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98)
〈 98화 〉 98 채찍 쓰는 매니저
* * *
1.
해응응은 1갑자의 요력을 정제하여 7년의 내공만을 얻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추가로 습득한 1갑자의 요력을 흘려보내는 족족 모조리 받아먹었으니.
[당신의 검이 새로운 전승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무명의 기본검이 막대한 요력을 머금고 귀물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60년 치 요력을 모조리 머금은 기본검.
검으로부터 느껴지는 무게감이 한층 묵직해졌다.
‘귀물은 요괴들이 지니는 전승이 사물에 쌓일 때에 탄생한다고 했죠.’
기본검에 전승이 쌓일 계기야 차고도 넘쳤다.
이 검 한 자루로 베어온 적이 얼마나 많으며
이 검 한 자루로 해낸 일이 얼마나 대단한가.
반요곡에서의 여정.
묵언검객의 여정을.
해응응은 기본검과 함께 이루어왔다.
‘제 검에 부여될만한 전승. 어떤 게 있을까요?’
그녀로서도 처음 겪는 이 현상이 흥미로웠다.
좋은 검에 대한 갈망은
검객을 자처하는 이라면 누구든 지니는 욕망이 아니던가.
실제로 무림계에서 현실세계로 복귀 하며
클리어 특전을 이용한 해응응 또한
자신이 쓰던 검 한 자루를 가져오기도 했다.
‘가장 성능이 좋았던 자요검을 가져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지금 쓰고 있는 무명검도 나쁘진 않죠.’
강호에 기인이사가 많다한들
신병이기의 숫자보다 많을 수 있으랴.
그런 말이 돌 정도로
그녀가 20년을 생존했던 무림계에는
특별한 검이 많았다.
‘무명검도 겉보기에는 단순한 검이지만 그 실체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 묵철로 빚어낸 검이죠.’
특별한 효과는 없어도 수수한 내구도 자체가 강점인 보검.
범인의 손에 들린다면 그저 튼튼하고 오래 가는 검에 지나지 않았을 그 검 한 자루는.
해응응의 무림행에서 오래도록 쓰이며 검기와 검강이 난무하는 무림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렇다면 이 검은 어떨까요.’
묵철검처럼 튼튼하고 오래도록 사용해온 기본검.
요력의 분출을 끝마친 그녀가
귀물이 되어가는 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청자들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모양이지만.
몰살검 되나?
와! 몰살검! 요괴몰살!
막 필살기로 요괴들 우르르 베는거임 ㅋㅋ루삥뽕
않이 어떡계 그런 개사기 검이 생겨요;
검 쓰는 방장님부터 개사기인데 검이라고 사기 안 될 이유 뭐 있음
아ㅋㅋ 방장사기맵이면 킹정이지
손가락 박살남? 않이는 어디서 나온 신조어임
외 그룬 심안마룰 하세효 말넘심;
마춤뻡 쫌 다를 수 있눈 거 아닝가?
나랏말미 中國귁에달아
고대원시한글까지 등판하고 야랄났네 진짜
말장난 그만 치고 유종애미나 거둬 시발련들아
엄마를 왜 거둬요;
문법사대부가 패드립을 숨김ㅋㅋㅋ
앜ㅋㅋㅋㅋ
원래 씹선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어유희로 하루 종일 시 짓고 노는 미친놈들임 ㅋㅋ
몰살검. 퍽 마음에 드는 울림이기는 했다.
하지만 서로 싸움이 붙으며
문법나치와 문법사대부들의 치열한 패드립이 시작되니
해응응은 심기가 부쩍 불편해졌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아 흐뭇해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서로 싸운단 말인가.
천마의 흑도천하가 얼마나 드높은 이상향인지
부쩍 실감이 들었다.
‘검보다는 분란을 끝맺는 것이 더 중요하죠.’
해응응이 시점카메라를 띄워 자신의 앞으로 고점시점을 만들었다.
갑자기 시야가 고정된 시점으로 변하니
시청자들의 의식도 고점시점이 비추는
부루퉁한 얼굴의 묵언검객에게 향했다.
어?
또점시점이야?
아 잠깐
그거 내려놓고 말로 해요 방장님
전 아무 말도 안했어요ㅜㅜ
타협을 시도하는 시청자들의 채팅.
묵언검객은 코웃음을 치며 채찍을 휘둘렀다.
짜악!
무친련아 그만 때려!
아악
아잇싯팔 팔힘도 쥰내 좋은 련이 채찍질하니까 속도 때문에 개무섭네;
속도보다 소리가 미쳤음
ㄹㅇ 몸이 아니라 귀로 맞는 느낌
채찍질 asmr 헤으응..
아니 미친ㅋㅋㅋ 채찍질로 느끼는 놈이 있네
채찍 쓰담 리액션의 효과는 준수했다.
문법나치와 문법사대부들의 싸움이 끝난 것이다.
해응응은 조금 피로를 느꼈다.
‘매번 이렇게 해서는 끝이 없겠어요.’
이제는 안다.
당장은 잠잠해도 십분만 지나면 간을 보며
서로 칼을 푹푹 찌르고도 남을
무림계에 못지않은
채팅방 특유의 비정한 생태를.
채찍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이소혜 님에게 채팅방 매니저 권한을 부여했습니다.]무술대회에도 참가했던
채찍을 주무장으로 쓰던 각성자의 이름이 보이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매니저 권한을 부여한 까닭은.
나 홀로 채찍질을 하기가 힘들면
대신 채찍질을 해줄 교두?를
폭력을 쓰기도 주저하지 않는 마교 식 교관을 구하면 되지 않는가.
??? 뭔데 이거
묵언검객이 직접 고른 첫 매니저의 등장.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시청자들이 발칵 뒤집어지며
채팅로그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가운데
해응응이 채팅창 상단에 고정되는 스트리머 전용 채팅을 입력했다.
[저 대신 채찍질 좀 해주세요]채찍 쓰니까 채팅방에 채찍질도 잘할 거 아니야.
2.
이걸 왜 나한테 줘?
이소혜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꼽이나 주러 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야?’
이소혜는 묵언검객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동검가의 김제철.
누구보다 한복에 진심인 미친 남자.
그녀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어떻게든 색동저고리를 입혀보고 싶다며
첫눈에 반한 상대가 묵언검객이기 때문이다.
‘칫…. 싸움은 좀 하네.’
좀이 아니라 엄청나게 잘하지만.
‘게임진행능력도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어렵다고 악명이 자자한 반요곡을
정상급 스트리머들이나 공략하던 인간루트 너머
전인미답의 히든루트로 진행할 정도로
게임진행능력도 대단하지만.
‘분할 정도로 흐트러지는 모습도 없어.’
격한 싸움을 마치면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땀에 범벅이 되어서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싹 가실법도 한데
그 엄청난 미모는 한 점 흐트러짐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인 이상에야 하나쯤은 실수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뚫어져라 방송을 노려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왔구나, 방송사고!’
하지만 묵언검객의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높았다.
‘이걸 폭동을 안 일으켜?’
신앙에 가까운 충성심으로 무장한
묵언검객이라면 뭔가 보여줄 거라는 확신.
그런 확신을 품은 시청자들은
블라인드 경고로 방송을 10분 간 보지 못해도
서로 떡밥을 불태우며 10분을 인내했다.
‘23000명이 14000명까지 줄기는 했지만 이것도 충분히 대단해.’
각성자 생활에만 전념하면서
스트리머들의 업계를 잘 모르던 그녀도
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모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인지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 잘날 수가 있지?’
분풀이를 할 약점도 보이지 않아서
분한 마음에 씩씩거리기도 잠시.
가부좌를 틀고 좌선만 하는데도
빛나는 검 하나로 시청자를 견인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방송을 보자
가슴이 욱신거리며 쓰라린 기분이 느껴졌다.
‘나도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누구는 독사 소리를 듣고 누구는 좌선만 해도 기대 받는 거야?’
어느새 분한 마음보다 부러움이 앞섰다.
김제철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저 여자가 부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혼자 오셨어요? 위험할 텐데. 여기는 저희 파티가 단골로 도는 사냥터라 잘 아는 편이거든요. 같이 다니실래요?
배신? 쓰레기? 병신. 모르는 사람이 파티를 권한다고 넙죽 받아들인 네 잘못이지.
처음 봤을 때부터 꼴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그런 음란한 몸으로 몸매가 다 드러나는 야시시한 옷이나 입고. 실은 범해주길 원한 거 아니야?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던전.
혼자 다니는 각성자에게 누구보다 가혹한 업계.
살아남기 위해 독해져야 했던 그녀에게는
단 한 명의 동료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아녀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그 무슨 숭한 옷차림입니까. 어서 집에 가서 집안일이나 하십시오.
하? 미친놈인가?
어안이 벙벙한 그녀를 돕겠답시고
1 대 4로 궁지에 몰린 그녀를 도와주었던
유일하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한복에 미친 각성자 김제철.
위험한 일은 이제 그만둬. 언니도 돈 많이 버니까 소혜 한 몸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잖아.
항상 그녀를 걱정하며 언제든지 위험한 일은 그만두라는 유일한 가족.
이소혜에는 오직 두 개 뿐이었던 관계를
묵언검객은 채팅창과 방송을 통해
수천 명을 가뿐히 넘는 사람들로부터
걱정과 믿음, 동경과 연심 따위를 한 몸에 사로잡고 있다.
채찍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채찍질은 그녀가 가진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처음으로 묵언검객의 방송을 보면서
자신보다 못한 모습이라고 확신한 순간이었다.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너보다 낫다는
유치한 자존심에서 비롯된 후원.
ㅋㅋㅋㅋㅋㅋ
와! 이소혜!
독사눈의 이소혜 아시는구나!
무술대회 봤어요! 팬이에요!
채찍 진짜 잘 쓰긴 하더라
그 복잡한 심경도 모르고 솔직하게 칭찬하는
그녀에게는 퍽 낯설은 시청자들의 반응.
‘괜한 소리를 해버린 걸까?’
후회에 빠진 그녀에게 묵언검객은 어찌 대할까.
다른 후원들이 그렇듯이 무시로 일관할까?
아니면 건방진 소리 말라며 대결을 신청할까?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그래도 채찍으로 싸우면 내가 이기진 않을까?
[이소혜 님에게 채팅방 매니저 권한을 부여했습니다.]온갖 상념과 걱정의 끝은
예기치 못한 매니저 권한부여였다.
??? 뭔데 이거
당황한 이소혜.
그녀의 추한 질투심은 상상도 못했는지
채팅공지로 묵언검객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 대신 채찍질 좀 해주세요]내가? 채찍질을? 채팅방에서?
왜?
어안이 벙벙한 이소혜.
그녀에게 쐐기를 박듯이
두 번째 공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채찍질 잘하시더라구요.]기억했다고? 대회에서 선보였던 내 채찍질을?
바람도 반으로 가르는 묵언검객에게
지금껏 어느 누구도 인정한 적이 없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멍한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던 이소혜.
“하. 골 때리네 진짜.”
어이없음을 드러내는 표정과 함께
한껏 찡그리려 애를 쓰면서도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조금씩 올라갔다.
“이거 곰처럼 과묵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완전 여우같은 년 아니야?”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녀의 눈이 거슬리는 채팅들을 빠르게 잡았다.
그렇게까지 날 인정해준다면야.
조금 정도는 실력을 발해줘도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매니저의 업무에 착수한 이소혜.
그녀의 눈에 한참 전부터 거슬리던 채팅들이 들어왔다.
야발련
무친련
“쯧. 여자가 하는 방송에서 말버릇하고는.”
채팅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소혜.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옮아버린
김제철의 유교적인 성향을 적극 발휘하며
맹폭격처럼 채팅창에 채찍질을 휘둘렀으니.
이날, 묵언검객의 채팅방에서는 1024명의 시청자들이 채팅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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