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고브! 고브으으읏!”
“좋아, 일어났으면 어서 와 봐라!”
“고브으으으으으으으!”
고블린 챔피언이 몽둥이를 들고 포효하자 주변에서 고블린 약탈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숫자는 총 넷. 파티 플레이용 던전에서 빠질 수 없는 일명 ‘쫄 소환’ 패턴이었다.
찬성은 고블린 약탈자들을 보고는 지체 없이 먼저 움직였다.
딱히 온라인 게임의 규칙으로 배우지 않아도 찬성은 전투의 규칙으로 다수 대 소수의 싸움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위당하기 전에 수를 줄여야 해!’
작은 고블린 약탈자들만 다수 상대하는 건 위협적이지 않지만, 저 거대한 고블린 챔피언의 공격을 신경 쓰면서 싸우는 건 위험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블린 궁수나 고블린 주술사가 없다는 점인데, 아마 그건 아무리 뉴비 절단기라곤 해도 플레이어들이 맞이하는 첫 던전인 만큼 개발진에서 일말의 자비를 둔 것이리라.
“고브윽!”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고블린 약탈자가 8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고블린 약탈자가 11의 데미지(급소 보너스 추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고블린 약탈자가 죽었습니다.]‘그래도 레벨 업 덕분에… 정확하게 두 번이면 죽어서 다행이군. 본래는 크리티컬이 아니면 세 번 이상 급소에 명중해야 했지만!’
고블린 약탈자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정확하게 꽂아 넣는 급소 공격.
보통은 급소 공격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적중하는 게 아니기에 데미지 보너스가 있는 것이지만, 찬성에겐 쉬운 일이었다.
‘아무튼 이게 전부인가? 저놈은 결국 패턴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고브으으으으으으!”
고블린 약탈자들이 다 죽으니 다시 포효하면서 휠 윈드를 시작하는 고블린 챔피언.
거기서 찬성은 이 고블린 챔피언의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자신은 싸움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로 끝!”
[Lv.12 고블린 챔피언(보스 몬스터)]체력:0퍼센트
“고브… 고… 브으으…….”
[시스템-당신은 ‘고블린 챔피언’을 쓰러뜨렸습니다.]“후우우… 간만에 제대로 놀았네. 후우우우우우!”
하나 약 30분 정도로는 찬성의 의지와 집중력을 꺾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거대한 산을 의지만으로 조금씩 깎아 낸 찬성의 승리였다.
“고브고브! 고브브브!”
“고브! 기아아아악!”
쿠우웅!
고블린 챔피언이 쓰러지자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도망쳤다.
어렵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래도 무력화에 딜을 넣지 않고 순수 공방만으로 데미지를 누적시켜서 끝장내야 했기에 30분 넘게 전투를 한 찬성은 진땀을 빼면서 인벤토리의 물로 갈증을 해소했다.
“후아! 시간이 엄청 걸렸네. 뭐, 이것도 인내와 집중력 단련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건가? 오, 레벨 업이 되었군. 그리고… 이게 뭐지? 또 왜 이래?”
[시스템-레벨 업! 7레벨이 되었습니다.]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
한숨 막 돌리는데, 레벨 업 메시지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시스템 창의 파도가 찬성을 덮쳐 왔다.
그래도 튜토리얼 때 한 번 보았던 거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하나하나 체크해서 넘기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Lv.50 레이드 던전, 베른카 제국 가르간트 요새.
“좋아요. 이번엔 진짜로 깹시다! 깨고 자고 내일 2넴 가야죠! 자 딜딜! 딜딜!”
‘휴우~ 드디어 킬 각이 보이네. 이미 날은 새워 버렸지만 그래도… 잡고 가야 마음이 편하니.’
치열한 레이드의 현장. 아직도 1네임드인 요새 성문을 뚫지 못해서 고생 중인 민희는 드디어 클리어 각이 보이는 현장에서 분주하게 화염 마법을 때려 넣으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좋아, 극딜. 성문 체력 앞으로… 5퍼센트! 극딜!”
‘이제 마무리……!’
번쩍!
시끄러운 공대장의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하는데, 갑자기 시스템 창이 빛나면서 다량의 메시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녀의 옆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7레벨이 되었습니다.]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던전-고블린의 탑’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업적:나 혼자 던전 클리어’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업적:고블린에게 습격당하는 촌락 스토리 클리어’를 달성하셨습니다.]‘…뭐야, 이거? 깼어? 걔가 혼자서 고블린의 탑을 깼다고? 어떻게?’
“미니미니야! 뭐 해? 딜! 딜 계속해! 야! 야!”
“쟤 왜 저럼?”
“기기 이상이라도 걸렸나?”
주르륵 올라오는 각종 시스템 메시지에 당황한 그녀는 순간 딜하는 걸 잊어버렸다.
절대 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고블린의 탑’을 혼자서 깨 버렸다는 알림들을 보고 충격에 빠진 것이었다.
그녀는 시스템 창 메시지를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굳었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지? 얘? 어떻게 한 거지? 아이템발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파티 버스를… 아니, 혼자서 클리어 업적 떴잖아? 어떻게 한 거야? 랜덤 박스나 어디서 무슨 아이템이라도 얻고 갔나? 레어 아이템 같은 걸 먹지 않고서는…….’
그녀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업적. 그러나 업적은 정직하게도 찬성의 결과를 인증해 주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이내 가까이 다가온 길드원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
“야! 미니미니! 님, 뭐 하세요? 딜 안 하냐고!”
“아! 아! 죄송요! 잠시 연결이 안 좋아서!”
화르르륵!
작은 토끼 손으로 다시 마법을 시전하는 그녀.
잠깐의 실수로 몇 시간째 트라이하던 레이드 1네임드를 못 잡으면 그것만큼 큰 손해가 없었기에 그녀는 화염 마법을 다시 때려 넣기 시작했다.
‘빨리 잡고, 그다음에 어떻게 한 건지 물어봐…….’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업적:이건 귀중한 물건입니다’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친구 ‘찬성’ 님이 ‘업적:나의 작고 귀여운 레어 아이템!’을 달성하셨습니다.]‘…이건?’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또 찬성이 이룬 새로운 업적 2개가 그녀의 눈앞에 뾰롱! 하고 떠올랐다.
그렇기에 그녀의 충격은 더 컸는데, 이 2개의 업적은 아까 전 생각했던 ‘아이템발의 힘으로’라는 생각을 일축해 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업적:이건 귀중한 물건입니다]조건:희귀 등급 이상 아이템 처음 획득
[업적:나의 작고 귀여운 레어 아이템!]조건:희귀 등급 이상 아이템 착용
‘이 업적이 클리어 후에 나타났다는 건… 아이템발도 아니야? 그렇다면 걔는 처음 시작한 그 상태의 맨몸으로 혼자 고블린 루트를 간 것도 모자라 고블린의 탑을 깨 버린 거라고?’
[성문이 파괴되었다아아아아!] [제길! 망할 그란 왕국 놈들 같으니! 오늘은 물러나 주마!]“아, 드디어 깼네. 진짜 더럽다, 더러워!”
“누나, 팬텀 드라이브-2 샀다면서요. 왜 그러는데요?”
“신제품 이슈인가?”
“얏호! 아이템 보러 가자. 휘유~!”
그녀가 충격을 받은 사이, 천만다행으로 공대는 제1보스라 할 수 있는 요새 정문 공략에 성공했다.
다른 공대원들은 죄다 아이템이 나오는 곳으로 가서 뭐가 나왔는지 확인 중이었다.
그저 몇몇만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서 공략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들 최전선 레이드를 공략하는 고인물들답게 각양각색으로 커스터마이징한 외양이다 보니 개성들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얘들아, 너희들 고블린의 탑 던전 알지?”
“고블린의 탑? 아~ 그 뉴비 절단기 던전 말이죠? 멋모르고 공략하러 들어간 뉴비들 경험치 쪽쪽 빨아먹고, 스트리머 엿 먹이려고 미션 거는 던전.”
“그랬나? 나는 쉬웠는데?”
“너는 인마, 랜덤 박스를 천만 원어치 질러서 아이템이랑 포션을 산더미처럼 챙겨서 갔잖아. 나라면 그거 절반만 있어도 할 수 있었겠다. 물론 파티 플레이를 해야겠지만 말이야.”
“아니, 그 랜덤 박스 진짜 효율 쓰레기라서 별로 좋은 아이템도 못 먹었다고~”
“그거 지른 놈이 흑우지. 음머~”
다른 파티원들 모두 제각각 떠들어 대긴 했지만, 모두들 고블린의 탑이 가진 악명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더니 가장 앞에 있던 궁수 유저 하나가 다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튼 누나, 그 고블린의 탑이 왜요?”
“뉴비가… 생전 처음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뉴비가 거길 혼자서 깰 수 있다고 생각해?”
“푸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거길 어떻게 뉴비가 깨요? 심지어 가상현실 게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뉴비?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저 흑우 새퀴처럼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투자하고 준비해야 그 악질 같은 고블린 루트에 들어가서 던전을 깨는 게 가능하지, 그냥 될 리가 있어요? 안 그러냐?”
“그렇지. 생뉴비는 절대 못 깨지. 우리 정도나 되어야 가능할까?”
파티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궁수. 다른 자들의 반응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생뉴비가 고블린 루트를 가서 심지어 혼자 고블린의 탑을 깬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근데 레벨발로 밀라면 밀 수 있지 않나? 지하 수도랑 그 벌레 굴 청소 다 하고, 14레벨쯤 찍고 아이템 잘 무장하면 뉴비도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RPG는 스펙발이니까…….”
“레벨은 6, 아이템은 희귀 이상급 아이템 하나도 없이는?”
“그러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죠. 아, 걔가~ 물론 태생이 갓전파라든가 천비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나마 한 파티원이 뉴비라도 가능할 법한 커트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내 민희가 건 조건을 듣자 다들 고개를 도리질 치면서 부정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역시 찬성이 고블린의 탑을 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하나 눈앞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지 오래였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보자, 귓말 메뉴가…….’
나름 상위권 플레이어들인 공대원들의 말이 저런 만큼, 찬성이 고블린의 탑을 깨는 건 역시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클리어했고, 그 비밀을 알기 위해 그녀는 곧장 찬성에게 귓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