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87)
〈 87화 〉 87 천마와 채찍
* * *
1.
64시간.
마지막 방송시간이 가장 길었다.
출근하는 시청자.
퇴근하는 시청자.
지쳐 잠든 시청자.
오죽하면 시청자들이 3교대로 시청을 하겠는가.
‘대충 알았어요.’
긴 시간에 걸친 여정이요,
근 시간에 걸친 시청이었지만
덕분에 몇 가지 비결을 깨달을 수 있었다.
‘뛰어난 무공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어요.’
채팅창의 평화와 단결.
그것은 그녀의 무력 하에 이루어진다.
강한 여자를 추종하고 무를 숭배하며 고개를 조아린다. 그것의 무어가 나쁘다는 게냐.
교인들은 스스로 내게 고개를 조아리고 충성을 바치며 지배당하기를 갈망한다. 압도적인 무란 이토록 근사한 것이다!
핫핫하! 더다. 좀 더 고개를 조아려라. 머리를 낮추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란 말이다!
마교의 정당한 지배자.
무를 향한 추종심과 교를 향한 신앙심으로 무장한 백만 교인의 정점, 천마.
패도적인 천마신공의 부작용인지 조금은 머리가 이상했던 여자.
‘그때는 미치광이 여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천마의 마도천하도 마냥 틀린 건 아니었어요.’
천마의 이상향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인들도 영원한 충성심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가능성만큼은.
차원을 넘어 현대의 채팅방에서.
다시금 가능성의 싹을 키워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강한 여자의 무공에 복종당하기를 원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 몰려들어 묵언검객에게 열광할 리가 없지 않은가.
‘척박한 천만대산에서 살아가던 교인들과 달리, 중원무림에 내려온 교인들은 속세의 오욕칠정 앞에 무너졌지만요.’
수천 km의 강행군도 견뎌낸 마교 교인들.
그들을 무너뜨린 건 중원무림의 고고한 무공도, 황실의 지엄함도 아니었다.
척박한 산지에서는 즐길 수 없던 여색과 향락.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는 천마가 아닌
모두의 아래에서 봉사하는 기녀들이었다.
하오문은 마교의 결속력을 끊고
순박한 교인들에게 욕망을 심어
그들을 안주하고 멈춰 서도록 만들었다.
백만 교인의 충성을 받아 일어선 천마는
교인들이 스스로 충성을 저버렸을 때,
황궁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었다.
무림맹주의 고절한 혼원벽력신공조차 천마신공의 기상을 넘지 못하고, 무림의 태산백두라 불리던 소림의 문조차 닫아내었거늘.
천하에 두려울 것이 하나 없던 천마군림보도 충절을 저버린 어리석은 교인들의 머리만큼은 차마 밟지 못하는구나.
北風? 雨雪?
북풍기량 우설기방
북풍이 서늘하고 진눈깨비가 날리니
???? ?手?行
혜이호아 휴수동행
날 사랑하는 이들과 손잡고 함께 떠날진대
???? ???.
기허기사 기극지차.
헛되이 바란들 어찌 속으랴, 이제 그만 떠나세.
포위를 할 부하들이 향락에 취해 진군을 멈추자
황궁을 칠 절호의 호기를 놓친 천마.
허탈함을 금치 못한 그녀는
시경의 시조 의 한 구절을 읊고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교로 돌아가서는
다시는 세속에 관여하지 않았다.
‘교인들과 시청자들은 달라요.’
손을 뻗을 향락조차도 없던 천만대산과 달리.
현대사회에는 사방팔방에 향락이 넘쳐난다.
그 많은 쾌락과 즐거움을 마다하고
그녀의 방송 앞에 모여 즐기는 시청자들.
그들이 어찌 마교의 교인들처럼 타락하겠는가.
‘비록 무림에서의 우리는 서로의 뜻이 맞지 않아 갈라졌지만, 서로가 이루고자 했던 꿈만큼은 지지해주었던 벗이었죠.’
비록 마도천하는 이루지 못했지만
하오문을 향한 그녀의 복수만큼은 도와주었던
천마 파천린의 우정과 헌신을 기억하기에.
해응응은 오랜 방송시청의 끝에
스스로에게 다짐하였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마도천하의 꿈, 모든 위정자들을 도려내어 하나 된 무림으로 평화를 이룩하겠다던 그 의지. 제가 이어받겠어요.’
무림과는 동떨어진
차원조차 다른 현실세계일지라도.
전란기의 무림처럼
무수한 스트리머들이 넘쳐나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자신의 무로 감화시켜
천하만민의 아우름을 받는다면.
영원토록 모두의 충성을 받지는 못할지라도.
‘한 순간에 불과한 덧없을 염원일지라도, 그 또한 당신이 꿈꾸던 마도천하겠죠.’
해응응은 다짐했다.
천마와의 오랜 우정과 헌신을 기리며
시청률 100%를 달성으로
다른 세계, 다른 방식으로나마
그녀만의 마도천하를 이루어보겠다고.
[▶반요곡을 실행합니다.]앞선 네 번의 방송과는 품은 뜻부터가 다른
반요곡의 묵언검객.
그 다섯 번째 방송이 시작되었다.
2.
[브이튜브 신규 BJ]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반요곡(시미럴 사)] [플레이타임 66:07:32] [방송시간 00:00:00]묵언검객이 돌아왔다.
실화냐?
와 진짜 6년 동안 못 보는 줄;
무술대회 끝나고 깜깜무소식이라 진짜 눈앞이 암담했었다…
돌아와줘서 고마워!!
우리는 마망검객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염없이 우주공간을 누비며
지난 떡밥을 곱씹던 우주난민단을 시작으로
묵언검객 따라잡기 컨텐츠에 파묻혀 지내며
아쉬움을 달래던 묵따애호단,
NPC과몰입을 못 참고 각각 팬클럽을 세운
인면지주단과 방랑상인단, 왕자죽여단.
묵언검객의 아래에 세워진
온갖 팬클럽 분파들이 속속들이 모였다.
[현재시청자 4200명]방송시작 5분.
그 짧은 사이에 모여든 시청자만 무려 4200명.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늘어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자명했다.
근데 왜 시작부터 우두커니 서있음?
몰?루
나 들어올 때부터도 저랬음
어? 잠깐만. 초점이 왜 움직이지?
확대관찰충들 또 동공 보고 자빠졌네ㅋㅋㅋ
우두커니 서서 초점만을 움직이는 스트리머.
낯설지만 익숙한 이 광경을 시청자들은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머임?? 설마 지금 채팅 읽고 있는 거야??
드디어 이쪽을 봐줬구나(후욱후욱)
아 더러워
수귀자폭병 저거 숨소리도 역겹네
엄마 나 어떡해 떨려서 채팅을 못 치겠어
언어영역 시험 칠 때도 지금처럼만 또박또박 치르지 그랬니
응 커트라인 딱 걸쳐서 1등급이야^^
무지성 브이원툴 묵언검객의 첫 리액션은 뭘까
뭔가 리액션 해죠
보이시죠? 보이시는 거 맞죠?
채팅창을 제 앞에 둔 채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심에 빠진 해응응.
‘천마는 이럴 때 어떻게 했었죠?’
오랜 기억을 되짚으며
짐짓 호쾌하기까지 한 그리운 웃음을 밀어내며
기억을 이리저리 되짚기를 얼마간.
‘떠올랐어요.’
비로소 원하던 기억을 찾아냈다.
교인들이 천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숭배할 때.
천마는 분명 이렇게 했었다.
짜악!
???
아뉘 우리가 뭘 했다고;
왜 때려요ㅜㅜ
쓰담쓰담
???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 좋음)
마망…
짜악!
아니 십
왜 또 때려!!
우애애앵! 뿌애애애앵!!
저 채찍은 또 어디서 난거야 ㅅㅂ
뿌애애애애애애앵애애애애앵!!!
글자로도 시끄러운 기분 드네ㅅㅂ 그만 처울어!
뿌애애앵애애ㅐ애애앵애애애애ㅐ애애애앵ㅇ!!!!!
아아악 육아못할거같애 애못키울거같애!!
쓰담쓰담
후.. 이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헤으응..
근데 고정시야는 또 어디서 배워서 채찍질하고 쓰다듬고 이러는 거임? ㅋㅋㅋ
누군진 몰라도 가르친 새끼 아주 잘했음
ㄹㅇㅋㅋ
좋은 거 가르쳐 드릴 테니 제발 현피만 하고 다니지 말라며 고정시야를 가르쳐준 민우성.
실시간으로 채팅을 모니터링하고 있을 그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은 이 생소한 플레이에 기뻐하였다.
채찍질과 쓰담쓰담.
시청자들에야 이게 왠 도S컨셉인가 싶지만
모두 천마가 교인들을 다룰 때 보이던 모습이다.
천국과 지옥 사이를 넘나들 듯이
극명하게 변하는 채팅분위기.
반복되는 조련 속에서 채팅창이 얌전해지자
그제야 묵언검객이 고개를 끄덕이며
채찍을 허리띠에 끼워 넣었다.
리액션 하랬지 누가 조련을 하랬냐고 시잇팔
난 좋은데?
평타가 전체공격마냥 시청자를 집단으로 동시에 뚜까 패니까 그렇지 마조년아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평타가 전체공격인 마망검객이 있다?
검객(채찍 씀)
20세기 군대도 아니고 연대채찍 뭐냐구
도S검객 제발 멈춰!!
뿌애애애애앵애애앵애앵애애애앵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애애앵ㅇ!!!!!!
저샛기 뿌앵질도 제발 멈춰!!
비록 무지성 브이원툴 리액션에서 지옥과 천당의 채찍쓰담 리액션이 새로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악질스러운 방송진행능력은 여전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변치 않았다.
겨우 채찍쓰담 반복으로 잠잠해진 채팅도
후원 몇 번에 활활 타오르기는 순식간.
해응응은 불만스레 팔짱을 꼈다.
‘천마가 채찍질을 할 때는 이렇지 쉽게 기강이 풀리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채찍질 몇 번으로 교인들을 휘어잡던 천마.
그녀를 넘보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아서일까.
시청자들은 좀처럼 해응응의 뜻대로 화목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유지하질 않았다.
화목하고 화기애애해지라고 채찍질을 하는 시점부터 무언가 잘못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마교의 교인들은 채찍만 맞으면 착해졌기에 해응응은 그저 고민일 따름이었다.
시청자들은 어째서 채찍에 맞아도 착해지지 않는 걸까.
한 가지 짐작이 가는 구석이 있었다.
‘하긴. 그때의 천마는 지금의 저보다 훨씬 강한 무인이었죠.’
전성기의 무력을 되찾지 못한 그녀에게
채찍질만으로 모두를 뜻대로 다루기란 불가능.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시간은 충분해요. 꾸준한 연마가 무공을 완성시키듯이 채찍질도 성실하게 계속하면 되겠죠.’
그렇게 채찍쓰담 리액션은 무지성 브이 리액션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리액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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