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제발 이번에는…….”
“쿠룩, 이번에는……!”
“다행이다! 이번엔 중복은 없는데, 왜 우리가 못 쓰는 법사 템만 주냐아아아아아아!”
“지지직… 원래 파밍은 고난인 법.”
찬성 일행은 ‘던전-블랙 드레이크의 둥지’에서 5시간 쿨 타임이 돌 때마다 던전 공략을 하며 3일을 보냈다.
물론 하루 24시간, 던전 리셋 5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 로그아웃하고 접속하는 식으로 최대한 횟수를 잡는다고 해도 첫날을 제외하고 마지막 다음 날 새벽 타임까지 끌어다 쓰면 최대 10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2시 정각, 오전 5시, 오전 10시, 오후 3시, 오후 8시 던전 초기화 쿨 타임 때 챙기고 오후 8시 이후에만 자잘한 나머지 일일 퀘스트와 플레이 타임을 사용하는, 보통 인간의 생활을 버린 방식으로 파밍에 열중한 것이다.
***
공성전 당일, 수웨라성 외곽.
공성전 시작까지 앞으로 30분 남은 시점.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의 공성전은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딱 8시간에 걸쳐서 진행된다.
각 영지와 성은 그동안 전쟁이 걸리거나 혹은 다른 길드나 영주가 점령하고 있는 성을 공격하여 그 안에 있는 ‘성의 가디언’이라는 NPC를 쓰러뜨리면 최종적으로 성의 소유권을 건네받을 수 있다.
공성전 이벤트는 서비스 두 달째부터 현재까지 총 두 번.
이번이 세 번째 공성전 달이었고, 그동안 수많은 화제와 소문, 전쟁 소식으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흥행을 도운 하나의 기둥이었다.
『자! 오늘도 드디어 월드 아카 세계, 공성전의 날이 왔습니다. 세 번째 공성전. 수많은 길드와 사람들이 영광을 두고 다투는 대격전의 날! 자, 오늘 벌어질 격전지들의 소식을 하나하나 전해 드리겠습니다…….』
“야몽 형, 슬슬 시간 됐어요.”
“음, 좋아.”
브루탈 길드의 길드장 Lv.49 야만 전사 클래스인 ‘야만의몽둥이’.
그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공식 채널’에서 진행하는 공성전 방송을 끄고서 자신의 길드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참여 인원이… 64명? 예상보다 많이 적은데?”
“어차피 순식간에 끝날 거라서 저레벨 애들은 참석 안 하고 그 시간에 레벨 업 한다고 하던데요?”
“이 새끼들이…….”
길드에 등록된 총인원은 약 140명.
그러나 어떻게든 길드 규모만 키우는 데 급급해서 인원수만 불리기 위해 모은 인원이라서 유대감과 통솔이 약한 탓인지 참여자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사람 빠지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니까요.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3분의 1이 벌써 길드를 탈퇴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한 30명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우리 절반이군.”
“절반이더라도 평균 레벨은 약 8가량 차이 나죠. 하하핫, 압도적이죠.”
“그렇지.”
인원수 64 대 30, 거기에 평균 레벨은 8 차이.
인원수 64명인 브루탈 길드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누가 봐도 브루탈 길드의 승리가 자명한 상황에서 30명이라도 남아 준 시공 길드의 유대가 얼마나 끈끈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여간 똥겜 빨던 새끼들, 끈질기기는…….”
“근데 그 길드에 잠입한 애들에게서 이상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무슨 정보?”
“시대의흐름 길드장이 어디서 돈이 났는지 몰라도… 공성전 대비한다고 성 시설들을 업그레이드하고, NPC랑 유저까지 고용했다고 합니다.”
“미친 새끼인가? 공성전 NPC에 돈을 태운다고? 그 돈이면 그냥 밖에 나가서 국밥이나 사 먹지!”
야만의몽둥이가 경악을 할 정도로 보통 공성전에서 NPC를 고용하는 건 아무도 추천하지 않는 일이다.
딱 그날 전투에만 쓰면 그대로 사라지는 일회용.
임시 전력인데 심지어 A.I도 그렇게 좋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성의 시설 업그레이드는 어차피 자신들이 빼앗으면 역으로 이득이라 좋았지만, NPC 고용까진 완전 오버였다.
“대강 업그레이드나 건설 변경된 구조라든가 보면… 아무래도 8시간 버틸 생각인 것 같습니다. 군데군데… 입구가 좁은 거 보이시죠?”
“망할 새끼, 승산 없으면 얌전히 물러날 것이지, 끝까지 성가시게…….”
“자기 레벨 업도 미루고, 레벨에도 안 맞는 필드 쟁까지 참여하는 놈이잖습니까? 아마 몇 번 막아 내면 저희가 또 지쳐서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사실… 메리트가 없는 영지이긴 해서 그런 생각도 들었지.”
‘야만의몽둥이’의 말에 ‘탐식의망치’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왜 그걸 노리냐고! 계륵 같은 곳을! 귀한 시간 쪼개 가면서!’
그동안 속으로 삭이고 있었지만, 탐식의망치가 오히려 화를 낼 정도로 저 수웨라성은 정말 영양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곧 죽어도 그걸 억지로 처먹겠다고 꼬라박는 길드장의 고집에 화가 나는 그였다.
“이유라면 진작 설명했지 않느냐? 일단 저 새끼들이 남아 있으면 우리도 얕보인다고 말이야. 게다가 우리 측에 40레벨 이상 애들이 참여 안 했다곤 하지만, 저번 필드 쟁에서도 져서는 안 되는 건데 졌다는 소문 때문에 주변의 시선도 있고 말이지.”
“즉… 체면 때문이라는 겁니까?”
“그리고 내부 결속을 위함이기도 하지. 나도 내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 아니까…….”
야만의몽둥이도 분명하게 자신이 운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안다.
하지만 일단 머릿수가 있고, 길드 위세가 있어야 뭔가 할 수 있기에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는 것뿐.
그리고 점점 쌓이는 내부의 불만을 누르려면 결국 위세와 승리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저항한다고 해도 얼마 못 버틸 거니까 너무 불만 갖지 마라. 2시간 내에 가디언 잡고 끝내면 그만이니까…….”
“예이.”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 NPC 병력은 어떻게 고용했지? 구성에 맞춰야지.”
“일단 버틸 생각인 것치고는 대부분 마법사 NPC들을 많이 넣었네요. 하긴 얘네, 광역 딜러 클래스가 별로 없으니…….”
당연하게도 각 길드마다 클래스 분포의 차이는 당연히 있는 법.
시공 길드는 전사, 근접 딜러가 대부분이기에 마법 공격력이 부족한 만큼 NPC들을 고용할 때 그 점을 위주로 많이 편성한 것이었다.
“근데… 그래 봐야 인원수가 적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
“성 구조를 보면 이게 특정 영역에 사람들과 병력들이 몰리도록 사문(死門)을 만들어 놨네요.”
“사문? 그게 뭔 말이냐?”
“쉽게 말해서 데스 존입니다. 거기 몰리면 마법을 때려 부어서 일망타진할 생각인 거지요. 그래서 여기 보시면 성 곳곳에 입구를 좁히고 넓히고 해서 끌어들이는 구간이 많습니다.”
“허어? 이거 봐라? 잔대가리를 굴렸다는 거네?”
“그렇죠.”
맵 UI를 보며 야만의몽둥이는 그래도 상대가 마냥 승산 없이 버티려고 이 지랄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망할 자식… 수작을 부려 놔?”
“뭐, 눈치챘으니까 대응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형님을 포함해서 애들 다 마법 방어 세팅 위주로 입으라고 하면 그만이죠. 물론 이러면 물리 방어력과 딜량이 줄어들지만, PVP의 기본은 생존이니까요.”
“그렇지.”
여느 MMORPG의 기초적인 승리 공식은 적에게 데미지를 더 주는 것보다 내가 받는 데미지를 줄임으로써 생존하여 찬스를 늘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디자인이 되어 있든 각 캐릭터, 클래스마다 가진 스킬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에 적이 가진 수단과 방법을 뽑아내고 안 죽는 게 승리의 비법이기도 했다.
“근데 너무 마법 방어만 올리면 물리 방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어차피 레벨도 우리가 더 높고, 머릿수도 2배인데… 걔네 물리 딜러가 날고 기어 봐야 한계가 있죠. 시공 길드에 3차 클래스나 히든 클래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시할 만하죠.”
“흠, 하긴… 그렇지. 그럼 공지하도록 하지.”
살짝 우려가 있었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공식으로 그 우려는 금방 넘어갔다.
결국 길드장 야만의몽둥이는 탐식의망치의 의견에 동의하고 길드 공지로 ‘마법 방어력 위주의 세팅’을 준비 중인 길드원들에게 하달했다.
***
공성전 시작 약 5분 전…….
수웨라성 내부, 가디언의 방.
같은 시각, 당연히 시공 길드도 이제 하나둘 접속해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시대의흐름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성전에 참여해 준 길드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다들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영지를 내준다고 길드가 망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두 달간 추억을 쌓은 곳을 잃지 않기 위해 와 주신 것은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영지 있는 길드를 원하고, 또 그 메리트가 크니까요.”
촌구석 영지라곤 해도 일단 거점의 용도로 쓸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공용 소모품의 영지 길드 할인 같은 거라든가, 하우징, NPC 공용 등등… 메리트가 있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영지’를 가진 길드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했고, 그 차이가 꽤 큰 편이었다.
물론 그런 현실적인 부분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길드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던 영지에 다들 애정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런데 길장님, 영지 개조랑 NPC를 엄청 고용했는데, 그런 걸 보면 승산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길장님이야 워낙 이 영지에 애정이 넘치시니, 뭐…….”
“다들 조금이라도 빨리 50레벨 찍고, 3차 클래스 가겠다고 빡렙업 할 시기에도 필드 쟁 하고 했으니…….”
“양심이 있으면 남아서 도와야지.”
그 누구보다 길드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던 길드장이다.
거기에 영지나 길드의 설정을 바꿔 운영하지도 않고 또 여차할 경우 사비까지 쓰는 길드장이다 보니 길드 내에서 인망은 매우 높았다.
“예. 하는 데까진 해 봐야… 나중에 후회 안 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싸움인데 30명이라도 남아 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웅성웅성…….
‘시대의흐름’은 남은 30명의 길드원들과 함께 두 달간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이 수웨라 영지를 진짜 떠나는 것처럼 대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아, 맞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저와의 친분으로 도와주신다고 해서 5명이 추가되었습니다.”
“5명? 호, 혹시 40레벨급?”
“아뇨. 30레벨 4명에 한 명은 28레벨이라서……. 하하,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아, 역시…….”
멋쩍게 웃는 ‘시대의흐름’.
47레벨 신관인 그가 부른 사람이라서 40레벨급 유저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전혀 도움도 안 될 30레벨대라서 다들 실망한 눈치였다.
“일단은 서로 알아야 하니 소개하겠습니다. 저, 실버 님! 들어와 주세요.”
‘시대의흐름’이 부르자 가디언의 방으로 5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섯 모두 마치 통일이라도 한 듯 검은색을 기본으로 한 무복 곳곳에 비늘이 박혀 있는 방어구를 착용한 모습.
“안녕하세요. 오늘 용병으로 도와 드리러 온 미니멈실버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여기는 제 파티원들입니다.”
꾸벅.
은빛 늑대 수인의 아바타를 한 미니멈실버가 대표로 시공 길드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뒤에 있던 파티원들도 따라서 허리를 숙였다.
“어, 자, 잠깐, 저거 혹시?”
“그거지? 영웅급 블랙 드레이크 세트?”
“근데 30레벨에 저걸 풀 세트로? 미친!”
경악에 빠지는 시공 길드원들.
미니멈실버의 일행 모두 오직 ‘블랙 드레이크의 둥지’에서만 드롭이 되는 블랙 드레이크 세트 아이템을 끼고 온 것을 눈치채고는 경악성을 내뱉었다.
“경매장에 나온 걸 산 건가?”
“저걸 왜 사? 다들 블랙 드레이크 둥지를 안 가서 매물은 거의 랜덤 박스에서나 나오는 거라 쓸데없이 비싸. 그냥 다른 걸 사지.”
“던전 자체도 독성 저항 꽉 안 채우면 힐러 지옥이고, 지랄 맞은 곳인데…….”
“그건 그렇고. 시X, 외양도 엄청 폼 나네.”
웅성웅성…….
20, 30레벨대뿐만 아니라 거의 40레벨에 접어드는 30레벨 후반대에 이른 시공 길드원들도 감탄하면서 바라보는 ‘블랙 드레이크 세트’였다.
‘크으, 이거지.’
‘쿠룩, 이 우월감… 이 맛에 RPG 게임 하지.’
‘지지직… 최고야!’
‘…다들 왜 울고 그래요?’
미니멈실버 뒤에서 조용히 있는 찬성을 제외한 일행은 자신들을 우러러보는 시공 길드원들의 시선에 감동하며 즐기는 중이었다.
‘저거 맞추느라 고생하기야 했지만, 여기서 울 일인가?’
웃긴 것은 이 블랙 드레이크 세트를 파밍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던 찬성은 전혀 공감하는 눈치가 아니라는 거였다.
그는 사람들의 이 우월감을 이해 못한 듯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