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중국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찬성과 민희는 남은 시간 동안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돌았다.
민희는 겸사겸사 찬성에게 주요 건물과 관공서의 위치들도 확인시켜 주었다.
“저기가 에이스 마트. 근처에 클로버 마트랑 하트 마트가 있지만 저기가 제일 좋아.”
“고로 뭘 사려면 저기로 가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지만…….”
게임에 대한 내용이 아닌 평범한 대화였지만, 두 사람은 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당초의 계획이었던 주변 지형지물들까지 확인한 둘은 슬슬 산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자. 약속 시간까지 이제 한… 50분 남았네. 꽤 빨리 먹고 돌아왔네.”
“소화 시킬 겸 운동하고, 씻고 접속하면 딱 시간 맞겠네요.”
“그 정도면 운동 중독 아니니?”
“산에서 지낼 때는 거의 하루 종일 했는데… 그거에 비하면 이건 그냥 숨 쉬는 거죠.”
찬성이 웃으며 말했다.
이내 방 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그는 운동을 시작했다.
민희는 완전히 질린 얼굴로 그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나도… 그럼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나 해야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와 연동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친구 창에 있는 시대의흐름에게 귓말을 넣었다.
[귓말][미니멈실버:저기, 제가 말씀드린 대로 성의 공사는 진행 중인가요?] [귓말][시대의흐름:예. 예정대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하시다니까 공사를 하기는 했지만, 길드 내부에 브루탈 길드 사람이 있어서 결국 알려질 겁니다.] [귓말][미니멈실버:그건 문제없어요. 어차피 변경된 성의 구조에 담긴 전략의 수를 못 읽으면 그냥 헛된 저항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죠.] [귓말][시대의흐름:아, 예.]‘…어차피 상대는 이번엔 레벨 높은 40레벨대 길드원들과 싸울 거니 그냥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실제로 분위기도 그렇고…….’
[귓말][미니멈실버:그, 길드원분들의 동향은 여전하죠?] [귓말][시대의흐름:예. 뭐, 저도 괜히 이상한 낌새 눈치 안 채도록 먼저 나가겠다는 길드원들도 딱히 설득 안 하고… 마지막으로 한바탕 제대로 해보자! 하는 식으로만 유도하고 있습니다.]‘다행이네. 외부의 강적보다 내부의 트롤이 더 무서운데… 이 길드장은 그래도 멀쩡하니 말이야.’
40레벨 후반대 신관 유저라면 사실 어느 길드든 환영받을 인재다.
그렇기에 저레벨 보스 필드 쟁에도 참여할 정도면 그 책임감은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안심되는 인재였다.
[귓말][미니멈실버:어차피 모자란 병력은 NPC 고용으로 때우려고 했으니까요.] [귓말][시대의흐름:하지만 실버 님께서 굳이 이렇게 돈을 크게 쓰셔도 될지… 지면 정말 헛된 돈 낭비일 텐데 말이죠.] [귓말][미니멈실버:대신 조건 계약서를 드렸잖아요. NPC 고용비, 영지성 개조 비용 일부를 대 드리는 대신 그 공성전 촬영과 너튜브 올리는 것에 대한 인터뷰를 독점해 주기로.]찬성이 얽힌 일이지만 승산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손을 대려면 일정 이상의 투자가 필요했다.
그것을 그냥 공짜로 도와줄 수는 없는 법.
그 때문에 너튜브 촬영권을 그에게 요구한 것이다.
다만 어차피 너튜브도 안 하고, 따로 무언가 지불하거나 내야 하는 게 없으니 영지만 지키면 되는 시대의흐름에겐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귓말][시대의흐름:아무튼 공성 전날까지 준비 마쳐 놓겠습니다.] [귓말][미니멈실버:네. 그리고 혹시 중간중간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귓말][시대의흐름:물론입니다. 그럼…….]“후우~ 좋아. 이쪽 케어는 끝났고, 이다음에는 이제…….”
딸깍. 딸깍딸깍.
대화를 마무리하자마자 컴퓨터를 켜는 민희.
그녀는 여기저기 커뮤니티 사이트와 예전 길드에 있을 때 알아 두었던 글로벌 사이트를 통해서 현재 ‘브루탈 길드’의 인원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해 둬야 하니까… 보자. 으음… 브루탈 길드는 유저풀이 참 묘하네.”
길드장인 ‘야만의몽둥이’는 야만 전사 트리인 전형적인 전사 계열.
그러나 그 아래의 40레벨대 핵심 인원들은 대부분 마법사, 혹은 궁수나 레인저 같은 원거리 클래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귓말][미니멈실버:브루탈 길드 사람들 구성, 뭔가 묘하네요?]이런 의문은 역시 오랫동안 브루탈 길드를 상대해 온 시공 길드의 길드장인 ‘시대의흐름’이 잘 알 것이기에 그에게 귓말을 넣었다.
[귓말][시대의흐름:묘하다기보단 일반적인 거죠. 다들 재미없는 힐러나 서포터, 탱커 쪽보다는 화려한 딜러 쪽을 선호하기 마련이니까요. 보통 상위권 길드는 그래서 이제 클래스 비율을 생각해서 실력이든 뭐든 보면서 신중하게 받아들이는데… 브루탈은 그냥 덩치 키우려고 막 받아들이니 클래스 비율이 저렇게 된 겁니다.]‘…일단 체급을 키우고자 저렇게 한 거구나. 흐음~’
‘시대의흐름’에게서 설명을 듣고 대강 이해한 그녀.
이렇게 되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역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기, 민희 누님, 지금 다들 들어오라고 하는데요?”
“어? 아! 지금 들어갈게. 너도 얼른 들어가!”
“네에~”
약속한 시간이 되었기에 그녀는 컴퓨터를 얼른 끄고서 곧장 자신의 캡슐로 들어갔다.
게임에 접속한 민희는 곧바로 파티 창을 확인했다.
때맞춰 파티원들이 속속들이 접속하는 것이 보였다.
이내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 앞에 파티원들이 전부 모이자 민희가 입을 열었다.
“크릉! 자, 식사하고 쉬고들 오셨으면 입던하죠. 목표는 전원 여기서 영웅 등급 파밍! 이번에 돈 다음 초기화까지 휴식, 또 그다음 돌고 초기화까지 휴식을 목표로 갑시다. 날짜가 변경되자마자 다시 던전들을 5시간 리셋 타임 간격이 되는 대로 최대한 돌 겁니다.”
“…예? 누님, 저기, 그러면 잠은 언제 자나요? 아니, 이런 일정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5시간마다 리셋을 노리는 거면 충분히 예상한 범위 아닙니까?”
“크르릉! 당연히 던전 타임이 비는 동안 자고 먹고 다 하면서 던전 다 챙기는 거지.”
찬성은 민희를 비롯한 파티원들의 진심 어린 말투에 당황했다.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그렇지……. 걱정이 된 그는 기본적인 건강을 생각하는 조언을 했다.
“누님, 사람은 되도록 8시간은 푹 자 줘야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 우리 처지가 꽤 급한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어. 특히 메인 딜러인 네가…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해서 더더욱 어쩔 수 없단다.”
“쿠룩. 뭐, 사실… 우리가 몸을 단련하는 것은 바로 이런 때를 위함이지요. 쿠룩쿠룩.”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이 건강과 근육은 모두 이럴 때 달리기 위해서 단련한 것!”
“지지직… 그 렙에 잠이 옵니까? 그 아이템에 잠이 옵니까?”
골수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지당한(?)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고, 찬성은 또 한 번 문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어…….”
“그러니 군말 말고 어서 들어가렴. 자자, 공성전 이겨야지. 운이 좋아서 아이템이 딱딱 빨리 나오면 3일 내내 안 할 수 있으니… 파이팅!”
“어… 예, 그럴게요.”
이것이 메인 딜러의 숙명인가?
거부권이 없는 찬성은 어차피 선택권이 없었다.
그에 어쩔 수 없이 던전으로 들어간 찬성이었지만, 파티원들의 버프를 받자 눈빛이 바뀌었다.
어느새 검을 뽑아 든 그는 리자드맨들을 향해 질풍처럼 달려 나갔다.
[Lv.34 검은 습지 리자드맨 부족장 검은 비늘(보스 몬스터)]남은 체력:0퍼센트
“크어어어어어어어억…….”
“휴우, 잡았다. 잡았던 걸 또 잡으니 쉽긴 하네요.”
한 번 공략했던 만큼 이번엔 아주 손쉽게 때려잡아 버리는 찬성이었다.
아이템은 그대로여도 상대가 언제 뭘 할지 이제 경험으로 깨달았으니 패턴에 대한 대응은 눈 감고도 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제부터죠.”
“문제요? 금방 잡았는데요?”
쓰러진 ‘검은 비늘’의 사체를 보는 찬성에게 전국건강협회가 다가와서 그의 질문에 답했다.
“이놈이 주는 아이템이… 중복이 있느냐? 혹은 우리 파티에 유효한 아이템을 주느냐, 마느냐죠. 어디 보자.”
“쿠룩, 제발 중복만은 피하자. 중복만은 피하자.”
“지지직… 신발 주세요. 신발 주세요. 지지직…….”
“검은 습지 마비 독 정제법 도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다들 무슨 종교 집단의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기괴한 광경.
손까지 비벼 가면서 기도하는 일행을 보며, 찬성은 먼저 보스 몬스터의 시신에 손을 대어 아이템을 확인했다.
[드롭 아이템 목록](영웅)‘검은 비늘’의 창
(영웅)‘검은 비늘’의 창
(영웅)‘검은 비늘’의 창
“어… ‘검은 비늘’의 창이 3자루인데요?”
“시X!”
“쿠룩, 주작 아닙니까?”
“지지직… 전능하신 아카라트시여, 믿음과 영원한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지지직… 전능하신 아카라트시여, 믿음과 영원한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지지직…….”
“…하아~ 진짜네.”
확률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꼭 걸리는 상황.
같은 아이템 3개. 심지어 파티에서 더 이상 필요한 사람이 없는, 오로지 팔아서 수리비나 해야 하는 아이템이 나와 버린 것이었다.
“쿠룩… 개X망겜.”
“지지직… 인정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갓겜도 똥겜으로 칭할 수 있는 때이리라.
아무리 고정 테이블이라지만 어떻게 중복 아이템만 3개가 뜬단 말인가? 심지어 찬성 파티에서 쓸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다.
“인간적으로 하나는 딴 게 나와야지!”
“크르르르릉… 팔아서 수리비나 하죠. 그리고 블랙 드레이크 얼른 잡으러 가죠.”
“이러면… 저기, 또 돌아야 하는 거죠?”
끄덕.
파티원들은 당연한 소리라는 듯 똑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말에 응답했다.
“쿠룩, 저만 해도 저 족장에게서 투구 먹어야 합니다. 버프 사거리 증가도 있고, 버프 레벨도 올라서 말이죠. 쿠룩.”
“지지직… 저는 신발. 슬로 내성 감소랑 이속 증가가 같이 붙어서 무조건 먹어야 돼서…….”
“저는 방패도 나오는데 말이죠. 근데 설마 보스도 중복 템 주는 건 아니겠지?”
“갖춰야 할 아이템이 많은데… 설마 이 정도로 꼬일 줄이야. 큭!”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다고 한들, 저렇게 아이템 테이블이 개판을 쳐 버리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그저 5시간 뒤를 기대하며 찬성 일행은 ‘보스-블랙 드레이크’는 부디 중복 아이템을 주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