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길드장][야만의몽둥이:이제 내성 앞에 부활 포인트 땄다. 거의 다 이겼어. 올라가서 마무리만 하면 된다. 다들 진정해!] [길드][파이널스파크:진정은 무슨요. 그냥 와서 대충 싸우면 이긴다더니, 온갖 똥꼬쇼 하고 자빠졌잖습니까?] [길드][붸인은구른다:PVP 퀘스트 보너스나 받으러 왔는데, 경험치만 잃었네. 아, 이거 핵손해거든요.]‘이런 씨!’
[길드][얼어붙은비전의화살:씨X! 40레벨대는 한 번만 뒤져도 경험치 복구하려면 하루 종일 X뺑이 쳐야 하는데, 장난합니까?] [길드][트롤한판해볼까:아가리만 놀리지 말고 와서 저거 좀 막으라고!] [길드][그곳을꿰뚫는화살:시X, 안 해!]전투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전장 이탈자가 점점 늘어 갔다.
소수의 행동이면 그놈들만 책망하거나 본보기를 보이면 되지만, 이렇게 썰물 빠지듯 단체 행동이 되기 시작하면 손쓸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내가 막으러 갈 수밖에!”
시공 길드 놈들은 이탈하지 않고 싸울 놈들만 남은 상황.
반대로 자신들은 이렇게 전장에서 이탈이 늘어나게 되면 숫자의 이점도 사라져서 결국 공성전 실패나 다름없다.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일단 오는 애들 위로하고, 준비하고 있어.”
“그냥 저희가 들어가서 가디언 따 버리는 건?”
“아니, 그러면 내가 빠진 사이에 저 검성인지 뭔지 하는 놈을 이번엔 그리로 투입할 거다. 시대의흐름 놈……! 내가 직접 지휘를 못하는 곳을 노리다니!”
“그것도 그거지만, 이 용병이 진짜 미친놈입니다. 전장을 그냥 혼자 휩쓸고 있어요. 마치 풀템 마이처럼 이 새끼가 다 해 처먹고 있다고요.”
어느새 실시간 영상까지 연결해서 보여 주는 길드원.
이미 붕괴된 진영을 휩쓸고 다니는 검은 무복에 해골 가면을 쓴 검사 모습이 보였다.
『…….』
『오지 마! 오지 마아아!』
『상태 이상 좀 걸어… 억!』
『걸어도 소용없어! 순식간에 풀어 버리고 다시 걸려는 사이에 온다고! 으아아아!』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말없이 모조리 검으로 베어 버리는 경이로운 무빙.
다가가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검속으로 베어 쓰러뜨리는 모습.
서포팅도 제대로 받는지 상태 이상으로 저항해 보지만 통하지 않았다.
“저놈이… 문제군. 제길! 대체 어디서 저런 걸…….”
저 한 놈 때문에 진영이 무너지고 흔들려서 뒤이어 들어온 시공 길드원들의 공세를 막아 낼 수가 없기에 한시라도 빨리 진압하는 게 필요했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내가 저쪽에서 애들 다 데리고 이쪽으로 올 테니까! 뭐 하지 말고 잘 지키고 있어! 또 죽은 애들 채팅으로 멘탈 케어하고!”
“옙!”
이 이상 휘둘리는 걸 막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탈것인 ‘고대의 크루저 바이크’를 타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질주했다.
***
그 시각, 한창 치열한 싸움 중인 성내의 길.
엄폐물 뒤에서 서로 힐과 원거리 공세만 주고받던 브루탈 길드 측의 진영에 찬성과 시공 길드원들이 일제히 난입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었다.
“……!”
“으아아악!”
“아, 아니, 젠장! 저거 대체 무슨 스킬이야?”
“스킬을 잴 수가 없네! 미친!”
붕괴된 진영의 난전 속, 찬성은 최전선에서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아아……! 대규모 전장은 또 느낌이 다르구나. 특히 광역 스킬을 쓰는 느낌이랄까……. 이때껏 형(形)에만 집중한 비검의 활용이라든가, 새롭게 파고들 곳이 보인다든가…….’
전에 전장의 외곽에서 잠깐 싸웠던 적은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 전장 한복판에서의 경험은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으아아악!”
“누가 저거 좀 막아!”
“죽기 싫어! 겨, 경험치 떨구기 싫어!”
‘이 생생한 감정! 압도하는 느낌! 소수의 PVP의 감정과는 또 달라!’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절규하는 소리와 자신에게 무기로 공격을 하는 이 생생한 적의가 찬성의 모든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중이었다.
오감으로 느끼는 현실적인 전투의 감각과 게임이라는 비현실적 상황은 찬성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비검-사성절(四星切)! 비검-오성화(五星花)! 비검-삼성연(三星連)!”
거기에 현실에서는 육체의 한계 때문에 몇 번 쓰기도 힘든 ‘비검’을 자유자재로 쓰고, 실전 경험에 가까운 이 환경 덕분에 숙련도가 빠르게 오르는 것도 즐거웠다.
“검성 시X, 개사기네!”
“무장 해제나 뭔가 CC 좀 걸어 봐!”
“CC는 걸려고 하고 있어! 그런데… 저 미친놈이!”
“누군가에게 ‘케어’받는 것 같은데! 난전 속이라서 볼 수가 없어!”
물론 브루탈 길드원들도 바보가 아닌지라 가장 맨 앞에서 깊숙하게 파고든 찬성을 그냥 두지 않았다.
일점사나 혹은 각종 상태 이상으로 대응하려고 했지만, 벌어지는 상황은 원하는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거리 마법이나 화살 같은 공격은 찬성이 피하거나 검으로 베어 버렸고, 근접에서는 수라 같은 검술에 대응도 못하고 죽어 나가는 것이다.
사실 ‘검성의 경지’로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리 데미지뿐이다.
마법 데미지는 막거나 방어를 해도 데미지는 쌓일 텐데, 그것은 어떻게 해결하느냐면…….
“쿠룩, 아주 신나게 날뛰는군요.”
“저 정도로 잘 날뛰면 서포트하는 보람이 어떻습니까? 힐러 두 분.”
“지지지직… 보조하는 보람이 살죠. 안 그런가요? 하급 치유!”
“당근입니다. 정화의 빛!”
난전 속에서 날뛰는 시공 길드의 후방 진영에 몰래 숨어 있는 4명의 유저.
현재 찬성과 파티를 해 놓은 ‘시대의흐름’, ‘살덩이는나약하다’, ‘전국건강협회’, ‘근손실보험’이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완전 날먹이네. 이 두 분 호위하는 거라지만 말이지.”
“쿠룩, 완전 날먹은 아니지. 나름 찬성 님 스테이터스에 버프랑 시너지도 제공하고 있고, 또 여차한 상황에서는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쿠룩.”
“솔직히 너도 이거 실드 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지?”
“쿠, 쿠룩! 아무튼… 팝콘 먹을래? 캐러멜 팝콘인데…….”
“어, 먹을게. 현실에선 이거 칼로리 무서워서 절대 못 먹는 거니까.”
그렇게 한가한 두 사람은 팝콘을 씹어 먹으며 찬성의 무쌍을 영화 관람하듯이 바라보았다.
‘좋아좋아. 이다음에는… 어라? 이 소리는?’
부르르르릉! 우우우우우우웅!
찬성이 계속 격전을 치르던 중, 이 판타지 배경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엔진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다 비켜!”
“기, 길마님이시다!”
“이제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무튼 다 비켜 드려!”
‘저건?’
가죽과 뿔로 장식이 된 커다란 검은 ‘고대의 크루저 바이크’.
흔히 ‘할리’라 불리는 바이크와 닮은 탈것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탄 남성은 마찬가지로 털가죽으로 된 아주 가벼운 옷차림에 등에는 거대한 몽둥이를 차고 있었다.
‘…원시인?’
“나는! 브루탈 길드의 길드장! 야만의몽둥이다! 이 망할 용병 새끼, 쳐 죽여 주마! 으아아아아아아! ‘광전사의 포효’!”
큰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바이크를 탄 채로 점프한 그는 탈것을 해제함과 동시에 버프 스킬을 발동했다.
‘오… 멋지다.’
본래는 이런 유치한 퍼포먼스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이건 무너져 가는 아군 길드원들의 집중을 얻기 위한 것.
덕분에 사기를 되살리는 데는 충분했다.
[길드][야만의몽둥이:여긴 내가 맡겠다. 다들 우선 내성 앞의 부활 포인트로 합류해라. 일단 시작한 이상 이겨야지 않겠는가? 날 보조해 줄 몇 명만 남아 다오!]‘채팅으로 지시도 해 놨으니! 이제!’
“…….”
‘이놈을 쳐 죽이는 것뿐!’
부우우우웅! 콰아아앙!
먼저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찬성에게 공격을 하는 야만의몽둥이.
Lv.49의 야만 전사인 그는 비록 3차 클래스로 전직하지 못했지만 엄연히 현존 최상위권의 플레이어였다.
“우오오오오오오!”
‘오, 이 기백……! 그리고 난폭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 같지만!’
“흐음!”
‘생각보다 예리해. 지금까지의 상대랑 달라.’
투쿠우웅! 쿠그그그!
검과 거대한 몽둥이의 충돌.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여태껏 히든 클래스급의 스테이터스 성장률을 가져서 단 한 번도 밀려 본 적이 없는 찬성이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었다.
‘와, 이거 뭐지? 게다가…….’
[파티][근손실보험:야만 전사는 바로 저 투사와 근력 성장률이 같은 클래스입니다. 심지어 상대는 49레벨. 거기에 모든 아이템이 영웅 등급에다 레벨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죠.]상대적으로 낮은 근력 성장률이지만, 높은 레벨로 충분히 커버될 정도.
거기에 그는 45레벨 이상의 영웅 등급 아이템을 모두 착용하였기에 찬성보다 더 높은 ‘힘’ 스테이터스를 가진 것이다.
[생명력:295/439]‘…막았는데 또 생명력이?’
그리고 막았는데 뚫고 들어오는 데미지.
생명력이 크게 줄어든 걸 본 찬성은 급히 상태창 메시지를 보고 이유를 파악했다.
[시스템-‘야만의몽둥이’의 공격으로 0의 데미지(검성의 경지로 방어)를 받았습니다.] [시스템-‘야만의몽둥이’의 충격파 공격(지진의 망치)으로 98의 물리 데미지를 받았습니다.]‘저 공격도 간접 공격이 섞여 있구나!’
[파티][전국건강협회:저 양반이 든 무기, ‘(영웅)지진의 망치’입니다. 공격이 들어가면 일정 비율만큼 광역 충격파 데미지가 따로 들어갑니다. 바닥 보십쇼, 바닥.]채팅창에 들어온 말을 보며 찬성이 슬쩍 바닥을 보자, 충격파의 영향인지 확실히 돌들이 깨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상대인 ‘야만의몽둥이’도 자신의 인터페이스를 슬쩍 보곤 찬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역시 검성이군. 들어간 물리 데미지가 0. 그런데 들어간 충격파 데미지를 보면… 30레벨 중반 정도인가? 하! 기가 막힐 노릇이군.”
‘…받은 데미지로 레벨을 예측한 건가?’
[파티][근손실보험:게임은 수학이니까요.] [파티][전국건강협회:숫자는 정직하죠.]찬성이 지금 할 법한 생각을 읽은 파티원들이 한마디씩 남겼고, 그사이 찬성의 생명력은 두 힐러에 의해서 다시 최대치로 차올랐다.
‘저 이펙트는… 치유인가? 하긴 그런 게 없이 무쌍을 벌일 순 없겠지. 그러면 이거 딱 봐도 서로 지원받는 상태에선 견적이 안 나오겠군.’
‘이 사람… 엄청 재미있네.’
‘어쨌든 결국 개인의 싸움은 전쟁에 영향을 안 끼치는 법. 다들 후퇴하고 내성 앞에 모이게 되면 그때…….’
‘이다음은 뭐가 나올까? 계속 싸워 봐야지.’
야만의몽둥이는 잠시 소강상태에서 뒤로 물러났다.
잠깐의 타이밍을 통해 전략적 판단을 하려던 중이었는데, 그에게서 PVP의 신선한 자극을 느낀 찬성이 눈을 빛내며 먼저 그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