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끄으으으으응~”
로그아웃하고 나온 찬성은 기지개를 쭉 펴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벌떡 뛰어서 휠체어에 앉아 거실로 나서자 민희가 휴대폰을 보면서 서 있었다.
“누님, 점심 뭐 먹을까요?”
“아, 찬성아, 나는 작업해야 해서 대충 샌드위치 시켜 먹을 거니까, 너는 알아서 먹고 쉬렴. 배달 오면 내가 받으러 갈 거니까 무시하고~”
“예? 어… 그렇게 바쁘세요?”
“응. 이런 콘텐츠는 시간 싸움이라서 빨리 영상 만들게. 아, 맞아! 내 방 컴퓨터에 너 너튜브 계정 로그인도 좀 해 줘. 만들자마자 올리게. 거기로 올려야 하니까~”
“아, 예! 그렇게 할게요. 근데 그래도 역시 식사는 같이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저도 같이 시킬게요.”
“굳이 그럴 거 없는데……. 너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를 거고…….”
“저로 영상 만드는 거니까 이상한 부분이라든가, 중요한 부분을 짚어 드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음, 확실히…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럼 따라와. 배달은 내가 시켜 둘게.”
찬성의 그 비상식적인 무용을 가장 잘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찬성 본인이었다.
그 때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이게… 뭐야?’
그녀의 방 풍경은 찬성의 기준에선 기괴했다.
침대도 없고, 게임용 캡슐 하나와 PC 본체는 자그마치 4개, 모니터는 6개.
사람이 사는 방이라기보단 모니터링 룸이나 연구실이 연상되는 방의 풍경에 찬성은 순간 졸아붙었다.
“아무튼 내가 편집하고 있을 테니까 적당히 보다가 배달 오면 좀 받아 줘.”
때마침 앞서 방에 들어간 민희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찬성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대답했다.
“아, 예!”
“보자. 대략 저녁 집합까지 6시간, 대본이랑 구성은 미리 짜 뒀으니 클라우드에 올라온 네 영상으로 편집하면 딱 맞겠네. 전투 시간도 그리 안 길었으니… 보자.”
그렇게 말하곤 민희는 바로 컴퓨터를 켜고 작업에 들어갔다.
찬성의 눈엔 별세계가 펼쳐지는 광경이었다.
막 여러 프로그램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키보드를 2, 3대 왔다 갔다 하면서 편집을 해 나가는데,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와아아… 눈이 핑핑 도네요.”
“네가 칼 휘두르는 것만 할까? 그보다 이거 잔상 뭐야? 왜 갑자기 몸이 셋이 되는 거야?”
“아… 그거 ‘비검-오성화(五星花)’ 실패한 거요. 분명 될 것 같아서 했는데, 어설프게 써져서 셋밖에 안 나왔네요.”
“우와아아~ 그렇군. 대단해.”
찬성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민희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뚝딱뚝딱하면서 영상이 완성되어 갔다.
한 개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당연히 실험 시청 및 모니터링도 필요했기에 찬성을 좀 더 가까이 불렀다.
“음, 보자. 음악 잘 들어갔고, 자막 이상 없고…….”
“뭔가 엄청 빨리 만들어진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어차피 이길 거 예상하고 대본이랑 틀은 만들어 둔 거니까 시간 단축이 된 거야. 사실상 안에 영상만 배치하면 끝나는 수준이지.”
“그걸 예상하다니 대단한 것 같은데요?”
“네가 비정상적으로 세서 말이지. 와, 내가 배치한 영상이지만 보고도 놀랍네.”
특히 명장면은 역시 ‘비검’을 사용하는 장면들.
‘오성화’, ‘사성절’이 검광과 함께 빛나면서 천장과 지상을 누비는 것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그러고 보니 ‘비검’은 저거 두 개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건 안 쓰니?”
“오성화(五星花) 위로는 이제 안 써져서 못해요. 그 아래의 비검들인 일성점, 이성락, 삼성연은 결국 게임 안에서는 한 번, 두 번, 세 번 때리는 것밖에 되지 않고, 쓸 상대가 없어서 그냥 사성절(四星切)을 쓰는 거죠.”
“아, 그러니?”
“예를 들어 일성점(一星点) 같은 경우… 보자. 아, 이게 좋겠네. 저기 문에 달린 달력 보세요. 스읍~”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볼펜을 드는 찬성.
그러고는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호흡을 멈추고 달력을 겨누었다.
“얘, 잠깐. 잠시…….”
“흡!”
파아앙! 퍼억!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찬성을 말리려던 민희였지만, 그 순간 공기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동시에 벽에 달려 있던 달력 가운데 터진 것 같은 구멍이 뚫렸다.
“후우우우… 아, 역시 하체의 힘을 안 쓰고 하니 예상대로 위력이 부족하네요. 원래대로 펼쳤으면 문이 뚫려야 하는데…….”
아쉽다는 듯 달력 가운데만 찢겨 터진 곳과 비검을 감당 못해서 반쯤 부서진 볼펜을 보는 찬성.
“이 멍청아!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 그… 역시 직접 보여 드리는 게…….”
“굳이 행동으로 할 필요는 없었… 아, 앗! 뜨거워! 이, 이게 뭐야?”
민희는 거하게 사고를 친 찬성을 타박했다.
그리고 무심결에 그의 몸에 손을 대는데, 무슨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뜨거워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뭐야? 이거…….”
“아, 원래 비검이라는 게… 이렇게 인간의 육체의 한계를 넘는 기술이라서 몸에 부담을 많이 줘요. 그래서 항상 육체 단련을 해야 하죠.”
“…근데 정말 쓸 수 있는 거구나. 게다가 그 상태로도 쓸 수 있을 줄은…….”
“일성점(一星点)이 가장 쉽고 간단한 거라서 이 상태로도 쓸 수 있는 거고, 이 위로는 전혀 못 써요.”
“쉽고 간단이라…….”
민희는 흉하게 구멍 난 달력과 금이 간 나무 문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새삼스레 그녀는 찬성이 자신과 다른 곳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체감하며 또 다른 이런 부류의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천재라는 건 다들 이런 부류였지.’
“어라? 어, 누님, 저기, 자막 잘못되었는데요? 브루탈 길드인데… 브루틸 길드로 되어 있어요.”
“아! 오타구나. 그래, 고쳐야지.”
찬성의 지적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막을 고쳤다.
이후 순조롭게 영상 제작을 마치고 그대로 찬성의 계정으로 너튜브에 로그인해서 채널부터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채널 이름을 정하지 않았네.”
“채널 이름이요?”
“그러니까 간판 같은 거야. 중국집 간판 중에 ‘만리장성’ 같은 거지.”
“아! 뭘로 해야 할까요?”
“그건 네가 정해야겠지. 기본적으로 네 채널이니까.”
“음, 그렇… 죠?”
민희의 말에 찬성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하나씩 말해 보았다.
“으으음… 비천어검류? 독고구검? 츠바메가에시? 이천일류? 무극패검? 막명검법? 시현류…….”
“멈춰! 네 머릿속엔 오로지 검술들뿐이니?”
민희로서는 도저히 태클을 걸고 싶지 않아도 걸 수밖에 없는 찬성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게 안 떠오르는데요?”
“하아~ 그럼 심플하게 ‘찬성’ 뒤에다 적당한 접미사 박아 넣든가. 채널, 스튜디오, 연구소 등등. 아이디에 넣는 게 무난하긴 하지.”
“으으음… 찬성… 문? 사문? 문파? 으으으음… 뭔가 뉘앙스가 안 좋은데…….”
“넌 결국 거기서 안 벗어나는구나. 하아~ 그럼 쉽고 심플하게 ‘찬성 검가’라고 하든가?”
“어! 그거 왠지 좋은 것 같아요. 무난하기도 하고!”
“그냥 말해 본 건데… 정말 하게?”
“이미 했어요!”
떡하니 박혀진 ‘찬성 검가’.
뭔가 엄청나거나 대단하지 않은 무난무난한 이름이라서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좋아. 그러면 이대로 첫 영상이랑 이전에 만들어 둔 블랙 드레이크 공략 영상 업로딩 걸어 두고… 다음 거 만들어야지.”
“와, 이 블랙 드레이크 건 언제 만드셨어요?”
“너 뺑뺑이 돌고, 공성전 준비하면서 짬짬이 만들었어. 그 외에도 내 채널에 올렸던 거 이제 너한테 다시 올릴 거야.”
“방송이나 그런 건 안 하나요?”
“가능했다면 하고 싶지만, 네 상태로 봐선 그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딱 봐도 너는 프로게이머 루트를 타고서 유명해진 다음에 스트리머 하는 게 나아.”
“프로? 어… 그러면 굳이 이 영상들, 안 만들어도 되지 않나요?”
프로라는 게 어떤 걸 하는 건지 정확히는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굳이 이번 공성전처럼 돈까지 써 가면서 남을 돕고 싸울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그 싸움을 시작하게 된 건 자기 자신 때문이었지만서도…….
“길은 여러 갈래로 열어 둘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거고, 여차하면 포트폴리오로 써도 되니까. 또 네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알아보고 싶었지. 물론 상상을 계속 뛰어넘고 있어서 놀랐지만.”
“오오…….”
“아무튼 이긴 시점에서 이미 미래를 생각하면 큰 손해도 아니고, 또 시대의흐름 정도 실력자와 인맥도 쌓았으니 쓸 만한 투자였다고 생각해.”
“어, 누님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죠.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 이 상태라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이제 ‘게임’ 안에서뿐일 테니까요.”
찬성은 이제야 민희 누님이 원하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일치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집안에서는 아직 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린 지금, 양다리를 잃은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야만 했다.
자연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그 길을 찾는 건 당연했다.
띵동!
“아, 배달 왔다. 제가 받아 올게요.”
“어, 그래.”
샌드위치 배달을 받으러 가는 찬성을 두고 민희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 나갔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도 작업 중인 민희에게 찬성이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영상에 음악을 왜 넣는 거예요?”
“심심하기도 하고, 효과음 감추려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거든. 또 분위기를 띄우거나 몰입감을 올려 줘서 퀄리티도 올려 주고.”
“음악 같은 거에 저작권 있는 거 아니에요?”
“어머, 의외로 잘 아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저 게임만 모르는 거지, 너튜브는 보고 다닌다니까요.”
찬성이 괜히 뿌듯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민희는 모니터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침을 날렸다.
“너무 편협해서 그냥 모른다고 쳐도 이야기가 돼서 문제야. 서브컬처까진 아니어도 상식도 좀 방향성이 치우쳐 있잖아.”
“윽… 냠냠.”
논리적인 민희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찬성은 조용히 샌드위치를 씹으면서 침묵할 뿐이었다.
그래도 이전과 다르게 게임에 대한 이해와 체험이 쌓여서 대화가 수월해진 덕인지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버, 벌써 시간이……? 오늘 끝나면 빡운동해야겠네요.”
“너 그거 중독이야, 중독. 아무튼 일단 접속해서 보자. 아, 맞아! 너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아바타부터 갈아입어. 알았지? 전에 내가 미리 사 두라고 한 거 사 놨지?”
“예~ 누님. 그나저나 끝나고 나면 운동할 시간이…….”
민희는 접속하러 자신의 방으로 가면서도 게임을 끝내고 운동할 시간을 재는 찬성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자신의 방에 있는 캡슐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