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간판.
그것도 아주 거대한 간판들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마치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업소, 축제에서 쓰는 것처럼 네온사인으로 발광하며 깜빡거리고 있어 찬성뿐만 아니라 파티원들까지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저게 뭐래요?”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저희도 당황해서… 쿠룩!”
“지지직… 이런 맙소사, 강철 신이시여!”
“어어… 일단은 딱 봐도 이 성의 영주가 빌리징을 커스텀해서 한 것 같은데…….”
“크르릉… 그냥 성의 주인이 ‘민원’ 받아서 만들어 준 거야. 의외로 이런 거 퀘스트 어려워하시는 분들 많거든. 특히 리X지라든가 모바일 자동 사냥 게임 많이 하던 어르신들이 말이지.”
미니멈실버의 친절한 설명에 찬성을 비롯한 모두가 순간 납득했다.
은근 이런 길 찾기라든가 숨은 요소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그에 만만치 않게 귀찮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으니 납득이 되는 일이었다.
“하긴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기 전에는 그런 게임들이 주류였으니…….”
“쿠룩, 뭐 그분들도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 바쁘니 그런 게임밖에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지지직… 게다가 의외로 너무 리얼한 것 때문에 입문 장벽이 있어서 사람들이 이거 해 둔 거를 호평한다고 하네요.”
“그렇구나…….”
게임 속 세상도 결국 바깥 사람들의 의향에 맞춰서 변해 간다니.
새삼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찬성은 간판의 네온사인에 적힌 대로 비밀 통로를 열었다.
그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또 지하인가…….”
“원래 모험이라는 게 그렇죠. 하하하.”
“지지직… 진지한 메인 퀘스트라 그렇죠.”
“크릉~ 그래도 이번 지하는 좀 다르지. 자자, 얼른 가자.”
미니멈실버가 재촉하는 소리와 함께 찬성 일행은 그대로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상당히 좁은 길로 이루어진 지하 통로를 잠시 내려가자 곧이어 공동이 펼쳐졌다.
“오~ 또 더럽고 추잡한 세상에 발을 들인 멍청이인가?”
그와 동시에 공동 입구의 옆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행이 그곳을 보자, 거기엔 검회색의 옷을 입고 천을 둘러매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한 명 서 있었다.
“저건?”
“그 비밀 통로를 통해 온 거라면 필시 자르엔 백작가의 소개를 받고 온 거겠지. 소개하지. 우리는 ‘자르엔 하운드’. 말 그대로 백작님의 ‘개’들이다. 나는 여기 거점을 담당하는 ‘페키니즈’지.”
페키니즈가 스스로를 소개했다.
“아무튼 같이 백작님을 위해서 더러운 일을 하는 사이이니 귀찮게 더 말할 건 없을 거고, 백작님에게서 받은 쪽지 넘겨. 여기, 다음 거점의 단서 받아 가고. 다음에 보자고~”
“아, 예!”
[시스템-‘거점(1)의 단서가 적힌 쪽지’가 사라졌습니다.] [시스템-‘거점(2)의 단서가 적힌 쪽지’를 입수했습니다.] [시스템-조건 ‘거점 순회’ 1/8 달성하였습니다.]간단한 알림과 함께 쪽지가 교체되었다.
역시 ‘난이도 낮음’인 진영 및 지역 소개 퀘스트 이벤트였다.
그냥 왔다가 가는 걸로 끝나니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게임적 요소인 쪽지의 비밀 푸는 것도 이렇게 허무하게…….”
“하하하, 온라인 게임이고 자유도가 높으니 그럴 수밖에 없죠. 아무튼 가죠. 아~ 저기 다른 유저들도 오네요. 얼른 빠져나갑시다.”
영역 분리가 안 되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유저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찬성 일행은 퀘스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 거점으로 향했다.
“가끔은 느긋한 퀘스트도 좋은 거죠.”
“쿠룩쿠룩, 그러게 말이죠.”
“야, 너희 그거 봤냐? 검성 영상. 완전 미쳤던데?”
“그거 나도 봤는데, 솔직히 주작(조작을 뜻하는 은어) 같던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스킬도 보이고…….”
“그런데 우리 길드 형이 말하는데, 그거 찐이라는데? ‘검성 게시판’ 애들 그거로 난리고…….”
“이야, 소문이라는 게 참 빠르네.”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익숙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찬성 일행.
그란 왕국 구석에서 이루어진 검성의 전투는 인터넷의 바다를 타고 흘러 어느새 수도까지 전해져 온 것이었다.
“어, 저거 설마 저 말하는 건가요?”
“쿠룩, 이상한 ‘검성’에 ‘브루탈 길드’, ‘이첸성’이라는 키워드가 합쳐지면 그거밖에 없죠.”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을 줄은 몰랐네요.”
“지지직… 그야 인터넷도 있고, 요새는 뭔가 소식 조금만 있으면 커뮤니티랑 너튜브 렉카들이 퍼 나르니까요. SNS도 있으니…….”
정보 퍼지는 속도가 정말 순식간이다.
몇 시간 되지도 않은 일이 어느새 수도에서까지 들릴 정도라니.
생각지도 못하게 빠른 반응에 찬성이 부끄러워했다.
“크릉, 너무 안절부절못하지 마. 어차피 사람들 대부분 널 몰라. 우린 아이디랑 정보 설정도 다 비공개로 했고, 설마 저 사람들도 우리가 그 공성전에 참여한 사람들인 줄 모르겠지.”
“게다가 그 정도로 막강한데 지금 한가하게 난이도 낮음 퀘스트를 할 거라곤 아무도 상상 못하죠.”
“지지직… 상상 못하진 않을 거예요. 다만 알다시피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가 너무 넓고 방대해서 못 찾는 거죠.”
“쿠룩, 나도 살덩이 님 말에 동의한다. 지금 아마 경험치 효율이 좋다는 사냥터 위주로 찬성 님을 찾으려고 쥐 잡듯이 뒤지고 있을걸? 그래서… 찬성 님, 아예 위장하려면 그 무복보다는 다른 걸로 입고, 무기도 바꾸셔야 하지 않을까요?”
“네? 이게 이상한가요?”
“크르릉, 이상하진 않고 완전 보기 좋은데… 그냥 컬러 스왑 수준의 위장이니까…….”
찬성은 별다른 인체 조정이나 다른 아바타 파츠를 쓰지 않았다.
그런지라 공성전에서 썼던 해골 가면과 색깔이 다른 점을 제외하면 찬성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처음엔 그래도 뭐, 왕국 구석에서 벌어진 소규모 공성전이라서 소문이 나도 그리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엄청 크니까 대비하자는 거죠.”
“어, 그것도 그러네요. 뭘로 바꿔 입을까요?”
“쿠룩, 클래스 특징이 다르게 보여야 하고, 검을 좀 숨길 수 있는 복장이라면…….”
“지지직… 아예 특징을 감출 거면 이 ‘사이버네틱스’ 아바타는 어떠신가요. 지지직…….”
은근슬쩍 자신의 취향을 추천하는 ‘살덩이는나약하다’.
예전에 한 번 찬성이 입어 준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리라.
“쿠룩, 오크 아바타도 전에 어울리셨는데, 그걸로 가죠.”
“어, 그러니까… 아무튼 생각해 볼게요. 일단은 지금 누군가 눈치챈 것 같지 않으니…….”
“다들 뉴비 꼬드기기 좀 그만하세요. 곤란해하잖습니까? 에휴~ 아, 두 번째 거점이네요.”
“크르릉… 이번에도 간판 화려하네요.”
시답지 않게 떠들면서 오다 보니 도착한 두 번째 거점.
마찬가지로 ‘비밀 거점’이라는 게 무색하게 화려한 네온사인이 달린 간판이 그들을 맞이했다.
“오오~ 그 단서를 보고 제대로 찾아올 줄이야. 제법인걸. 나는 ‘시츄’. 여기 거점 담당이야. 자~ 여기 다음 단서. 의뢰할 때 보자고~ 얼른 가.”
…….
…….
…….
평판 퀘스트는 어렵지 않았다.
퀘스트 지점들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저렇게 수다를 떨면서 수도를 한 바퀴 도니 퀘스트들을 금방 완료할 수 있었다.
솔직히 파티로 모여서 돌아서 덜 지루했지, 혼자서 돌거나 했으면 퀘스트 하는 느낌도 덜 들었을 것이다.
“허허허, 잘 다녀오셨습니까? 거점들을 찾는 게 꽤 어려우셨겠지만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지요.”
[시스템-‘퀘스트:업계에 대해 배우기’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경험치, 8은화, 자르엔 백작가의 평판 상승] [시스템-‘자르엔 하운드 거점’이 지도에 등록이 됩니다.]쉬운 퀘스트이다 보니 감흥도, 감정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찬성 일행은 곧바로 다음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암부의 법칙(1)]난이도:보통
당신은 백작가의 직속 암부인 ‘자르엔 하운드’에 대해서 배웠다. ‘암부’란 결국 어둠 속에서 싸우는 자를 뜻하는 법. 상대해야 할 적이 있다는 의미, 자연스러운 법칙이었다.
조건:‘암부’의 적을 알기 위해 ‘거점’으로… 0/1
“가문을 위해, 그리고 왕국을 위해서 일하시는 자르엔 백작님을 방해하는 자들은 어둠 속에도 있습니다. 그들에 대해서 공부할 때가 되었지요. 알려 드렸던 거점들 중 하나로 가시면 교육이 시작될 겁니다.”
“이럴 거면 아까 거랑 합쳐 놔도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쿠룩, 그게 말이죠. 좀 다릅니다. 그… 아주 중요한 선택이 갈리는 곳이기도 해서 말이죠.”
“중요한 선택이요?”
찬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일행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퀘스트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아무튼 찾아낸 8개의 거점 중 하나로 향하려는데, 여기서 갑자기 파티원들끼리 목적지가 갈렸다.
“그럼 어느 거점으로 갈지 정하죠. 저는 일단 제4거점을 추천합니다.”
“쿠룩, 난 5거점이다.”
“지지직… 전 패스.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크릉, 저도 패스.”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이 서로 자신의 의견에 물러섬이 없는 걸 보고 물었다.
“저기… 4거점과 5거점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그건 가고 나서의 비밀입니다. 아무튼… 드디어 너와 내가 겨룰 때가 왔군. 5거점이라니… 이 녀석.”
“쿠룩, 그래. 와라.”
“저기, 뭔가 심각한 건가요?”
“지지직… 아뇨. 자세히 말씀드리는 건 못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뭐, 남자들에겐 심각한 일이지만 말이지.”
여전히 아리송한 두 사람의 말에 찬성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어쨌든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냈다.
승리자는 전국건강협회였다.
“좋았어어어어어어! 내가 이겼다아아아아!”
“쿠룩! 젠장!”
“자자! 얼른 갑시다. 4거점입니다, 4거점! 고고고!”
활기차게 앞장서는 전국건강협회.
분해하는 근손실보험을 비롯해서 파티원들은 모두 그를 쫓아갔다.
가면서도 찬성은 그가 왜 기뻐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도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다들 4거점에 도착한다.
“오빠양! 언니양! 또 왔네? 치와와가 또 보고 싶었던 거야? 일 때문에 온 거야?”
자르엔 하운드 제4거점의 담당 치와와는 그 이름대로 키가 약 1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소녀였다.
그 외엔 다른 자르엔 하운드들이 착용했던 것처럼 검은 붕대로 된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두운 분위기와 달리 귀여운 목소리로 찬성 일행을 반겨 주었다.
그것을 본 전국건강협회가 웃으면서 먼저 앞으로 나아가서 퀘스트를 진행했다.
“응~ 보고 싶어서 온 것도 맞고, 일 때문에 온 것도 맞아요. 암부의 적을 알기 위해 왔어요~”
“아하! 그래? 백작님이 말했던 그거구나~ 그럼! 나와 같이 가야겠네. 치와와가 친절하게 알려 줄게!”
[시스템-‘NPC-치와와’가 당신의 파티에 합류합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암부의 법칙(2)]난이도:보통
‘자르엔 하운드’ 거점의 담당에게 가자 그녀는 이미 어떤 용무를 보러 왔는지 알아차렸다. 그러곤 당신과 함께 본격적으로 ‘자르엔 하운드’의 적이 누군지 확인하기로 한다.
조건:거점의 담당과 ‘적’을 확인하기
“…그러니까 결국엔 NPC가 합류하는 걸로 끝? 그걸로 싸운 거였어요?”
“쿠룩, 싸웠다기보단… 그… 취향 문제로 서로 의견을 나눈 거죠. 눈치채셨겠지만 ‘자르엔 하운드’의 거점 담당은 모두 여성형 NPC. 그것도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근손실보험은 괜히 찬성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쿠룩, 파티로 움직이면 당연히 한 곳만 가야 하고, 합류시키는 것도 단 한 명인지라. 큭! 저 망할 페도 놈!”
“아… 그러고 보니 제5거점은…….”
찬성은 근손실보험이 말했던 제5거점의 담당을 떠올렸다.
키 약 170센티미터의 성숙한 미녀 NPC ‘셰퍼드’.
확실히 지금 저 앞에서 전국건강협회가 헤실거리면서 같이 가고 있는 ‘치와와’와는 완전 극과 극인 타입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전국건강협회 님은… 유아교육과 아니에요?”
NPC ‘치와와’의 손을 잡고 먼저 가는 전국건강협회를 두려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찬성 일행.
앞서 걷던 전국건강협회가 이상함을 느끼고 변명을 했다.
“아니! 이보세요들! 치와와는 엄연히 성인이라구요! 그리고 개인 취향과 장래 희망은 서로 구분해 주시죠! 할 짓, 못할 짓 구분 못할 정도로 등신은 아닙니다!”
“예…….”
“아, 예.”
“쿠룩…….”
“지지직…….”
“믿으세요!”
강하게 어필하지만, 그의 어필이 충분히 닿지는 않은 것 같다.
일행은 일단 그를 따라가기로 하며 다만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일어나면 112에 신고하기로 조용히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