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92)
〈 92화 〉 92 하찮아요
* * *
1.
묵언검객의 참살로부터 홀로 살아남은 반요.
그는 요괴보다도 사람에 가까운 존재였다.
“쓰레기산에 대해 아는 건 뭐든지 다 불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쇼!”
“…….”
상황판단이 빠르다는 점에서 말이다.
오 나 이제 묵언검객 표정 익숙해진 듯. 방금 조금 서운한 얼굴이었음
아닌데? 베어죽일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는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몰살중독입니다.
흥 웃기는 소리 말고 빨리 죽으쇼
목숨구걸이 아니라 감사인사부터 했어야지!!
그치만… 존나 무서운 걸…
동족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았는데 준내 무서울만하긴 하네
반요는 자신이 아는 바를 전부 털어놓았다.
요괴왕비가 인계에 보낸 군단.
쓰레기장에서의 병력배치.
악어장수가 누가 파견한 심복인지까지.
[대요괴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대요괴는 당신의 행적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의 심복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악어장수를 보낸 흑막, 대요괴.
그 이름은 예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다.
처형자를 문지기로 전락시킨 장본인.
요계의 병력과 자원을 모아 인계침공을 일으킨 주범.
반요곡의 암울한 세계관을 성립시킨 흑막으로 손꼽히는 존재.
‘이 여정의 끝이 있다면 그건 대요괴를 무찌른 뒤가 되겠죠.’
요괴왕비와 요괴장군.
그 강력했던 두 보스급 요괴들조차도 대요괴에 비하면 손색이 크다.
대요괴가 버리고 떠난 권력을 두고 다투었을 뿐인 두 존재.
거기에 비하면
요계의 최고전력을 모아 나간 대요괴의 강함은 아득히 더 높을 것이 틀림없었다.
“왕비는 그러한 상황을 뒤집어보고자 전대 통치자였던 요괴왕의 유산에 매달렸습니다.”
“이곳의 현장을 총괄할 인계거점대장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보낼 정도로 말입니다.”
“백 개의 눈을 지닌 백목귀???, 도도메키. 그녀가 바로 요괴왕비의 오른팔이자 이 쓰레기장을 지배하는 거점대장입니다.”
노예로 붙잡힌 반요가 알고 있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이야기.
해응응이 미심쩍은 기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자
반요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는 간자도 아니고 속이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남들보다 아는 것이 많은 까닭은 한때 이곳을 지키던 백목귀군단의 일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째서 노예가 된 걸까.
시선만으로 그녀의 궁금함을 깨달은 반요가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쓰레기장에서 도주를 시도하다가 실패했습니다. 인계로 넘어온 요괴들 중에 요계의 소식을 가져온 이가 있었던 지라…”
“요계최강의 요괴장군 빅트로를 무찌른 인간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인간이 인계에 넘어오기 전에 도망치려고 했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도망에 실패해 노예신분이 된 것도 모자라서 피하려던 인간까지 마주쳤지만.
다행히도 그는 다른 노예들과 달리 처신에 실수하지 않았고, 요괴들과 묵언검객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저 같은 것보다는 방금 떠난 악어장수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우실 겁니다. 녀석은 대요괴가 왕비님께 보낸 일종의 사신입니다.”
자신에게로 향하는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급히 화제를 전환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이지만
해응응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을 목격한 자들이 두려움을 품는 일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악어장수는 방금 떠난 악어요괴를 부르는 말입니다. 왕비님이 기물을 찾거든 그 기물을 대여하겠다고 했었죠.”
반요의 정보 덕분에 많은 의문이 풀렸다.
더 이상 제공할 정보가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반요의 몸이 애처로울 정도로 덜덜 떨렸다.
“이제 절 죽이실 겁니까?”
쓸모를 다한 사냥개는 죽인다.
요괴가 아닌 인간들에게도 흔한 상식이다.
그러나 그런 상식을
해응응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모든 헌신에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슥
해응응이 내미는 옷장 문고리를 연결한 손잡이.
어벙벙한 얼굴로 그것을 넘겨받은 반요.
그의 얼굴에 이내 화색이 어렸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결코 옷장을 끌고 다니기 귀찮았던 건 아니다.
혼자가 된 자신에게 쓸쓸함을 느낀 것도 아니다.
악하고 비정한 것만이 상식이고
선하고 다정한 것들이 어리석음으로 치부되는
그런 현실이 싫었을 뿐.
손잡이를 맡긴 이유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2.
감독관을 해치우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밖으로 보낸 부하 요괴들이 사라지고
점점 곁을 지키는 요괴들의 줄어드니
귀신의 소행이라고 겁에 질려 외치며
사방팔방 마구잡이로 도망치는 간수들을 베고
혼자가 된 감독관을 유유히 처리한다.
“괴, 괴물 같은 강함…….”
그 모든 살육이 불과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났다.
반요는 이 아름다운 인간여자의 강함이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깊이 부럽기도 하였다.
‘내게도 저런 힘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힘없는 이의 착취당하는 서러움을
겪어보지 않은 자는 결코 모른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강한 힘이 필요할까?’
그토록 힘을 갈망하던 그였건만.
막상 그 힘을 눈앞에서 목도하니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크아악”
“사, 살려. 살려줘.”
쓰레기장 제 4 구역을 지키는 검문조.
요력봉인지대에서 노예들이 함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정해진 장소를 지키던 요괴들.
그들의 사지가 허공을 날고
비명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땅을 적신 피비린내가 물씬 올라온다.
처음에는 하나씩 암살이라도 하더니
밤이 찾아온 뒤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쯤은 아무런 제약도 아니라는 것처럼 적진에 뛰어든다.
횃불이 꺼지면 피 끓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불을 켜면 시체들이 즐비해있다.
이거 누가 요괴임?
저 정도면 검 쓰는 요괴 취급당해도 안 이상함
무슨 지 덩치보다 큰 요괴들을 장난감처럼 막 베어넘기네 ㄷㄷ
앞은 어떻게 보는 거야?
횃불에 잠깐 비칠 때마다 깜짝 놀라네;
묵언검객 같은 요괴 나왔으면 반요곡 진즉에 게임클리어 포기함
엔딩? 그거 어떻게 보는 건데
나 잠깐 묵언검객이 피 마시고 요괴 되는 거 상상해봤는데 무서워서 기절할 뻔
ㄹㅇㅋㅋ 사람일 때도 이렇게 강한데 요괴가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지겠냐고
보스급 요괴들조차 만전의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감히 정면에서 대적할 수 없는 묵언검객.
그 무위 앞에
수적 우위 하나만을 믿은 일개 요괴들이
그녀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쓰레기장의 잡귀 무리와 요괴 주둔병을 모두 소탕했습니다.] [쓰레기장의 소각장에서 백목귀가 당신을 기다립니다.]필드의 완전소탕.
모든 잡몹을 소탕한 지금.
남은 건 요괴왕비의 오른팔이자
쓰레기장의 거점대장, 뿐이니.
“저… 혹시 후회하지는 않으십니까?”
“?”
“귀물 말입니다. 노예들이나 요괴들을 죽이지 않고 내버려뒀으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쓰레기장에서 귀물을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쓰레기장에서 묵언검객이 거둔 유일한 반요.
그가 귀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귀물. 얻는다면 도움이 되기는 했겠죠.’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귀물이 마냥 편리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악어장수, 그는 직접 충고했었다.
귀물은 쌓아온 전승과 역사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귀물은 반드시 비극을 맞이한 뒤에야 비로소 완성되지.
귀물은 비극을 겪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삿되고 불길한 물건.
결코 함부로 가까이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명경지수의 거울도 한시라도 빨리 방랑상인에게 넘겨주고 싶네요.’
이미 가진 귀물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진대.
거기에 새로운 귀물을 취한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Story mode]발소리조차 없이 걷는 묵언검객과 덜그럭거리는 옷장을 끌고 뒤를 따르는 반요.
시뻘건 불꽃이 일렁거리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소각장에 이르러서
그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패배자들의 역사란 이토록 부질없어요.]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가 되어 버려질 뿐.] [그마저도 전부 불타면 재만 남기고 사라지겠죠.]더럽고 천한 쓰레기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옥구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와
땅에 끌릴 정도로 긴 소매를 지닌 기모노를 입은
언뜻 보아서는 인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뒷모습을 지닌 요괴.
[바람결에 가루가 되어 흩어질 비탄의 잔재.] [종말을 눈앞에 둔 패배자들의 역사.] [인계의 모든 인간들이 마주할 미래.]사뿐히 걸음을 돌려 돌아선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기모노의 팔을 펼치는
허공을 나부끼는 나비처럼 유려한 팔랑거림.
[비참한 잔재에 종언을 고하는 곳이 바로 이곳.] [쓰레기장의 소각장이랍니다.]하늘 높이 들어 올린 두 팔.
올라선 팔 아래로 흘러내리는 소맷자락.
[그런데 어째서, 당신 같은 인간이 이 쓰레기장의 소각장에 나타난 것이죠?] [당신의 그 잘난 힘으로 구할 사람 따위,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데.] [구해야 할 사람들보다 요괴왕의 귀물이 더욱 탐이 났을 뿐인가요?]그녀의 손이 묵언검객을 향해 내밀어졌다.
[아니면. 부질없는 순수를 버리고 비로소 요괴가 될 마음이 드신 건가요?]사람을 홀리는 요사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기만 해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고운 손을
어서 붙잡으라며 채근하듯 손짓하는 그녀.
【상호작용 선택지】
1. 요괴의 손을 잡는다.
2. 요괴의 손을 잡는다.
3. 요괴의 손을 잡는다.
마치 그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선택지.
그 모든 시도를.
그 모든 강요를.
‘하찮아요.’
[OUT BREAK!] [강한 동화율이 선택지의 제한을 파괴했습니다.] [현재동화율 : 75%]해응응은 가볍게 내공심법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내었다.
【상호작용 선택지】
1. (말없이 검을 겨눈다.)(동화율 60% 이상)
2. (말없이 검을 겨눈다.)(동화율 60% 이상)
3. (말없이 검을 겨눈다.)(동화율 60% 이상)
[▶(말없이 검을 겨눈다.)]현혹. 최면.
요사한 힘에 기대어 그녀를 뜻대로 다루려던
교활한 수를 부리던 이가 어찌나 많았던가.
‘황궁의 세뇌. 혈교의 각인. 모두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가증스러운 제약이었죠.’
황궁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새장을
떠날 수 없도록 날개를 꺾는 세뇌.
황제에 대한 원한을 자극하며
눈앞의 적을 황제로 착란하도록 만들던 각인.
심령을 뒤흔드는 세뇌와 각인에 비하면
이깟 현혹의 손짓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몸으로 요괴보다 더한 힘을 지닌 자.] [성사된 거래마저 등지고 악어장수를 떠나게 만든 강자.] [듣던 것만큼 심지가 강인하군요.]기모노의 여인이 미소가 점차 짙어졌다.
[쿠후. 쿠후후.] [쿠후후, 후후, 후후후후후!] [좋아요. 당신, 마음에 들었어요. 요계최강을 무너뜨린 무력에 제 현혹을 가볍게 무시할 정도의 정신력. 그 몸이라면…]유백색의 고운 피부가 갈라지며
흉측할 정도로 잔뜩 돋아난 검은 선들.
[백 개. 그 이상의 눈도 피워낼 수 있어.]그것들이 동시에 ‘눈’을 뜨며
백 개의 눈을 지닌 요괴,
필드보스 백목귀가 본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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