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웅장하고 아름다운 세이온성을 떠난 찬성 일행은 퀘스트 UI에 찍힌 좌표를 향해서 쭉 나아갔다.
도로를 쭉 달리다가 산과 강을 건너길 약 30분. 이번에 찬성 일행이 도달한 곳은 또 다른 성이었다.
“…이게 노예 수용소?”
찬성은 눈을 비비면서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성을 올려다보았다.
높은 성벽은 그래도 노예 수용소의 전형적인 담벼락을 연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 쳐도 주변을 오간다거나 성 앞에 있는 거대한 농지에서 일하는 노예들의 모습은 흔히 연상하는 노예 수용소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뭔가 평범해 보이는데요? 수용소라기엔 그냥… 영지 같은데? 저러면 또 도망치기 쉬울 것 같은데…….”
“쿠룩, 저건 엄연히 근현대의 수용소랑 다른 광대한 농지식 수용소니까요. 도망치려고 해도 적어도 광대한 앱솔 공작의 세력권을 벗어나야 하는데, 맨몸으로 도망치는 건 무리죠.”
“아하…….”
“게다가 주변에 순찰대와 추적꾼, 기사들이 수시로 정찰도 하고 있어서 쉽게 벗어날 수 없어요. 몇몇 도망친다고 한들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저기 보다시피 마차로 들어가고 있죠.”
“아, 그러네요.”
근손실보험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거기엔 수많은 마차들이 오가는 광경이 보였다.
그의 말대로 나오는 마차는 대부분 곡물이나 각종 물건을 실어서 나오는 반면 들어가는 마차엔 대부분 다양한 인종과 종족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잔뜩 실려 있었다.
“설정상 대륙 곳곳에 있는 집 없이 떠도는 부랑자나 경중 범죄자들, 다른 노예 상인들에게서 모조리 긁어 오는 거라는군요. 거의 독과점급으로 노예를 사들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영지엔 노예들이 없다고…….”
“아하아…….”
“쿠룩, 본래라면 다른 귀족이나 상인들의 견제를 받아야 하지만, 이 ‘앱솔 공작가’는 왕국의 역사보다 오래된 명문가라서 힘과 권력도 강하고 주류 귀족들이 모두 혈연으로 얽혀 있어서 그런 것도 무마하고 있습니다.”
“와우… 엄청나네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퀘스트는 아직 갱신이 안 된 것 같은데.”
“지지직… 조금 더 가까이 가면 갱신이 될 거예요.”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대로 좀 더 노예 수용소 성으로 가까이 가자 퀘스트는 자동으로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5)]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드디어 노예 수용소에 도착했으나 이곳은 겉으로 보면 그냥 일반적인 성이라 생각될 정도로 너무나 규모가 큰 곳이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어떻게 힘들 것 같은 규모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안을 생각해 보자.
선택 조건:어떻게 해야 할까?
1.자르엔 하운드에 가서 상담한다.
2.일단 침투해서 조사해 본다.
3.주변에 있는 영지들로 가서 정보를 모아 본다.
*파티를 맺고 있으므로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됩니다.
“으으음… 뭐가 좋을까요?”
“찬성 님 선택을 따르죠. 쿠룩, 그게 꿀잼이니까요.”
“음…….”
찬성은 선택지들을 보면서 고민했다.
‘음, 1번은 적어도 자르엔 백작가 영지로 돌아가서 또 뭘 하고 하느라 복잡하고 시간 낭비할 것 같고, 2번은 지금 이대로 들어가기엔 리스크가 클 것 같아. 그러면 3번이 정석적이긴 한데, 우리 파티 구성이… 구성이…….’
창병, 야만의 투사, 자신인 ‘검성’, 브롤러, 강철 신의 신관.
여태까지의 경험에서 볼 때, 이 파티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무언가 트릭을 푸는 것보다는 전투로 풀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게 여러모로 편하다는 걸 여태까지 느낀 찬성은 2번을 선택했다.
“2번으로 가죠!”
“쿠룩, 빠꾸 없는 돌진. 쿠룩.”
“하긴 우리 구성은 커뮤니케이션 체크라든가 통과가 거의 안 되니.”
“지지직… 실버 님이 그게 일부 가능하지만 던전 기믹 쪽을 푸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크릉, 파티 이해도가 높아졌군. 나라도 2번을 골랐을 거야. 우리는 어설픈 짓은 못하는 파티니까. 2번.”
찬성의 선택을 납득하며 다들 똑같이 2번을 눌렀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6)]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여기까지 온 이상 후퇴는 없다. 당신은 전진을 택했고, 안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조건:노예 수용소에 침투하라.
“그런데 침투하는 건 어떻게 하죠? 또 ‘지하 수로’ 같은 곳을 노리나요?”
“쿠룩, 이젠 ‘지하 수로’부터 먼저 생각하시는군요.”
“아, 그리고 묘한 게, 이거 공략이라고 되어 있는 게 결국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길 파괴하라는 걸까요? 아니면 점령은… 무리인 것 같고, 주요 요인 암살? 으음, 너무 광범위하네요.”
“그 부분은 퀘스트를 계속해 나가면 알게 될 거야. 아무튼 지금은 퀘스트 목표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방법 있는 사람?”
미니멈실버는 파티원들에게 먼저 침투 방법에 대해서 물었지만, 다른 파티원들은 방안에 대해서 생각나는 게 없는지 모두 고개를 저으면서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다.
“찬성이 너도?”
“어어… 어어. 이렇게 된 이상 지하 수로로 갈까요?”
“으르릉! 또 그럴 것 같았다. 그러면 생각한 게 나뿐인 것 같은데. 이견 없죠?”
“없습니다, 누님.”
“쿠룩, 없습니다. 야만의 투사도… 문명엔 그리 친화적이지 않아서…….”
“지지직… 강철 신의 종파는 왕국에선 마이너라서…….”
“저도 어차피 여긴 찬성 님 따라가는 거니, 뒷부분 세세하게 안 봤죠.”
“크르릉… 그러면~ 재미있는 방법으로 가죠.”
씨익.
미니멈실버는 무언가 수상한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씨익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뭔가 묘하다는 생각을 하는 파티원들이었지만, 어차피 자신들로선 침투 루트를 결정할 수 없었기에 모두 미니멈실버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
잠시 뒤, 앱솔 공작가 노예 수용소 입구.
“크르르르릉! 마음에 드시는지요?”
“크하하하! 아주 좋아, 좋아. 요새 질 좋은 노예를 구하기 너무 힘들었는데. 크하하핫! 이런 젊고 싱싱한 놈들을 가지고 오다니! 제법이군! 크하하하핫!”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요?”
찬성이 눈앞에서 손을 비비는 미니멈실버와 파티원들의 꼴을 보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눈앞의 배불뚝이 중년 NPC는 악덕 상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음흉한 웃음을 짓는 미니멈실버는…….
본래 상태로 옷과 아바타를 입고 있는 것은 유일하게 미니멈실버뿐.
찬성을 비롯한 파티원들은 다들 아바타를 제외하고 완전 비무장에다 알몸에 거적때기 하나만 걸친 상황이었다.
게다가 모두 손과 발이 사슬로 묶인 상태로 완벽한 ‘노예’의 모습이었다.
“크크큭, 좋아. 그럼 한 놈당 10금화는 어떤가?”
“크르릉~ 그러면 저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크릉크릉크릉!”
“누님, 연기 잘하시네요.”
“지금 한껏 몰입하고 있는데 방해하지 마! 으르르르르릉! 롤플레잉 지키라고!”
생각 외로 부끄러운 건지 찬성이 지적을 하자 화들짝 놀라며 반응하는 그녀였다.
아무튼 브롤러(불량배)라는 클래스의 설정을 통해서 파티원들을 노예로 팔아먹어서 내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이라니. 처음이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이런 방법도 있었네요. 으엑!”
“얀마! 똑바로 걸어!”
“NPC들에게 이런 대우받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죠.”
아프진 않지만 그래도 노예 취급에 맞게 꽤나 거칠게 다루는 병사들의 행동.
기분 나쁠 수 있었지만, 찬성은 신선한 체험에 눈을 빛내면서 끌려갔다.
“쿠룩, 찐뉴비는 이런 반응이군요. 쿠룩쿠룩.”
“찬성 님은 너무 순박해서 그런 걸지도. 그러면서도 수련을 해서 그런지 담도 크니까 태연한 거겠지. 우리 입장에서는…….”
“지지직… 여러 게임들을 많이 해서 뭔가 많이 익숙한 느낌이죠. 헤이, 유~ 파이널리 웨이크~”
“로키어~ 오브 로릭스테드~”
“쿠룩쿠룩! 쿠룩쿠룩! 아~ 그거 가상현실 버전으로 리메이크 안 해 주려나요? 쿠룩쿠룩! 뿌스로다! 외치고 싶다. 쿠룩.”
“아서라~ 그거 만들면 버그에 갇혀서 아마 사망 사고 나올걸? 역으로 D.E사가 신기한 거지.”
“지지직… 지지직! ㅇㅈ! ㅇㅈ! ㅇㅈ! (이모티콘).”
여러 RPG 게임에서 단골 소재로 나올 정도로 주인공의 ‘노예’ 설정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가리지 않고 자주 쓰이는지라 찬성을 제외한 이들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유로운 반응이었다.
“저…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아차~ 실례. 찬성 님만 왕따해 버렸네요.”
“자! 싹 다 들어가!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내일 네놈들을 분류해서 뼛속까지 부려 먹어 주지! 크하하핫!”
철컹!
미니멈실버에 의해서 노예로 팔린 찬성 일행은 노예 수용소 안으로 들어와 한 사람씩 나뉘어서 감옥에 갇혔다.
“직접 노예처럼 돼서 갇히는 건 또 신선하네. 전에 그 제국군 실험장에 갔을 때와 비슷하지만, 입장이 다르니 풍경도 다르구나.”
발바닥에 바닥의 습기가 느껴지고, 몸에 걸친 천때기 하나 아래로 감옥의 서늘함이 그대로 와닿았다.
현재 노예 모습에 맞게 찬성을 비롯한 파티원들은 모두 장비도 미착용해서 순수 클래스 성장률 스테이터스만 적용된 상태였다.
‘일단 끼고 있는 장비 아이템과 소지 아이템은 모두 은행에 넣어 두고 가야 돼. 노예 상태가 되면 가진 걸 다 빼앗기는데, 미리 비우고 가면 그 절차가 없어져서 안 뺏기지.’
‘그러면 아이템은 어떻게 다시 끼나요?’
‘그건 다 방법이 있으니 기대해.’
이렇게 착용 아이템은 미니멈실버를 제외하고 모조리 근처 영지로 가서 은행 보관함에 넣어 두고 온 것이었다.
“빼앗기면 그거 되찾으러 가는 것부터가 골치 아픈 일이라서요.”
“쿠룩, 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아하~”
“시끄러워! 노예 놈들이 아주 태평하게 씨불이고 자빠졌군!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한따까리 해 줄까?”
탕탕!
찬성의 파티가 떠드니 보초 NPC가 성을 내면서 곤봉으로 철창을 후려쳤다.
진짜 같은 위압감까지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게임인지라 다들 신경도 안 쓰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지지직… 근데 이거 명성으로만 들었는데, 손이 수갑으로 묶여 있고, 사슬이 다리랑 연결돼서 인터페이스도 제대로 못 쓰게 해 놨네요. 으윽… 끄으으응!”
“D.E사가 생각을 잘한 거죠. 노예 체험하는데, 무슨 누워서 스마트폰 하듯이 인터페이스 굴리는 것도 말도 안 되니~”
그 말대로 지금의 노예 차림은 양손을 묶은 수갑과 양발을 연결한 수갑이 연결되어 있었다.
덕분에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 없어서 인터페이스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 이렇게 잡혀서 기다려야 하나요?”
“쿠룩, 일단 실버 님을 기다려야죠. 퀘스트 갱신되어 있을 건데, 구속되어서 지금 볼 수 없는 걸 겁니다.”
“만약 그게 안 되면 이제 우리가 자력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건데… 어?”
[채팅방(5)] [미니멈실버:저기, 정말 죄송한데… 구하러 못 갈 것 같아요.]“……!”
“……!”
“지지직!”
“쿠룩?”
그렇게 그녀만을 기다리던 찬성 일행에게 보내져 온 충격적인 메시지에 일행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