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은하검법 비전 1식-‘타오르는 샛별’!”
찬성은 은행 밖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비전 스킬을 사용하여 검을 휘둘렀다.
도망칠 때의 원한을 모두 갚아 주겠다는 듯, 기세가 강렬했다.
검이 휘둘러진 궤적을 따라 은하가 생성되어 빛나다가 그대로 별들이 섬광을 뿜으며 폭발했다.
퍼어어엉! 화르르르르륵!
별들이 폭발한 자리엔 은빛의 화염이 맹렬히 타올랐다.
맹렬한 화염이 모든 것을 불태웠고, 오로지 남은 것은 찬성뿐이었다.
[시스템-당신의 ‘은하검법 비전 1식-타오르는 샛별’로 ‘노예 수용소 감시자’가 863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아~ 진짜 갑갑했어.”
화르르르륵!
은빛의 화염 속에서 찬성은 그동안의 갑갑함을 해소하듯 시원하게 웃으며 싹 쓸었다.
그리고 드롭 아이템들이 반짝거리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도우러 가야지!”
“크릉! 컹컹! 얘! 컹컹!”
“누님?”
“말은 됐고, 컹! 다른 NPC들 오기 전에 얼른 뛰어와!”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려는 순간, 찬성은 미니멈실버가 은행 건물의 지붕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벽을 타고 난간을 짚으면서 올라가 그녀가 있는 지붕에 도착했다.
“읏챠, 오~ 합류하신다고 했는데 마침 딱 오셨네요?”
“사실은 이미 너 나올 때부터 보고 있었어. 킁! 다만 한창 이타노 서커스 찍고 있는 널 방해 안 하려고 지켜보기만 한 거지.”
“무슨… 서커스요? 아, 확실히 묘기 같긴 했죠.”
애니메이션 업계의 연출 용어이지만, 미니멈실버는 설명이 길어지기에 정정하는 걸 포기했다.
“아무튼 이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건강 님, 근손실 님, 살덩이 님이 위험하니 빨리 가야 해요.”
“킁? 어어, 맞다. 그렇지. 그래, 나도 정신 놓고 있었어. 하지만 그것도 그건데 너…….”
“일단 먼저 서두를게요! 질주.”
무어라 말하려는 미니멈실버를 두고, 찬성은 속도를 올려 지붕을 넘어 다니면서 빠르게 감옥 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치, 침입자?”
“전부 다 비켜!”
도망칠 때와 다르게 찬성은 감옥의 NPC들을 순식간에 베어 넘기면서 돌파했다.
찬성은 계단을 올라가 미니 맵에 보이는 파티원들의 위치에 도달했다.
“제, 제가 도착했습니다! 다들 괜찮으세요? 이제 안심하셔도… 어?”
“쿠, 쿠룩… 어, 엄청 빨리 오셨네.”
“지지직… 0111001101110101011100100111000001110010011010010111001101100101!”
“내가 미니 맵에 표시되는 거 찬성 님이 너무 빨라서 지연될 거라고, 미리 갈아입자고 했잖아.”
하나 기이하게도 도착해서 본 파티원들은 원래 감옥에 와 있을 때 입었던 거적때기 차림은 온데간데없었다.
도리어 그들은 자신과 같은 블랙 드레이크 세트 아이템에 아바타를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쿠룩, 그게 말이죠. 쿠룩쿠룩쿠룩.”
“지지직…….”
“어, 그러니까…….”
“캐시 아이템. VIP 은행 금고 소환 서비스. 눈앞에 파티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은행 금고를 소환해 주지. 그걸로 미리 넣어 둔 아이템들을 꺼낸 걸 거야.”
캐시 샵에서 현금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의 힘으로 찬성의 파티원들은 찬성이 간 사이에 아이템을 꺼내서 완전무장을 하고 버텨 낸 것이었다.
“…….”
“쿠룩, 그… 그게… 쿠룩, 그러니까… 쿠룩. 뉴비에겐 역시 체험을 빼앗지 않고자.”
“그렇죠, 그렇죠. 원래 시나리오는 은행까지 이제 비무장으로 헤쳐 나가는 거니까요.”
“지지직… 그, 그리고 찬성 님이 눕거나 하면 바로 구하러 가려고 했어요. 지지직…….”
일행은 말없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찬성의 모습에 뭔가 섬뜩함을 느꼈다.
찬성의 추억을 위해서라고, 그러니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방금 전까지 희희낙락하며 있었지만, 찬성의 얼굴을 보니 자동으로 변명이 튀어나온 것이다.
“아… 캐시 샵. 과연 돈의 힘이군요.”
“그렇죠, 그렇죠.”
“쿠룩쿠룩, 이 거대한 게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든가? 애초에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니…….”
“지지직… 과, 과금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문제가 있는 건 이제 도박성 있는 상품 같은 거고, 직접 장비 아이템을 파는 거지.”
“크릉, 그거 우리 랜덤 박스…….”
“쿠룩, 그건 인게임 카르텔과 독과점을 막는 장치! 쿠룩쿠룩!”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하는 찬성을 보며 일행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우리의 뉴비님이 뭔가 어두운 면으로 빠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각보다 계획이 많이 틀어진다는 생각에 일행은 너 나 할 것 없이 열심히 변명을 주워섬겼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이제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게임에 돈을 쓴다는 개념을 이해 못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게나마 남아 있긴 했다.
특히나 찬성은 산에서 수련을 하다 내려온 순진무구한 이에다가 이게 첫 게임이었기에 그런 인식을 가질 수도 있어서 다들 긴장하며 찬성을 보는데…….
“아~ 기분이 상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아버지 말씀이 생각나서요. 산에서 수련하다 가끔 내려가서 뵈면 늘… 돈이나 경제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그게 떠올라서 그래요.”
“아, 그, 그러셨군요. 휴우~”
“쿠룩… 다행이다. 하긴 경제관념은 중요하죠.”
“지지직… 그렇죠.”
“그리고… 크릉, 너튜브 영상감도 나와서 오히려 이득인 면이 커. 아무튼 퀘스트 갱신된 거나 보렴.”
“아, 예!”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찬성은 곧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서 변경된 내용을 확인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8)]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당신은 탈출에 성공하고, 장비도 되찾았다. 하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우선은 이 내부에서 안전하게 몸을 숨길 곳을 찾아야 한다.
조건:몸을 숨길 거점을 탐색하라.
“거점이라. 레지스탕스들 거점 같은 건가요? 그러면 또 지하 수로의 하수도?”
“쿠룩, 지하 수로 트라우마가 심하셨군요. 하지만 각오하셔야 합니다.”
“어쩔 수 없죠.”
“크르릉…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진작 알아봐 놨으니까요. 멀쩡한 건물이니 깜짝 놀랄걸요?”
“지지직… 저, 정말요? 여기 거점은 웬만해서는 미리 확보 못할 텐데? 지지직… 엄연히 여기 초고난이도 필드인 데다 다른 거점들은 구하는 거 조건이… 지지직… 엄청 힘들어서 웬만해서는 다 하수구 생활일 건데…….”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대로 이 앱솔 공작 노예 수용소 필드는 ‘불가능에 가까운’이라는 난이도에 걸맞은 장소라서 평판 및 조건이 빡셀 수밖에 없었다.
“브롤러가 여기 무슨 히든 조건이라도 있었던가? 아닐 텐데?”
“쿠룩, 아니, 하수구나 뒷골목 거점에서 보너스 정도뿐이었지? 그걸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나? 아니면 혹시? 발견되지 않은 걸 발견한 건가요?”
“크릉? 일단 가 보면… 아니, 따라오세요.”
파티원들은 궁금증을 품은 채 미니멈실버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렇게 노예 수용소 건물들을 지나 이동하자…….
“컥? 여, 여긴?”
“쿠룩? 나 여기 직접 오는 거 처음이야! 쿠룩!”
“지지직… 세상에…….”
앱솔 공작가 호텔 브랜드 ‘레굴루스-노예 수용소 지부’.
노예 수용소 내부에 있는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높은 호텔 건물.
호텔을 둘러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흐으음… 근데 여기 들어갈 수 있는 거 맞아요? 누님, 우리 지금 게임 조합으로는 여태까지 완전 부랑자 멤버들이라서 개판이지 않았나요?”
“크르릉… 그건 그렇지. 하지만 여기는 노예 수용소이자 노예를 사고파는 시장, 그렇기에 클래스고 나발이고~”
펄럭! 척!
말하는 동시에 인터페이스를 조작하자 미니멈실버의 옷차림이 순식간에 변했다.
전신을 가린 깔끔한 남색의 정장, 은빛 액세서리에 구두까지 전부 다 귀티가 넘쳐흘렀다.
거기에 은빛 늑대 수인의 모습인지라 키가 큰 그녀의 외양과 어우러지니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쿠룩? 세상에…….”
“뭐야, 저거? 양복에서 무슨 빛이 나냐?”
“지지직… 와아아…….”
“어라? 이거 ‘아르메어’ 거 아니에요, 디자인? 왜 게임에 있지? 게다가 이 구두는…….”
“크릉, 현실의 명품 회사와 컬래버레이션한 아바타. 이른바 가상 세계에서도 명품의 가치는 어떤가? 일종의 사회 실험용이라는 목적으로 명품 회사들과 컬래버레이션한 거지.”
과연 정밀하고 세밀하게 형성된 가상 세계에서 기존 세상의 ‘명품’이 가치가 있을까?
바로 그에 대한 현상을 보기 위해서 D.E사가 각종 명품 회사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했을 때 극소량의 매물을 한정 판매했던 상품이었다.
“킁! 내가 이거 사려고 얼마나 피똥을 쌌는지.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추첨식 판매였는데, 정말 운이 좋게 당첨이 돼서 겨우겨우 정가로 살 수 있었지.”
“아하하하…….”
“크르릉~ 그리고 지금 거래 시세가 같은 디자인의 옷인데도 현실의 5배가 넘는 가격이 되었단다. 아바타 옵션이라고는 단 하나, ‘당신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아르메어’ 이거 한 줄이 끝인데! 오로지 디자인만 있는 건데!”
“굳이 이야기 안 하셔도 엄청 비싼 건 알겠네요. 그러면 시계랑 넥타이, 구두도 설마?”
“킁? 옷 말고는 그냥 행운 수치 상승, 평판 추가, NPC 대화 및 상호 작용 보너스 달린 인게임에서 구할 수 있는 아바타들이야. 아무튼 이걸로 입장은 될 거고, 호텔에 머무는 금화는 저한테 있으니 문제없을 거고, 다 제 수행원이나 부하인 척하면 될 거예요. 들어가죠.”
말을 마친 미니멈실버가 멋들어지게 몸을 돌려서는 당당한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러자 호텔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경비병들이 경계하면서 미니멈실버의 앞을 창으로 막아섰다.
하지만 그녀가 혼자서 무어라 이야기하자 이내 경비병들이 창을 거두었다.
덕분에 미니멈실버의 뒤를 따르던 찬성 일행은 곧장 호텔로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