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91)
〈 91화 〉 91 옷장 속의 동료
* * *
7.
묵언검객의 방송에 나온 최강의 적은 누구인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시청자들은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
요계최강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엄청난 위용을 보여주었던
필드보스급 요괴
야말로 최강의 적이라고.
그렇다면 반요곡에 존재하는 최강의 적도
요괴장군 빅트로인가?
그 대목에 이르러서는 모두의 의견이 갈렸다.
요괴루트 최종보스가 장난 아니잖아
반요루트 최종보스도 만만찮음
인간루트 최종보스가 진퉁 아님?
요괴의 피에 얼마만큼 감염되었는가,
그들의 피를 얼마만큼 받아들였는가.
이를 통해 결정되는 세 가지 루트분기.
각 루트마다 존재하는
각기 다른 최종보스들.
그들의 강함은 능히 요계최강의 요괴장군 빅트로와 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그런 식으로 치면 악어장수는 급이 좀 딸리지 않나?
그렇긴 하지. 최종보스전 직전에 나오는 중간보스5연전에 나오는 애들 중 하나니깐
보스급 요괴, 악어장수.
초반부 필드보스보다는 강하지만 최종보스들에 비하기에는 부족하다.
시청자들의 정론은 그러했다.
후반 필드에서 다시 보는 요괴모드 처형자 정도랑 비슷할 듯
ㅇㅈ
강하다는 점에서 처형자랑 비슷하긴 한데 몬가 좀 다름
강하기는 하지만 조금 부족한.
굳이 비교하자면 1군도 아니고 2군도 아닌
애매한 1.5군 선수.
그러나 거기에 특수한 조건이 더해진다면.
가령 요력과 요술을 배제하고
무투술과 창술로만 그 위험도를 가늠한다면.
그때는 주저 않고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럼 무조건 악어장수지
이 새낀 이름 잘못 지었음 신창이나 창왕이라고 불러야 했는데
악어새끼들 창 잘 쓰는 거 나만 꼴받음?
ㄹㅇ 아마존 가면 원주민각성자들 창질 맞고 죽어나가던데 왜 지들이 창을 쓰냐고ㅋㅋ
짭천대성도 창 쓰는데 존나 쌔긴 쌔잖아
짝퉁 손오공 그놈은 분신술 빨임 인정ㄴㄴ
악어장수.
그의 위험도는 압도적인 1위로 손꼽힌다.
인계최강이나
요계최강이라는
절대적인 강함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능히 그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신창의 반열에 올라선 창술사.
‘검만큼은 아니지만 창술실력도 어느 정도는 평가할 수 있죠.’
무림인들에게는 검과 도만큼은 아니어도
창 또한 친숙한 무기.
창을 다루는 적과 싸우는 경험이 늘면
자연스레 창술에 대한 식견도 늘기 마련이었다.
가령 창술의 기본이라 불리는 란나찰???.
란? 밖으로 밀어 쳐내고
나? 안으로 눌러 막으며
찰? 단숨에 창을 찌른다.
대부분의 창술은
두 개의 수비와 하나의 공격으로 이루어진
이 3초식을 기본으로 틀을 짠다.
‘이 요괴의 창술은 달라요.’
악어장수의 창술은 달랐다.
그의 창술은 상급기예로 이루어진 섬반현?反?.
섬? 빛살처럼 번쩍이는 찌르기에
반反 뻗은 창을 도로 되돌리며
현? 아찔한 흔들림을 더해 내지른다.
반복되는 찌르기에
이따금 창을 뻗던 도중에 회수하거나
한층 빠르게 끊어 치며
간격과 호흡을 속이고
상하좌우로 궤적을 지저분하게 뭉개며
타점을 또 다시 속인다.
공격일변도로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같은 동작에서 묻어나는 허초에
반전과 현혹의 묘리를 실어 수비를 대체하니.
악어장수의 공수비율은 무려 9 대 1.
한 번의 수비에 아홉 번의 공격을 더하는
극도로 공격적인 창술.
으아아아아
이걸 어케 막아 이걸 어케 막아 이걸 어케 막아
진짜 어케 막고 있냐고!!!
아니 창이 막 여러 자루로 보이네;
이거 눈으로 봐서 막을 수 있는 거 맞음?
일단 내 눈은 고장 난 거 확실함
나만 창이 세 개로 보이는 거 아니지?
응 너만 세 개야 내 눈엔 네 개죠?
아닌데? 다섯 갠데?
병신들아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고ㅋㅋㅋ
ㄹㅇㅋㅋ 많이 보일수록 하수인거자너
ㅈ망했네 나 저거 열세개로 보였는데
뉴비는 그럴 수 있어
가상게임 10년차도 뉴비 맞아?
중고뉴비 ㄲㅈ
ㅠㅠ
쏟아지는 연격의 기세는
어지간한 고수들도 막을 엄두를 못 내고
피지컬로 유명한 스트리머들마저 난색을 표할 정도로 거셌다.
‘한 번이라도 저 창에 검이 휘감기거나 검속을 잃어버린다면 끝장이겠죠.’
심지어 찌르기를 막아내기에 급급해서
과한 충격이 몸에 누적되면
몸이나 검이 더뎌진다.
더딘 몸놀림이나
속도가 붙지 않은 검으로
어설프게 받아낼 수 있는 창이 아니다.
모든 대응을
모든 반격을
휘말리지 않고 완벽하게 받아내고자 한다면.
요구되는 스펙은 대략
열 번에 아홉 번 이상의 저스트 액션을 펼쳐내야 하는 상황.
참 쉽죠?
(대충 스피드마스터가 페이크에 속아서 급발진 돌진하다가 역공 맞고 죽은 영상)
저래서 악어창수가 무서운 거임. 타이밍이나 궤적을 읽더라도 저스트액션이 아니면 충격이 쌓이다가 강제로 경직에 걸림
근데 시바 저스트액션이 내 맘대로 되냐고요
ㄹㅇ 연격이 뒤로 갈수록 저스트액션 발동범위랑 시간은 줄어들고 마지막 즈음에는 툭하면 퍼펙트 액션을 강요하잖아
묵언검객은 다 하고 있는데?
우리 방장님은 탈인간급 괴물이시니까 그렇고
저걸 더 빨리 달려드는 스센세도 레전드네
더 빨리 달려들어서 더 빠르게 자살당한 것도 레전드긴 하지 ㅋㅋ
너무 빨라서 방향전환이 안 되자너ㅋㅋㅋ
시청자나 스트리머들이 악어장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것과 달리.
묵언검객은 악명 높은 악어장수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치렀다.
“신묘한 검술이군. 어떤 변칙에도 흔들림 없이 공격을 모두 흘리다니. 그것도 우수검도 아닌 좌수검으로 말이야.”
묵언검객의 진가를 눈치 채지 못한 척 공격을 ‘흘린다’는 평을 하는 악어장수.
그러나 그의 창이 마주하는 그녀의 검은 말 몇 마디에 흔들리지 않았다.
묵언검객의 검은 창을 흘려내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받아친다’는 표현이 옳았다.
“실로 망망대해에 갇힌 것만 같구나.”
어떤 간격, 어떤 호흡에서도
묵언검객의 검은 늘 갑작스레 간격을 좁혔다.
10의 간격을 노리고 창을 당기면
창의 간격 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썰물처럼 빠져나가 힘 잃은 공세를 툭 쳐낸다.
3의 간격을 노리고 창을 짧게 쥐면
더욱 가깝게 간격을 좁히며
밀물처럼 다가와서는
연격에 힘이 실리기 전에 미리 받아친다.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없는 완전무결한 수비라. 이미 인간의 정교함을 넘어섰구나.”
선이나 면이 아닌
오직 일점만을 노리는 창의 찌르기.
그 타점을 읽어내지 못했다 하여
어설프게 선이나 면을 펼쳐
눈짐작으로 막겠다며 잔재주를 부린다면
그의 창은 선을 찢고 면을 뚫으며 파고들겠지만
해응응의 검은 점을 점으로 마주 받아쳤다.
힘의 낭비.
궤적의 낭비.
눈짐작에서 비롯된 빈틈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자기제어능력으로
일점에 모든 힘을 집중해 받아치는 것이다.
까가가가가강!!
삽시간에 십여 합을 맞붙다가 떨어지고
서너 합의 연계기를 검 한 자루로 끊어내며
망망대해에서 홀로 허우적거리게 만들듯이
그의 공격,
그의 간격,
그의 균형을 매순간 무의미해지도록 받아친다.
그녀의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배를 덮치는 파도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손이 닿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멀어지니.
요력봉인지대 맞아???
왜 전보다 더 빨라보임???
각성자들 마력도 저기서 쓸 수 있음?
전에 시도한 사람 있었는데 안 되는 걸로 암
그럼 마력 없이 쌩으로 저 속도가 나온다고?
반요곡 최고의 창술이랑 맞먹는 검술ㄷㄷ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백중지세의 교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싸움에도
이윽고 끝이 찾아왔다.
8.
[Story mode]백중지세의 교전.
먼저 무기를 거두며 물러선 쪽은 악어장수였다.
[이만하면 되었다. 여기서 결판을 낼 운명은 아닌 듯싶군.] [이 이상 겨뤄봤자 쫓아낸 간수들만 돌아온다.]한 손으로 창대를 휙휙 돌리며
품으로 회수한 악어장수.
그의 눈에 미처 가시지 않은 호승심이 번뜩였다.
[널 잡아먹고 강해질 미래는 기대되지만…] [진정한 강함과 진정한 성장이란, 서로 전력으로 부딪힌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방법은 모르지만 네게도 여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꼈다. 요력봉인지대 너머에서 마주친다면 분명 지금보다 강해지겠지.]요괴들과 힘을 합쳐 그녀를 죽일 수 있음에도
그는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았다.
강자를 포식하여 진정한 최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악어장수의 자존심이 이를 용납지 않았다.
자존심 따위,
생존 앞에서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그를 비웃을 수도 있지만.
해응응은 그러지 않았다.
‘저 역시 바라던 바에요.’
그녀 또한 이 요괴의 진정한 실력이
저만한 창술에 요력이 더해져서 비롯될 무위가
호승심이 일 정도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쓰레기산의 중추시설이 아닌
밖으로 향하던 악어장수.
그 발걸음이 문득 제 자리에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충고를 하나 해주지.]악어장수의 굵은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 깊숙이 파고들었다.
[귀물은 쌓아온 전승과 역사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귀물은 반드시 비극을 맞이한 뒤에야 비로소 완성되지.] [네가 애지중지 끌고 온 부기맨은 귀물 속에 스스로 몸을 감춘 자.] [비극에 몸을 담은 이와 함께 해서는 비극을 피할 수 없을 지어니. 인간검사여, 재전의 그날까지 비극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하라.]심상치 않은 충고를 마지막으로
석양을 등진 채 다시 걸음을 옮기는 악어장수.
[악어놈! 어딜 가는 거냐!] [거긴 감독관님이 계시는 곳의 반대쪽..]거인의 형상마냥
길게 늘어진 악어장수의 그림자.
그 형체가 일순간,
낡은 가로등의 빛처럼 깜빡거리는가 싶더니
요괴간수 둘의 수급이 쓰레기산을 굴렀다.
[Player mode]그 무위를 보며 해응응은 깨달았다.
‘이 저를 상대로 봐주기라도 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요?’
떠나간 악어장수.
돌아온 신체의 제어권.
죽은 요괴들의 시체와 겁에 질린 반요노예들.
그 한복판에서
해응응은 묵묵히 검을 들어
그녀를 배신했던 반요노예들을 베어 넘겼다.
‘여력을 아낀 건 당신만이 아니었어요.’
그녀의 검에는 은은한 자색의 빛이 어렸다.
요력봉인지대.
모든 기를 봉하는 봉인영역에서도
해응응은 기를 다룰 수 있었다.
파해의 공능.
모든 기를 무위로 돌리는 힘은
같은 산공과 파해의 영역에 발을 걸친
요력봉인에도 마음만 먹으면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그 힘을 쓰지 않은 이유.
‘피차 무의 길을 걷는 무인이기 때문이겠죠.’
악어장수가 그녀의 검술에 경의를 표하며
접전의 시간을 즐겼듯이
그녀 또한 그의 창술과 맞서기를 즐겼을 뿐.
‘기대되는군요. 재전의 그 날이.’
반요들의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이
유일하게 그녀를 비호한 반요 하나를 앞두고
비로소 살육을 멈췄다.
‘강자의 피를 먹는 창과 배신자의 피를 쌓는 검. 어느 쪽이 더 강한지는 다음에 겨루겠어요.’
그 전에 매듭을 지어야 할 관계가 둘.
엉금엉금 바닥을 기며 두려움을 보이는 반요와
변함없이 침묵하는 옷장 속의 동료.
그들을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함께 할 것인가.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그 언젠가 또한, 꼭 오늘일 필요는 없겠죠.’
기약 없는 재전의 약속처럼.
지금이 아닌 언젠가로 미루는 선택을.
오늘 하루 정도는
비겁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손등에 식은땀을 맺게 만드는
심장이 조여드는 배신의 기억들을.
━찰칵.
이름 없는 검 한 자루와 함께
검집에 채워 넣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