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잠시 후, 자르엔 백작가.
“브, 블랙 드레이크를 토벌했단 말씀이십니까?”
“예. 여기 증거요.”
“마, 말도 안 돼! 하, 하지만… 이 신선한 블랙 드레이크의 눈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군요!”
자르엔 백작가의 집사는 블랙 드레이크의 눈을 받아 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놀라는 거 아니에요?”
“쿠룩, 우리 레벨이랑 조합을 생각하면 이건 절대 못 깨는 임무이니까요.”
“지지직… 오히려 그 ‘불가능한 임무’를 깨고 오는 것에 대한 반응을 넣어 뒀다는 게 역시 D.E사의 대단한 점이네요.”
과하게 반응하는 자르엔 백작가의 집사에 대해 이야기하던 찬성 일행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 메시지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크흠! 어쨌든 위험한 임무를 완료하셨으니 대가를 드려야겠지요.”
[시스템-‘임무:블랙 드레이크 토벌’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초대량의 경험치, 50금화, 자르엔 백작가 평판 대량] [시스템-레벨 업! 29레벨이 되었습니다.]“오오… 저 레벨 업 해서 29예요!”
“쿠룩,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라서 경험치 양이… 엄청나네요. 저도 29레벨입니다.”
“크르릉… 전 2레벨 동시 상승이라 27레벨이요.”
“저도 원래 27레벨 후반에 걸쳐 있어서 그런가, 2업 해서 29네요.”
“사실상 이젠 실버 님 빼고 전원이 29레벨이네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경험치 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덕분에 찬성을 비롯해서 모든 파티원이 29레벨을 달성했다.
“오, 신기하다.”
“신기할 거 없어요. 어차피 레벨 업 하면 할수록 경험치 테이블이 늘어나고, 받는 경험치도 적어지니까… 결국 따라잡히는 게 정석입니다.”
“쿠룩, 그래도 레벨이 같으면 편하긴 하죠. 던전이라든가 아이템 장비 차이 때문에 스펙이 미묘해진다거나 하는 게 없으니까요.”
“크르르릉! 자, 지방 방송 끄고, 다음 플랜대로 움직입시다. 자, 다시 던전으로 이동!”
퀘스트를 완료한 일행은 마을에서 재료 아이템을 팔고, 아이템을 보충했다.
그리고 찬성 일행은 예정대로 다시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의 입구로 돌아갔다.
“자! 도착했으니 이제… 보자. 약 2시간 뒤에 초기화되니 그때 다시 보죠. 접속 종료하고 식사, 화장실, 휴식 취하고 그때 봐요. 이변이 있을 시엔 메신저 채팅으로 알려 주세요.”
“예~ 수고요.”
“쿠룩, 그럼 나중에 보죠.”
“지지직… 종료합니다.”
일제히 접속 종료.
찬성 일행의 지금 전략은 바로 인스턴스 던전이 초기화되는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던전이 열리면 들어가서 다시 파밍하는 것이었다.
‘이게… 파밍 우선 방법이라고 했던가?’
초기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5시간. 던전 입장 시간을 포함해서 꽤 고생을 했기에 2시간 동안 기다리거나 다른 걸 하는 것보다는 플레이 타임을 아끼기 위해 게임을 종료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끄으응~ 후우~ 읏챠!”
게임을 종료하고 팬텀 드라이브-2에서 나온 찬성은 능수능란하게 몸을 놀려서 휠체어에 올라탔다.
앞으로 2시간 동안 식사 및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접속해서 던전에 돌아가야 했기에 거실로 나가는 것이다.
“아, 누님, 나오셨어요?”
“그래. 같은 집에 있는 게 이런 건 좋네. 그나저나… 아! 아빠! 또 밥 혼자 다 먹고 밥 안 해 놨네!”
“아! 그래요? 그러면 지금 바로 하는 게…….”
“아니, 시간도 걸리고 귀찮으니까 배달을……. 아니지, 너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오고서는 외출 한 번도 안 했었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민희의 지적에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생각했다.
이 집에 오고 나서 하루 8시간씩 꼬박 게임하고, 나머지 시간엔 식사, 수면, 집 안의 운동 기구로 운동을 하는 걸로 시간을 다 보냈었다.
그 때문에 외출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 다리가 없는 불편한 상태에서는 어딜 가기가 힘들었다.
“으음~ 아무리 그래도 이 동네 주변 지리 정도는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야. 관공서나 마트 같은 거 말이지.”
“어, 그렇겠네요.”
“그러니 말 나온 김에 외식이나 하자. 바람도 쐬고, 주변 지리도 좀 익히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아, 예. 그럴게요.”
결국 민희의 제안에 찬성은 방으로 돌아와서 가지고 온 짐 안에서 자신이 입던 외출복을 꺼내 입었다.
그동안 편한 반바지만 입고 있다가 긴 바지를 입으려니 급어색해졌다.
“…그래도 이걸 보이는 건 좀 그렇겠지?”
이제는 상처도 아물고 해서 뭉툭한 팔꿈치 같은 모양이 된 다리.
잘려 나간 다리의 흔적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찬성은 바지를 마저 입고, 덜렁거리는 바지 아랫단을 바라보았다.
“하하…….”
“준비 다 했니? 혹시 어려우면 도와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나갈게요! 읏챠!”
준비를 마친 찬성은 휠체어를 몰아서 방을 나가 민희와 합류, 집을 나서고부터는 이제 민희가 끌어 주기 시작했다.
“어, 굳이 안 끌어 주셔도 되는데…….”
“아니, 널 놔두면 사람들이 날 얼마나 쓰레기로 볼지 생각은 해 봤니?”
엄연히 찬성은 지금 양다리가 없는 장애인인 상황.
그런데 일행이라는 사람이 혼자서 낑낑대면서 휠체어를 끄는 걸 그냥 방치하고 나란히 걸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아하하… 그것도 맞네요.”
“아무튼 뭐 먹을까? 생각나는 거 있니?”
“저 짜장면이요. 아! 간짜장으로! 탕수육이랑 같이!”
“…어, 으음, 그래. 네가 좋다면 그걸로 하자. 보자, 이 근처에 중국집이…….”
‘배달로 주문해도 되는 거라서 그런가?’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 민희의 모습에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휴대폰으로 근처 중국집 위치를 찾더니 이내 다시 찬성의 휠체어를 밀고 나아갔다.
“그나저나 이제 3일 뒤에 공성인데… 보내 준 자료는 보고 있니?”
“예. 짬 날 때마다 계속 보고 있어요. 그런데… 아아~ 게임을 처음 해서 그런가,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힘들다니… 에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강요를 한다고 해도 생전 처음 발 디딘 분야의 지식을 단기간에 익히는 건 힘든 일이었다.
평소 게임 내의 전투적 기량 때문에 눈치 못 챘지만, 찬성은 이제 막 게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안 된 생뉴비였다.
‘그러면 공성전 당일에는 지시를 세세하게…….’
“엄마, 저 형아는 왜 다리가 없어?”
“얘, 쳐다보면 안 돼.”
“아……!”
그러던 중 한 아이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번쩍 일깨웠다.
생각해 보면 밖으로 나가자고 한 것 자체가 경솔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다리를 잃고 큰 실의에 빠진 채 병원에 있었는데, 이제 막 게임으로 활기를 찾으려고 하는 시점에… 너무 급하게 나온 게 아닐까?’
“…….”
“저, 저기, 찬성아, 그 중국집이라면… 집에 가서 시켜 먹어도 되는데, 돌아갈까? 날씨도 쌀쌀하네~”
찬성의 표정까지 살피니 아까 전 이야기를 들은 듯 살짝 그늘이 져 있었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녀는 전혀 춥지도 않은 날씨 핑계를 대며 찬성에게 돌아가자고 제안을 할 정도였다.
“아뇨. 이제… 제가 감내해야 할 현실이니까요.”
“미안해. 내가 괜히 나오자고 해서…….”
“아뇨. 언젠간 맞아야 할 바람이고, 평생 익숙해져야 할 일이죠. 또 저는 그나마 집안 사정도 괜찮은 편이고… 게다가 다리보다도 더 중요한 게 무사하니까요.”
정신 나간 말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찬성은 진심이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검’.
이젠 더 이상 현실에선 펼칠 수 없지만, 게임 속에서나마 펼칠 수 있었다.
외려 현실보다 더 활용할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형님들이랑 누님들이 말했듯이 이 다리로는 군대 못 가니… 하하하, 2년 아꼈죠.”
“너 진짜 검 하나면 다 OK인 성격이구나.”
“다만 하나 걱정인 건 앞으로 뭘 해야 하느냐예요. 검의 욕구는 이제 게임으로 푼다고 쳐도, 현실에서 먹고살려면 역시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뭔 소리니? 너 그걸로 먹고살 재능이 있는데? 너튜브랑 인터넷 방송 이야기 뭘로 들은 거야?”
“네? 그걸로 먹고살아요?”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니?”
“어? 했던가요?”
‘아니지, 참! 내가 이야기를 안 해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찬성.
그 시선에 민희는 얘가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못했구나 싶었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일부러 게임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를 안 했던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미안해. 내가 바보짓을 했어! 이제부터 설명해 줄게. 일단 들어가자.”
“아, 예.”
민희는 거의 다 도착한 중국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뒤에 제대로 설명하기로 했다.
“일단 주문은 다 했고. 자… 찬성아, 이야기 제대로 들으렴. 크흠!”
“네?”
“좀 더 요양하고 난 뒤에 말하려고 미룬 거긴 한데… 슬슬 조금씩 알려 줘도 되겠지.”
그렇게 민희는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전에 스트리머와 인터넷 방송, 그리고 너튜버의 생태계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자~ 계속 먹으면서 들으렴. 뭐, 나중에도 알려 주겠지만 들어 둬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먹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도 먹으면서 말할 거야.”
민희의 열혈 강의는 찬성이 거부해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식사가 끝날 즈음엔 찬성은 드디어 인터넷 방송과 너튜브의 ‘수입’ 등등… 전혀 모르던 지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헤에, 그렇구나. 그런 세상이…….”
“그래. 이해해서 다행이야.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나도 너한테 여기까지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네.”
“근데 제가 가능할까요? 그런 게?”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네 영상 올렸을 때 반응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리고… 대충 이번 공성전을 보면 알게 될 거야.”
“예. 아, 잘 먹었습니다.”
“그래. 나도 그럼 슬슬 제대로… 어라? 탕수육 어디 갔어? 너, 너어! 혼자 다 먹어 치우는 건 좀 아니잖아!”
자신이 설명하는 사이에 다 먹었는지 어느새 텅 비어 버린 탕수육 접시를 본 민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찬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태연히 답했다.
“아, 그래서 중간에 미리 중짜 하나 더 시켜 놨어요.”
“나 혼자… 다 먹으라고?”
“아뇨. 저도 더 먹으려고요. 간만에 먹으니 너무 맛있네요.”
“그래. 근데… 우리 밥 먹고 돌아가면 다시 게임해야 해서 누워야 하는데… 괜찮겠니?”
“…헉!”
“주문하신 탕수육 중짜 나왔습니다.”
찬성은 진심으로 당황한 눈으로 민희를 바라보았고, 마침 테이블 위에 놓인 갓 튀긴 탕수육 중짜를 같이 바라보며 민희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 먹고 남은 건 포장해 달라고 하자.”
“예. 죄송합니다.”
찬성은 이견 없이 긍정하며 순순히 사과했다.
외식 한 번도 참 우여곡절이 많은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