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앱솔 공작가 호텔 브랜드 ‘레굴루스-노예 수용소 지부’ 1502호.
찬성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방에 도착했다.
미니멈실버가 대표로 문을 열자, 방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지직… 저 이런 곳에 오는 거 생전 처음이에요. 지지지직…….”
“엄연히 여긴 현실이 아니니까 체험 0이죠. 오, 술도 있네? 이야! 한잔하자! 딱 봐도 비싼 것 같다.”
“쿠룩, 그거보다… 쿠룩, 나는 아까 전에 봤던 헬스장에 가 보고 싶어.”
“아! 저도요! 아까 기구들도 그 ‘마이트 올’사의 신작 기구들이랑 비슷했어요. 살까 고민했는데 가서 체험해 볼까요?”
다들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는 호텔의 풍경과 시설들에 열심히 감탄 중이었다.
일행이 관광이라도 온 것처럼 이리저리 떠들자, 가장 먼저 들어온 미니멈실버가 이마에 손을 짚으면서 일갈했다.
“크르르르르릉! 여러분, 지금 놀러 온 게 아니거든요? 게다가 찬성이 너까지? 아니! 가상 세계에서 운동한다고 한들 현실에서 근육 안 늘어납니다!”
“게임을 하는 거면 놀러 온 게 맞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쿠룩, 옳소, 옳소.”
“음, 그렇지?”
천연덕스럽게 반박하는 근육뇌 3인방.
셋의 말에 미니멈실버는 현기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저 바보들을 말리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미니멈실버는 근육뇌에 가담하지 않은 유일한 파티원을 찾는데…….
“지지직… 와아~ 욕실에서 바로 따뜻한 물이 나와요. 지지직… 따뜻해. 지지직…….”
“살덩이 님……?”
“지지직… 그리고 이거 향기가 좋은데… 지지직… 분무 타입? 이거 어디에 쓰는 거예요?”
“컹? 살덩이 님, 그거 발에 뿌리는 타입인데?”
“지지직… 네? 찌이이이이이잉!”
믿었던 다른 쪽마저 호텔 시설에 눈이 팔렸다가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녀는 이곳에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시간을 체크했다.
“으르르릉, 그러면 딱 30분 드릴 테니, 헬스장 빨리 다녀오세요.”
“야호! 엄마 허락 떨어졌다!”
“쿠룩! 뛰어! 뛰어!”
“다녀오겠습니다!”
“컹컹! 누가 엄마입니까? 크르르르르릉! 진짜 애들도 아니고!”
허락받은 것에 신나 하는 세 사람을 보며 화를 내는 미니멈실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방 안에 비치된 음료수를 집어 들었다.
타들어 가는 듯한 속을 조금 달래기 위함이었다.
“지지직… 근데 정말로 저 이런 곳은 처음이라서 많이 놀랐어요. 이제야 너튜브 채널 중에 그냥 레벨 업 대략 30 정도만 하고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게 이해가 되네요. 지지직…….”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미니멈실버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화 거리를 꺼낸 것이었다.
“킁, 또 하나의 세계, 심지어 현실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 ‘어나더 월드’라는 이름을 그냥 단 게 아니죠.”
“지지직… 그래서 뉴스 같은 데서 말이 많더라고요. 지지직…….”
“예. 그럴 만도 한 게, 비록 가짜라도 현실보다 압도적으로 편리하니까요.”
사람들은 결국 편하고 더 좋은 곳을 찾기 마련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여행만 봐도 수없이 많은 짐과 여권, 비자에 가끔씩은 추가 서류까지(심지어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거기에 움직이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말하는 것 등등 많은 것들을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이 게임 속 세상은 그 고려할 요소들을 절반 이상 줄여 버릴 수 있다.
“어디를 가든 기름 값 같은 거 하나도 안 들고, 심지어 더 안전하고 빠르며 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이나 부작용이 전혀 없죠.”
“지지직… 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이요? 지지직… 그게 뭐죠?”
“바로 관광지에서 돌아오는 거. 로그아웃 한 번이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지지직… 아아!”
“그 외에도 바가지 상인이라든가 치안 및 질서, 질병 같은 걱정도 없고, 비용도 훨씬 저렴하면서 여행의 체험과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아무튼 그래서 현실의 관광, 호텔 업계에서 난리도 아니라더군요.”
업계 매출이 얼마 감소했다더라, 가상현실이 현실을 잡아먹는다더라 등등.
D.E사가 만든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흥행과 패러다임 전환에 많은 변화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지지직…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알 게 뭐야.’ 하는 입장이지만요. 지지직…….”
“…딱히 밑바닥이 아니어도 당사자가 아니면 결국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버리곤 하죠. 그런데 살덩이 님, 여쭈어볼 게 있는데…….”
슬슬 대화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하자 미니멈실버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살덩이는나약하다에 대해서 알기 위해 질문을 하려는데…….
쾅!
그 순간 갑자기 자신들이 머무는 호텔 방문이 열리면서 찬성 일행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니멈실버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아직 30분이 되지 않았는데 돌아온 그들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쿠룩, 후우후욱… 오는 길에 호텔 NPC들 안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러게요.”
“이게 다 너랑 찬성 님이 무식하게 기구들을 부숴 먹어서 그런 거잖아.”
“하지만 그…….”
“쿠룩… 그렇지만 3대 1천을 찍어 볼 수 있는 찬스를 버릴 순 없는걸… 쿠룩.”
“그렇죠. 버릴 수 없죠.”
“게임 안에서 찍어서 뭐 하게? 하여간 기구들 좀 체험하고 있었는데… 큰맘 먹고 지를까 고민하던 찰나에!”
미니멈실버는 이야기의 맥락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찬성과 근손실보험은 높은 ‘힘’ 스테이터스를 이용해서 현실에서 찍을 수 없는 3대 수치를 찍어 보려고 했고, 그러다 기구를 손상시켜서 즉시 도망쳐 온 것이었다.
“하아~ 킁! 다들 정신없어 보이니 기분 전환하고, 호텔 안의 어그로도 뺄 겸, 한 타임 쉬고 퀘스트 하죠.”
“그, 그러죠!”
“쿠룩, 마침 밥때도 돼서 아마 밖의 몸은 배가 고플 테니…….”
“지지직… 동의!”
미니멈실버의 제안에 찬성 일행은 모두 찬성했다.
이내 미니멈실버를 제외한 넷은 전부 후다닥 도망치듯이 로그아웃을 해 버렸다.
혼자 남은 미니멈실버는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며 한숨을 한 번 푹 쉰 뒤,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2시간 뒤.
휴식 및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찬성 일행은 잡설 없이 곧바로 갱신된 퀘스트부터 확인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9)]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몸을 숨기고 행동할 거점을 구했다. 이제 이 노예 수용소를 처리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
조건:노예 수용소의 정보를 수집하라. 1/1(완료됨)
*파티원 중 이미 조건을 만족한 사람이 있어 자동으로 완료됩니다.
“…어? 이거 왜 이미 완료되어 있어요?”
“쿠룩, 우리가 잡힌 사이에 다 해 두셨군요.”
“크르릉~ 여러분을 보내자마자 바로 도둑 길드로 뛰어가서 정보도 구매했죠. 그리고 호텔 위치도 보고 그다음에 구하러 가려는데, 거기서 하필 불심검문에 걸려 가지고!”
“역시 도적 계열! 퀘스트 하이패스! 이래서 파티엔 도적 계열이 하나 있어야지.”
판타지 RPG 게임의 감초 중의 감초. 주역은 아니더라도 스토리 혹은 전개의 개연성을 책임지는 도적 클래스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퀘스트 하나를 프리 패스시켜 버리는 위엄에 파티원들은 절로 박수가 나왔다.
“쿠룩, 실버 님 없는 우리 구성이면 특히 친화력 같은 건 밥 말아먹은 클래스들뿐이라서…….”
“이거 하려면 아마 X 빠지게 뛰어다녀야 했을 겁니다.”
“지지직… 퀘스트 바로 갱신되었네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10)]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수집된 정보를 통해서 이 노예 수용소가 어떤 구조이고 또 앱솔 공작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하나 알게 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좀 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선택 조건:개방되지 않은 선택 조건들은 직접 찾아서 개방하면 해금됩니다. 단, 4번은 우선 자동 개방이 되어 있습니다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1.???
2.???
3.???
4.던전-노예 수용소(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소장을 처단하고 정보 서류와 장부를 입수한다.
*파티를 맺고 있으므로 파티원들의 동의 및 투표로 결정됩니다.
“이건 또 신기한 방식이네요. 하나가 열려 있고, 3개가 닫혀 있네요.”
또 퀘스트의 새로운 전개 방식을 본 찬성은 눈을 빛냈다.
“쿠룩, 이 노예 수용소의 내막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선택지가 있는 거지만, 그것을 알지 않으면 이제 바로 그냥 직진해 버리는 거죠.”
“하지만 그 직진 루트는 그야말로 최고 난이도입니다. 리뷰상으론 준레이드급이라고 알려져 있고, 사실상 난이도는 40레벨급. 우리 다 31레벨인데… 완전 헬이죠.”
“쿠룩, 그래서 여긴 ‘공략’도 없습니다. 40레벨 이상급 유저들도 와서 몇 번 들이박았는데 기믹이 너무 복잡하고 짜증 나서 포기했다더군요.”
“공략 자체는 있지. ‘절대 4번 찍지 마세요.’라고 말이야. 다른 거 키워드로 열어서 가라는 거지.”
두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 점점 두려워지는 게 정상이지만, 찬성은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냈다.
“지지직… 저기, 지금 찬성 님 웃는데요?”
“…꼭 있지. 앞의 벽이나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아하는 변태들이 말이야. 그럼, 4번 가는 거지?”
“예. 한번 가 보죠.”
끄덕.
찬성의 말과 동시에 다들 일제히 선택지 4번을 눌렀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노예 수용소 공략(11)]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무모한 일이다. 정말 이 선택이 옳은 것일까? 노예 수용소 소장을 처치하고 자료들을 가져와 도망친다는 목표는 매우 심플하다. 그러나 말은 쉽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조건:던전-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 공략
갱신된 퀘스트의 내용조차 불길함을 담고 있을 만큼 악질 같은 던전.
시작부터 심상찮은 난항이 예상되었지만, 찬성 일행은 개의치 않고 던전 입구로 당차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