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81)
〈 81화 〉 81 귀환자와 우승자
* * *
3.
고산 맵의 상층부.
지표의 복사열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구름보다 위에 존재하는 구간.
눈 덮인 설원지대는
새하얀 눈에 뒤덮여 땅이 보이지도 않았다.
걸음 한 번 잘못 내딛으면
푹 꺼지는 눈과 함께 추락하거나
절벽 끝까지 미끄러져 추락하기 십상인
자연의 무한한 악의로 점철된 하얀지옥을
해응응은 거침없이 주파하고 있었다.
‘내공이 적어서 아직은 족적이 남네요.’
그런 설원지대 한복판을
거침없이 달리더라도
눈밭에 발자국이 남지 않는
답설무흔?雪無?이라 불리는 경지.
방대한 중원무림에서도 경공술의 고수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답설무흔은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업적이었다.
‘내공의 양보다는 요령이 더 중요한 경지니까요. 조만간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네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발 위에 설피라 불리는 덧신을 신고 다니듯이
내공을 이용해 신발 밑으로
무게를 크게 분산해 흐트러뜨린다 하여
분? 나누어 쪼개고
박? 엷고 낮게 펼치며
항? 물처럼 넓게 흐르도록 하여
산? 흩뜨려 퍼뜨리는 묘리를 담아내니.
접촉면을 따라 무게를 넓게 쪼개어 흘리는
분박항산의 상승연계묘리는
답설무흔의 상승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해남파 경공술의 이치를 깨닫고 있음을
직접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검술도 경공술도 모두 비슷한 선에서 경지상승에 정체기가 찾아왔네요.’
반요곡의 요괴장군 빅트로를 상대로 펼쳤던
탄? 탄알처럼 쏘아지고
합? 힘을 일점에 집중시켜
만? 파도처럼 굽어 치고
곡曲 휘어짐의 묘리를 담아내는.
초속의 일격을 멈춤 없이 거듭 휘어 치는
탄합만곡의 상승연계묘리.
파? 깨트리고
해? 흐트러뜨리는
파해식과 산공독의 근본과 정수를 구현해낸
사천당가의 파문고수 당화련의 비전기술인
파해의 공능.
‘이미 지나간 길이기에 다루는 방법과 그 이치는 이해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완벽하게 펼쳐낼 힘이 부족해요.’
신체의 근력으로도.
내공의 공력으로도.
물론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근력과 공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잔여포인트라는 희대의 치트키를 지니고 있다.
‘아직은 아니에요.’
잔여포인트를 사용하면
당장은 빠르게 능력치를 올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잔여포인트가 모두 떨어지고
다시금 정체기가 찾아오면
전보다 더욱 고된 노력과 수련만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미래가 기다린다.
그러니 차라리 능력치가 1이라도 더 낮을 때 노력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야 한다.
‘애초에 구음절맥에서 벗어나려면 3갑자의 내공을 모아야하니, 단 하나의 자유포인트도 허투루 분배할 수 없고요.’
무공수련을 해서 무공경지가 오르면
그 경지만큼 주어지는 자유포인트는
언뜻 보기엔 세상 모든 무공을 수련하면
무한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싶지만
경지레벨이라는 상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삼류의 경지에서 삼류무공으로만 올릴 수 있는
100레벨의 제한.
이류의 경지에서 이류무공으로만 올릴 수 있는
200레벨의 제한.(누적 300레벨)
일류의 경지에서 일류무공으로만 올릴 수 있는
300레벨의 제한.(누적 600레벨)
오르기는 어렵지만
갈수록 폭넓은 경험을 요구하는 상승경지.
그 벽 앞에서
마냥 많이 익힌 삼류무공들은
어느 것 하나 도움이 안 되며
아까운 시간만 축내는 꼴이다.
‘그래도 모든 깨달음을 이미 지니고 있는 건 강력한 무기에요.’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은 모순을 지니고 있다.
낮은 경지의 무공은 많지만
높은 경지의 무공은 찾기 힘든
무림의 당연한 상식을 생각해보면
경지가 높을수록
상승무공을 더 많이 익혀야하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깨달음 없이 하나의 이류무공, 하나의 일류무공만을 익힌 자들이 깨달음을 얻은 고수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깨달음을 얻은 고수는
자신이 익힌 상승무공의 요체를
하위무공에도 자연스럽게 접목시킬 수 있다.
하찮은 삼류무공조차도
깨달음을 더해 무공의 격을 끌어올리면
이류무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죠.’
확산된 힘을 넓게 퍼뜨리며
땅이 흔들린 영향인지
흙과 암석을 동반한 대량의 눈이 쏟아지는
눈사태가 벌어지는 재난현장.
[삼재보에 깨달음을 접목하여 무공의 격이 상승합니다.(삼류 → 이류)] [보법] [삼재보](1성)(이류)경신술의 깨달음을 보법에 접목하며
세 번의 도약으로 눈사태를 피한 해응응.
[삼재보의 경지가 3성이 되었습니다.] [자유포인트가 3P 상승합니다.]같은 무공도 전혀 다른 무공으로 탈피시키는
전가의 보도, 깨달음.
그 가치는 이처럼 대단했다.
‘물론 깨달음을 얻었다고 아무 무공이나 무조건 승격시킬 수 있는 건 아니죠.’
하나의 깨달음에도
상성이 맞는 무공과 상성이 맞지 않는 무공은
엄연히 나뉘어져 있으니.
깨달음과 무공을 제대로 아우르면
승격이 성공하고
이를 접목시키는데 실패하면
무공이 마구잡이로 혼재되며
기존에 익힌 무공마저 흔들리는
일시적인 레벨하락 디버프는 기본이요,
심하면 경지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지하락 디버프가 발생한다.
잘못된 융화시도를 내공의 힘으로 억지로 끼워맞추려 들거나 경지하락을 내공으로 강제로 무마하려 든다면?
그때는 주화입마도 각오해야 한다.
오성이 낮은 자들이 쉽게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깨달음을 얻어도 아무나 무공을 창시하지 못하며
스승의 올바른 가르침이 중요한 이유였다.
‘물론 저야 매력 다음으로 높은 능력치가 오성이었지만요.’
오성에 능력치를 투자한 건
다시 생각해봐도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너머로 나아가려면 삼재보의 승격 따위로는 어림도 없나보네요.’
10m를 1층으로 계산하는 점핑레빗 판정을 따라
1000m인 100층마다 바뀌는 테마.
800층대의 설산지대와
900층대의 혹한지대 너머.
해발 10000m 이상부터 시작되는
제트기류가 몰아치는 1000층대의 바람지대.
‘이쯤 되면 정말로 자연과의 싸움이네요.’
계절과 지역에 따라
시속 65km부터 시속 130km를 넘나드는
제트기류의 위력은
초속으로 환산하면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바람을 향해 걸을 수 없는
18m의 큰바람부터
육지에서 관측된 적도 없는
보퍼트 풍력계급표 최고등급에 달하는
36m의 싹슬바람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강도의 퐁속을 자랑한다.
‘바람을 거스르며 나아가는 건 불가능해요.’
해응응은 나부끼는 소매를 따라
바람의 방향을 읽고
가볍게 던진 모래알갱이의 비행궤적으로
바람의 궤적을 읽으며
바람을 타야 하는 길과
바람을 거슬러 뚫어야 하는 길을 구분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처음 하는 도전도 아니었다.
‘무림의 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진법에 능통했죠.’
무림의 수많은 대전을 겪으며
제갈세가의 술사들의 도움을 받거나
그들을 적으로 마주치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내공을 사람이나 무기가 아닌
진법과 자연에 다루는 방식을 전문적으로 파고든
제갈세가의 진법에서 벗어나려면
바람을 타고 돌파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가증스러운 부채 한 자루로 전장을 쥐락펴락하던 책사가 없다면,’
이 정도는 쯤이야
이류경지로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1100층에 도달했습니다.] [층의 테마가 설풍지대로 변경됩니다.] [고산의 시련이 나타납니다.] [눈바람의 세기가 급격히 증가합니다.]현재 위치 11000m.
정상인 11111m까지는 불과 111m를 앞둔 지금.
해응응은 이 마지막 고비를 넘는 것이
지금까지 오른 11000m어치의 고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어려울 것임을 직감했다.
휙
바람의 세기를 읽고자 던진 모래.
그 알갱이가 엄청난 속도로 수직으로 하강하며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바람의 방향이 밑으로 향하고 있어요.’
그것도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손가락에 내공을 실어
작정하고 날린 모래알갱이마저도
두터운 제트기류를 뚫지 못하고 추락했다.
‘적어도 난기류는 아니에요.’
바람의 방향이 제멋대로 바뀌며
매 순간 변화하는 바람 속에서 길을 찾는
극한의 시련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저 두터운 바람을 뚫고 지나칠 수 없다.
바람을 탈 수도 없고
돌파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자유포인트를 투자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니.
‘여기까지인 걸까요?’
포기.
만족.
그런 생각이 머리에 스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이건 점핑레빗 등반대회도 아니고
무조건 돌파해야 할 이유도 없다.
알고는 있는데.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궁금한걸요.’
구름을 뚫고 올라와
발을 디딘 땅과 하늘의 경계조차 구분되지 않는
방향과 거리조차 가늠할 수 없는
화이트아웃Whiteout 현상의 한복판에서.
내공을 실은 모래알갱이의 유동을 기로 느끼고
바람의 세기를 간접적으로 유추하며
돌파에 필요한 힘을 재는
자연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무림인의 완고한 정신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아무리 강대한 자연이 적일지라도.
그에 맞서 자신의 무공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오래도록 자유 없는 삶을 살아왔죠.’
황궁에 갇히고.
무림공적이 되며.
세외무림을 떠돌고.
혈교의 각인에 당하며.
잃어버린 사문의 복수와
은원의 굴레에 구속된 나날.
더는 그대의 앞길을 막는 자가 없거늘, 어찌 천하제일이라는 헛된 명성에 취해 죽음을 자처하려 드는가.
돌아가라, 신검일후여. 천하제일인이 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대는 천하제일인의 인정을 받은 무림인이다.
속세의 은원을 떠나 그대의 삶을 살아라. 본좌가 베푸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비다.
천하제일인의 인정을 받고 나서야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녀는
비로소 자유인이 된 그녀.
그녀를 지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던
한 남자의 검을 떠올리며
해응응은 속으로 물었다.
‘그 남자라면 할 수 있을까요?’
세상만물을 내리 꽂을 기세로 몰아치는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시련처럼
굳게 닫힌 마지막 관문.
아무리 애써도
그녀는 떠올릴 수 없었다.
지구로 돌아가지도 못할 쉬움 난이도 도전자 주제에 이렇게까지 강해질 이유가 있냐고?
시시한 질문을 하는군. 천하제일이란 결국 천상계에 미치지 못한 인간들의 경지. 내 목표는 그 너머에 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투신조차 능가하는 진정한 최강. 그것이 내가 걷는 길이다.
투신 여동빈과의 끝나지 않는 사투에
극한난이도의 최고참 빙의자 어르신이
어떤 시련을 겪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천하를 평정하고
제 손으로 천상의 문을 열어
투신을 꺾고자 등선했던 그 남자가
고작 이 정도 시련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그녀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군요. 전 아직 그 남자가 보여주었던 길을 잊지 못했어요.’
세뇌와 각인.
모든 은원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더라도
그녀는 자유인이 아니었다.
점핑레빗의 정상으로 향하는 시련.
그 광활한 대자연을 앞에 두고 나서야
천계로 향하는 등선의 문을 한 자루 검으로 베어
스스로 문을 열고 올라선
신화의 서막을 목격한 그 날의 기억이 있는 한
그녀는 무?라는 새로운 굴레를
스스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때는 그저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많은 일을 겪었고.
피폐해진 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아픔이 어느 정도 가신 지금은.
가슴 속 깊이 새겨졌던
무를 향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천상천하를 아우르는 힘은 바라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가 없는 지구에서라면.
아니, 지구조차도 아닌 이 작은 세계 속에서라면.
세계의 정상에 홀로 우뚝 서는 것쯤은.
‘저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손에 쥔 검이 호응하듯
맹렬히 뿜어내는 검음에 미소 지으며
공략아이템이 없이는
절대로 넘을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고산의 시련을 향해 그녀가 뛰어올랐다.
기를 다루어 하늘로 솟구치는
경공의 상승기예.
자연의 섭리를 반하는 도약이 대단하다 한들,
밀랍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이적을 누리고도
이에 만족하지 못해 태양을 향해 나아가다가
밀랍이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Icarus의 신화가 있듯이
대자연의 힘은 인간의 지혜를 아득히 능가한다.
맹렬한 바람에 휩쓸려
당장이라도 곤두박질 칠 것만 같은
대자연에 비하면 한없이 작디작은 해응응.
그녀에게도, 대자연과 맞설 방법은 있다.
‘한 순간이면 충분해요.’
상위 경지의 무공을 펼치더라도
그것이 5성의 경지에 접어들지만 않는다면
시스템의 경지상승판정이 발동하지는 않으니까.
‘전부를 담아낼 필요도 없어요.’
한 초식,
그조차도 못 미치는 한 번의 검식이라도 좋다.
일순一?의 일검一?에 펼쳐내는 일념一?.
절정무공의 짝을 이루는 심법과 검술 중
검술만을 떼어낸 무공.
그 무공을 이루는 초식 중의 하나.
초식을 이루는 초와 식 중
기술을 뜻하는 초와 공격을 뜻하는 식에서
초식을 구성하는 하나의 공격에 불과한
가장 작은 단위의 무공이자
무공의 원초적인 근본에 해당하는 단 하나의 식.
절정무공의 작디작은 편린이 허공을 긋는 순간
막대한 기압권이 반으로 양단되며
바람의 벽이 열렸다.
[묵언검객님이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점핑레빗 맵 고산의 전설이 정복되었습니다.]한 명의 검객이 대자연을 베어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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