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9)
〈 79화 〉 79 무지성 매운맛 무술대회
* * *
5.
자신은 헤으응이라는 닉네임을 실명으로까지 쓰고 있건만.
고작해야 게임 닉네임에 불과한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이 부끄러워서 바꾸겠다니.
[이름에는 그 이름을 지었을 때의 감정과 추억이 깃들어 있어요.]처음에는 그저 심술을 부렸을 뿐이었다.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말했지만.
본심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런 말에.
주아영은 진지하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부끄럽네요.’
이름의 유래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강호동도들은 이름을 바꿀 자유도 없었다는.
유치한 질투에서 비롯된,
작고 하찮은 감정에 진지하게 대해주었던.
주아영의 성실함의 앞에 서기가 부끄러웠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대회가 시작되고 각성자들이 서로 싸우며
다양한 능력들이 눈을 현혹했지만
정작 해응응의 시선은 주아영을 따라다닌 건.
‘점핑레빗의 무엇이 그리도 좋았던 걸까요.’
오랜 세월을 보낸 게임을 좋아할 수 있다니.
해응응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녀가 겪은 무림비망록은 그만큼 가혹했으니까.
[몇 시간을 했냐고요? 한 600시간은 했던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선 더 하고 싶었지만 도중에 정부에서 캡슐을 회수해갔거든요.]어떤 게임일까.
이토록 성실한 아이가 1년은 빠져 지냈다던.
점핑레빗이라는 게임은.
[점핑레빗 맵이 궁금해요]궁금해졌다.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6.
모집공고도 무술대회.
이는 모두 길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길드를 만드는 이유.
이는 모두 아영이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다.
그렇다.
결국 이 대회는 아영이를 위해 시작한 것.
그렇다면 아영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점핑레빗 맵을 체험하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영이도 저토록 기뻐하고 있고 말이죠.’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쪼그려 앉아 펄쩍펄쩍 뛰며 날아다니는 아영이.
그 해맑은 모습에 가슴이 근질거렸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갈망.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거나
누군가보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검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손에서 검을 놓지 않았던 시절.
‘그때의 기분이 다시 느껴지네요.’
해응응은 오래간만에 순수한 재미를 느꼈다.
발치에 밟히는 자갈들의 느낌.
흙먼지가 섞인 바위산의 냄새.
탁 트인 시야와 하늘 저 높이 솟구친 고산.
어린 나이의 아영이가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반복하며 도전했을 그녀만의 세계.
‘아영이가 좋아하던 세계란 이런 세계였군요.’
기다란 장계단을 성큼성큼 오르고
가파른 벼랑길을 사뿐히 넘어서며
깎아 지르는 절벽을 우러러보고 있자니.
“겨우 따라잡았군, 묵언검객.”
벼랑길의 끝에 올라선 도복차림의 남자가 당차게 도전을 신청했다.
“반요곡의 대수림에서부터 눈여겨봤었지. 당신의 신법… 보통 스킬이 아니던데. 게이트에서도 극히 희귀한 확률로 나온다는 신법을 익혔지?”
“?”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나 역시 신법스킬을 익혔으니까. 최속의 스피드마스터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신술로는 나름 자신이 있지.”
그가 등을 돌리며 자신의 참가번호와 이름을 보여주었다.
“참가번호 222번. 범호 양귀호. 이번 대결에서는 호목신공을 사용하겠다. 이 도전, 받아주겠나?”
설마 신법대결을 신청하는 상대가 나타나다니.
묵언검객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회 중에 선수랑 신법대결을 하는 주최자가 말이 되냐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어차피 상금도 없는 대회에 이벤트성 매치.
그녀에게 선택받으려고 모여든 사람들이 아닌가.
이런 도전은 오히려 영리하다고 평가할 일이다.
[주최자 묵언검객. 벽호공을 사용할게요.]“벽호공? 무슨 경신법인지는 몰라도 좋은 신법이 틀림없군. 이름에 호가 들어가니까.”
“…….”
“그럼 이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면 출발하자고.”
양귀호가 던진 돌멩이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태양이 떠오른 자리로 향했다.
‘비겁하다고 욕하지 마라. 이 또한 냉정한 승부의 세계. 부주의한 쪽이 잘못한 거니까.’
태양광을 이용해 눈을 아프게 만들고 그 틈에 초반 거리를 벌리겠다는 작전.
양귀호는 돌멩이를 올려다보는 대신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출발했다.
호랑이가 나무를 타듯이 뛰어오르는 양귀호.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시작부터 5m를 도약하여 기세를 놓치지 않고 절벽을 오르기 시작하니.
앞발과 뒷다리의 힘으로 나무를 타듯이
두 손 두 발로 힘의 분배를 절묘하게 이용해서
나무를 오르는 그의 모습에
묵언검객은 밑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본 각성자들의 능력 중에는 제일 낫네요.’
틀에 박힌 모양대로 찍혀 나오는 공산품처럼
천편일륜적인 각성능력들과 달리.
양귀호는 호목신공의 요체를 스스로 궁리하고
변주를 주며
신법을 자신의 의지로 구사하고 있었다.
‘발칙한 잔재주를 부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무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죠.’
매를 기르고 다닌다 하여
창응공???이라는 별호를 지녔던
황실의 무술을 익힌 황제의 먼 친척이 있었다.
해응응이 이름에 매 응(?)자를 지녔다는 이유로
그는 호기심을 품고 찾아와 그녀에게 내기를 걸었다.
이 창응공과의 비무에서 이기면 내 황제의 품에서 벗어날 수를 내어주마. 지더라도 네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마. 비무를 받아주겠느냐?
허허. 손해보지 않을 비무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짱 하나는 좋구나.
내 그 용기를 높이 사서 배려를 해주마. 이 비무에는 장외가 없고, 시간제한도 없다. 원없이 자유롭게 싸우는 게다.
배려를 받아들이겠다고? 좋다. 그럼 이 돌이 땅에 떨어지거든 비무를 시작하자꾸나.
창응공이 하늘 높이 던진 돌멩이가 언제 떨어지나 목이 떨어져라 올려다보던 해응응.
창응공이 비무를 걸면 결코 받아서는 안 된다는
묘한 소리를 하던 전속궁녀의 조언에도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지만
어째서 궁녀가 그런 조언을 했는지는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탁!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돌멩이를 부리로 물고는
하늘을 훨훨 날기 시작한 것이다.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돌이
납치를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해응응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사기라니? 자네도 합의하지 않았나. 저 돌이 땅에 떨어질 때 승부를 보자고. 그 돌이 언제 떨어질지를 정한 적은 없지 않았는가.
시간제한? 장외? 이런, 이립도 안 된 나이에 건망증이라니. 쯧쯧. 벌써 잊었나? 장외도 시간제한도 없는 비무에 동의한 건 자네가 아닌가.
인연이 닿아 만난 후학에게
무림의 매운 맛을 미리 겪게 해주겠다며
황당한 비무를 시작한 창응공.
10시간 내내 매에게 돌을 물리고는
경계를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려 할 때마다
돌을 내려놓는 척 긴장하게 만드니.
비무가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대로 지쳐 기진맥진해진 해응응.
그녀가 매를 경계하기를 완전히 포기한 뒤에야
돌이 바닥에 닿았다.
뒤늦게 비틀거리며 검을 들었지만
만전의 준비를 갖춘 창응공은
지칠 대로 지친 해응응을 가뿐히 제압했다.
오늘의 일을 잊지 말거라. 아무리 대단한 칼을 지녔다 한들, 그 검을 휘두를 시기를 정하는 것이 바로 칼자루를 쥔 권력이라는 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권력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며, 네가 적으로 삼으려는 황제는 천하라는 검을 쥔 권력자이니라.
황제의 무서움을 비무 하나로 전해준 창응공.
그날 전수받은 깨달음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오늘날의 해응응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칼자루를 휘두르는 권력을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권력을 꺾는 법은 깨우친 해응응.
무림에서 얻은 깨달음을 펼칠 시간이 도래했다.
7.
절벽의 사분의 일 가량을 오른 양귀호.
후들거리는 팔을 멈추고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그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에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무공인가? 천하의 묵언검객도 만능은 아니라니, 이기기는 해도 뭔가 실망스럽군.’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진 묵언검객.
이미 시합에서 이기는 건 기정사실이다.
승자의 고독함을 곱씹으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체력안배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양귀호.
파바바바박
마치 팔이 여러 개 달린 거미가
전력으로 절벽을 질주하는 것처럼
저 아래에서부터 점차 가까워지는 소리.
귀에 거슬리는 그 묘한 소리에
왠지 모르게 초조해진 그는
휴식도 멈추고 호목신공을 다시 펼쳤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가 아무리 절벽을 열심히 올라도
소리는 멀어지지 않고 점점 가까워졌다.
‘설마 묵언검객이?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정말로 다리가 여덟 개 달린 거미나 인면지주가 아니고서야 절벽에서 그런 주행이 가능할 리가.’
묵언검객의 명성에 짓눌려 불안함을 느낀 걸지도 모른다.
단순히 기분 탓이거나 착각일수도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게 정말로 뒤쫓아 오는 소리라면.
그 신법은
그 스킬은
그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길 수 없는
절세신공이라는 말이 되지 않는가.
또르륵
이마와 등 뒤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에
온 몸이 축축해질 정도로 가삐 손을 놀렸지만
더는 현실부정을 할 수도 없을 만치
지척에 달한 소리가
발치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그의 옆에서 나타났다.
‘빠르다.’
힘으로 매달려 손발을 누비는 호목신공과 달리
손발에 흡력?力을 발생시켜 이동하는 벽호공.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비인간적인 속도로 절벽을 오르는 모습에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소복만 입으면 영락없는 귀신 꼴이나 다름없는
그 섬뜩한 몰골과 등반자세란 어찌나 섬뜩한가.
‘엄마야 시발 저게 뭐야!!’
너무 놀란 나머지 신법의 집중마저 풀린 양귀호.
뒤늦게 아차하며 허우적거렸지만
절벽에서 멀어진 몸을 바로잡기엔 늦었다.
[222번 선수 양귀호가 어스 웜에게 잡아먹혀 사망했습니다.]무림에서 터득한 권력을 상대할 깨달음이란
칼자루를 휘두를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후학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건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이었군요.’
가만히만 있으면
무술대회 1등이 될 수도 있었을 유력우승후보를
등반시합에서 겁을 주어 탈락시킨 해응응.
그녀에게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진지하게 칼부림이나 하며 벌이는 비무 따위, 고만고만한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 아닌가.
비무는 모름지기 하수를 놀리는 게 제 맛이었다.
‘그럼 슬슬 속도를 내어서 올라가볼까요?’
후학에게 가르침을 선사한 그녀의 시선이
저 멀리 산 중턱에 걸친 구름지대와 그 너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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