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미니멈실버:미안해! 본래 계획은 너희를 팔고 난 다음 내가 혼자 잠입해서 열쇠로 열고 구해 주는 건데! ‘브롤러’의 은신, 잠입 계열 스킬은 등급이 낮아서! 이 필드에선 들켜 버렸어. 지금 도망치는 중!]“쿠룩, 그러고 보니… 브롤러(불량배)는 은신, 잠입계가 약한 편이었죠.”
“은신(3성)을 언제 배우더라? 아마 42던가? 보통 도적 계열이라면 34레벨쯤 배울 텐데…….”
“지지직… 아무튼 늦게 배우고 최대로 성장하는 스킬 레벨이 다르니, 확실히 계획과 다른 일이 벌어져 버렸네요.”
‘다들 어떻게 자기 클래스 외의 정보들을 저렇게 다 기억하고 있는 거지? 나는 아직 공부하는 걸로도 빡센데…….’
여전히 게이머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찬성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미니멈실버의 도움 없이 나갈 방안을 세워야 했다.
“어떻게 하죠?”
“그러면 플랜 B로 가야겠군요. 쿠룩쿠룩쿠룩. 살덩이 님!”
“지지직… 예. 강철 신의 이름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금속 신언(1성)-분해.”
차르르륵.
근손실보험이 신호를 보내자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그대로 손을 모아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손과 발에 묶인 쇠사슬들이 단숨에 쇳가루가 되어 땅에 떨어졌다.
“지지직…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거 쿨 타임이 있어서…….”
“지, 지금 뭘 한 거예요?”
“말 그대로 손과 발에 묶인 사슬을 분해해 버린 겁니다. 금속류를 분해하는 거죠. 당연하지만 스킬 등급이라든가 대상 아이템 등급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지만요.”
설정 그대로 사용되어진다면 대부분의 금속제 장비를 사용하는 물리 계열 클래스들에게 극상성이 되어 버린다.
그 때문에 스킬 등급과 레벨에 따라서 분해 가능한 오브젝트나 아이템의 규격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있었다.
“쿠룩, 사실 이런 곳에 갇히면 대부분 도적 계열이 나서 줘서 보통은 쓸모없지만… 쿠룩, 우리 구성엔 딱 좋은 스킬이죠.”
“지지직… 일단 근손실 님, 손 좀 내밀어 보세요. 지지직… 문을 열기 전에 수갑부터 풀어 드릴게요.”
“쿠룩, 예압! 철창을 열면 여기 NPC들이 바로 눈치채니 현명한 선택입니다. 쿠룩.”
“금속 신언(1성)-분해.”
차근차근,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자신의 방 좌우에 있는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의 수갑부터 풀어 주었다.
그다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먼저 근손실보험의 자물쇠를 해제했다.
‘어라? 왜 본인부터가 아니고?’
“지지직… 제압 부탁합니다! 금속 신언(1성)-분해.”
“쿠룩! 걱정 마십쇼.”
“거기,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냐?”
철그럭!
자물쇠가 분해되자 곧바로 경비를 보던 NPC가 버럭 노성을 지르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Lv.33 노예 수용소 감시자’이라는 이름이 머리 위에 떠 있는 놈은 창을 쥐고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여기서 너까지 지면 X 된다.”
“쿠룩, 드디어 내가 활약할 시간이군. 쿠룩쿠룩. 분노의 정령이여! 우워어어어어!”
‘아, 야만의 투사는 격투가 기반이라서 맨손으로도 싸울 수 있어서 먼저 풀어 준 거구나.’
찬성은 맨손으로 NPC와 일대일 교전을 시작한 근손실보험을 보며 왜 그를 먼저 풀어 줬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파쇄권! 메다꽂기!”
“크악!”
“좋았어! 나도 나왔다! 청소용 물걸레! 좋아! 창병 스킬 사용 가능! 뒤져랏!”
‘오… 창술은 그러고 보니 봉술과 기초를 공유하기도 하니 막대기 비슷한 걸 들어도 스킬이 열리는구나. 그런 것까지 생각을 했네.’
잘 싸우는 일행을 보면서 찬성은 얼른 자신도 나가서 동료들을 돕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빨리 풀어 주길 기다리며 옆의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바라봤다.
‘이번에 살덩이 님이 나오면 그다음에 나한테…….’
“하급 치유, 중급 치유… 지지직… 역시 장비가 없어서 마력이 부족해.”
“저어… 왜 계속 안에 계시는 건지?”
“지지직… 그야 여기서 힐 주면 저는 아무리 어그로를 먹어도 공격을 안 받거든요. 금속제 무기가 없어서 버프는 못 걸어서 치유만 주지만요.”
“아하~”
안전하게 감옥 안에서 틈으로 손을 앞으로 빼서 치유를 시전하는 ‘살덩이는나약하다’.
그래서인지 뒤에 있는 이 노예 수용소 NPC들이 치유 때문에 어그로가 넘어와서 그녀를 보다가도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어그로가 끌리더라도 결국 공격하러 갈 수 없었기에 계속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랑만 전투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크억! 네, 네놈들은… 살아서 도망칠 수 없을 거다.”
“쿠룩, 겨우 잡았군. 역시 장비 없이는 빡세.”
“더구나 우린 역체감이 더 큰 게… 찬성 님이랑 다니다 보니까 잡는 속도가 너무 빨라 가지고 말이야.”
“금속 신언(1성)-분해.”
‘Lv.33 노예 수용소 감시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자신의 철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세컨드 플랜, 완벽했군.”
“쿠룩, 사실 우리는 미리 다 보고 공략을 준비하니까…….”
“지지직… 찬성 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마력이랑 쿨 채우고 구속이랑 열어 드릴게요.”
“네.”
끼이익.
그렇게 잠시 뒤, 찬성의 감옥이 열리고 구속도 풀린 채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후우~ 이제 퀘스트 보겠네요. 뭐부터 해야 하나?”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7)]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이걸 침투에 성공했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노예 수용소 내부에 들어오긴 했다. 그러나 우선은 여기서 탈출을 하고 장비를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조건:감옥에서 탈출 및 장비를 되찾아라.
“장비를 되찾아야겠네요. 근데 어떻게 찾죠? 누님이랑 합류해야 하나?”
“아뇨. 합류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여기 들어오기 전에 아이템들을 어디다 넣었죠?”
“은행에 맡겼죠. 싹 다~”
“그러니 은행으로 가면 됩니다. 자, 얼른 가죠. 일단 이거 받으시고…….”
그렇게 장비를 되찾기 위해서 찬성 일행은 조심스럽게 감옥을 탈출해서 올라갔다.
‘노예 수용소 감시자’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매우 조용히, 그리고 신중한 움직임이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검이 없으니 불안하네요. 으으… 목검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찬성 님의 불안하고 약한 모습. 이건 꽤 귀하군요.”
“쿠룩, 사람이 이런 때도 있어야지요.”
“지지직… 하지만 우리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죠. 지지직… 저는 이런 구간 별로 안 좋아해요.”
열심히 파밍한 아이템을 모두 빼앗기고 맨몸 상태로 들어가는 이런 이벤트는 분명 안일함이나 매너리즘을 없애서 긴장감을 높여 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템을 빼앗기고, 아이템의 부재로 인한 역체감이 컸기에 호불호가 큰 이벤트였다.
“저는 꽤 좋아합니다. 역시 게임은 긴장감이 있어야죠. 솔직히 그동안 사기캐 찬성 님발을 너무 탔어요.”
“쿠룩, 살짝 공감입니다. 그러니 이번엔 저희를 팍팍 의지하십시오. 쿠룩!”
“아, 예! 저는 그동안 누님에게 연락해 볼게요.”
지금으로서는 기본 스테이터스가 좋아도 ‘검’이 없어서 ‘검성’의 각종 스킬들을 모두 발동하지 못하는 찬성이 제일 약했다.
그 때문에 그가 가장 후방으로 물러나서 미니멈실버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채팅방(5)] [찬성:누님, 어디세요?] [미니멈실버:일단 도망치는 데 성공해서 한번 전투는 풀어서 숨었는데… 너희랑 완전 반대 방향이야. 조심해서 가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찬성:저희는 자력으로 이미 감옥을 탈출했어요.] [미니멈실버:그래? 그럼 바로 은행으로 가 봐. 너희 짐 되찾을 수 있어.] [근손실보험:저희도 그럴 생각입니다.]“그런데 여기 은행이 있어요?”
“예. 쿠룩! 엄연히 여기는 노예 수용소지만 거대한 성의 형태를 하고 있으니까요. 앱솔 공작 측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게 기반 시설이 다 있습니다. 쿠룩.”
애초부터 그 점을 노리고 미니멈실버는 찬성 일행에게 아이템을 미리 해제해서 은행에 보관하게 한 다음 잡힌 것이었다.
“만약 안 그랬으면 저희는 그 아이템을 되찾기 위해서 이 수용소 최상층으로 감시자들을 처치하며 가야 했을 겁니다.”
“근데 저희는 앱솔 공작 측… 적대하는 거 아닌가요? 은행을 쓸 수 있나요?”
“쿠룩, 아직 저희는 침입한 사실을 들키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이른바 중립 유저인 거죠. 쿠룩!”
“아하!”
“하지만 감시자와 싸우는 걸 들키고 막 경보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그땐 얄짤없습니다. 쿠룩.”
결국 한시라도 빨리 ‘은행’으로 가서 장비를 되찾아야만 했다.
아직 자신들의 탈출이 알려지지 않은 덕분인지 내부는 조용했고, 오가는 감시자들을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찬성 일행이었다.
“위로?”
“정면으로 가면 감시자가 드글드글거립니다. 그걸 지금 상태로 정면에서 뚫고 갈 수는 없죠. 그러니 위로 갑니다.”
“하지만 위로 가면 도망칠 곳이 없지 않나요? 게다가 위에도 아마 감시자라든가 있을 텐데… 그러다가 들키면?”
“바로 그겁니다, 찬성 님. 저희의 작전이 뭐냐면 바로… 유인책입니다.”
“유인?”
전국건강협회는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계획은 말 그대로 ‘유인’.
찬성을 다시 지하 감옥 쪽에 숨게 하고, 자신들이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소란을 피워 적들을 모는 사이, 찬성이 빠져나가 은행으로 가서 아이템을 착용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쿠룩, 이 수용소에는 보스 몬스터는 없고 끽해야 정예 몬스터밖에 없을 테니, 풀템 찬성 님이라면 다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우리가 버텨야지만 말이죠. 하하… 뭐, 죽으면 까짓것 다시 오면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찬성 님이라면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지지직… 하지만 빠져나가면서 찬성 님은 절대로 죽으면 안 됩니다. 지지직…….”
파티원들이 미끼가 되는 유인 작전.
그들의 경험치와 이 퀘스트의 성공은 이제 모두 찬성에게 달린 셈이었다.
“네. 반드시 무사히 은행에서 아이템 차고 빨리 돌아올게요.”
실제로 죽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파티원들의 희생과 자신의 임무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 그는 비장하게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