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어서 와라! 이 사악한 도적단 놈들!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당장 썩 사라져라! 우리는!”
“이 대륙의!”
“사랑과!”
“정의를!”
“수호하는! 저스티스 레인저!”
화르르륵! 펑!
콰아앙! 콰아아앙!
슈트를 입은 그들이 대사를 치자,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후열에 있는 찬성은 왠지 멋있다는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멈춘 파티원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저기, 저거 멋있긴 한데, 지지직… 저… 이야기하는 거 기다려 줄 필요가 있어요?”
“이거 봐 주는 게 국룰입니다.”
“쿠룩, 아이사츠 중에… 엠부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쿠룩.”
“으르르릉! 나는 앞의 저 두 인간이 안 가니까 못 간 거니까… 빼 주렴.”
‘대체 국룰이 뭘까…….’
“아… 크흠! 저기, 거기 습격 퀘 하시는 분들? 크흠! 그…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어이없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처음엔 거창하게 말하던 붉은 슈트를 입은 유저는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다 봐 준 찬성의 파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저 정도까지 하나 싶었네요.”
“지지직… 결국 게임이고, 롤플레잉이니까요. 기존의 MMORPG와는 다르게 가상현실 게임은 몰입도가 다르니까 저럴 수 있는 거죠.”
“그런… 가요? 지지직…….”
“…사람은 다들 이상을 가지고 있어요. 무언가가 되고 싶고, 무언가를 가지고 싶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엄연히 한계가 있어서 그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적어요. 그러니 이 가상현실 게임이… 인기가 엄청 좋은 거죠. ‘되지 못하지만 될 수 있으니까…’,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니까…’, 나약한 자신을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지지직…….”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을 들으면서 그쪽을 바라보는 찬성.
여전히 SF적이고 메커닉 같은 딱딱한 모습이었지만 뭔가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가자! 블루! 그린! 옐로! 핑크!”
“응! 레드! 한판 제대로 놀아 보죠!”
“크하하핫! 상대해 주마! 가라! 괴인 오크 파이터! 괴인 실버 울프! 저 건방진 놈들을 처치해라!”
“쿠룩! 부히히힛! 처치해 주마! 부힛! 부힛!”
묵직하게 목소리를 깔면서 마치 악의 간부인 척하는 전국건강협회.
거기에 어울려서 근손실보험은 일부러 콧소리를 내며 사악한 오크인 척 애드리브까지 넣고 있었다.
“진짜… 제대로 좀 해요. 으르르르릉!”
살덩이는나약하다와 찬성은 후열 대기였기에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은 미니멈실버뿐이었다.
“쓰레기 투척!”
그건 그렇다 쳐도 일단 전투는 시작된 상황.
먼저 가벼운 견제를 할 셈으로 도적 계열 공통 스킬 중 가장 약한 스킬인 ‘쓰레기 투척’을 사용한다.
[액티브 스킬-쓰레기 투척(M)]인벤토리의 잡템 하나를 사용하여 던진다. 데미지는 잡템의 무게에 비례하지만, 던질 수 있는 조건도 사용자의 힘에 따라 다르다.
“큭! 이런 비열한! 용서할 수 없다.”
‘검? 역시 밀리 계열 클래스인가?’
“받아라! 정의의 화염! 파이어 애로우!”
“법사라고?”
가장 앞에 있던 레드는 날아온 쓰레기 공격을 피하면서 검을 뽑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마법을 사용하여 미니멈실버에게 불꽃의 화살을 날렸고, 그녀는 간신히 그것을 회피했다.
“쿠룩? 아니, 레드 님! 왜 법사를?”
“내가 아니면 폭발을 누가 구현하겠습니까! 핫! 텔레포트! 다들! NPC와 협공해! 그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이제 저 전대물 콘셉트의 유저들은 각자 스킬을 사용하며 자신들의 클래스를 드러냈다.
“오케이! 자연이여, 우리에게 힘을! 내추럴 그로잉! 치유의 바람!”
버프와 치유를 사용하는 드루이드 계열 클래스로 추정되는 그린은 레드와 같이 후열에 섰고.
“천둥의 축복! 정의의 망치!”
“옐로는… 팔라딘이었나? 종파는 천둥 신! 젠장! 내 앞으로 오는 게 이상하더니!”
콰아아앙!
노란 슈트를 입은 옐로는 다가오면서 방패와 망치를 꺼내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뇌전을 휘감은 망치를 휘둘러 전국건강협회와 격돌!
‘그러면 남은 저 둘은? 클래스가……!’
“투지의 함성!”
“쿠룩! 저건 설마 야투맨? 블루는 야투맨이다!”
야투맨, 야만의 투사를 줄여서 부르는 호칭.
현재 찬성의 파티에 있는 근손실보험과 같은 클래스였다.
“축축한 피부.”
“쿠룩? 축축한 피부라면… 설마?”
“‘소속:딥블루 씨’, 바닷속… 어인들의 고향이자 부족! 그러는 당신은 그 아바타랑 말투를 보아하니 딱 봐도 ‘소속:그린 스킨즈’겠군요.”
클래스는 같았지만 ‘야만의 투사’는 신관처럼 그 속한 ‘소속’에 따라서 배우는 스킬이 몇 가지 달라졌다.
그것을 기준으로 육성 방향도 완전히 갈라지게 된다.
“쿠룩! 설마 여기서 보기도 힘든 야투를… 그것도 민첩 야투맨을 만날 줄은!”
“오히려 제가 할 말이죠. 극힘 야투맨… 로망 원툴 육성 트리를 타는 사람이 진짜 있다니!”
“쿠룩! 쫄쫄이 슈트 입고 콘셉트질하는 건 로망이 아닙니까? 쿠룩!”
“질주! 반박할 말이 없군요! 따라오시죠! 승부를 내죠!”
“쿠룩! 좋소! 질주!”
비록 같은 클래스이지만 서로 ‘소속’과 육성 방향이 다른 탓에 다른 캐릭터로 봐도 무방했다.
그래도 둘은 클래스가 같다는 것에 동질감과 호승심을 느낀 건지 일대일로 싸우기 위해 전장을 이탈했다.
“블루! 아… 진짜! 야투맨 애들은 다 저러는 건가? 나도 몰라! ‘그래! 나는 너를 좋아해’!”
‘핑크는 바드였군!’
찌지지징! 지잉!
핑크는 전장을 이탈하는 블루를 보고 한탄하면서 바이올린을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드디어 상대의 클래스 구성이 모두 파악된 찬성 일행.
“어, 저쪽 분들도… 지지직… 뭔가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지지직… 하급 치유. 예, 생각 이상으로 잘하는 분들이네요.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만나도 이런 분들을……!”
“그럼 제가 나설까요? 지지직…….”
“지지직… 근손실 님이 딜을 해야 하는데 저기 가 버리셔서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지지직… 일단 상황 보고 가죠.”
동시에 상대도 조용히 ‘살덩이는나약하다’ 옆에 붙어 있는 찬성을 제외하곤 구성 파악이 끝났는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옐로! 탱커끼리 비벼 봐야 소용없어! 딱 봐도 저건 로열 가드 트리 타는 창병이다! 파이어볼!”
“레드! 그럼 나는 힐러에게 붙을까?”
“여기는 그린! 지금 거기보다는 여기가 더 심각해. 저 늑대 인간… 브롤러라서 그냥 놔뒀더니! 어쩐지! NPC들을 혼자 가지고 놀고 있어!”
미니멈실버는 일단 적들의 구성을 파악하고 난 뒤, 적 유저를 상대하지 않고 안쪽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앱솔 공작 NPC들을 처치하기 위해서 각종 트랩과 스킬을 쓰며 종횡무진 누볐다.
‘일단 퀘스트 목표부터 해치워야지. 그리고 내가 이렇게 흔들어 놔야 다른 애들이 공격 안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잘하겠지. 보자. 다음은 연막탄!’
“습격자를 처단해라!”
“죽여라!”
“콜록! 콜록! 비겁한 놈 같으니!”
각종 함정, 연막탄, 독 안개, 다트 등등.
피해량은 전무하지만 각종 상태 이상 스킬과 회피기를 다 갖춘 브롤러였기에 도망치기 쉬웠다.
‘다른 건 몰라도 브롤러가 도망치거나 졸렬한 짓 하나만큼은 1티어 클래스거든!’
“제길! 어디야? 어디로 간 거야?”
‘특히 제일 좋은 스킬이 바로 이거지!’
[액티브 스킬-친한 척하기(1성)]일정 시간 동안 스킬 대상으로 찍은 몬스터 및 NPC에게서 같은 ‘소속’과 ‘장비 외형’을 얻어 같은 판정으로 취급됩니다. 단, 각종 스킬 체크에 실패하거나 전투를 일으키면 들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야, 친한 척해. 친한 척하라고…….”
“친한 척하기!”
스윽… 펑!
거의 NPC들에게 따라잡힐 즈음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의 몸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신을 따라오던 앱솔 공작가 병사의 옷을 걸친 모양으로 변했다.
“어? 어디 갔지? 젠장! 또 사라졌어!”
“제길! 이렇게 된 이상 저쪽부터!”
“저쪽 습격자를 대처해라!”
플레이어들 기준에서는 그저 걸친 장비나 아바타만 변경된 걸로 보이지만, 게임의 판정상 그녀는 완벽하게 변장한 상태.
그 때문에 NPC들은 어리둥절하며 흩어져서 다른 쪽 전투를 도우러 갔다.
“트랩 세팅 끝! 자, 멍청이들아, 여기다!”
“저기다! 저기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스킬이 지속되는 사이 스킬 쿨 다운도 벌고 트랩을 설치한 그녀는 스스로 ‘친한 척하기’ 스킬을 해제했다.
그리고 다시 앱솔 공작가의 병사 NPC들을 자신 쪽으로 불러 모아서 몰이.
“큭! 저런 수를……!”
“저것도 저건데! 저 신관도 좀 어떻게 해 줘요! 연주하려는데 자꾸만! 이상한 강철 기둥으로 절 찔러 올려서 연주를 못하겠어요!”
‘…당연히 버프하는 걸 그냥 두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방해해야지.’
한참 연주하면서 아군을 버프하고, 적에게 디버프를 줘야 하는 ‘바드’인 핑크.
그런 그녀를 철벽 전개의 강철 벽으로 계속 띄워 올려서 방해하는 ‘살덩이는나약하다’였다.
“강철 신의 신관? 아니, 물리 딜러 보조 원툴에 이상한 마법이 있지만 치유가 약해서 신관 종파들 중에서 가장 유저가 없는 그……? 오늘 무슨 날인가? 야투맨끼리 만나는 것도 모자라서 강철 신의 신관이라니……!”
‘쫄쫄이 입은 5인방인 너희가 할 말이냐?’
경악하는 레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니멈실버는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 와중에도 미니멈실버는 계속해서 NPC들 사이를 누비며 어그로를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힐러인 그린에게도 수면 다트로 흐름을 끊었다.
아직 레벨은 가장 낮았지만, 활약도는 그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큭! 레드! 저 브롤러부터 어떻게 해 주면 안 될까? 녹음의 정화! 성가셔!”
“그린! 어차피 브롤러는 상태 이상 원툴이고 치유 스킬이 있으니까 버텨! 일단 묶을 건 저쪽 치유사가 우선! 옐로! 네가 저 신관 쪽을 맡아! 내가 탱커를 상대할 테니까!”
“레드! 괜찮겠나? 저 ‘창병’, 아이템이 상당히 좋은 것 같은데… 맞으면 꽤 아플걸?”
“그래 봐야 탱커 딜이지. 걱정 마! 그 정도도 못 버텨서야 레드를 할 자격이 없지! 내가 신호하면 달려가!”
“알았어!”
‘저 힐러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 명 더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어차피 옐로는 탱커 쪽 세팅에 더 힘을 준 팔라딘. 치유를 방해하는 정도라면 괜찮을 거야.’
“파이어 월!”
대화를 마치자마자 레드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면서 폼을 잡고 주문을 시전했다.
타이밍 좋게 들어간 레드의 마법이 옐로와 전국건강협회를 갈라놓았다.
“어이쿠야!”
“간다아!”
전국건강협회는 가운데에 솟아오른 파이어 월을 피하며 물러나고, 자신의 옆으로 달려가는 옐로를 바라보았다.
‘과연 이게 신호였나? 하지만 뭐, 살덩이 님 옆엔 찬성 님이 있으니 문제없겠지.’
‘뭐지? 안 따라오나? 아니지, 창병이라서 못 따라가는 거겠군. 이동 스킬이라고는 전사 계열 기본 스킬인 질주뿐이고, 갑옷에 방패까지 두툼하게 끼고 있어서 둔중하니까.’
옐로가 전국건강협회를 제치며 판단했다.
그리고 레드 역시 그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옆에 하나가 호위하고 있지만 그래도 옐로 정도면 충분히 치유 정도는 방해할 수 있을 거야. 이대로 치유 방해를 시작해서 핑크가 여유가 나면 이제… 디버프에 내 마법으로 마무리한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승리 각을 완벽하게 잡은 레드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전국건강협회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문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레드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찬성의 포텐을 틀렸다는 점만 제외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