크부기맨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어둠을 탄생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약속하죠. 성좌의 노리개가 된 당신들의 복수는 반드시 하겠다고.”
다크부기맨은 비로소 영체의 눈을 감았다.
다시금 흩어지는 영혼.
이번에는 해응응도 그를 막지 않았다.
격리된 면벽동은 비로소 지구로 되돌아왔다.
이계의 힘이 소실된 면벽동.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한 사람.
주아영이었다.
2.
“제 착각이었다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죠?”
“당신의 추측이 맞아요.”
주아영은 알고 있었다.
언니가 돕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들을 궁지에 빠뜨렸다는 것을.
그렇기에 웃으며 반기지 않았다.
해응응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언니는 나쁜 사람이에요. 많은 죽음을 방관했어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많은 미래를 닫았죠.”
정당한 비난이었다.
그녀에게는 분노할 자격이 있었다.
“오래도록 언니가 되고 싶었어요. 언니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언니라도 가지고 싶었어요.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곁에 서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주아영의 성장은 모두 그런 집착과 타협의 결실.
묵언검객의 수제자라는 호칭은 그녀에게 허락된, 해응응이 내어준 마지막 자리였다.
“더는 그렇지 않아요.”
“…그런가요.”
“이제는 언니의 제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아요. 언니를 존경했던 시간이 수치스러워요. 제 과거를 모두 부정하고 싶어졌어요.”
미움 받았다.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걱정 말아요. 저는 지구를 떠날 거니까.”
“언제든지 가도 상관없어요.”
“조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 축하해요.”
“감사인사를 바라지는 않겠죠?”
멀어졌다.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진 마음의 간격이란, 생각 이상으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사도계약을 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도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원한다면…”
“원하지 않아요.”
“…!”
“사도 계약은 받지 않겠어요. 해남파의 2대 장문인으로서, 멋대로 내팽개쳐진 지구를 물려받는 것이 아닌, 저 자신의 의지로 제 길을 나아갈 거니까요.”
“성장했군요. 경지뿐만이 아니라 마음마저도.”
“저는 더 이상 언니의 그림자가 아니에요. 남겨둔 미련을 대신 지켜줄 대리인도 아니고요. 저 자신의 의지로, 제 소망을 위해 살아가는 무림인이죠.”
하극상이나 다름없는 선언이었지만 도리어 해응응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주아영은 더 이상 해응응의 동생으로 남지 않았다.
해응응을 연모하는 첫사랑을 품은 소녀도 아니었다.
그녀의 의지를 물려받을 수제자조차도 아니었다.
그저 무림인.
그저 장문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
의존이 아닌 자립을 택한, 누군가의 일부가 아닌 자아를 지닌 객체가 되기를 선택한 자였다.
그렇기에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자신의 부재로 인해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서운하지만 든든했다.
“맡기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요.”
그것은 짐일 뿐이니까.
그녀가 할 말은 따로 있을 것이다.
“겨뤄보기로 하죠. 언젠가, 별무리의 저편을 헤매는 여정의 끝에 제가 다시 돌아오거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때야말로 제 손으로 쟁취하겠어요. 고금제일인의 칭호를. 그리고 언니의 나쁜 짓을 벌하겠어요.”
먼 과거, 고금제일인 기극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해방되었음을 느끼고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던 자신과는 달랐다.
주아영의 눈에는 분명한 희망과 목표가 일렁였다.
한 번 검이 꺾였던 자신과 달리, 지금의 그녀는 분명히 두 눈으로 말하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이 그녀를 꺾겠다고.
묵언검객을 능가하는 존재가 되겠다고.
기쁜 일이다.
어쩌면 기극조도 이런 기쁨을 자신에게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기극조의 삶이자 기극조의 기대.
그녀의 삶과 그녀의 기대가 아니다.
해응응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선계로 향하는 등선문이 아닌 이계로 향하는 차원 간 침략 게이트를.
[접속할 서버를 선택해주십시오.]게이트에 발을 들인 그녀를 반기는 메시지.
해응응은 말했다.
“월드선택 ,”
어느 세계의 어느 별과도 이어질 수 있는 스트리머 전용 대기공간.
지구의 모든 자원을 집대성하여 만든 수십 척의 이 기다리는 우주.
지구 너머의 공간에 도달하는 순간, 그녀는 줄곧 억제해왔던 경지상승을 앞당겼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당신은 입신경에 도달했습니다.] [신격을 이룬 존재는 하나의 세계를 자신의 영역 하에 지배하거나, 전 우주를 떠돌며 우주적인 위세를 펼칠 수 있습니다.]지구의 수호신이 될 수도 있었던 그녀는 그 길을 자신의 길에서 지워버렸다.
등선의 기회를 스스로의 의지로 닫아버린 것처럼.
묵언검객이 나아갈 길은.
만인의 추종과 존경을 받는 천마가 나아갈 길은 이곳에 있다.
설령 인류가 그녀를 잔혹한 시련의 주관자이자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 요괴들의 성좌로 기억할지라도, 이 길은 틀리지 않았다.
[막대한 재화로 다수의 거다이맥스묵언검객조각상을 생성합니다.] [거다이맥스묵언검객조각상에 성운 간 이동장치 및 조각상 내 워프기능이 추가됩니다.] [각 성운 간 이동선단에 각기 다른 성좌좌표가 목적지로 입력됩니다.] [성운 간 이동선단 에 탑승합니다.] [337일 뒤, 의 세계에 도착합니다.] [다음 방송예정시간 337일]닫혀가는 게이트의 너머.
주아영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설마… 언니가 저희를 방관했던 것은 더 이상 레벨이 올라가면 안 되어서…?”
입신경의 무공을 배운다면 누적레벨은 경지상승을 초래하며 다음경지를 강제로 앞당긴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강대한 적을 해치워 그 업이 무공을 진화시키면 물은 넘치고 그녀는 강제로 입신경의 경지에 등극한다.
한 번 올라서면 막대한 힘의 손실을 겪지 않고서는 다시 내려올 수 없는 경지.
지구에서 각성이 이루어지면 그녀는 지구에 갇혀 강제로 지구의 수호신이 되어버린다.
경지상승에 동반되는 자연지기를 흡수하는 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지구가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그녀 자신이 지구가, 별이 되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우주로 나올 때까지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자신이 동참하지 않는 최후의 시련을 만들되, 모두를 믿고 지켜보았다.
주아영과 대쉬맨, 많은 이들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이제는 제가 그들의 믿음에 보답할 차례죠.’
엔딩 스페이스.
우주공간은 좋은 매개체였다.
하나의 세계에 갇히는 입신경의 경지가 게임세계라는 또 다른 공간에 갇힌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하나의 게임에 국한되어 그 세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뻗어나가며 영향력을 키우겠지만, 성좌들의 본진에 쳐들어갈 간편한 침략루트가 오직 하나 존재한다.
엔딩스페이스.
광활한 우주공간을 가로지를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그녀가 입신경에 오를 장소였다.
그 진상에 도달한 주아영.
주아영의 눈에 어린 강렬한 죄책감이 말하고 있다.
잘못했어요.
이러지 말아요.
저를 두고 가지 마요.
모든 진상을 깨닫고 언니에게 심한 말을 했던 자신을 크게 질책하는 피폐에 물들어가는 눈을 향해 강력한 능력을 전개했다.
“싫어요. 안 돼.”
눈꺼풀을 닫으려는 그녀의 눈이 강제로 정지했다.
섭혼술을 통해 신체의 제어권을 빼앗은 해응응이 눈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주아영의 기억에 신의 경지에 달한 권능이 강제로 간섭했다.
[묵언검객이 최후의 시련을 벌인 이유를 잊는다.]진실이 그녀를 피폐하고 괴롭게 만들 뿐이라면 그런 진실은 없어도 된다.
거짓된 행복을 외면하고 고독한 진실 속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히로시라면 분명 자신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겠지?
“이러지 마요. 언니를 미워하며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언니는 나쁘지 않았잖아. 나쁜 건 아무것도 모르고 멋대로 떠들어댄 저였잖아요!”
“미안해요, 아영.”
“싫어어어어!”
[기억수정 완료]주아영의 몸이 축 늘어졌다.
닫히는 게이트의 저편에서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주아영.
그 눈이 다시 뜨이는 순간, 묵언검객은 다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많은 이를 죽인 악인이 될 것이다.
존경하는 언니의 품으로부터 졸업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아영이 될 것이다.
죄책감 때문에 흔들리며 무너지는 나약한 인류의 수장은 사라질 것이다.
그래, 이것이 정답이다.
가슴의 쓰라림도, 지독한 고통도.
모두 자신이 홀로 기억하고 품에 간직한 채 나아가면 된다.
그것이 만인과 만요의 주인.
천마마망검객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닌가.
‘기다려주세요, 아영.’
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이계의 성좌들을 물리치는 그녀의 게임방송이 끝난 뒤에는.
언젠가는 다시 지구로 귀환해서 제자와 함께 두 사람만을 위한 게임을 하는 날이 오리라.
무림계 귀환자의 게임방송이라는 희망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묵언검객의 별을 떨어뜨리기 위한 낙성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完-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