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이제 시간 거의 다 됐으니 다들 자리에 위치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지려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겨서!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켜 봅시다!”
“오오오!”
“와아아아!”
[시스템-공성전 시작까지 앞으로 1분 남았습니다.]얼마 안 있으면 공성전이 시작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공 길드의 길드원들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시대의흐름’이 지정한 장소로 각 파티별로 배치 붙는 것이었다.
“그럼 예정대로 NPC 컨트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반대로 길장님은 저기 검은 무복 입은 검사 좀 잘 챙겨 주세요. 알려 드렸다시피 쟤가 승리의 핵심입니다.”
“예! 무모하게만 안 하면 절대 죽지 않게 보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네. 하긴 나름 빛의 교단 신관 플레이어 중에서 이름이 알려진 축이라서 여기저기서 노리던 사람이긴 하지.’
‘시대의흐름’.
이 시공 길드의 길드장을 고집하지만 않았다면 언제든 상위권 레이드 길드든 기업 후원을 받는 길드든 들어가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였다.
그런 그의 담담하지만 심지 굳은 얼굴을 보자 믿음이 가는 그녀였다.
“아무튼… 저쪽은 이제 파티에 맡겨 두면 되고, 그럼 시작해 볼까?”
미니멈실버는 공성전 시작과 동시에 활성화된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고용한 NPC 병력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 일단 상대는 무슨 생각인지 볼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의 ‘공성전’은 기존 MMORPG 게임에서 유저들이 참여하는 공성전에 RTS 게임 요소를 섞고, 거기에 인게임 재화를 투입하게 하는 현실적인 전쟁을 구현했다.
“음, 역시… 그냥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해서 저쪽의 NPC 병력은 딱 공성전 성문만 깰 용도만 고용했네. 하긴 저기 길마인 야만의몽둥이가 워낙 짠돌이로 유명하니까 이런 성 먹겠다고 큰돈을 쓰는 건 싫겠지.”
길드장 ‘야만의몽둥이’가 야망이 너무 커서 이리저리 돈을 아끼고 비축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이미 파악된 사실.
그것을 지금 맵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하긴 유저 숫자만 2배고, 거기에 레벨도 자기들이 더 높으니… 헛돈 쓰긴 싫은 거겠지.”
그냥 있어도 충분히 우세한데, 괜히 NPC 고용한다고 돈을 더 많이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매우 정상적인 생각이다.
물론 성문이나 성벽을 부술 최소한의 공성 병기 NPC까진 포기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전군! 전진하라!”
“와아아아!”
유저 약 60명, 거기에 성문을 공격하기 위한 공성 병기인 충차 하나와 투석기 하나가 전부인 NPC 군대이다 보니 전쟁치고는 엄청 초라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하하, 역시 촌구석 중의 촌구석 영지라서 그런가? 수도나 핵심 대영지에서 싸우던 거랑 비교하니 할 말이 없네.’
전쟁이라기엔 너무나 작은 규모.
차라리 그냥 촌구석 불량배들의 패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상황이었다.
특히나 여러 길드가 연합하고 정치까지 해서 벌이는 대규모 전투에 이미 참여해 본 미니멈실버로서는 더욱 그 격차가 크게 느껴졌다.
“일단 주력은 아니어도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지?”
미니멈실버는 반투명 창 위로 손가락을 스와이프해 가면서 NPC 병력들을 운용했다.
다만 MMORPG 게임이라는 근본을 지키기 위함인지 NPC들은 진짜 RTS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조작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명령은 하달되지만 기계처럼 싸우는 게 아닌 인격체처럼 A.I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공성 병기가 계속 다가옵니다!”
“쏴라! 공격을 멈추지 마라!”
“마, 마법이… 으아악!”
“화력이 너무 강합니다!”
“사, 살려 줘!”
그래서 공격 명령을 받은 수웨라성 병사 NPC들은 ‘공격해라.’라는 명령에 리얼하게 싸우면서도 실시간으로 공격을 받으면 받는 대로 반응하며 죽어 나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건 쓸데없이 리얼하게 만들어 놔 가지고…….”
[시스템-‘Lv.34 수웨라성 병사’가 쓰러졌습니다.] [시스템-‘Lv.34 수웨라성 병사’가 쓰러졌습니다.]그나마 죽는 연출은 쓰러지는 즉시 푸른빛을 뿜으며 사라지는 것 정도.
아무래도 일반인인 플레이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함이었다.
[시스템-성문이 파괴되었습니다.]“성문이 열렸다!”
“저, 적들이 들어옵니다!”
“후퇴! 후퇴하라! 내성으로 후퇴한다!”
결국 전투를 시작하고 23분 만에 외곽의 성문은 파괴되었다.
곧이어 브루탈 길드의 길드원들은 각자 탈것을 탄 채로 성안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게임은 이제부터지. 어디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자~”
본래 실제의 공성전은 성문을 열면 사실상 끝난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게임에서의 공성전은 다르다.
[길드][둠아들피스트:내성 진입했습니다.] [길드][2연벙을했다는건3연벙도한다는의미:캬, 들어오자마자 ‘개X 같네!’라고 칭찬 연발하네요.] [길드][탐사정에산다:솔직히 우리가 봐도 개X 같은 구조이긴 함.]“오, 벌써 극찬이 들려오네.”
채팅으로 올라오는 적의 반응에 미니멈실버는 웃으면서 도시 내부의 지도를 바라보았다.
***
수웨라성, 시가지 입구.
야만의몽둥이는 눈앞에 펼쳐진 성내 도시의 시가지를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은 성내의 도로라 하면 성문의 대로가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작은 길들이 혈관처럼 퍼져 나가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인데.
“아, 씨X! 진짜 개X같이 만들어 놨네.”
이 수웨라성의 구조는 그 정석을 따르지 않은 완전 미로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장 코앞에 건물이 있고, 좌로 꺾은 길, 그다음엔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로 꺾이고, 또 가면 양 갈래로 길이 나눠져 있는 완전한 미로.
“와, 미친…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시대의흐름 새끼, 끝까지 우리 엿 먹으라는 건가?”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보통 이런 짓 하면 길드원들이나 상인 NPC들이 반발하거나 못하게 할 텐데?”
도시 구조를 미로로 만들어 버린 것을 처음 본 브루탈 길드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해서 이런 걸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길드원들한테는 인망이 있어서 그렇다 쳐도, 길드 영지라곤 해도 도시의 주인은 엄연히 귀족이었다.
그 때문에 NPC들이 이런 미친 구조로 도시를 재건축하는 걸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시대의흐름은 빛의 교단 사제니까. 또 오랫동안 이 수웨라 영지를 관리하고, 가꾸면서 서브 퀘스트들로 우호도 MAX 찍었을 거고, 빛의 교단은 소속 보너스로 우호도 보너스를 추가로 더 받는 효과가 있으니 이런 미친 공사를 할 수 있던 거겠지.”
“오히려 경악스러운 건… 그 돈을 대체 어디서 구했냐는 거지. 사채라도 썼나? 미친 새끼.”
다들 이 짓을 시대의흐름이 벌인 줄 알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이다음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길드장 야만의몽둥이에게로 집중되었다.
“음, 이걸 어떻게 한다? 크흠.”
야만의몽둥이는 주변의 웅성거림이 늘어나는 것에 헛기침을 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할지는 아까 정했어야죠. 그 전에 지도랑 자료 다 드렸잖습니까? 형님.”
“크, 크흠! 그게… 그…….”
‘에휴, 딱 봐도 대강 보고 레벨 업이랑 파밍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못 썼군.’
‘제길…….’
사실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진 길드라면 자연히 업무를 분담해서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권력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지 고집을 피우면서 모든 걸 혼자 이끌어 나가려고 했고, 그 때문에 모든 걸 다 제대로 체크할 시간적, 물리적 여유가 없기도 했다.
“길마 형, 이거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그냥 저 건물들 사이로 돌파해서 내성으로 뛸까요?”
“아니면 날아서 갈까요?”
“전부 다 날지 못하니까 길을 따라가기엔… 미로 풀면서 가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하여간 시대의흐름 개자식! 성가시게 만드는군!’
으득!
이를 간 ‘야만의몽둥이’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민했다.
일단 딱 봐도 직선거리를 가려면 건물 사이사이를 지나가야 했기에 잘려 먹히기 좋은 형세였다.
그렇다고 일일이 건물을 부수면서 전진하자니 시간 낭비가 심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디스트로이어 같은 건물 파괴 전담 클래스라든가 공병 NPC 같은 거라도 고용했어야 했는데. 아니면 우리 중에 ‘소속:건축가 길드’ 찍은 애가 있던가?’
“형님?”
“혹시 지금 참여한 사람들 중에 ‘소속:건축가 길드’ 3단계 찍은 사람 있나?”
마치 철거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 같은 태도. 하지만 길드원들 전원이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소속:건축가 길드’는 말 그대로 건축, 건물에 대한 일을 함으로써 그 보너스로 ‘건축물, 건물’에 대한 데미지 상승량 증가가 있어서 지금 상황에서 딱 필요한 것이었지만…….
“애초에 건축가 길드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해도 보통은 소속 보너스랑 상성이 좋을 클래스나 하는 거지, 저희 같은 일반 클래스들은 안 하죠.”
“심지어 공성전이 콘셉트인 레이드에서도 안 쓰지? 그거?”
“그냥 DPS 올리는 게 나으니 말이야. 콘셉트용이지.”
길드원들의 말대로 바다에서 산삼 찾는 격인 말을 한 길드장 야만의몽둥이는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대로 길로 걸어간다. 지도는 있으니 미로라고 할 수도 없어!”
“그러면 방해를 꽤 받을 텐데요? 건물을 가로질러서 가면?”
“시공 길드에는 그 망할 똥겜 코스프레하는 놈들 때문에 암살자, 악마 사냥꾼 계열이 너무 많아. 게다가 엄폐물도 많아서 마법사, 원거리 딜러의 비중이 높은 우리 길드로서는 힘들다. 상대도 그걸 노리는 거니 차라리 조금 성가시고 시간이 걸려도 큰길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지만?”
“…사실상 어딜 가도 놈들은 지형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지. 아주 악질 같은 트릭이다.”
선택지가 주어지면 그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생각을 이용한 트릭.
야만의몽둥이는 그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래도 내가 짬만으로 길드장을 한 게 아니지. 이러면 답은 간단하다. 반대로 우리가 선택지를 주는 거지. 선택지를 선택지로 받아친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팀을 둘로 나눈다. 한쪽은 건물 사이를 돌파해서 가디언 쪽으로, 다른 한쪽은 이 길을 돌파한다. 건물은 탐식, 네가 20명을 데리고 돌파하고, 이쪽은 네가 말한 대로 데스 존이 있을 테니 내가 이끌고 가마.”
“그거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형님.”
끄덕.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수였기에 탐식의망치를 비롯한 길드원들의 불만은 없었다.
성가신 짓을 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게 짜증이 날 뿐, 결국 요점은 이 공성전에서 이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