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89)
〈 89화 〉 89 옷장 속의 동료
* * *
2.
[Story mode]필드 전체에 울리는 소음의 중심지.
쓰레기장의 중추시설.
거대 압축기로 쓰레기를 갈아버리는 시설에는
해응응이나 플레이어들은 상상도 못한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더 빨리 퍼내라. 작업속도를 높이란 말이다!] [너희 하등한 노예들을 살려둔 이유는 오직 쓰레기장에 묻어둔 요괴왕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서란 말이다!] [에잇, 에잇! 어서 서두르지 못할까!]채찍을 휘두르는 요괴 감독관과 피를 토하며 픽픽 쓰러지는 반요노예들.
후들거리는 팔다리로 몸을 일으킨 노예들은
힘겹게 쓰레기를 짊어지고는
압축기를 향해 쓰레기를 던졌지만
체력이 다한 노예들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쓸모가 다한 노예는 살려둘 이유가 없지.] [일어서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폐기처분해라!] [살려줘.. 시키는 일은 다 했잖아.. 제발…]힘없이 버둥거리며 애원하는 노예를 붙잡아
압축기를 향해 던지는 감독관의 부하들.
가차 없는 처분과 뼈가 갈리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처럼 치를 떨면서도
두 눈 가득
두 손 가득
노예들은 분노를 삼키며 쓰레기를 짊어지었다.
요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신체적으로도 크게 밀리는
요력에 특화된 그들로서는
쓰레기장을 장악한 감독관과 그의 수하들을
정면에서 당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발, 누구라도 상관없으니까……] [우리의 힘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요력봉인진만 해제해줘……]반요노예들의 애타는 갈망은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들을 절망에 빠뜨릴 뿐이었다.
3.
[Player mode]쓰레기장의 중추시설에 갇힌 채
강제노역을 당하는 반요들.
이벤트 씬을 본 시청자들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런 이벤트도 있었어??
그럼 우리 반복퀘스트 하러 들어올 때마다 노역장에선 쟤들 죽고 있던 거임?
좆간이 미안해ㅠㅠ
미안하긴 뭘 미안해 무친련아 반요들도 인간 머리통 보이면 츄X춥스처럼 쪽쪽 빨아먹던데
아ㅋㅋ 고건 맞지
케바케임 나쁜 반요도 있고 착한 반요도 있어!
착한 인면지주(묵언검객한테만 착함)
아 아무튼 우리 반요는 사람 안 문다고ㅋㅋ
재화수급용 이벤트 맵이라 여기며
별 생각 없이 드나든 필드.
그곳이 정식필드라는 사실을 넘어
숨은 이벤트마저 있었다는 사실이
묵언검객을 통해 최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반요들이라. 어디에서 유입되었는지도 알만하네요.’
요계와 인계를 잇는 통로.
요괴왕비가 손수 만든 인간계의 거점.
‘이 모든 게 요괴왕비의 함정에서 비롯된 참상. 안배된 지옥이군요.’
인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닌 왕비는
자신의 파벌이 아닌 다른 파벌에게도
때때로 통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겠지만
통로 너머에서 기다리는 것은
요력봉인지대에서 기다리는 요괴왕비의 수하들.
‘처음부터 이에 대비하여 육체 그 자체가 강인한 요괴들을 준비해두었다면 속속들어 넘어오는 반요와 요괴들에게 목줄을 채우기는 쉬웠겠죠.’
쓰레기산의 둔덕마다 세워진 잡귀들.
그들은 파수꾼에 지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잡귀를 무찌르더라도
서둘러 쓰레기산에서 도망치지 못한다면
눈앞의 중추시설에서 노예로 사역되는 반요들처럼 비참한 말로가 기다린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최소 두 개의 기물이 존재함을 알 수 있군요.’
하나는 요력을 봉인하는 기물.
요력봉인지대를 만들어낸 핵심 매개체다.
또 하나는 요괴왕비의 수하들이 찾고 있는
쓰레기장 어딘가에
전대 요괴왕이 숨겨두었다던 기물이다.
‘어느 쪽이든 얻는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반대로 적의 손에 넘어간다면
훗날 커다란 우환을 야기하게 될 물건이다.
지닐 수 없다면 적어도 요괴들이 손에 넣지도 못하도록 방해해야만 했다.
‘알겠어요. 이번 필드의 목적을.’
이 튜토리얼을 겸하며
강제패배 이벤트를 넘어설 수 있는지 시험하고.
가 이벤트 카운트를 쌓지 않고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단숨에 필드를 토벌하는 과감함을 시험하며.
이 표면상의 적에 속지 않고
요괴선인과 겨루어
제한시간 내에 승리하기를 시험하고.
의 투기장과 토벌전에서
반요나 요괴동료들과 힘을 합쳐
강대한 적과 맞서 신뢰를 시험했다면.
이번 제 5 필드 또한
요력봉인지대라는 가혹한 조건 속에서
요괴왕비의 주둔세력에 맞서
기물을 쟁취할 수 있는가.
그 역량을 가늠하고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이룰 것인가.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여하에 따라 나뉜다.
짜악! 짜악!
채찍질을 당하는 반요노예들.
그들의 족쇄를 해방시켜
감독관과 그 수하들에 맞서 싸울지.
아니면 쓰레기장 어딘가에 숨겨진
요력봉인진을 파괴할지
노예들을 부리는 요괴왕비의 수하들을 이용해
쓰레기장에 감추어진 기물이 등장하면
기회를 틈타 그것을 훔칠 것인지.
대응은 모두 플레이어가 하기 나름이다.
‘요계의 반요들도 결국은 악한 존재들. 죽게 내버려둔다고 하등 문제될 건 없겠죠.’
저들을 구하는 건 자신같은 인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요괴의 피를 탐하고
반요나 요괴가 되어버린
인외종이 되어버린 플레이어나 고를 선택지.
인간인 그녀에게는
모두 적에 불과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고려할 일도 없고
고려해서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선택지여야만 했다.
‘하지만 모든 반요와 요괴들이 반드시 적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친구가 되고 싶었던 인면지주.
재회의 약속을 하며 헤어진 방랑상인.
아둔하지만 정이 있던 웬디고.
묵묵히 힘을 보태주던 부기맨.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던 사생아 왕자.
인간보다 조금 더 힘이 세고 위험하긴 해도.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며
함께 하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존재.
해응응에게는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강호에서는 무림인이 그랬으니까요.’
무림인은 양민들에 비해 힘이 세고 위험하다.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적이 될 수도 있다.
함께 하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조금 특별한 인간일 뿐.
어쩌면 반요나 요괴도 무림인과 같을지 모른다.
그녀는 결심했다.
‘한 번의 기회를 베풀겠어요.’
노예가 된 반요와 요괴들을 구해보겠다고.
4.
쓰레기산의 쓰레기는 인계침공의 잔재.
요괴들에게는 쓸모없는 인계의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몰아넣은 소굴이다.
데구르르
그런 두서없이 쌓인 버려진 물건들 사이에서
작은 쓰레기가 굴러 떨어지는 것쯤은
손꼽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에이잇, 성가신 쓰레기 같으니!”
그 쓰레기가 자꾸 주변에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거기 너! 가서 저쪽에서 쓰레기가 못 떨어지게 손보고 와.”
노예감독관이 부하 한 명을 가리키며 호명하자
부하가 노예 몇 명의 목줄을 손에 쥐었다.
“감독관님의 지시다. 압착기에 갈려 죽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라.”
울분을 감추고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뒤따르는 노예들.
‘뭔가 이상한데?’
‘이건 쓰레기가 넘쳐흐르는 모양새가 아닌데.’
‘이런 곳에서 쓰레기가 왜 떨어졌지?’
죽어라 쓰레기만 나르며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던 노예들은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지만
간수에게 이를 보고하는 대신
자신들끼리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헉, 헉. 더럽게 힘들군. 역시 인간의 다리는 가성비가 안 맞아. 다음엔 3번 다리에 좀 더 튼튼한 반요의 다리를 뜯어다가 붙여야겠어.”
쓰레기 둔덕 너머의 평탄한 지형을 마주하자
냉큼 몸을 눕힌 간수.
끔찍한 푸념을 마친 그가 목줄을 놓았다.
“알아서 둔덕이 무너지지 않게들 해. 도망쳐봤자 소용없는 건 알지?”
자신을 해칠 포식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자의 여유.
열두 개의 각기 다른 다리를 쭉 펼치며
늘어져라 뻗은 간수.
영원토록 계속될 것만 같던 간수의 평화는
돌연 쓰레기더미를 뚫고 뛰쳐나오는
한 자루의 검에 목덜미를 정확히 관통당하며
종지부를 맺었다.
“끅… 끄르륵……!”
성대와 기도가 동시에 관통당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발버둥치는 요괴간수.
근육의 결을 따라 파고들며
뼈의 단단함이나 근육의 수축을 피해
제대로 허를 찌른 일격.
푹푹푹!
찔러 넣을 때만큼 가볍게 뽑은 검이
연달아 간수의 몸을 쑤셨다.
맥도 못 추리고 죽네
퍼펙트액션부터 박고 3연속 저스트 액션 터지는 거 실화임?
치명타확률 100%
확률 왜 있는 건데
허접들 뽀록내기용
뽀록ㅇㅈ 가끔 막 찌른 공격에 잡몹들 돌연사하면 기분 좋아짐
요행에 의지하는 플레이어들과 달리
해응응의 치명타는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요괴들의 이형의 신체나 일그러진 근맥의 위치도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요계수도에서 수많은 요괴들을 도륙하며
경험으로 쌓은 해부학적 지식.
주요경혈을 찌르고
근맥을 자르며
신체부위를 절단하는
저스트 액션과 퍼펙트 액션의 성공확률은
요계수도 진입 전에 비해 발현확률이 월등히 높아졌다.
쉿
입가에 검지를 대며 침묵을 요구하는 묵언검객.
덕분에 간수에게서 벗어난 노예들이 열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툭 투둑
투두둑
“에이이이잇! 위에 간 놈들은 대체 뭘 하는 거냐. 아까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쏟아지잖느냐! 농땡이 피는 놈도 잡아와야 하니 너희 셋이 가라!”
대놓고 농땡이를 피우는 동료간수의 엉덩이를 걷어 차주겠다며 잔뜩 벼루는 요괴간수들.
열심히 쓰레기를 나르는 노예들을 돌아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짓던 간수들.
그들 중 악어요괴가 입맛을 다셨다.
“피냄새가 나는데.”
“거기, 노예. 먼저 온 녀석은 어디에 있지?”
시체를 숨겼지만 미처 감추지 못한 피냄새.
자칫 묵언검객의 존재가 드러날 위기에
노예반요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들킨 거 아니야?’
‘간수를 죽인 인간을 감추려던 걸 들키면 우리 모두 죽을 거야.’
‘아직 요력을 되찾지 못한 몸으로는 간수 셋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차츰 배신으로 기울어져가는 반요들의 마음.
그들이 끝내 해응응이 숨은 곳을 실토하기 직전.
“간수님은 간식을 드신다고 노예 몇 명을 잡고 저 옆 둔덕으로 올라가셨습니다.”
반요들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당장 오늘이라도 힘이 전부 소진되어
압축기에 갈려나갈지도 모를
허약한 반요가 선수 쳐서 해응응을 감쌌다.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 그렇게 다음 기회를 노리며 도와준 놈들을 전부 저버리면 살아남을 수 있을 줄 알아?’
물론 주제넘게 앞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높인 만큼, 반요는 위험에 처했다.
그녀의 말에 원숭이와 하이애나의 몸을 지닌 요괴 두 마리가 성큼 다가서며 사납게 눈을 부라렸으니까.
“그놈이 어느 둔덕으로 올라갔지?”
“그 게으른 녀석이 굳이 자리까지 옮겨가며 번거로운 짓을 한다고?”
“저장고! 저장고에 간식 몇 개를 숨겨두려는 건 아닐까요?”
지혜를 쥐어짜낸 반요의 변명에 두 요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욕심 많은 놈이면 그럴 수 있지.”
“배부를 때 양껏 먹는 것보다는 배고플 때 하나씩 까먹는 간식이 더 맛있기도 하고 말이야.”
모습을 감추고 후발대로 찾아올 요괴를
하나씩 각개격파 하려던 해응응.
그 많은 반요 중에서
오직 하나만이 자신을 감싸려 했다는 사실에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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