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5)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
〈 75화 〉 75 무림식 매운맛 무술대회
* * *
1.
묵언검객 구인모집으로부터 4주가 지났다.
“이거 뭐 사람 뽑기는 하는 거야?”
“뽑은 사람은 없는데 지원하는 사람만 느네.”
“아니 본방 밖에서도 무지성 방치플레이 실화냐고.”
묵언검객의 잔인함에
지원자들이 치를 떨던 어느 날.
[묵언검객님으로부터 전체메일이 발송되었습니다.]각성자들을 발칵 뒤집을 빅 이벤트가 등장했다.
[묵언검객배 무술대회 개최안내] [일시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0:00] [장소 (월드주소 상세보기)] [모집인원 1인] [C급 각성자 모집공고 참여인원 485인]“떴다아아아!”
“아니 십 무술대회는 또 뭐야?”
“미친. 485명이나 신청을 했어?”
“쥰내 늦을 만도 했네.”
“뭐야. 우승자 한 명만 뽑히고 나머진 탈락해?”
“상금 없는 무술대회 실화냐.”
“그냥 제비뽑기를 하지 이 악질련이 시청자들로 투기장을 여네.”
한 달을 기약도 없이 기다린 각성자들은
묵언검객의 늦은 공지에 분통을 터뜨렸지만
“응? 대회장소가 웬 월드야?”
“가상현실에서 대회하나본데?”
“아 뭐야. 난또 현실에서 현피 뜨는줄 알았네.”
“가상이면 동화율만 조정하면 괜찮겠네.”
“하긴. 묵언검객도 일단은 스트리머였지.”
“원래 게임 같은 건 안하는데. 이참에 적응도 할 겸 한 번 해볼까?”
대회장소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에
부쩍 흥미를 느끼고 참가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래도 아픈 건 똑같잖아. 사망후유증? 막 그런 것도 심하다던데.”
“야, 하기 싫음 가지 마. 혼자 가면 돼.”
“아니 꼭 싫은 건 아니고.”
“너 주말에 약속 있지 않았냐?”
“응 취소할거야.”
“언니 소개팅 간다고 하지 않았어?”
“지뢰밭인 소개팅하기랑 묵언검객 무술대회 참가하기. 닥전? 닥후?”
“그걸 말이라고 해? 무조건 닥후지. 근데 소개팅이 지뢰밭인 건 언니 얼굴도.. 어어, 그거 내려놔. 언니, 사람은 파이어볼 맞으면 죽어!”
막상 대회 날이 가까워지자 몸은 솔직했는지
대회당일 대회장에는 인파가 북적거렸다.
“저거 안동검가의 김제철 아니야?”
“삿갓에 두루마기 걸친 꼴 보니 맞네.”
“야, 야. 저기 몸매 쥑이는 여자는 누구냐?”
“미친놈. 빨리 고개 돌려. 독사눈 이소혜 몰라? 저년 어떻게 해보려다가 게이트에서 실종된 병신들이 한 트럭이야.”
“아, 창원길드 꼴통 트리오다.”
“킥킥. 쟤네는 윗선에 소문나서 이 대회 못 이기면 위에서 조인트 깐다던데?”
“그러게 이런 대회는 혼자 나와야지.”
사람이 많다보니 모인 면면들도 다양했고
개중에는 유독 주목을 받는 각성자들도 있었다.
참가번호 37번.
안동검가 김제철.
일 년 365일 한복을 입고 다니는 그는
묵언검객을 처음 보자마자 소리쳤다.
“천생연분이 여기에 있구나!”
골드디거Gold digger라 불리는
유명인의 돈만 보고 사귀려 드는 여성들은
김제철의 주변에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김제철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들의 몸매가 빈약하거나
속물적인 마음이 거슬렸기 때문이 아니다.
“저 여자에게 저고리를 입히고 싶다! 아니, 저 여자에게 입힌 저고리를 내 손으로 벗기고 싶다!!”
칙칙한 무사복조차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사극에서 갓 튀어나온 것처럼 매력적인 여자가
앞트임이 돋보이는 저고리를 입는다면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한복성애자인 김제철은 이 대회에서 우승해서
묵언검객에게 고백하겠다고 다짐했다.
“미친놈.”
그런 김제철을 썩은 눈으로 째려보는
참가번호 84번.
독사눈의 이소혜.
협회에 이름만 올린 프리랜서로
곧잘 솔로잉으로 게이트를 도는 그녀는
혼자 다니는 여자라고
엄한 짓을 하려는 각성자들을 한 트럭은 썰어본
무서운 실력의 소유자였다.
“쟤가 입은 무사복이랑 내가 입은 한복이 뭐가 다르다고 지랄이야?”
걸걸한 입과는 달리 은근히 순정파인 이소혜는
우연히 마주친 게이트에서
아녀자는 안방에서 요리나 하게 지켜줘야 한다며
그녀를 노리던 각성자들을 공격하고는
상황이 정리되자 제 갈 길을 가버린 김제철에게
홀딱 반한 처자였다.
“이게 그렇게 안 어울리나?”
개량한복의 치맛단을 들어올리고
옷 아래로 비치는 다리라인을 내려다보는 그녀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매력이 충분했지만
김제철의 한복성애 심미안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해서
제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섯 번은 까였다.
대회참가 사유는
당연히 김제철이 참가한 대회라서.
덤으로 그가 홀딱 반한 묵언검객이
얼마나 잘난 년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떨어져, 병신들아.”
“니나 가까이 오지 마.”
“개쪽팔리네 진짜. 에휴…….”
그런 이소혜조차도
간절함으로는 이 세 남자를 이길 수는 없었으니.
참가번호 92번, 93번, 94번.
창원길드 꼴통 트리오로 알려진
안창윤, 김길태, 이정이 소문의 당사자들이었다.
“시발 그러게 왜 따라서 신청하고 지랄이야.”
“니가 하는 건 뭐든 내가 더 잘해.”
“대외활동점수로 길드에서 점수 좀 따려고 했더니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후우……”
엇비슷한 시기에 길드에 들어온 세 사람은
공적으로 비교되는 일이 잦았기에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안창윤은 순수한 팬심으로 대회에 참가했지만
그 정보를 입수한 김길태가
대회에서 그를 꺾고 망신을 주려고 참가하고
동기 둘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소식에
괜히 동기들만 대외활동으로 점수를 얻고
혼자만 뒤처지는 건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에
이정도 쫓기듯이 뒤쫓아 참가했다.
“시발, 계약금 값도 못하는 놈들이 거머리처럼 따라붙기는 존나게 따라붙어요.”
문제는 이 세 사람의 최근 길드 내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일도 못하면서 셋이 사이좋게 놀러 나왔다는
좋지 않은 소문이 길드 임원진의 귀에 들리며
밖에서는 조롱당하고
안에서는 격하게 까이는
동네북처럼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덤으로 임원진은 그들의 처우를 두고
이왕 참가한 대회,
망신당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두 가지 조건을 걸고 대회참가를 허락했다.
제일 높은 성적을 기록한 한 명은
인사고과에 가산점을 받고
나머지 둘은
삼 개월 감봉에 인사고과 불이익을 받는다.
팬심 삼아 참가한 대회에서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안창윤의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였다.
“이야, 면면들 쟁쟁한 거 봐라.”
“장난 아니네. 밖에서는 우리도 상대하고 싶지 않은 애들이 간간히 있어.”
해응응의 길드에
초기구성원으로 일찌감치 낙점되고
이번 대회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우지우와 소경석 두 C급 각성자는
참가자들의 복잡한 심경을 알새도 없이
그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뿐이었으니.
[시작하세요]대회장 상석에 앉은 묵언검객이 푯말을 들자
단상 위에 올라온 주아영이
마이크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묵언검객배 무술대회에 참가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대회의 진행 겸 방송중계를 맡은 지, 진행자…….”
잠시 말을 멈추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부들부들 떨던 주아영이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결의를 품고 소리쳤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입니다!”
대회장이 대회시작도 전부터 뒤집혔다.
2.
주아영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항의했다.
“언니, 정말 닉네임을 말해야 해요?”
[무술대회는 사회자도 별호를 밝혀서 그 대회가 얼마나 무게감을 지녔는지 표명해야 해요.]“이런 부끄러운 닉네임, 무게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오랜만에 가상현실세계에 접속한 주아영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 정도로
그녀의 닉네임은 참 굉장했다.
“저 닉변할거에요. 이런 수치스러운 닉네임을 모두의 앞에서 공개할 수는 없어요!”
[실망이네요.]“어, 언니?”
대체로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고독을 곱씹는 표정을 지을뿐인
감정표현이 드문 해응응이
흔치 않게도 단단히 노기를 드러내자 주아영이 크게 당황하였다.
[이름에는 그 이름을 지었을 때의 감정과 추억이 깃들어 있어요. 그걸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하는 건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아요.]“으윽. 비겁해요. 이럴 때 그런 근사한 말을 하시다니…. 언니는 그렇게 제가 수치를 겪는 모습을 보고 싶으세요?”
[그 닉네임은 어떻게 짓게 되었죠?]주아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옛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랄 때였어요.”
정부사업으로 이루어진 고아들의 가상세계 적성검사에서 높은 동화율을 달성한 주아영.
어린 나이에 동화율 20%를 달성한 그녀에게
정부관계자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애석하게도 주아영의 동화율이 높았던 건
점핑레빗이라는 게임을 하던 때뿐이었다.
“보육원에서 키우던 토끼가 있었어요. 야밤에 토끼우리까지 내려온 몬스터한테 물어 뜯겨서 죽은 불쌍한 애였어요.”
어린 나이에 정성껏 길렀던 토끼가 죽어
슬픔에 잠겨 우울해하던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온 게임이 있었으니.
그 게임이 바로 이었다.
“남들은 망겜이니 고혈압제조기 게임이니 욕하지만 저한테는 정말 즐거운 게임이었거든요. 토순이를 다시 보고, 심지어 제가 토순이가 되어서 점프를 하고 다닐 수 있다니 좋을 수밖에요.”
그녀의 얼굴에 가득 드리웠던 수치심은
어느새 토순이를 향한 그리음을 비롯해
그 시절의 추억과 감정들을 떠올리게 했다.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주아영은 깊이 반성했다.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과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졌어요. 닉네임을 바꾸면 분명 토순이를 떠올리지 못하는 날이 찾아오겠죠.”
변해버린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는
그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아요.
주아영의 진심어린 대답에
그제야 해응응도 화난 표정을 풀고
장하다며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럼 언니 닉네임의 유래는 뭐에요?”
돌연 훅 치고 들어오는 주아영의 역습.
해응응이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묵언검객이라는 이름의 유래나
해응응이라는 이름의 유래나
그 기원은 같은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야심한 밤.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충동적으로 만든
19금 야캐의 헤으응한 이름과 묵언 컨셉에서 비롯되었다는 진실 따위.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줄 수 없다.
“아앗, 비겁해요! 저도 들려주세요, 언니만 빼는 건 비겁하잖아요!”
“…….”
“자꾸 그러시면 저도 그냥 닉네임 바꿀래요!”
토라진 그녀가 겨우 마음을 돌린 건
해응응이 무림계에서 본
가장 안타까운 이름을 지닌
안휘제일검 앙기모띠오지고지리고렛잇고 선배의 이름을 팔아
세상에는 이런 안타까운 이름을 짓고도
멀쩡하게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실화기반 이야기를 들려준 뒤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