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그, 그건 말입니다. 그게… 그게 그러니까…….”
“쿠룩! 쿠룩쿠룩! 운 스카쟈. 레스카!”
“지지직… 근손실 님, 오크어 하고 계세요.”
다들 어찌나 당황했는지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뭐라고 할지 몰라서 서로 빠르게 눈치만 보는 중이었다.
찬성의 파티원들은 다들 가능하면 찬성이 앞의 스토리나 떡밥에 대해서 예상하거나 짐작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둘러대야 하나? 앞의 전개를 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쿠룩, 이 파티의 꿀잼 포인트 절반 이상은 순수종 뉴비인 찬성 님의 리액션인데…….’
‘어떻게 해야 하지? 지지직… 어설프게 둘러대면 찬성 님이 짐작할 것 같아.’
“알다시피 이 게임은 사람들이 특정 라인에 몰리는 걸 방지하고 몰입감을 올리기 위해서 퀘스트 루트를 여러 갈래로 분할하여 다양한 임무를 주고 있지. 여기서 이렇게 직접 앱솔 공작 측을 공격하는 것도 있지만, 앱솔 공작 측의 환심을 사는 루트도 있지. 자세한 건 스토리 네타고 루트가 완전 달라서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대충 그렇단다.”
“아아아… 그렇구나.”
간신히 미니멈실버가 변명해 준 덕분에 찬성은 의구심을 이어 나가지 않고 납득하는 걸로 끝이 났다.
‘나이스! 실버 님!’
‘쿠룩! 개꿀잼 파트를 놓치지 않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쿠룩!’
‘지지직… 01100111011011110110111101100100.’
‘별말씀을~’
찬성의 의문을 해결한 파티는 곧바로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다.
“후우~ 그 이후로 플레이어들은 안 만났네요.”
“쿠룩, 한 팀 더 만나긴 했는데… 저희가 오자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도망쳤으니 2팀 만난 거죠.”
“아, 맞다. 그랬죠. 그럼 이제 돌아가면 되겠네요.”
“오늘 플레이 타임이 딱 돌아가면 끝나겠네요. 크릉! 왠지 시간은 엄청 긴 느낌이었지만요.”
오전엔 공성전에 오후엔 퀘스트와 PVP까지 알차게 보낸 하루였으니 플레이 타임이 남을 리 없었다.
찬성 일행은 로그아웃 전에 다들 내일 할 플레이 준비를 마치고 접속을 종료했다.
“후아~ 어? 벌써 시간이… 11시가 다 되어 가네. 너무 늦었네. 끄응~”
원래는 플레이 가능한 8시간을 연속으로 플레이해서 저녁쯤 게임을 마치던 찬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점심 이후 잠시 영상 제작과 쉬는 시간 때문에 이미 밤이 늦은 시각이었다.
“너무 늦게 자면 안 되지만… 단련을 빼먹을 순 없지. 읏챠……!”
병원에서 치료받던 때를 제외하면 거의 쉬는 날 없이 단련하던 그로선 단련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찬성은 벌떡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맨몸 운동부터 시작하며 몸을 풀었다.
“하나, 둘~ 셋… 넷!”
“얘, 잠깐 물을 게 있는데… 안에 있니?”
“예에~ 들어오세요.”
“그래. 늦은 시간에… 또 운동이니? 하아~”
“오늘 안 했으니까요. 하나… 둘! 무슨 일이세요?”
“그게~ 너 딱 봐도 아직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패키지 안 산 것 같으니까 사라고~”
“아…….”
캐시 샵에 있는 여러 상품들이 떠오르면서 예전에 민희 누나가 했던 말들이 메아리처럼 머리를 스쳐 가는 찬성이었다.
‘이거 공짜라니까! 공짜! 너 이거 안 사면 손해야.’
“그… 꼭 사야 하나요?”
“그래, 너 그 소리 나올 줄 알았다. 네가 안 살 거면 내가 돈 줄 테니까 사서 나한테 ‘선물하기’로 보내 줘.”
“…네? 보낼 수 있나요?”
“계정 귀속 패키지는 못 보내도 선물로 보낼 수 있는 패키지도 있어. 아니, 안 사면 그냥 아까우니 다 사 놔야겠다. 사 놓으면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마일리지 충전되는 건 너 써. 그거 감안해도 이득이니까~ 아, 그리고 게임에 직접 안 들어가도 PC나 모바일로 캐시 샵은 들어갈 수 있으니까 사는 건 걱정 안 해도 돼.”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아. 패키지라는 게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찬성이 아직 완전히 게이머가 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는 오직 ‘월간 패키지’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모르지만, 세상엔 ‘주간 패키지’, ‘명절 패키지’ 등등… 과금의 경지엔 또 다른 위의 벽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는 더 기겁할 것이다.
“보자. 여기 PC에 로그인해 놨으니 충전하시고 구매하시면 돼요. 전 그럼 이제 계속 단련해야 해서.”
어쨌든 그녀가 하는 일에 딱히 뭐라 할 게 없으니 찬성은 탁자 위에 둔 노트북의 D.E사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마친 뒤, 다시 운동 기구로 향했다.
“그래. 아~ 그리고 예상대로… 너랑 네 영상, 엄청 화제더라?”
“정말요? 후우~ 셋… 넷! …다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지금 네 너튜브 댓글 창에 댓글만 3천 개가 넘거든?”
“오오……! 엄청 많네요.”
“당연히 많지. 뭐, 공성전 정도면 확실히 좋은 데뷔 무대니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공성전은 한 달에 한 번뿐이기에 주목도가 컸다.
큰 성이나 영지의 경우 아예 e스포츠식으로 중계하는 곳도 있을 정도.
물론 이런 지방 구석의 ‘공성전’은 본래라면 묻힐 케이스이지만, 이번엔 워낙 이변적인 결과가 나와서 주목받은 것이었다.
“구독자 숫자도 벌써 4천… 쭉쭉 늘어나네. 역시 재능이 사기라니까…….”
“재능만 가지고 한 건 아닌데… 말이죠. 읏챠! 후우우~”
“따라갈 수 있는 레벨에서나 노력이니 뭐니 하는 거지. 아무튼~ 이대로 쭉 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반응이 또 궁금해지네.”
“누구 반응이요?”
“D.E사 양반들. 이미 보고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구매 완료. 내일 집합 시간에 일어나는 거 잊지 말고 꼭 자렴.”
“네… 다섯, 여섯… 여섯… 여섯… 여섯… 여섯… 여섯… 여섯… 여섯… 후! 여섯 개 완료!”
“… 숫자를 못 세니? 하여간 이래서 뇌근육은!”
6=13이라는 기적의 수학 공식을 만든 찬성에 기막혀하며 민희는 방을 빠져나갔고, 찬성은 곧바로 다음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기구를 조정하고 자세를 바꿨다.
***
D.E사, 어느 회의실.
여느 게임사가 그렇듯 한창 야근을 하느라 어두운 밤에도 밝게 빛나는 D.E사 빌딩.
그 내부에 있는 어느 회의실에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여러 직원들이 눈앞에 띄운 화면을 보며 진중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성절! 흡!』
『으아악!』
이들이 보는 화면은 오늘 오전 벌어진 ‘수웨라성 공성전’의 주요 장면 스크린 샷과 너튜브 영상, 그리고 운영진만 볼 수 있는 시스템 영상으로 모두 단 한 명의 유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저거 어떻게 하는 거지? 우리 저런 스킬 만든 적 없지 않나?”
“없지. 검성이 가지는 스킬이 따로 있는데.”
“그보다 진짜 ‘검성의 경지’를 찰떡같이 이용하네. 와아…….”
웅성웅성…….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D.E사의 개발팀과 운영팀, 기획팀의 인원들.
이들이 이렇게 한데 모인 이유는 오늘 벌어진 공성전에서 특정 유저가 선보인 이질적인 데이터 때문이었다.
“바쁘신 와중에 모여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표하며 저 비서실장인 윤성하가 이 기밀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방금 보셨던 해당 기록과 시간대의 코드 및 데이터를 집중해서 분석해 보니, 이 스킬 같은 움직임 모두 실제 유저의 ‘퍼포먼스’로 밝혀졌습니다.”
화면을 조정하는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20대 중반의 미모의 여성은 경악하는 직원들에게 해당 사안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해당 유저의 닉네임은 ‘찬성’. 레벨은 현재 30이며 클래스는 히든 클래스인 ‘검성’으로 전직 방식은 전직권을 사용한 것이 아닌 검사 클래스 전직에서 히든 루트를 발견해서 전직한 케이스입니다.”
“와, 전직에서 히든 루트? 그거 전직 NPC와 겨뤄서 버텨야 하는 건데… 어떻게 한 거지? 분명 인간이 할 수 없게 해 놨는데?”
“저거 보면 각이 나오잖아. 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되냐고?”
“저거저거 벽 타기는 어떻게 한 거지? 스킬이 없으면 작용도 하지 않을 건데?”
“그야말로 유저가 OP라는 건가?”
“이게 왜 이제야 알려진 거지? 30레벨이 될 동안에도 저걸 했다는 건데?”
웅성웅성…….
‘찬성’이라는 유저가 보여 준 퍼포먼스에 동요가 일었다.
한자리에 몰린 D.E사 직원들이 서로 떠들며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하자 윤성하 비서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데이터는 1레벨 때부터 감지하긴 했었습니다. 감시부, 감시팀장 위로 보고도 올라왔죠. 하지만 그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일단 보다시피 프로그램적 부정행위는 아니기에 감지가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러면 지금 모인 것은 저걸 처벌하거나 혹은 저 퍼포먼스를 막을 방법을 논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뇨. 정반대입니다. 사장님께서 ‘드디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다!’라고 하신 걸 알리러 온 겁니다.”
“사장님께서 환호를?”
다들 자신들이 아는 D.E사의 사장을 떠올렸다.
괴짜라는 단어를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하면 그대로 만들어진 것 같은 사람.
천재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미치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었다.
“…예.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드디어 자신이 찾던 것을 찾았다고 하시면서 클래스와 유저 정보를 알아 가시더니 최대한 불이익이 없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뭐야? 의외네. 역으로 특별 관리를 하라는 건가? 그것참 기가 막힌 일이네.”
“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저거 어떻게 수습하나 머리가 아팠는데 말이야.”
“오히려 다른 유저들의 원성이 커지면 수습하는 게 머리 아프지 않을까? 어우… 저게 더 알려지면 난리 나겠는데?”
“유저 개인의 ‘퍼포먼스’라는 결과 데이터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윤성하 비서실장은 계속해서 사장의 지시 사항을 이어 갔다.
“추가적으로 해당 유저에 대해서 사장님이 하신 또 다른 지시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