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88)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
〈 88화 〉 88 옷장 속의 동료
* * *
1.
방랑상인의 보물찾기.
이는 요계의 잿더미산 뿐만 아니라
인계의 쓰레기산에서도 이어진다.
[쓰레기산에는 상품이 잔뜩 숨어 있다구! 가치 있는 물건은 전부 매입해줄 테니까 열심히 주워와. 아니, 다 주워와!]쾌활한 외침과 함께 시작되는 쓰레기산 공략.
그 정석은 쓰레기산 제 1 구역의 가치 있는 아이템 몇 개를 반복적으로 주워 파는 것이다.
[반짝이는 모래가 잔뜩 든 유리병]인간 기준으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저 반짝이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잡템.
그러나 방랑상인에게는 1구역 최대의 보물이다.
[우와아아아! 그거 나줘. 살게. 20혼 줄게!]습득난이도고 낮고 무게 대비 교환비도 뛰어난
모래가 든 유리병.
그것을 전부 내다팔면 공략은 보통 끝난다.
대량의 혼을 가볍게 얻을 수 있는
쓰레기산 제 1 구역과 달리,
쓰레기산 제 2 구역부터는 난이도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비해 가성비 잡템이 없기 때문이다.
큰 위험을 무릅쓰고 필드를 진행해야 하는데
모든 혈통의 힘이 봉인되는 이곳에서는
툭 하면 목숨을 잃고 죽기 십상이다.
[쓰레기산 공략 3원칙]①모래유리병을 잔뜩 판다.
②기분이 좋아진 방랑상인의 콧노래를 듣는다.
③필드공략을 끝마치고 메인필드로 돌아간다.
하나의 필드를 공략하면
다른 필드의 이벤트 트리거가 쌓이는
시간이 금보다 귀한 반요곡에서 낭비는 사치.
공략동선이 다 쌓인 오늘날
쓰레기산을 진지하게 공략하는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도대체 몇 구역임?
3구역도 넘을 거 같음
쥰내 깊네;
잡귀들 덩치보소 마주치면 3초컷 되겠네
근데 왜 묵언검객이 3초컷을 내냐고
인간 자체가 강하신 분입니다 요력봉인당해도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심
그리고 지금.
무인지대나 다름없는 쓰레기장을 묵언검객이 거닐기 시작했다.
[잡귀??]커다란 덩치로 손에 닿는 건 뭐든지 입에 넣고 씹다가 뱉어내는 미련한 반요들.
그들의 눈에 띈다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쓰레기장의 초입에서 다시 깨어난 채, 한심하게 바라보는 방랑상인과 눈을 마주치고는 난이도가 하향되었다는 알림을 보게 될 뿐.
그마저도 두 번 죽을 때마다 모든 맵의 이벤트 트리거가 하나씩 쌓이니, 함부로 죽음을 반복하며 탐색을 강행할 수도 없다.
쓰레기장의 보물수색에 도전하는 자에게도
그저 이쁜 쓰레기들을 주우려는 자들에게도
잡귀란 백해무익한 존재일 뿐.
묵언검객만이 그런 잡귀를 피해 다니지 않았다.
‘부기맨이 옷장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요력을 봉인하는 요력봉인지대. 다른 플레이어라면 고전할 만도 하네요.’
반요곡의 강화시스템인 혈통.
요계의 피의 힘을 이용해서 혈통의 축복을 얻고
비인간적인 힘을 손에 넣은 플레이어들은
요력봉인지대에 이르러 그 힘을 모두 박탈당하고
본연의 실력만으로 나아갈 것을 강요당한다.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련.
쌓아온 모든 힘이 무가치해지는 절망.
그 모든 시련과 절망은 묵언검객에게만큼은 통용되지 않았다.
“끼에 에 에엑”
팔을 휘두르는 족족 연달아 토막이 난다.
끝내 사라진 제 팔에 놀라 허우적거리는 잡귀.
팔을 잃은 잡귀의 머리를 날리기란 더욱 손쉬우니.
쓰레기장의 악몽이라 불리는,
맵 장르를 잠입수색 내지 고어슬레쉬로 바꾸는 주범들이,
도마 위의 무처럼 썰려나간다.
왜 혼자 다른 맵을 플레이하고 계시죠?
우리가 아는 쓰레기장 어디감?
눈 마주치면 죽는 공포의 술래잡기맵 어디갔냐고
리빙포인트> 묵언검객은 혈통 없이 순정 바닐라 상태로 처형자도 죽였다
아하^^ 처형자를 혈통없이 죽이면 잡귀도 죽일 수 있구나^^ 정말 알고 싶은 정보였어요^^
근데 우린 어떻게 따라하는데
아 알기만 하라고ㅋㅋ 누가 따라할 수 있다고 말이나 했어?
ㅠ
체구부터 월등히 뛰어난
큰 덩치의 잡귀들을 가볍게 해치우는 비결.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채팅방의 빗발치는 하소연들.
잡귀의 강함을 늘여놓는 수많은 변명들.
해응응은 동의할 수 없었다.
덩치가 크고.
팔이 길고.
걸리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무거운 쓰레기를 마구 던지고.
손톱으로 갈가리 찢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내던져진 커다란 쓰레기가 굴러온다?
침착하게 발을 디딜 쓰레기를 점찍어두고
그리로 피하면 된다.
걸리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다?
제 발로 다가와주니 체력소모를 덜어서 좋다.
긴 손톱에 걸리면 육신이 찢긴다?
넘쳐나는 쓰레기들은 전부 장식품인가.
손톱을 함부로 휘두르면
쓰레기에 걸리거나 부러지도록 유도하면 된다.
덩치가 크고 팔이 길다?
나보다 강한 적과 싸우라고 만들어진 것.
그것이 바로 무공이 아닌가.
‘편리한 힘에만 의존했던 결과에요.’
무림에서도 그런 무인은 잔뜩 있었다.
심후한 내공을 다루는데 심취해버린 자들.
파해의 공능을 이용해
산공독에 당한 것처럼
기의 수발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들은 강호에서 쌓아온 명성이 무색하게도
구태의연한 낡은 검술과 함께
보잘 것 없는 저항을 하다가 죽어나갔다.
‘전부 기본기를 등한시한 결과이죠.’
이번 전투.
해응응은 내공도 사용하지 않았다.
요력봉인지대.
기의 수발을 봉인하는 이 장소에서는
내공의 수발 또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임진입 직후.
우두커니 서서 채팅을 읽던 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기의 수발을 확인하기 위함도 있었다.
‘스토리모드에서 공개된 쓰레기산의 공략장소는 두 곳이었죠.’
덜컹. 드르르르륵. 덜컹.
거대한 압축기가 가동하며 쓰레기를 짓뭉개는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규칙적인 소음.
파스스스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잿가루와
희미하게 섞인 쓰레기 타는 냄새.
쓰레기의 둔덕 아래에서라면
미약한 소리나 바람을 쫓기란
극도로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녀는 둔덕을 점령한 잡귀를
보이는 족족 모조리 베어 넘기고는
모든 둔덕의 위를 거침없이 누비었다.
들어오는 시야의 너비부터
바람을 읽고 냄새를 맡을 기회까지.
모든 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것만 없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런 묵언검객의 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유일한 시련이자 족쇄.
그것은 바로 부기맨이 깃든 옷장이었다.
덜컹 덜컹..
끼긱 끼기긱..
옷장 모퉁이 한 쪽을 붙잡고
질질 끌고 다니는 묵언검객의 이마에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혈관이 돋아났다.
퍽퍽
쿵쿵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도
절대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부기맨.
잡귀 잡으면 뭐하냐고 옷장 끌고 가려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ㅋㅋ
나였으면 진즉에 쓰레기산 꼭대기에서 옷장 굴러 떨어트렸다
ㅇㅈ
저 무거운 걸 용케 안 버리네
어차피 요괴인데 저렇게 지켜줄 필요가 있나?
왕자놈처럼 어차피 나중에 배신할 거 같은데
그를 왜 데리고 다니냐,
그냥 버려라,
어차피 배신당할 거다 등등.
시청자들은 대놓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왕자의 배신에 불신이 쌓인 까닭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부기맨의 옷장은
단순한 짐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기맨과는 특별한 교류도 없었죠.’
우직하지만 솔직한 웬디고.
간사하지만 세심한 마가놈.
원수 앞에 인연을 등진 사생아 왕자.
삼일에 걸친 티켓사냥과
투기장을 거쳐 요괴왕의 궁궐에서 일어난
동시토벌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을 함께 겪고도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이를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부기맨을 고를 정도로
그는 말수도 적고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부기맨은 모든 고비를 함께 했어요.’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흔들리는 일 없이
강대한 요괴왕비를 상대로도 시간을 끌어주었다.
자신이 얼마나 묵언검객을 따르는지
존경과 감사의 말 따위를 입에 담았던 왕자가
최악의 배신을 해버린 것과는 반대로
부기맨은 그녀를 인정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신뢰가 갔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자. 그런 이들은 함부로 신의를 저버리지 않죠.’
자신의 말에 스스로 가치를 더할 줄 아는 자.
그런 자들은 쉽게 말을 하지 않지만
대신에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부기맨의 처지가 어렵고 제 몸 하나 힘들다고 배신하는 건 스스로 배신당해 마땅한 짓을 저지르는 꼴이죠’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배신한 왕자와는 다르다.
해응응은 왕자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오 드디어 버리나?
아니 쓰레기는 왜 뒤적거리는데
방랑상인병이 도졌나
그거 지지야 지지!
저거 노끈 아님?
수레바퀴는 또 왜 줍는데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던 시청자들.
옷장 문고리를 노끈으로 묶은 뒤에
잡아끌기 쉽게 손잡이를 매달고
밑에는 바퀴를 못으로 붙여
어디서든 편리하게 끌고 갈 수 있도록
옷장의 개조를 끝마치자
그제야 시청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걸 끝까지 데려가네
이 옷도 저 옷도 다 포기 못해!!
한 번 동료는 영원한 동료야
어맛 이런 여자 처음이야
왜 처음임? 처녀충임?
옷장을 통째로 끌고 다니는 무친여자는 당연히 처음이어야지 무친놈아
ㅋㅋㅋㅋ
그게 처음이 아니면 더 이상하긴 하네ㅋㅋㅋ
취미로 옷장을 끌고 다니는 여자
13남자인 묵언검객이라면 근력트레이닝 한다고 평상시에도 끌고 다닐 수 있음
설득력이… 있네?
편리 대신 동료를 고른 해응응.
그 전우애에 부기맨이 보은을 할지
배은망덕한 배신을 할지는
이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쉽게 지치는 일이 없는 묵언검객이
발 딛기도 쉽지 않은 쓰레기산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옷장을 끌고 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덜컹. 드르르르륵. 덜컹.
근데 왜 점점 압축기 소리가 가까워짐?
이거 부기맨 구해준 거 맞지?
압축기에 옷장 던져버리는 거 아님?
에이 설마
묵언검객이 몰살검객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주치는 요괴들을 다 죽이고 다니기는 해도 설마 부기맨을 죽이겠냐고ㅋㅋ
반요 한 마리 못 찾을 정도로 완전소탕을 하고 보스토벌을 하고 다니기는 하지만 아무튼 부기맨은 안 죽인다고ㅋㅋ
강제패배 이벤트도 씹고 처형자를 죽인 적은 있지만 설마 절대로 안부서지는 옷장 안에 있는 부기맨을 죽이겠냐고ㅋㅋ
갈수록 더 의심 가는 변호 수준 실화냐?
깊은 인상이 깊은 의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무튼 해응응은 부기맨을 포기하지 않았고
옷장 속의 부기맨은
그녀의 모든 헌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