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7)
〈 77화 〉 77 무지성 매운맛 무술대회
* * *
1.
대회장을 이루는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평탄하게 다져진 모래판과 사각으로 두른 연석.
야간시합에 대비한 횃대와 횃불들.
바깥으로 사면에 겹겹이 세워진 관중석 4000석.
진행자가 올라선 단상과 심사위원들의 상석.
이중 어디에도
선수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었다.
경기장의 맵이 바뀌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회장 맵 설정이 점핑레빗 ‘고산의 전설’로 변경되었습니다.] [살아남은 모든 선수들이 대회장 외곽으로 강제이동 됩니다.]쿠구구구구
모래판을 뚫고 수직으로 솟구치는 지형지물.
자욱한 흙먼지가 각성자들을 덮쳤다.
“켁켁”
“콜록콜록”
흙먼지를 막고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거나
기침을 하며 허우적거리던 각성자들이
잦아드는 소란에 하나 둘 정신을 차리더니
대격변이 일어난 맵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배경으로만 보이던 구름이
산의 중턱에 걸쳐서 그 꼭대기를 가릴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수직으로 솟아오른 대회장.
“시발 저게 몇 미터야”
저걸 오르느니 그냥 우리끼리 싸우는 게 낫겠네.
같은 생각을 하며 서로를 노려보던 각성자들은
발치에서 울리는 진동에 기겁했다.
“뭐야. 다들 갑자기 어디가?”
“저 새끼 점핑레빗 모르나보다.”
“불쌍한 녀석.”
다른 선수들의 비웃음을 받자
괜히 욱해버린 각성자가 삿대질을 했다.
“내려와, 이 개새끼들아! 정면에서 붙으면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어딜..”
욕설을 내뱉던 각성자의 시선이 발밑을 향했다.
땅이 쩍 갈라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저 밑에서부터 솟구치더니
대회장 전체를 집어삼키는 커다란 입이
10m 높이의 필드 1칸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멸망의 괴물 어스 웜Earth warm] [대적불가] [일정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무작위 칸수의 지면을 집어삼킨다.]점핑레빗의 비인간적인 난이도.
그 악마적인 난이도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멸망의 괴물이 등장했다.
엥? 심사위원석 어디감?
몰?루
아ㅋㅋㅋ 난 알았다
뭔데
딱 보니 진행자가 설정을 잘못함
아
대박ㅋㅋㅋ
방송사고 났죠?
대회 대참사 떴죠?
심사위원석 비파괴 설정 안 걸었죠?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대회참가자들과 같이 맵을 뛰는 심사위원들이 있다?
그리고 그 괴물을 피해 뛰어야 하는 건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2.
소경석은 계단을 뛰어오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사위원이 선수들이랑 같이 경기장을 등반하는 미친 무술대회가 세상에 어디 있어?”
“큭큭. 여기 있잖아.”
“야, 웃지만 말고 나도 태워줘! 너 거미줄도 튼튼하잖아!”
“어 무거워. 절대 안 태워.”
거미인간인 우지우는 거미줄을 사출하며
절벽에 자라난 나뭇가지 사이를 한 번에 올랐다.
1, 20m를 훌쩍 오르는 그 모습에
두 발로 직접 뛰어서 계단을 오르는 소경석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명색이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그가
선수들보다 먼저 탈락할 수도 없었기에
이 악물고 필사적으로 달렸다.
[아~ 여기서 필드대격변에 휩쓸린 심사위원 두 명이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요. 깎아지르는 지형에 빠르게 지쳐가는 소경석 심사위원의 표정이 정말 안 좋습니다!]“…아영씨. 끝나고 저 좀 따로 보죠.”
[뭐라구요? 잘 안들리는데요. 아아, 통신상황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다른 선수들을 보러 가시죠.]이 와중에 점핑레빗 고인물 아니랄까봐
그냥 오르기만 해도 힘든 맵을
위아래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진행자의 본분을 이어나가는 주아영.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그 발칙한 꼬라지에
소경석이 다시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
“쟨 왜 저렇게 빨라? 저런 능력은 없었잖아.”
“필드효과야.”
“필드효과?”
“점핑레빗 맵을 원래는 어떻게 공략하겠어?”
“점프? 그건 지금도 하고 있잖아.”
“니가 하는 건 달리기고. 점핑레빗 식으로 생각해봐.”
“…설마 토끼뜀?”
우지우의 말을 듣고 보니
저 멀리 듬성듬성 놓인 오브젝트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서 도약하는 주아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쪼그려 앉고 뛰는 높이가 어지간한 각성능력 이상으로 비현실적인 도약과 체공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경석이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저거 나도 되냐?”
“안될 거 뭐 있어?”
“넌 왜 안 하는데.”
우지우가 손끝으로 거미줄을 만들었다.
잔뜩 약이 오른 소경석이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엉거주춤하게 쪼그려 앉아서는
우지우가 매달린 나뭇가지를 향해 폴짝 뛰었다.
“어?”
다리에 힘을 주며 차징한 시간에 따라
엄청난 높이를 뛰어오른 소경석.
“어어어?”
그러나 너무 많이 힘을 주었던 그는
목표로 했던 나뭇가지를 훌쩍 뛰어넘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저 밑에서 입을 벌린 어스 웜에게 추락했다.
【킬 로그】
[심사위원 소경석이 어스 웜에 잡아먹혀 사망했습니다.] [어스 웜 8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사위원 탈락ㅋㅋㅋㅋㅋㅋ
아ㅋㅋ 점핑레빗 맵에서 점프는 못 참지
“저 븅…”
소경석이 떨어진 자리를 어이없어하며 내려다보던 우지우.
그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다시금 등반을 이어나갔다.
나는 저렇게 수치스럽게 죽지는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3.
독사눈의 이소혜.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걸 내가 왜 다 올라야해?”
4명만 남으면 예선 끝나잖아.
“죽어어어어!!”
“으아아아악!”
급박한 상황에 휘말려 재난영화의 피난민들 마냥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고
깎아 지르는 벼랑길을 등반하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밑에서 쫓아오던 각성자를 공격했다.
“야 이 악마같은 년아! 니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재난상황에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
“뭘 돕고 살아 미친놈들아 이거 무술대회야.”
“이딴 무술대회가 세상에 어딨어!”
“어떻게 무술대회장이 점핑레빗 맵이냐고!”
이런 건 무술대회도 아니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선수들.
이소혜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내가 유리하니까 무술대회 맞아. 아무튼 무술대회야.”
“저런 개씹,”
욕설을 내뱉으며 그녀를 욕하려던 각성자가
안면에 채찍을 맞고 추락했다.
[각성능력 귀신들린채찍Haunted whip]“악, 악! 거기는 안돼, 앗, 으흑!”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빨리 떨어져!”
맵을 오르려면 필연적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절벽지대의 중간단층.
이소혜를 뒤따라 오르던 각성자들은
얼굴과 손등을 마구 후려치는 채찍질 앞에
비명을 지르며 하나 둘 떨어졌다.
“허억!”
바로 옆을 스치며 추락하는 각성자의 모습에
참가번호 37번의
안동검가의 한복컨셉충 김제철이
대경실색하며 이소혜를 올려다보았다.
“아, 쫄지 말아요! 여기까지 서로 도우면서 왔는데 배신하겠어?”
방금 6명 배신한 여자가 할 소리냐고 ㅋㅋ
진짜 개무섭다ㄷㄷㄷ
외나무다리에서 연쇄살인마를 만난 기분
개인방송을 킨 각성자를 구경하러 온 시청자들이
이소혜의 외모에 홀려 남았다가
그녀의 충격적인 배신에 호달달 떠는 것처럼
김제철도 극도의 불안을 보였지만
어차피 오를 길은 하나뿐이기에
이 악물고 절벽을 올랐다.
‘속상하네 진짜.’
좋아하는 남자한테 다섯 번을 까인 것도 모자라
연쇄살인마 취급까지 당하며 두려움을 사다니.
각성자 여럿을 연속으로 죽인 건 사실이지만
아무튼 그녀는 속상했다.
“무서워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애쓰기는. 그렇게 우승이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
“왜요?”
대회의 남은 인원도 어느덧 한 자릿수.
처음부터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김제철을 따라 대회에 참가했던 그녀는
만일 김제철이 원한다면
그를 위해 우승을 양보할 생각도 있었다.
“봄이 되면 묵언검객에게 물겹저고리를 입히고 싶어. 여름이 되면 깨끼저고리를 입히고 싶고. 가을이면 박이겹저고리를, 겨울에는 솜저고리를 입힐 거야.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반드시 사시사철 매번 다른 한복을 묵언검객에게 입힐 거라고!!”
이소혜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솟았다.
“우승한다고 그런 짓을 하게 해줄 것 같아? 묵언검객은 모집공고를 냈을 뿐이라고.”
“닥쳐! 네가 묵언검객의 뭘 알아. 두루마기나 입는 촌스러운 놈이라고 비웃음이나 당해왔던 날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가 겨우 나타났다고!”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된 외침에
산악필드 전체에 메아리가 쳤다.
아니 십ㅋㅋㅋㅋ
누구보다도 저고리에 진심인 각성자ㄷㄷ
한복커플룩은 못 참지
근데 이소혜도 한복 입고 있지 않음?
웃는 얼굴로 채찍질 하면서 방금 전까지 같이 다니던 각성자 대여섯 명을 탈락시킨 도S성향의 연쇄살인마를 어떻게 좋아하냐고ㅋㅋㅋ
시청자들의 댓글보다도 김제철의 외침에 더 큰 상처를 받은 이소혜.
진심으로 빡친 그녀가 대회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소리쳤다.
“나도 한복 입었잖아! 색동저고리부터 시작해서 소례복도 사고 혼례복에 기제사복, 황궁 대례복에 퓨전한복까지 샀는데 왜 난 안 되냐고!”
생긴 것만 보면 미남미녀가 따로 없는
두 각성자의 치정싸움!
그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1300명의 시청자들의 시야 한 구석으로
슈슉 소리와 함께 거미줄을 뻗어
근처 암벽에 막 착지한 우지우가 나타났다.
“아, 공격하지 마세요. 저 심사위원입니다. 조금만 쉬다 갈 테니까 전 신경 쓰지 말고 마저 하세요.”
거미줄을 너무 많이 펼쳐서 지친 우지우가
숨을 헐떡이며 잠시 앉아서 쉬는 사이
이소혜가 김제철한테 소리쳤다.
“데이트라도 한 번 해. 아니면 여기서 널 탈락 시키겠어!”
보는 사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달콤살벌한 데이트 고백.
가슴이 간질거리는데 정상인가요?
간질발작입니다. 비정상이니 당장 병원을 찾아가주세요
아니 저딴 한복충도 좋다는 여자가 있네
쟨 잘생겼고 넌 못생겼잖아
아니 씹 노빠꾸로 팩트박네
괜찮아 돈 많이 벌면 결혼은 할 수 있어
씨발 하지마
??
하지말라고 씨발
아니 갑자기 왜 저럼 ㅋㅋ
하지마 결혼?
씨발
ㅋㅋㅋㅋㅋㅋ
이젠 그냥 욕만 하네
커플만 보면 죽창부터 드는 시청자들마저도
이 정도면 정성을 봐서라도
데이트 한 번은 해줘야 하지 않냐는 채팅이 올라올 무렵.
“국화야 너는 어찌 삼월동풍 다지내고
낙엽지는 차가운날 너만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높은절개는 너뿐인가 하노라!”
비장한 표정으로 시를 한 수 읊은 김제철이
제 손으로 절벽에서 손을 떼어 추락했다.
[37번 선수 김제철이 어스 웜에 잡아먹혀 사망했습니다.] [어스 웜 9킬] [남은 참가자 7명]충격적인 전개에 넋을 잃은 이소혜가
멍한 얼굴로 절벽 아래만 내려다보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채팅창만 잔뜩 신이 났다.
이것이 선비의 지조?
시 읊기 ㅅㅂ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씹선비도 이런 선비면 ㅇㅈ이지
진짜 여자를 돌보듯 하네ㅋㅋㅋ
무7놈
와 이건 진짜 충격 씨게 오겠다
그냥 차인 것도 아니고 싫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네ㄷㄷ
저 정도 지조면 묵언검객도 감동받을 듯
감동은 개뿔 묵언검객도 기겁하고 도망치지
ㄹㅇㅋㅋ
“저기…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끅. 흐끅……”
“어엇, 울지 마세요. 이러시면 곤란해요.”
“아저씨…. 히끅. 내가 그렇게 별로야…?”
“누가 봐도 저놈이 미친놈이지. 울지 말아요. 세상에 원래 미친놈들이 좀 많아.”
상심한 참가자를 달래는 우지우와
달래주는 그 때문에 괜히 감정이 복받쳐서
한층 더 서럽게 펑펑 우는 이소혜.
아니 잠깐 저 심사위원 수컷인면지주잖아
거미쉑 NTR하려고 각재고 있네ㅅㅂ
혐면지주 죽어!
빗발치는 시청자들의 야유와
혼자만 예쁜 여자를 달래주느라 조금 기분이 좋아진 우지우.
마냥 서러운 이소혜.
그들의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
“흐어엉…?”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들.
저 위에서 쩍 벌어진 입.
두 사람이 상황을 깨닫기도 전에
쾅 소리와 함께 입이 닫혔다.
[폭주!] [어스 웜이 10칸(100m) 위로 전진합니다.] [심사위원 우지우가 어스 웜에 잡아먹혀 사망했습니다.] [참가번호 84번 이소혜가 어스 웜에 잡아먹혀 사망했습니다.] [어스 웜 11킬] [남은 참가자 6명]흥미진진한 구경거리에 한눈이 팔린 우지우는
소경석처럼 추하게 죽지는 않겠다던
수분 전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향후 인터넷에서 3년은 밈이 될
심사위원 돌연사 짤로 박제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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