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1)
〈 71화 〉 71 결자해지
* * *
2.
“김창식.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으마.”
“마, 말씀하십시오.”
“내 여기서 진심으로 이 건물을 무너뜨리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이 회의실에서 몇 명을 살릴 수 있겠느냐.”
“!!”
“머리 굴리지 말고 당장 대답하지 못할까━!”
“세 명! 세 명이 한계입니다.”
“이명훈. 너는 어떠냐.”
회의가 끝나갈 무렵까지 궁지에 몰렸던 이명훈.
갑자기 나타난 신성곽이 무력시위를 하며
무자비하게 김창식을 꺾는 모습에
이명훈이 눈을 빛냈다.
이 어르신이 아버지의 밀명이라도 받았나보구나.
역시 아버지는 날 차기길드장으로 내정한 거야.
감격에 벅찬 얼굴로 그가 대답했다.
“전부 살릴 수 있습니다!”
“무슨 수로?”
“어르신이 노할 일을 없애면 건물이 무너질 일도 없으니, 누구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겁니다. 김창식이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듣던 김창식마저 아차 싶을 정도로
의표를 찌르는 기습적인 발언.
권력구도가 김창식이 아닌 이명훈에게 간다고
모두가 생각하던 그때.
“그럼 어디 한 번 내 분노를 가라앉혀봐라.”
신성곽이 거세게 발을 굴렀다.
발치를 따라 확산되는 한 겹의 날카로운 벽.
신발 밑창과
눌러앉은 엉덩이 밑살
땅을 짚은 손바닥 가죽을 막론하고
바닥의 모든 것들을
아주 얇은 한 겹으로 도려낸 벽이
바닥과 천장이 맞닿을 기세로
블록 단위로 마구 솟구치며
회의실의 모두가 압사당하기 직전까지
공간을 좁혀나갔다.
“아아악!!”
“이명훈 빨리 어떻게든 해 이새끼야!!”
“살려주십시오, 선배님!! 우리 다 죽어요!!”
상무들이 악을 쓰며 살려달라 애원했다.
전무 직함을 받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2세대 각성자로서 공헌을 했던
이전세대의 동료들의 외침에도
신성곽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너희도 전부 똑같아! 어린 것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선배라는 것들이 바로잡지는 못할망정, 그 알량한 직함이나 유지하려고 애들 눈치를 봐?”
소문이 자자한 부길드장 김창식도
그가 믿고 따르던 길드장의 아들 이명훈도
길드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상무들도
새로이 들어온 인재들인 간부들도
누구 하나 성에 차는
그를 납득시킬 인재가 없었다.
이런 것들에게 일선의 일을 떠넘기고도
알아서 어련히 잘하겠거니
그딴 한심한 생각이나 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헉… 허억…”
“사, 살았나…?”
“죽는 줄 알았네.”
와들와들 떠는 한심한 것들의 몰골을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던 신성곽이
능력발현을 일제히 해제하자
사람 사물을 막론하고 천장까지 떠올랐던
회의실의 모든 것들이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어허헝.. 엄마 나 무서워.”
“다,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
“김창식 이명훈 이 개새끼들. 대체 무슨 짓을 해서 우리까지 엿 먹는 거냐고.”
누군가는 공포를 견디다 못해 유아퇴행 겪고
누군가는 난리통에 부상을 입어 고통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김창식과 이명훈을 향해 분노를 보이는
아수라장이 된 회의실의 한복판.
신성곽이 모두를 노려보며 선언했다.
“칼질 좀 하겠다. 몇 놈은 내려가고, 몇 놈은 짐 싸고 나가야 할 거다.”
“!!”
“우선 김창식은 부길드장 자리에서 내려와라.”
권력의 꼭대기까지 앞으로 한 걸음을 앞두고
밑바닥으로 내려가라는 말에
김창식이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드러냈다.
“아무리 선배님이 저희보다 강하다고 해도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몬스터 공습을 수습하지 못한 건 이명훈이지 제가 아닙니다!”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건 미친 짓임을.
반발감에 소리부터 쳤지만 가슴이 싸해지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신상필벌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길드의 위계질서가 무너집니다. 길드장의 아들이라고 봐주면 재벌3세들의 가족기업과 다를 게 뭐 있습니까!”
저 무자비한 폭군처럼 미쳐 날뛰는 신성곽이 제 말을 들을 리도 없다.
“전 못 내려갑니다. 부당한 압력행사에는 단호히 거절하겠습니다!”
“게이트 폭주가 던전공략 실패에서 비롯되는 것을 내 정녕 모를 줄 알았더냐? 몬스터 공습의 원인규명에 대한 전수조사라도 벌여봐야겠나?”
“그, 그것은…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물며 약점까지 잡힌 이상에야
더는 그에게 맞설 마음조차 남지 않았다.
이 이상 일이 커지면 부길드장에서 내려오는 수준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큰일은 큰 소문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전수조사가 시작되고 진실이 밝혀지거든
업계에서는 길드 전체가 망신을 당하고
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김창식은 사임은 물론이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명훈이. 너도 경비대장 자리에서 나와라.”
“선배님!”
“아니면 널 죽이겠다.”
“…….”
바닥과 천장 사이에 끼어 납작하게 짓눌리고
중간 중간 솟구친 블록에 구멍이 숭숭 뚫린
더는 원탁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한때 원탁이었던 무언가의 위에
이명훈이 경비대장 명찰과 사원증을 올려놓았다.
“두 놈의 직속라인은 모조리 2계급 강등. 내려갈 자리가 없는 놈들은 모조리 해고다.”
“저, 신성곽 선배님. 길드원들의 퇴직금으로 나가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횡령, 사기, 배임. 털어보면 채워질 돈이 참 많을 것 같지 않나?”
괜히 소심한 반항을 시도했던 회계부장은
신성곽의 이글거리는 눈을 보고는
간부급도 대거 잘려나갈 예정이며
자신 또한 예외가 아닐 것임을 깨닫고
눈앞이 막막해졌다.
“김창식과 이명훈은 지원파견부의 팀장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그 직속라인들은 팀원으로 배속한다. 주 업무는 협회의 파견임무수행이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다리에 힘이 풀린 김창식과 이명훈이 털썩 주저앉았다.
중세시대의 영지나 봉토처럼
행정구역을 나눠가진 길드들은
각 지역의 영지나 토호나 다름없는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각성자협회 파견임무에 차출되면
권력에 걸맞은 책임을 강요당하며
협회 소속 각성자들도
인력부족이나 시간부족, 실력부족 등을 이유로
미처 진행하지 못한 임무들을 떠맡게 된다.
실력 있는 각성자들만 쏙쏙 영입하고
위험한 파견임무에 인재들을 보낼 리가 없는
길드의 만행에 단단히 이를 가는 협회는
이런 식으로 넘어온 길드의 파견각성자들을
절대로 곱게 예우하지 않았고
그 사실은 파견팀에 배속될 이들도 알고 있었다.
‘이 김창식이 좌천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아버지가 길드장인데도 좌천?’
김창식과 이명훈은
과도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실성하듯 헛웃음을 흘리거나
분한 마음에 눈물부터 흘리고 말았으니.
총회의실에 모인 임원진과 간부진들도
그들의 사내입지가 나락으로 처박혔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였다.
“파견임무에서 본사로 복귀하는 시기는 향후 진행할 협회와의 파견계약서에 명시될 기여도를 모두 채운 뒤가 될 것이다.”
죽어라 노력하면 돌아올 길 하나는 남았다.
그러나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태반은 죽어나간다는 사실이 문제였으니.
‘살아서 돌아오려거든 힘과 지혜를 모두 쥐어짜내야 할 게다.’
두 사람의 라인을 탄 부하들의 분노는 물론이요,
외부에서 만든 적들이
길드 밖으로 내쳐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을
곱게 두지도 않을 것이며
협회 또한 제 손 안에 들어온 이들이
순순히 길드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여도를 벌기 쉬운 임무를 할당할 리가 없다.
“이의 있나?”
있으면 당장 때려죽여주마.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눈에 노기를 가득 담은
신성곽의 서슬퍼런 눈초리 앞에서
감히 딴 소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지원파견부의 설립과 대규모 보직변경, 협회와의 파견계약 등등
길드 내 권력구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일련의 안건들이
임원진 및 간부진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기진맥진한 몸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걸음으로 돌아가던 임원들.
그들의 뒤로
신성곽이 나직이 말했다.
“임원진은 내 밑으로 전부 남아라.”
어린 놈들의 징벌이 끝났으니
늙은 놈들의 징벌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제 수명까지 깎아가면서
길드를 들어엎으려고 작정한 신성곽 앞에서
현역시절의 그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같은 2세대 각성자 출신인 상무들은
감히 입도 뻥끗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회의실에 남아야만 했다.
3.
무림에서도 으레 명문정파라는 것들과
갈등이 일어날 때에는
무림행에 나와 사고를 친 당사자가 아닌
문파 안에 눌러앉은 원로들을 족치거든
그 효과가 눈에 띄게 확실했다.
‘명호길드는 충분히 대가를 치르겠죠.’
신성곽 전무마저도 업보를 뿌리고 다니는
길드의 젊은 것들과 같은 족속이라면
주저 않고 그를 죽이고
더 높은 직급의 인물을 찾아갔겠지만
해응응이 보기로
신성곽은 원로의 체면을 구겨가면서까지
구정물에 손을 담글 자가 아니었다.
현역시절에 사람 꽤나 죽인 솜씨가 묻어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만들 정도의 실력자라면
핏물에 손을 담그면 담갔지
촌티 나게 구정물에 손을 담그진 않을 자이니.
제 체면을 구긴
어린 것들을 가만 두지는 않으리라 확신했다.
“언니, 경찰서에서 조사결과 나왔어요. 마력폐기물은 명호길드가 아니라 편의점 사장님이 보험사기를 노리고 벌인 짓이래요.”
그런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주아영을 찾아갔더니
범인이 명호길드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언니, 혹시 사고치고 오신 거 아니죠?”
“…….”
“언니, 왜 자꾸 시선을 피하세요?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가 눈치를 보는 것처럼
고개는 주아영을 향하면서도
눈은 옆으로 돌아가는 해응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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