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수도에서 남동쪽 방향, 넴메라 강가 계곡.
현질에 동참한 찬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퀘스트 지역으로 가길 약 15분.
패키지를 구입해서 이동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예상보다 더 빨리 퀘스트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위치상으론 여기 근처인데, 어디일까요?”
“쿠룩, 주변을 뒤져 봐야겠죠. 쿠룩, 물론 저희는 이미 위치를 알고 있으니 찬성 님이 탐색해 보십시오. 쿠룩.”
“예!”
파티원들의 추천에 따라 찬성은 미니 맵을 보면서 강가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파티원들은 그것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레벨 업이 급하더라도 뉴비의 플레이 경험 존중은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근데 굳이 여기 탐색하는 것에서 재미있을 요소가 있나?”
“쿠룩, 스킬이나 스테이터스 제약이 없는 곳이니까……. 게다가 은근 미니 맵과 위치를 찾는 게 어려우니 이럴 때 해 보는 거지.”
“지지직… 찬성 님은 나중에 레이드 같은 거 하면 분명 특임조 맡아야 하니까요. 지지직…….”
“크릉, 일단 기동력, 데미지 딜링은 보장되었으니, 다른 부분을 키우면 완벽하지.”
찬성의 단점은 역시 온라인 게임 경험의 부족.
앞으로 있을 던전이나 레이드는 단순히 전투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퍼즐이라든가 특수한 임무를 해야 하는 일도 많았기에 경험을 통해서 키워 나가야만 했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이렇게 시키는 거군.”
“쿠룩, 근데… 산에서 생활하셨으면 이런 환경은 익숙하지 않으신가? 의외로 헤매시는군.”
“산이라곤 해도 결국 사람 손이 닿은 곳이고, 수도랑 전기도 들어와서 그리 낙후된 곳도 아니에요. 사유지라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서 자연 보존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요.”
“지지직… 친척분이라서 역시 사정을 잘 아시네요.”
파티원들이 찬성에 대해서 이리저리 이야기하는 동안, 찬성은 미니 맵을 보며 강가를 걸으면서 지도가 있을 위치를 계속 탐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평범한 강가. 물이 흐르고, 자갈이 깔려 있는 흔한 강가를 걸으면서 숲 냄새와 물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평온해지면서도 이 위치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으음, 분명 지도상으로 위치는 여기인데…….”
좌로 보고, 우로 보고, 위를 보고, 아래를 봐도 어디 다른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것은 숲과 흐르는 강물뿐.
지도의 위치는 여전히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찬성은 아래를 보다가 뭔가를 깨달았다.
“혹시……?”
찬성은 그대로 자갈을 파헤치고, 고운 흙이 나온 부분에 귀를 댄 채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들린다!’
아주 미약하지만 바람 소리,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소리를 캐치해 냈다.
“밑이구나! 여기 밑이에요! 근데… 어떻게 가지? 아아……!”
주변을 둘러보던 찬성은 바로 옆에 흐르는 강물이 눈에 들어왔다.
현실과 다르게 아주 맑은 물은 안에 다니는 물고기와 바닥 아래까지 어느 정도 보일 정도였다.
고개를 들어서 자세히 보니 인위적으로 깎인 부분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기다! 찾았어요!”
“굿! 정답입니다! 그리핀X르 10점!”
“쿠룩,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
“지지직… 아무튼 따라가죠. 물속으로… 그냥 들어가네요? 지지직… 수영할 줄 아시나?”
“산에서 자란 애니… 가능은 하겠죠? 킁!”
첨벙!
물속으로 뛰어드는 찬성을 보고 우려를 표했지만, 이내 걱정은 없다는 듯 찬성의 메시지가 채팅방에 올라왔다.
[채팅방(5)] [찬성:여러분, 여기에 공동(空洞)이 있었어요! 얼른 들어오세요!]“무사히 들어갔나 보네요.”
“저희도 얼른 가죠. 쿠룩.”
강 아래로 들어간 찬성을 따라서 파티원들도 각자 조치를 취하고 물로 뛰어드는데, 이 또한 가지각색이었다.
입고 있는 것이 그냥 무겁거나 물을 먹으면 무거워져서 가라앉게 되는 ‘전국건강협회’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각자 ‘수중 호흡의 비약’을 먹고 입수.
반대로 근손실보험은 그대로 갈 건지 준비 운동을, 미니멈실버는 갑자기 아바타를 바꾸더니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쿠룩, 수영… 못하십니까?”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경영 수영복을 입었지만 결국 늑대 인간 아바타.
그 묘한 모습인 미니멈실버를 보고 근손실보험이 신기해하며 슬쩍 질문을 던졌다.
“크르릉! 불만 있나요?”
“쿠룩, 아뇨. 없습니다.”
가뜩이나 늑대 인간형 아바타라서 살벌한 외모인데, 슬쩍 노려보니 더욱 인상이 무서운 미니멈실버의 눈빛에 근손실보험은 도망치듯 물로 뛰어들었다.
아래에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자 예상한 대로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찬성이 먼저 그곳 가운데에 있는 상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그나저나 아무리 리얼한 가상현실이라지만 물은 물론이고 젖는 거까지 다 구현했네. 어우우~ 추워라. 아바타 갈아입으면 멀쩡해지려나요?”
“지지직… 그거 아이템에 ‘젖음’ 상태 달려서 아예 아이템까지 바꿔 입어야 해요. 지지직…….”
어떤 부분에서는 게임이라고 널널한 반면 어떤 부분은 또 리얼하게 구현한 게 기묘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였다.
“크르릉… 진짜 오만 거 다 구현했죠.”
“수영복? 그건 또 언제 챙기셨어요? 우와! 신기하다!”
“크르릉… 나는 이미 한 번 50레벨 넘게 키웠으니까 미리미리 준비했지. 아무튼 상자 찾았니?”
“네. 뭐, 찾을 것도 없이 저기 빛나는 수정 아래에 있었어요.”
본래라면 빛이 없을 공동 내부였지만 저 위에 거대한 수정이 빛나고 있어서 조명은 충분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 대놓고 눈에 띄는 붉은색의 고급스러운 작은 상자가 있었다.
“그럼 열게요.”
달칵.
상자엔 자물쇠 같은 건 되어 있지 않았고, 상자를 여니 안에는 고급스러운 비단이 말린 채로 묶여 있었다.
“비단? 왜 이걸로 되어 있죠? 펴 볼게요. 오…….”
“30초?”
화르르르륵!
그 순간 찬성의 손안에서 읽혀지고 있던 비단 서찰이 그대로 불타올랐다.
“으아아악!”
갑작스러운 화염에 찬성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가짜 불도 아닌지 열기도 확 느껴졌다.
그 덕분에 더욱 깜짝 놀란 찬성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재가 된 비단 서찰을 바라보며 파티원에게 말했다.
“이, 이게 뭐래요?”
“쿠룩, 스파이 영화 전통의 방식이죠. 쿠룩쿠룩.”
“아, 신선한 리액션 좋고… 크, 박수.”
“지지직… 0100100001100001011100000111000001111001… 지지직.”
이제는 거의 클리셰가 되다시피 한 스파이물의 전통 보안도 저렇게 순수하게 깜짝 놀라다니.
파티원들은 모두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했다.
“크릉, 아무튼 위치 찾았으니 이동하자.”
“어? 저… 그 좌표, 기억 안 나는데요?”
“크릉, 무슨 소리 하니? 퀘스트 갱신되어 있잖아. 정신 차리렴.”
“아!”
미니멈실버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시스템 창을 보니 정말로 퀘스트가 갱신되어 있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4)]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암호문을 해석해서 온 비밀 장소. 그곳에 있는 상자에 들어 있던 비단을 펼치자 앱솔 공작의 영지에 있는 ‘노예 수용소’의 위치가 나와 있었다. 드디어 그곳으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조건:지도에 표시된 앱솔 공작 산하 ‘노예 수용소’로 향하라.
“오… 드디어… 근데 이건 꽤 머네요?”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보는데, 상당히 먼 곳에 있는 걸 발견한 찬성.
만약 이대로 가면 상당한 시간을 이동에만 소요할 것으로 보였기에 퀘스트가 공유된 근손실보험이 곧바로 해답을 제시했다.
“쿠룩, 예. 이건 앱솔 공작의 영지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직접 가려면 멉니다. 그러니 바로 수도로 귀환한 다음 앱솔 공작 영지로 직행하는 포탈… 아니, 이동 마법진을 타면 될 것 같습니다.”
“자자, 빨리 갑시다.”
“예!”
그리하여 찬성의 파티는 곧바로 귀환 주문서를 사용하여 수도-세우르에 귀환, 그대로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서 앱솔 공작의 영지로 향했다.
“여기로 가면… 오?”
앱솔 공작의 영지-세이온성.
이동 마법진을 타고서 도착한 곳은 세이온에 있는 첨탑.
그곳은 오자마자 한눈에 세이온성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우와아아아…….”
수도-세우르를 처음 봤을 때도 탄성이 나왔지만, 지금 찬성은 그때보다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사실 여기가 수도 아니에요?”
찬성이 내뱉은 말대로 세이온성은 정말 누군가 말해 주지 않으면 진짜 수도로 착각할 만큼 웅장하고 거대했다.
게다가 단순히 규모만 거대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혼자만 시대가 달라 보이려는 의도인 건지 이 세이온은 양식만 중세, 근세 판타지를 연상시킬 뿐,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 깔끔한 도로와 건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동안은 그래도 중세 판타지적 모습을 보여 준 곳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앱솔 공작의 권력과 힘이 어떤 건지 알려 주는 장치죠. 왕실보다 강한 귀족이라는 걸 비주얼로 한 방에 납득시키는 장치!”
“와아아아… 잠깐, 저거! 저거 열차 아니에요? 판타지는 어디로?”
“지지직… 이런 이동 마법진도 있는데 없을 이유가 없죠. 지지직… 찬성 님, 이젠 적응할 때도 되었잖아요. 지지직…….”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바로 뒤에 타고 온 마법진을 가리키면서 이제는 포기하라는 투로 말했다.
찬성은 그 말을 듣고 포기하기로 하고 곧바로 탈것에 올라탔다.
“…그건 그렇고, 도시가 참 깔끔한 것도 깔끔한 건데, 질서도 있고, NPC들도 활기가 넘치는 게 도저히 그 악당인 앱솔 공작의 본거지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요?”
“크릉… 다들 이 도시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지. 하지만 그건 앞으로 올 충격을 더 크게 할 장치일 뿐이야.”
“아……! 뭔지 알 것 같아요.”
희망이 클수록 그것이 실패했을 때 절망도 커지고, 밝을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진다.
이런 아름답고 멋진 도시를 만든 앱솔 공작가의 악행도 마찬가지로 더 크게 느낄 심리적 장치라고 생각한 찬성은 ‘노예 수용소’에 과연 얼마나 무섭고 사악한 모습이 있을지에 대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