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고브고브고브브브읏!”
‘온다!’
그리고 찬성이 다시 2층에 모습을 드러내자 고블린 궁수는 사격을, 고블린 주술사는 곧바로 파이어 볼트를 다시 시전하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었기에 찬성은 침착하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트를 검으로 쳐 냈다.
물론 쳐 내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게임 시스템은 냉혹하게 찬성의 행위를 피격된 것으로 취급했다.
[시스템-고블린 주술사의 ‘파이어 볼트’로 7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생명력:28/35 스태미나:25/25]‘됐나?’
화르르르륵!
찬성의 예상대로 파이어 볼트가 닿은 검에 불이 붙어서 타올랐다.
초보자 지원 상자에 있던 횃불용 기름을 검에 바른 결과 불꽃을 만나자 타오르면서 불이 붙은 것이었다.
뜨거운 열기를 느낌과 함께 오래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불의 검’을 들게 된 찬성은 지체 없이 화살들을 쳐 내면서 고블린 주술사를 향해 달려갔다.
‘자, 와 봐라. 다음 파이어 볼트야!’
“고브고브고브! 고브브브!”
‘드디어 온다!’
“고브! 고브윽!”
화르르륵!
고블린 전사들의 공격을 피하고 밀쳐 내면서 찬성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파이어 볼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불이 붙은 검과 부딪친 파이어 볼트는 그대로 허공에서 베어졌고, 흩어진 불꽃이 꽃을 피우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다음 찬성은 자신의 생명력 창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생명력은 단 1도 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파이어 볼트’가 같은 속성의 공격에 상쇄되었습니다.] [생명력:28/35]‘됐다! 역시 불은 불로 막을 수 있구나!’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고, 실험적으로 해 본 것이었지만 아주 명확하게 성공하자 찬성은 눈을 크게 뜨며 좋아했다.
그러나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기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계속 검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자신의 측면과 후방을 노리는 고블린 약탈자들의 공격과 고블린 궁수의 사격은 회피, 주술사의 파이어 볼트를 멋지게 상쇄하며 그는 고블린 약탈자들을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키에엑!”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고블린 약탈자가 17의 데미지(급소 데미지+화염 데미지 추가)를 받습니다.] [시스템-고블린 약탈자가 죽었습니다.]‘오? 불검 위력 좋은데?’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고블린 약탈자가 20의 데미지(급소 데미지+화염 데미지 추가)를 받습니다.] [시스템-고블린 약탈자가 죽었습니다.]화르륵!
그뿐만 아니라 불이 붙은 검은 추가 데미지까지 적용되어 마치 풀밭을 베는 것인 양 고블린들을 휩쓸고 가게 해 주었다.
파이어 볼트 하나만을 생각해서 만든 방법이 여러모로 이득을 주는 이 상황! 찬성은 즐거워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고, 고브으!”
‘전사들을 앞으로 보내는 건가? 보낼 거면 진작 보냈어야지.’
약탈자들이 모두 죽자 고블린 주술사는 무어라 성화를 내면서 자신을 호위하던 고블린 전사들을 찬성 쪽으로 보냈다.
검에 붙은 불이 꺼질 때까지만 기다리자는 건지 아니면 마법을 쓸 시간을 벌려는 건지 모르지만, 이미 약탈자들이 모두 죽은 상황에선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찬성은 오히려 자신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모조리 베며 나아갔다.
“좋아!”
자신을 막는 역경을 스스로의 계획으로 돌파하는 쾌감.
거기에 불타오르는 검을 휘두르는, 현실에서 하지 못할 일까지 하는 것에 신명이 난 찬성은 고블린 전사들을 가볍게 제치고, 고블린 궁수와 주술사를 마무리하여 쓰러뜨렸다.
“고브으으윽!”
“휴우~ 아, 그런데 검 내구도… 엄청 빠졌네. 하긴 이런 짓을 했으니 빠르게 손상될 만… 한가? 음~ 아무튼 2층도 이대로만 가면 손쉽겠군. 무기 내구도만 신경 쓰면서 가면 될 것 같아.”
그렇게 처음에 진형을 짠 무리 외의 2층 고블린들도 순조롭게 처리해 가는 찬성이었다.
“좋아. 슬슬… 아, 무게가…….”
[시스템-인벤토리에 아이템이 너무 많습니다. 무게 페널티를 받습니다.]“…이런 것도 리얼리티의 일종일까? 에휴…….”
본래 3~5인으로 파티 플레이를 하도록 만들어진 던전을 혼자서 주파하다 보니 인벤토리가 금방 가득 찼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찬성은 결국 한 번 쉬었다가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들을 대충 확인하면서 비싸 보이거나 특별해 보이는 게 아니면 쓸모없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고블린들에게서 얻은 아이템을 모조리 던져 버렸다.
“보자. ‘(일반)낡은 도끼’ 이것도 버리고… ‘(일반)조잡한 활’ 이것도 버리고… 죄다 쓸모없는 것뿐이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을 버린 찬성은 2층을 마저 정리한 다음 3층으로 향했다.
2층처럼 또 무언가 기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먼저처럼 칼에 횃불용 기름을 끼얹은 다음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고브! 고브브! 고브브브브브브브? 고브으으으으으!”
“코븍!”
‘뭐야? 이건… 어? 몸이 안 움직여? 뭐지?’
찬성은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자신의 몸이 굳어 버린 채로 눈앞에 광경이 보이는 것을 기이하게 여겼다.
RPG 계열 게임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엇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는데, 바로 이벤트 컷신이었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거나 여기가 보통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플레이어에게 알려 주기 위한 게임적 장치였다.
[Lv.12 고블린 챔피언(보스 몬스터)]“고브! 고브브브! 고브브브으으으으으!”
“누가 좀 도와줘요!”
“살려 주세요!”
“으으으…….”
보통 고블린보다 몇 배나 더 커서 인간보다 훨씬 거대한 고블린 챔피언이 성질을 부리는 중이었다.
주변 고블린들을 쫓아낸 녀석은 찬성을 바라보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벽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사람들을 가둔 우리 앞에 서 있던 고블린들이 각자 무기를 두드리며 고블린 챔피언을 열심히 칭송하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 즉, 대장이라는 건가? 근데 좀 시끄럽네.”
[Lv.12 고블린 챔피언(보스 몬스터)]“고브으으으……!”
쿠우웅! 철컥!
찬성은 포효하는 고블린 챔피언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봤다.
고블린답지 않게 사슬 갑옷과 투구, 건틀릿과 부츠로 완전무장한 모습과 거대한 몽둥이가 인상적으로, 고블린 챔피언이라고 붙지 않았다면 오크라고 착각할 법한 외양이었다.
그래도 고블린 특유의 뾰족한 얼굴 형태가 남아 있어서 확실히 구분은 가능했다.
[Lv.12 고블린 챔피언(보스 몬스터)]체력:100퍼센트
보유 스킬:강건한 육체, 챔피언의 무용
“고브으으으으으으으!”
‘오오… 오오오……!’
크게 포효하며 찬성을 노려보는 고블린 챔피언. 그 육중함과 포악함은 마치 맹수를 마주하는 것 같은 박진감과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찬성은 현실에서 절대 맛볼 수 없는 이 느낌에 전율하고, 감동하면서 검을 겨누고 눈을 빛냈다.
‘…검을 다시 휘두를 수 있는 것만 해도 감동인데, 거기에 이런 강적과 목숨의 위협 없이 순수하게 실력으로 겨룰 수 있다는 건가?’
“고브! 고브! 고브으!”
‘쩐다, 쩔어. 심지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잖아. 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강적들이 있을까 흥분되는걸?’
현실에서는 검을 쓸 줄 알면 알수록 내면을 통제해야 했기에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이렇게나 전투광적인 면모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찬성이었다.
아마 순수하게 이곳이 게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러는 것이리라.
기합을 넣은 찬성은 곧바로 고블린 챔피언에게 달려갔다.
“고브으!”
‘아, 역시 몸집이 큰 만큼 동작이 훤히 보이네.’
“고브고브고브!”
‘대신 맞으면 이건 막아도 피해가 크겠지? 근데 어떻게 이걸 공략하지?’
투콰아앙!
찬성은 고블린 챔피언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탄탄하게 입은 무장 때문에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설프게 공격해 봐야 오히려 적에게 기회를 주는지라 고민을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 점이 역으로 가슴 뛰는 거겠지. 그럼 어디… 흡!’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고블린 챔피언이 8의 데미지(급소 데미지 추가)를 받습니다.]“고브브읏!”
[Lv.12 고블린 챔피언(보스 몬스터)]체력:97퍼센트
‘갑옷 틈새, 급소를 찔렀는데도 약 3퍼센트 정도인가? 꽤 오래 걸리겠네.’
일반 몬스터들은 기믹과 숫자로 난이도를 올렸지만 역시 단독으로 싸우는 보스 몬스터까지는 그럴 수 없는 건지 매우 튼튼한 고블린 챔피언이었다.
그래도 찬성은 그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하면서 계속 검으로 데미지를 누적시켜 갔다.
‘이거 엄청 괜찮은데? 저 기백과 게다가… 한 대라도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이 공격도! 음? 뭐지?’
“고브고브! 고브으으으으!”
한참 즐겁게 싸우는데, 갑자기 고블린 챔피언이 눈을 붉게 물들이더니 몽둥이 끝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블린 챔피언의 육중한 거체가 마치 회오리바람 같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찬성을 향해 돌진했다.
‘오? 이건? 팽이 같은 건가? 오오!’
“고브고브! 고브으으으으으으!”
붕붕붕붕!
게임을 오래 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들어오는 공격.
누군가에겐 휠 윈드, 누군가에겐 검의 폭풍, 누군가에겐 소용돌이 등등… 다양한 명칭으로 전해지는 회전 공격이었다.
둔중해 보이는 고블린 챔피언의 움직임과 다르게 이번엔 빠른 속도로 돌면서 찬성을 향해 날아왔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것을 보던 찬성은 질주를 써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렇지! 이래야지! 맞으면 피와 살이 부서질 것 같은 공격! 아마 스쳐도 사망하겠지.’
“고브윽! 고브으으읏!”
콰아아아아!
찬성이 피하자 주변에서 응원하던 다른 고블린들이 그 공격에 휩쓸리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돌면서 쫓아오던 고블린 챔피언은 이내 점점 속도가 줄어들더니 휘청거리면서 넘어졌고, 찬성의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시스템-고블린 챔피언이 ‘무력화’되었습니다. 지금 공격하십시오. 데미지가 추가됩니다.]‘…으음? 무력화된 적을 공격하는 건 비겁한 거 아닌가?’
찬성은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어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을 하며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봤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와 싸울 때 플레이어들을 위해 나오는 ‘무력화 패턴’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고블린 챔피언이 일어나는 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