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95)
〈 95화 〉 95 백목귀의 힘
* * *
4.
동화율의 역전현상.
자신의 몸이 제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 되는
감각박탈을 넘어선 감각약탈현상.
‘역시 평범한 게임은 아니었네요.’
위기감을 느낀 부기맨은
옷장 문까지 박차고 나오며 도움을 주었지만
해응응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요. 내공의 축기가 가능한 시점에서 지구나 무림비망록과는 다른 법칙으로 실재하는 세계인 건 당연하잖아요?’
모르고 있었다면 지레 겁을 먹고
위기감을 느끼며
정신에 침투하는 힘을 몰아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알고 있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강한 정신을 지녔기에 시험할 수 있었다.
‘무림비망록과는 다른 반요곡의 법칙. 그 연원을 파헤친다면 단번에 대량의 내공을 축기하는 비법에 가까워질지도 몰라요.’
지금까지는 그저 내공의 축기만이 가능할 뿐.
그 원리가 어떤 방식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디 한 번 보여주세요. 요괴의 힘을.’
신체를 파괴하고 뭉개버리는 외력이나
일격에 즉사를 피할 수 없는 공격이 빗발치는
요괴장군이나 악어장수가 아닌
정신과 심령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계통의 적인 백목귀이기에 가능한 도전.
[인간, 당신은 너무 강해요. 그래서 늘 혼자가 되었겠죠. 당신에 비해 다른 이들은 충분히 강하지 못했으니까요.]감정을 촉발하고
기억을 자극하며
뇌리에 파고드는 힘.
그 힘이 작용하는 시작점은 머릿속이 아니었다.
‘실마리를 잡았군요.’
요력.
요괴에 의해 사역된 특수한 자연지기.
저 요사한 힘은
뇌파가 주입하는 주입되는 자극이 아닌
백목귀의 눈으로부터 침투하는 자극.
‘반요곡의 게임시스템이 일정량이 데미지를 받았다고 인식하고 뇌파를 강제로 조절해서 고통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한때는 반요곡의 시스템이
데미지에 따른 피해량을 산정하거나
특정 성취에 대한 보상으로 내공을 제공하는
그런 구조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백목귀의 이번 공격을 통해서 그녀의 추측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다.
‘반요곡의 시스템의 역할은 정반대였어요.’
가상의 자극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그 데미지를 계산해서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실존하는 자극이 발생하면
시스템이 그 데미지를 특별한 수식에 따라
고통을 일정량 이하나 일정비율 이하로 낮춘다.
반요곡의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적이 아닌 아군인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개입하면 그만큼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들죠.’
플레이어가 사망할 때마다
반요나 요괴의 공격패턴과 위험도는 줄어든다.
플레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거름망이 펼쳐지며
반요곡의 진짜 세계와는 다른 인위적인 무대가
무대 위의 인형극이 시작된다.
‘그런 가짜 세계를 클리어한다고 한들, 진짜세계가 아니니 내공습득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니 반요곡에서 내공을 얻기 위한 조건은
①각 필드에서 ‘최고난이도’로 도전해서
②‘난이도 하향’이 발생하지 않고
③‘죽지 않고 클리어’하는 것.
언제나 최고난이도로 난이도하향 없이 노 데스로 클리어를 해온 해응응이기에 그녀는 내공증진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낸 건 좋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미흡하다.
‘이건 위험해요. 이대로 자신을 놓고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반 강제로 심마가 찾아올 거예요.’
위험은 인지했다.
감수해야 할 대가도 크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면 이보다 깊은 정보를 끌어낼 수 있어요.’
해응응은 과감히 신체의 통제권을 내어주었다.
한 번 심마에 빠진 무인이
고삐 풀린 내공을 제어하기란 극도로 어렵지만
절맥증의 최고계열 질병으로 손꼽히는
구음절맥 환자인 그녀는
내공에 의해 기혈이 뒤틀리고 균형이 무너지는
‘심마’와 ‘주화입마’로부터의 회복력만큼은
무림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현재 동화율 : 1%]신체의 제어권을 내주더라도
언제든지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에서 비롯된 자신감.
백목귀는 그녀의 속셈도 모르고
게걸스레 그녀의 심신에 달려들었다.
요사한 요기가 체내에 침투하며
그녀의 몸을 쿡쿡 건드리더니
내공이 흐르는 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내공과 같은 방식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힘. 하지만 요력의 운용법은 공력과는 다르겠죠.’
잠시 내공의 흉내를 내듯이
탁 트여있는 기맥을 질주하던 요기들이
이내 정해진 길을 벗어나서
세포와 근육, 장기를 향해 침투하였다.
‘이건… 내단을 만들려는 건가요?’
내단??.
오랜 세월을 살아온 영물들이 체내에 생성하는
내공의 결정체.
인간의 단전은 먹는다고 내공이 늘지 않지만
영물들의 내단은 다르다.
단순한 기의 저장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기가 뭉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틀림없어요. 이건 내단화 현상이 확실해요.’
구음절맥을 치료하고자
영물들을 집중적으로 사냥하던 시기.
영물과 내단에 대한 지식은 질리도록 쌓았고
내단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어떤 효능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외부동력 없이도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영자기관. 무림인에게도 있을 수 있는 현상이죠.’
초절정을 넘어 3갑자의 내공을 모아
육신의 한계를 초월해 그 너머에 도달하면
비로소 뚫리는 길.
바로 중단전 너머 상단전을 활용하는 길.
화경의 경지에 올라
상단전을 활용하는 무인들.
화경급 무인의 상단전은 영물의 내단처럼 영자기관으로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출력이 약해요. 백목귀의 영자기관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군요.’
형성이 끝나지도 않은 영자기관은
어떠한 에너지도 생성할 수 없다.
갓 형성이 끝난 영자기관도
생성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많지 않다.
오랜 세월을 산 영물일수록
발휘할 수 있는 영력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다.
‘백목귀가 이루고자 하는 경지가 무엇인지도 알 것 같네요.’
요괴는 수명의 제약으로부터 인간보다 월등히 자유로운 존재.
영자기관을 만들어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요력을 얻고, 긴 세월에 걸쳐 한 번에 운용 가능한 요력의 절대량을 늘려나간다면.
언젠가는 한 세계의 지배자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무한히 이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백목귀는 제 상단전을 이용하려는 거예요. 이용하려 한다는 건, 저 또한 상단전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일 테고요.’
몸은 캡슐 속에 있지만
영혼은 반요곡의 세계를 누비는 그녀가
반요곡에서 무공을 구사하며
내공도 다룰 수 있는 이유.
이 또한 상단전을 염두에 두면 답이 나왔다.
상단전을 바로 제 것으로 만든다면야
백목귀도 비약적으로 강해지겠지만
그런 대범한 짓이 단기간에 가능할 리가 없다.
‘백목귀가 지금 만드는 영자기관은 일종의 보조기관에 가깝겠죠.’
몸과 정신의 주인이 해응응이 아닌 백목귀가 되었다는 사실을 영자기관을 통해 인식시키는 일종의 사전작업.
‘아직은 괜찮아요. 반요곡의 시스템은 제가 지닌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제게 아군과도 같은 존재니까요.’
뇌파만으로도 내공운용이 가능했던 이유가
상단전 덕분임을 깨닫자
더 많은 의문이 해결되었다.
한 번 화경의 경지에 올라 타통 되었던 상단전이, 영혼에 새겨진 경지.
아직 미숙한 현실에서의 육체와 달리
육체의 제약을 벗어나
영혼상태로 움직이는 이 반요곡에서라면.
상단전의 뚫린 길의 너비만큼
내공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절정의 무위도 되찾지 못한 지금의 몸으로는 제가 지닌 내공 이상을 사용하면 현실의 몸이 무리하게 되겠죠.’
완전한 화경의 경지라면
사실상 3갑자를 넘어서
정해진 출력범위 내에서라면 무한대의 내공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류의 끝에 불과한
일류에 도달하기 직전의 지금의 상태로는
아직은 먼 이야기.
20년 내공을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길이 뚫렸지만
본신에 20년 내공조차 지니지 못한 상태로
그만큼의 내공을 함부로 운용하는 버릇이 들면
현실에 돌아온 직후
지닌 내공을 모두 쥐어짜내고도 모자라서
생명의 근본처럼 여겨지는
근원지기까지 동원하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가 현실에서 지닌 내공의 총량 이상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본능적으로 한계선이 걸린 것이다.
‘이 제약…. 꽤 중요한 정보에요. 출력의 제약에서 생각의 범주를 넓힌다면 이런 것도 알 수 있죠.’
요괴들의 전승.
기묘한 이능을 구사하는 그 힘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
요괴들과 싸우며 오래도록 의문을 품었던 비밀도
영자기관을 통해 해소되었다.
‘영자기관이 생산하는 요력의 출력, 일정한 비용cost만큼 전승을 상시발동 할 수 있겠죠.’
백목귀가 백 개의 눈에 각각의 전승효과를 지니고도 모든 능력을 동시에 쓰지 않는 이유.
적은 수의 능력만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이유도 이로부터 비롯된다.
감당할 수 있는 코스트의 한계 때문이다.
‘요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성이 트인 지금이라면 가늠할 수 있어요.’
백목귀의 영자기관이 생산하는 영력.
그것이 100에 달한다면
해응응 본인의 상단전을 백목귀가 지배하고
길을 들여 자유롭게 다룬다면
그때 다룰 수 있는 영력은 무려 1000.
서로 다른 기운을 융화하고
신체의 길을 들이느라
도중에 많은 힘을 소모해서 효율이 줄어드는
페널티를 감수한 결과.
그조차도 기존의 10배 효율을 보이는 것이다.
100개의 눈을 지닌 백목귀가 아니라
1000개의 눈을 지닌 천목귀가 될수도 있는
격의 상승이 가능한
사실상 진화에 가까운 성장이다.
하지만 그 모든 비밀은
내단화의 과정을 끝마치기도 전에
해응응이 먼저 간파해내었다.
‘기를 생산하는 메커니즘도, 그것을 늘리는 방식도, 성장가능성도 알았어요. 현실의 몸에 내공이 늘어난 원리에 대해서도요.’
그녀가 얻었던 내공.
이는 영자기관이 파괴되면서 흩어진 필드보스급 요괴들이 지닌 영력의 요체였다.
‘그 힘의 극히 일부가 시스템을 거쳐 운용 가능한 내공으로 정화되어 흡수된 것이겠지요.’
백목귀가 그녀의 상단전을 요괴의 영단에 맞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잃었듯이.
해응응 또한 해치운 요괴의 영단으로부터 변환된 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힘을 상실한다.
그렇기에 상승하는 절대량은 적다.
심지어 경지가 부족해서
상단전을 자유자재로 다루지도 못하기에
애물단지인 상단전을 개발하는 대신,
현실의 육체의 내공을 늘리는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원시적인 과정을 거쳐 내공을 하단전에 축기한다.
그 결과가 그녀가 일찍이 감지했던
게임만 했는데 자동적으로 늘어난 내공증진.
그 부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둔할 정도로, 정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 그 어리석음에 진 빚을, 갚기 전에는, 멋대로 무너지도록, 놔둘 수 없다.”
통제권을 놓은 신체를 거침없이 유린하며
귀중한 영력을 잔뜩 침투시키며
영자기관의 이전을 시도하였던 백목귀.
부기맨의 분투에 밀려
제 힘의 통제력을 일시적으로 놓치고
해응응의 정신에 개입하며
그녀의 몸을 침식하던 작업을 중지하고
반강제로 본신의 수비에 급급하고 있다.
그 말인 즉.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영자기관의 재료가, 서로 융화를 시도하려고 이전시킨 요력이. 지금 제 몸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거죠?’
주인 없는 힘이 기연처럼 굴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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