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안녕하십니까? 구독자 여러분, 그리고 알고리즘을 타고 오신 시청자 여러분, 누구보다 빠른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내의 소식을 전하는 ‘핫샷소식’입니다.
오늘은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공성전 날로서, 공성전을 뛰시는 유저들이 많은데…….
게임 내의 화면을 시작으로 나오는 인사와 인트로.
이어서 곧바로 본론이 시작되었다.
“…흠, 급하게 올린 것치고는 사전 조사가 되어 있네?”
미니멈실버는 꽤나 본격적인 사전 정보에 놀랐다.
보통 이렇게 단기간에 급히 올린 영상은 사전 조사가 부실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음, 아마 시공 길드나 브루탈 길드 사람과 연이 있는 너튜버려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속도가 안 나올 거니까…….’
그리고 나온 것은 바로 공성전에서 촬영된 ‘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편집된 영상이었다.
별도의 손질 없이 시점만 조율해도 화려하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르는 찬성의 모습은 무협 영화 뺨칠 수준인 게 인상적이었다.
“의외로 이것도 빠르게 계산했네. 하긴 수치와 데미지, 스테이터스만 알아내면 금방이니…….”
“그게 정상이지. RPG에선 레벨이 정의!”
“솔직히 검성이 문제가 아니라 얘가 사기인 거지만…….”
미니멈실버는 찬성을 슬쩍 보면서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물론 ‘검성의 경지’의 스킬 구조와 ‘찬성’의 능력의 궁합이 완전히 잘 맞는 점도 있었다.
그 때문에 ‘검성의 경지’에 문제가 없다곤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찬성과 최적의 상태인 것은 확실했다.
“음? 누님, 뭔 일 있어요?”
“아니, 너 나오는 영상 링크 줬는데… 보고 있니?”
“아, 예. 보고 있어요. 음, 시점이 다르니까 모자란 점이라든가 실전에서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네요.”
“…그, 그러니?”
“예. 역시 스킬과 클래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제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제가 ‘검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소리래? 그게 제대로 사용 못하는 거라니?’
‘쿠룩, 그… 우리가 이해 못하는 레벨의 생각이겠지.’
‘지지직… 찬성 님 기준은 우리랑 다르니까요.’
그의 충격적인 소리에 다른 파티원들도 찬성을 돌아볼 정도였다.
사실상 이번 공성전의 MVP이며, 지금 너튜브는 물론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나고 있는 것이 찬성의 존재인데, 그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불만족스러워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아무튼 그것도 그렇고, 커뮤 게시물들 죄다 찬성 님 이야기뿐이네요. 아, 특히 여기 이 부분… 분신 넷 나와서 야만의몽둥이 막타 친 부분에 대한 반응이 많네요. 이거 봐요.”
[댓글(393)]…….
…….
…….
도저히 왕국 구석의 군소 길드 간의 전쟁에서 나온 여론이라고는 볼 수 없는 폭발적인 반응.
미니멈실버 또한 그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런 상황이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찬성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음? 왜 그러니? 뭔가 마음에 안 드니?”
“지지직… 다 우호적인 댓글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쿠룩, ‘저 검성, 핵 유저임. 근데 신고해야지.’, ‘저게 말이 되냐? 시X.’, ‘30레벨 맞음? 49레벨이랑 어떻게 맞다이됨?’, ‘아이고, 검성의 경지 너프 먹겠다! 영상 내려라!’ …이거 말고도 심한 댓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 말대로 찬성을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댓글뿐만 아니라, 그 숫자보다 더 많은 악플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들 찬성이 분명 그것들을 보고 기분 나빠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신경 써서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끙, 내가 생각이 짧았어. 이렇게 찍힐 줄 알았으면 아직 게임 안에서 제대로 못 쓰는 ‘오성화(五星花)’를 쓰는 게 아니라 사성절로 그냥 마무리하면 되는 건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다니!”
“…찬성 님?”
“예?”
“저기, 이 댓글이라든가 반응에는 그… 아무런 생각이 안 드십니까?”
“네? 아… 뭐, 이해 못할 의견들도 아니고, 시기나 질투는 이미 산에서 익숙해진 몸이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태연히 말하는 찬성의 모습에 파티원들은 깜짝 놀란 눈빛을 보냈다.
“산에서 수행할 때, 저 혼자만 수행한 게 아니거든요. 수많은 사형, 사저, 사제, 사매… 제가 시전한 ‘비검’을 배우기 위해, 검성이 되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어요.”
“…헉?”
“갑자기 스케일 큰 이야기가 되었는데?”
“지지직… 어머나.”
“그 안에서 다들 경쟁하면서 모두가 ‘검성’을 목표로 검을 휘둘렀지만, 알다시피 그 경지라는 게 누구라도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요. 또 다들 나름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자신의 한계라든가 다른 사람의 재능을 금방 알아보더라고요.”
찬성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대부분은 스스로 검을 접게 되었는데… 산을 내려갈 때면 다들 절 노려보더라고요. 하하.”
세상 사람들에겐 소망과 꿈이 주어졌어도 대부분에겐 그에 따른 재능이 주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왜 너만… 왜 너만!’
‘나도… 나도 너처럼 되고 싶었는데!’
‘나도 할 수 있어! 있다고!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좋겠다.’
큰 꿈을 품고 들어온 이 산에서 자신의 재능으로는 꿈을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 자들.
그들은 결국 그것을 가진 자에게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던 것이다.
“뭐, 제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쭉 그런 시선을 받았었죠. 그게 15살 때인가? 그때 남들은 수십 년에 걸쳐서 수행해야 겨우 손이 닿을 비검을 처음 성공해 버렸으니까요.”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났구나! 하지만… 이걸로 나도 한결 안심이구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은 스승조차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아깝다고 할 정도였지만, 반대로 그것으로 인해 찬성에게 극한의 시샘과 고독을 맛보게 했다.
“스승님의 인정을 받은 건 좋은데, 대신 그길로 사형, 사저, 사제, 사매들의 시기와 질투도 많았죠.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몇 명 있긴 했는데… 하하하.”
“어우…….”
“쿠룩.”
“지지직…….”
“하아~”
마냥 뉴비로만 보이던 찬성이 갑자기 어색하게 보이는 순간.
파티원들이 침음을 흘렸다.
“그나마 아버지가 격려해 주신 덕분에 겨우 버텼죠. 아무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래서인지 이런 댓글을 봐도 뭐, 감흥이 없네요.”
실제로 감정을 직접 받은 것도 견뎌 낸 그로서는 얼굴도 보지 않고 글로만 적힌 걸 보는 건 아무렇지 않을 만했다.
“아무튼 이거 전 별로 신경 안 써요. 오히려 지금이 더 재미있는 게, 검술을 쓸 곳도 있지만 이렇게 같이 게임하는 친구도 생겼으니까요.”
“크, 크흠, 친구라니. 뭔가 부끄럽…….”
“쿠룩… 야, 내 입장이 이상해지잖아.”
“지지직… 뉴비라서 온라인 친구랑 현실 친구를 구별하는 감각이 없는 거죠.”
“크릉… 그렇지.”
다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순수한 찬성의 호의가 기쁜 듯 입꼬리가 살살 올라갔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공성전 잘 즐겼는데, 누님은 그… 성 내부 개조하느라 돈 좀 쓰시지 않으셨어요? 그건 괜찮아요?”
“쿠룩, 확실히 그거… 꽤 비용이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고. 어차피 얘 때문에 쓴 돈 얘로 다 회수할 겁니다.”
눈을 빛내면서 찬성을 바라보는 미니멈실버.
확실히 인생에 공짜라는 건 없다는 건지 그녀의 눈빛은 검을 휘두를 때의 찬성만큼 예리했다.
“하하… 책임은 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합의도 이미 했고. 게다가 지금 제 관심사는 일단 더 레벨 업 하고, 아이템을 파밍하고 스테이터스 올려서 비검들을 완벽히 쓰는 거예요. 속도랑 완력이 아직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요. ‘오성화(五星花)’만 해도… 분신이 4개라니 말이 안 되는…….”
찬성이 멋쩍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전국건강협회가 살짝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저기, 그거 말인데…….”
“예? 어떤 거요?”
“스테이터스로 올라가는 각종 속도 관련 능력에는 한계치가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찬성.
스테이터스에 한계치가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말대로 민첩을 기반으로 한 ‘속도’ 관련 스테이터스는 아무리 올려도 최대 속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찬성 님은 이미 3차 클래스급 스테이터스에다 영웅 등급 풀 세팅으로 스테이터스 한계치에 다다른 거죠.”
“왜 그런 짓을…….”
“그야 근본적으로 이건 게임이고, 그것을 하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평범한 인간’이니까 인지 능력이나 그런 게 한계가 있는데, 계속 성장하는 RPG 게임에서 속도 같은 게 무한정 성장해 버리면 그걸 감당할 수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끄으으으응~ 납득이 되면서도 안 되는 것 같은…….”
“반대로 민첩성을 올리면 활이나 단검 쓰는 민첩계 클래스들 데미지가 오르니 그냥 법칙이 다른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서 이 이상 비검을 더 시전 못하는 건가요? ‘오성화(五星花)’도 아직 펼치지 못하는데?”
찬성은 마치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스테이터스를 더 올려도 속도를 못 얻으면 비검을 마무리할 수가 없으니 그럴 만했다.
“아니,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죠? 역시 있죠?”
“그렇지. 결국 상위 아이템들의 부가 효과나 특수 효과로 올리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 ‘(전설)어둠의 룬석 반지’. 추가 속도 7퍼센트가 붙어 있죠.”
“쿠룩, 이런 식으로 뭐, RPG 게임이 으레 그렇듯 아이템의 다양성을 위해서 스테이터스도 제약을 둔 거니 결국 찬성 님이 원하는 경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고, 아이템도 더 얻어야 하는 겁니다. 결론은 퀘스트 하고 레벨 업 하고, 던전 돌아서 아이템 갖추기입니다.”
“여태껏 해 온 거랑 같네요.”
“그렇죠. 그래서 지금 저희가 아이템 정비하고, 랜덤 박스도 까면서 자르엔 백작가에 이렇게 온 거 아닙니까? 그럼 바로 퀘스트 할까요? 아니면…….”
“크르릉, 일단 한 타임 쉬죠. 공성전이 꽤 피로하기도 했고, 영상 인코딩이랑 편집 좀 하고 싶으니까요. 저녁쯤에 괜찮겠어요?”
“지지직. 네, 그러죠. 저희는 별로 안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분들이 쉬었다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 전에! 아바타 위에 덧입는 거 잊지 마세요. 블랙 드레이크 세트 입은 모습으로 영상 나갔으니! 꼭 기억하세요!”
외양을 변경해야 하는 것을 확실히 전하고, 의견을 맞춘 찬성 일행은 자르엔 백작가 앞에서 그 상태로 다 같이 로그아웃을 하여 잠시 휴식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