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3)
〈 73화 〉 73 계획을 세웠어요
* * *
1.
한채린은 거절당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물며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쳐내는 일 따위.
더욱 익숙해질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귀엽네.”
“뭐라구요?”
“난 기 센 타입도 좋더라. 조금 똘똘한 머리도 마음에 들고.”
그래서 더 흥미를 느꼈다.
이름만 들어도 업계관계자라면 껌뻑 죽는
연예기획사 시총 3위에 달하는
로얄클럽의 창립자 겸 대표.
회사의 기둥이 되어주던 2세대 각성자들의
연이은 사건사고 및 논란에 이어
세대교체를 겪으며
현재는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로얄클럽 대표의 눈에 띌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녀의 손을 잡을 스타들이 업계 전반에 수두룩하게 널렸다.
심지어 몸매도 좋고 성격도 대단하며
재력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그녀가 관심을 보이니
주아영은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음~ 그래도 넌 부족해. 아직은 너무 약해보이거든. 못 뽑아줘서 미안한데 질투는 그만하고 이만 비켜주지 않으련?”
“누, 누가 관심 있다고 말이나 했어요? 가요, 언니. 저런 이상한 여자 말 듣지 말고.”
“괜찮겠니? 자는 척까지 하면서 붙어있고 싶은 언니한테 미움 받아도. 언니의 의사도 묻지 않고 멋대로 결정하면 미움 받을 텐데~”
잔뜩 날이 서서 한채린을 경계하는 주아영.
그녀의 하악질도 애완동물의 애교 보듯이 대하는
여유가 넘치는 대응 앞에서
주아영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해응응의 팔에 매달렸다.
“언니, 아니죠?”
해응응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스한 온기.
부드러운 촉감.
기분 좋은 향기.
자신의 팔에 매달린 주아영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지며 안정을 되찾자
해응응이 수첩을 꺼내들었다.
[조금이라면 시간은 내어드릴 수 있어요. 저희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 대답에도
한채린은 주눅 드는 일 없이
엉덩이를 겨우 감싸는 홀복 차림으로
바 테이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옆자리에 앉아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녀는
연예기획사 대표라거나 블랙카드의 소유자라는 권력과 재력을 제외하더라도
사람의 기분을 야릇하게 만드는
아찔한 매력이 있었다.
‘제 마음에 안 들어서 외면한 여자는 있어도, 한 번 마음을 주고도 놓친 여자는 없죠.’
한채린은 자신이 있었다.
어떤 각도로, 어느 정도의 거리감으로 다가가야
상대가 그녀에게 설렘을 느끼는지
본능적으로 습득하고
경험으로 더욱 연마된
그녀만의 유혹기술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어지간히 괴팍한 각성자가 아니고서야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은 어떤가요. 가슴이 설레지는 않나요?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지 않나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면
이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데.
그런 대담한 유혹 앞에서
곤란함을 느끼듯이 미간을 찌푸리던 해응응은
이내 한채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머?”
보기와 다르게 수줍음 많은 성격이다 싶었는데
의외로 적극적인 타입인가?
거침없이 들어오는 손이
역으로 한채린의 얼굴에 닿자
이 손으로 뭘 해볼 테냐며 짓궂게 얼굴을 맡기는 한채린과
울상을 지으며 더욱 세게 팔을 끌어안는 주아영.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도
흥미진진함을 감추지 못하고 지켜보는
바텐더 최주영.
세 여자의 이목을 한 몸에 사로잡은 해응응은
비스듬히 돌아간 턱을 반듯이 세우고
턱을 괸 손을 떼어 허벅지 위에 얹혀놓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의 종아리를 붙잡아
한채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게 만들고, 다리에 손을 얹게 만들고, 그런 곳까지 만지다니…. 저를 어떻게 하려는 거죠?’
꿀꺽.
종아리를 들어 꼬아놓은 다리를 풀고
반듯한 자세가 되어서
침을 삼키는 한채린을
얼마간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던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이며 찌푸렸던 미간을 폈다.
[앉을 때에는 지금의 자세를 유지하세요.]“네?”
[턱을 괴는 습관은 턱을 비대칭으로 만들고 주름이 깊게 파이게 만들어요.]할말을 잃은 그녀에게
해응응은 친절한 충고를 이어나갔다.
[다리를 꼬는 습관은 골반과 근육이 비뚤어져서 신경을 압박하고 다리와 허리에 통증을 유발하니 그러지 않는 게 좋아요.]보통 여기서 자세교정을 하냐고.
한채린은 어이가 없어 코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이 독특한 성격에 흥미를 느꼈다.
“엉뚱할 정도로 성실한 성격이라.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마음에 드네요.”
자연스럽게 다시 다리를 꼬려다가 멈칫하다가
아쉬운 얼굴로 두 다리를 얌전히 앞으로 뻗는 것으로 타협한 한채린이
한결 우호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애들이 당신 영상을 보고 추천했어요. 그룹멤버로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로요. 직접 보니 알겠네요. 애들 눈이 얼마나 좋은지.”
올빼미마냥 고개를 갸웃거린 해응응이
계속 해보라며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돌렸다.
“우리 애들 프로필이에요. 요즘 TV에도 나오는데. 본적 있나요?”
엘로지오 셰리 니나 Elogio Sherry Nina
원소계 B급 빙결 각성자
출생 2026년 3월 11일(25세)
국적 대한민국(부:스페인, 모:한국)
신체 172cm 55kg
소속 로얄클럽(3세대 각성자)
이소노 나나세 ??七(いそのななせ)
특질계 B급 벡터조작 각성자
출생 2025년 12월 5일(26세)
국적 대한민국(부:한국, 모:일본)
신체 160cm 41kg
소속 로얄클럽(3세대 각성자)
해응응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녀의 뒤에 숨어서
몰래 한채린을 노려보던 주아영은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
최근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두 사람이
전투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어엿한 차세대 스타각성자로 주목받고 있음을.
“언니, 저 사람들 음반도 내고 게이트 공략방송도 올리는 스타각성자들이에요.”
[그렇군요]“스타각성자들의 인기는 정상급 스트리머들 못지 않게 대단해요. 몇 년 만 지나면 저 두 사람도 엄청나게 유명해질 거예요.”
“예쁘게 봐줬구나? 좋은 소개 고마워~”
“흥. 딱히 그쪽 잘되라고 한 소리는 아니거든요? 언니가 궁금해 하니까 알려준 거라고요.”
[이 두 사람이 하는 일을 저보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는 건가요?]“맞아요. 니나와 나나세는 묵언검객 당신과 공통점이 있거든요. 무력이 뛰어난 혼혈미인 각성자라는 대단히 특수한 공통점 말이죠.”
이토록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할만한 후보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하물며 그 사람이 어떤 길드나 연예기획사에도
속한 적도 없고, 속하지도 않은
깨끗한 백지 상태를 일컫는
바닐라Vanilla라면
처녀를 보고 등을 내어주는 유니콘처럼
더욱 영입욕구를 자극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당신처럼 강한 각성자를 돈만으로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는 편이죠.”
한채린의 시선이 해응응의 등 뒤에 숨은 주아영에게로 향하자
그녀가 흠칫 놀라 빼액 대었다.
“뭐, 뭐요!”
“그쪽의 음침~한 동생분이 협회나 길드의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평탄한 각성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거나?”
“그런 도움 필요 없거든요!”
“본인이야 그렇더라도 언니분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는 일이죠.”
“언니, 아니죠? 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저 때문에 억지로 계약 같은 거 안 해도 괜찮아요.”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쓰리사이즈라도 알려드릴까요? 우리 그룹 애들보다도 빡세게 관리해서 자신 있는데.”
[제가 강하다는 건 어떻게 알았죠?]그녀 딴에는 제법 심각한 질문이었다.
그녀가 B급 각성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실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해응응 본인도
명호길드의 원로고수인 신성곽을 암습한
바로 어제에나 알게 된 사실이니까.
불과 하루 사이에 그 사실을
엉뚱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알고 있다는 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희 애들이 그쪽 방송을 좋아한다고.”
“?”
“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영상을 본다고 하던데요. 이번에 요괴장군을 잡았죠?”
느닷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게임방송 이야기.
섹시컨셉으로 어필했던 것도 잊었는지
잔뜩 신이 난 한채린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감각링크도 경험한 우리 애가 멍한 얼굴로 그러더라고요. 이런 전투는 게이트에서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고.”
신성곽을 암습했던 걸 들킨 게 아니라
게임 이야기였다는 말에
해응응이 긴장을 풀고 안도했다.
‘그건 그렇고 게임이라니.’
해응응은 상상해보았다.
시커먼 실루엣만 움직이는 고스트 모드를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청하는 광경을.
이쯤 되면
아무리 그녀라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게임을 무척 좋아하나보네요.’
그런 변변찮은 실루엣을 다 함께 지켜볼 정도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게임을 좋아한다고.
[팬 분에게는 고맙다고 대신 전해주세요.]“왜요? 직접 가서 전해주시면 더 좋아할 텐데. 매일 얼굴도 같이 보면 더 좋고.”
한채린이 입을 내밀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돈으로는 꼬실 수 없는 상대라 생각해서
기껏 유혹으로 정신을 흔들고
아끼는 동생의 각성자로서의 성공을 조건 삼아
계약을 체결하려던 계산이 무색하게도
해응응의 엉뚱함 앞에 유혹은 파훼되고
역으로 그녀의 정신이 흔들린데 이어
주아영의 성공도 알아서 하겠노라 자신했다.
“각성자업계가 많이 더러운 건 아실만큼 아실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정말로 제가 알아내지 못한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요?”
해응응은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주아영의 술이 깨거든
그녀에게도 일러두려던 계획이 있었다.
그녀가 각성시키고
살벌한 업계에 발을 들이게 만든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은 아이 보듯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해응응.
‘계획을 세웠어요.’
그녀는 자신의 포부를 당당하게 공개했다.
[문파를 세울 거예요.]“문파라니, 설마… 길드를 세우겠다고요?”
게이트에 들어가서 레벨을 올리는 과정을
길드와 협회가 방해한다면
그녀를 보호할 길드를 직접 만들면 된다.
실력이 부족한 점도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다.
각성자 식 레벨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아영을 성장시키면 되지 않겠는가.
해응응은 시험해볼 작정이었다.
‘탁기를 얻고 각성자가 된다면 그 반대도 가능할지도 몰라요.’
주아영이 정순한 내공을 얻으면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공을 얻는다면
다음에 가르칠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정해졌다.
[아영이에게는 제 무공을 가르치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