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정찰이라니까 찾아가 봐도 되겠지?’
‘엘프 노예’라는 키워드는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로지 50레벨 히든 클래스 NPC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찬 찬성은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올라가 보자. 잠깐만, 위험하게 내부로 갈 게 아니라 외부로 가면 되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
찬성은 창고의 방들 중 외부로 창이 난 방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리로 몸을 빼서 올라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는데, 순간 인기척과 살기가 날카롭게 느껴졌다.
위화감을 느낀 찬성은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뭐지? 밖에 뭐가 있나?’
크르르릉… 펄럭! 펄럭!
다시 조심스럽게 밖을 바라보니, 거기엔 무언가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박쥐 날개를 달고, 전갈 꼬리에 사자의 몸통과 머리를 가진 생물이었다.
“저게 뭐야? 그, 그러니까… 전갈 꼬리에 사자 몸통과 머리. 만티코어? 저게 밖에서 돌아다니니 밖으로 못 가겠네.”
건물을 오르는 것도 힘든데, 한눈에 봐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가 덤벼든다니.
분명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기믹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목표가 있었다.
찬성은 적어도 목표에 다다르기 전까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결국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게임사의 안배. 찬성은 마음을 접고 내부의 길을 따라 올라갔다.
“일단 하나는 잡아야겠지.”
별다른 잠입 스킬이나 은신 스킬이 없는 ‘검성’으로는 전투 외에 풀어 갈 수단이 없었다.
그 때문에 위장을 위해서 옷(아바타)을 빼앗아야만 했다.
‘보자. 기왕이면 병사나 기사 옷이 좋을 텐데. 아니, 이거저거 가릴 처지가 아닌데 어디부터 가야 하지? 어라? 저건?’
“룰루루룰루루~ 식사~ 식사~ 맛있는 식사아아~ 룰루루~”
자신의 눈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빵을 들고 가는 요리사 NPC를 발견하는 찬성.
그것을 보자 무언가 번뜩인 그는 그 NPC가 온 방향으로 달려가 조리실을 찾아냈다.
‘좋아. 여기라면 변장할 아바타가 있을 거야.’
“여기 불 온도를 더 올려!”
“스튜 30인분, 서쪽 병영으로!”
“위쪽 쟝 셰프님께서 급히 전복과 새우를 더 보내 달라고 하십니다!”
“소금! 소금 더 가져와!”
시끌벅적하게 바쁜 조리실을 보며 찬성은 조심스럽게 몸을 감췄다.
은밀하게 탈의실 안으로 잠입한 찬성은 그 안에서 간신히 ‘(노멀)아바타:앱솔 공작가 요리사 복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휴우~ 이제 좀 안심이네.”
[(노멀)아바타:앱솔 공작가 요리사 복장]옵션:입으면 당신의 정체를 감추어 ‘앱솔 공작가’ 세력의 NPC들과 중립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기사급 이상 고위직 NPC들에겐 정체를 들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사자의 가문의 요리사들이다!”
“휴우~ 됐다. 이제 빠져나가서 올라가면…….”
“뭐야? 너 지금 뭐 하고 있어? 얼른 이리 안 와? 지금 얼마나 바쁜데! 야! 야!”
“네? 아… 예!”
그렇게 빠져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엄청난 노성과 함께 덩치 큰 요리사 하나가 찬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 이, 이걸 어떻게 하지?’
검을 뽑을까 생각했지만 NPC들이라곤 해도 비전투원들인 요리사들.
뼛속까지 검사인 찬성은 차마 검을 뽑을 수 없었다.
난처한 상황에 이를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는 찬성.
그러나 잠깐 머뭇하는 사이, 거구의 요리사에게 끌려 들어가고 말았다.
“짜식이! 바쁜데! 어디서 농땡이를 부리려고! 얼른 저기 빌리 따라가서 노예들 배식하러 가!”
‘엑? 배식이라니.’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찬성은 그 요리사 NPC가 가리키는 NPC를 따라서 배식을 위해 움직였다.
“이걸 끌고 가면 돼.”
‘수레인가?’
산더미처럼 쌓인 따끈한 빵과 뜨거운 스튜, 그리고 과일잼과 삶은 계란이 잔뜩 있는 배식 수레였다.
찬성은 NPC 빌리가 넘겨준 손잡이를 붙잡고 수레를 밀었다.
‘…이런 던전 플레이도 있네. 하하하.’
“흠, 뭐야? 너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아니면 다른 조리부에서 일하던 놈인가? 뭐, 상관없지만. 여긴 늘 바쁘고, 게다가 사람도 휙휙 바뀌니~ 뭐.”
“아, 예. 처음입니다.”
찬성은 의외로 친근하게 말을 걸어 주는 빌리와 함께 성내의 노예들이 거주하는 곳에 도착했다.
“어… 여기는?”
“노예들 숙소.”
“여기가요?”
“음? 너 이 수용소에 아예 처음 와 보냐? 본관 밖에 있는 수용소의 노예들 숙소도 다 이런 모양일 텐데…….”
‘…이게 노예 숙소라고?’
찬성이 생각하는 노예 숙소는 예전 베른카 제국이 운영하던 수용소처럼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펼쳐진 노예 숙소는 차원이 달랐다.
생각해 보니, 배식 수레의 음식들도 양도 많고 질도 좋았다.
“자자! 밥시간입니다! 밥! 다들 바압!”
여태까지 지나왔던 깔끔한 복도와 일반 숙소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깔끔한 방들.
그 안에서 문을 열고 사람들이 나오는데, 상상하던 노예의 모습과는 달랐다.
“어? 빌리 왔다! 얘들아! 밥 먹자!”
“아, 배고파서 뒤지는 줄 알았네.”
“오늘 반찬 뭐임?”
다들 깔끔한 옷차림과 밝은 표정으로 평온한 일상인 것처럼 웃고 떠들면서 차례대로 수레 앞에 줄을 서는 모습이 마치 학교 급식 시간을 보는 것 같았다.
“자자! 줄을 서시오! 줄 똑바로 안 서면 밥 없다! 신입, 뭐 해? 자, 내가 세팅하고 줄 테니까 배식하라고!”
“아, 예!”
[시스템-요리 집게를 들면 ‘미니 게임:배식을 하라!’가 시작됩니다.]‘이건 뭐야? 집게를 들라고?’
[빠른 시간 내에 노예가 원하는 식사를 내주어서 배식을 신속하게 완료하세요! 시작!] [배식 시간 00:01]“아, 저는 빵이랑 계란만 주세요. 스튜는 안 먹어서.”
“어… 아, 예!”
식판 그릇을 내밀며 말하는 노예의 말에 찬성은 어물쩍 수레에 배치해 놓은 식사들을 집게로 떠서 올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계란이랑 스튜만 주세요.”
“…예!”
“저는 스튜만요.”
“저는 빵 2개.”
“저는 계란 2개랑 빵만…….”
“저는 스튜에 빵을 한 번에 담아서 주세요.”
“저기, 쌀밥은 없나요?”
계속 몰려오는 노예들의 배식 요구.
찬성은 이 미니 게임이 어떻게 된 건지 생각하길 포기하고 일단 빠르게 배식을 해 나갔다.
“쌀밥은 없습니다! 다음!”
한 1분쯤 되었을까? 일에 요령이 붙기 시작한 건지 찬성은 폭풍처럼 신속하게 배식을 해 나갔다.
의외로 찬성의 피지컬과 빠른 판단력은 배식에 큰 도움이 되었고, 노예들의 줄은 빠르게 줄어 갔다.
마지막 사람의 배식을 겨우겨우 끝낸 찬성은 드디어 숨을 돌렸다.
“휴우~ 겨우 끝났다. 대체 이건 무슨 게임인지…….”
[시스템-‘미니 게임:배식을 하라!’ 클리어! 기록 8분 33초!] [시스템-‘업적:배식의 왕-동메달(조건:미니 게임-배식을 하라! 를 15분 이내 클리어)’을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배식의 왕-은메달(조건:미니 게임-배식을 하라! 를 12분 이내 클리어)’을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배식의 왕-금메달(조건:미니 게임-배식을 하라! 를 9분 이내 클리어)’을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 보상이 지급됩니다.]“이것도 업적이 있었나? 별게 다 있네. 근데 보상이라…….”
미니 게임 업적을 본 찬성은 의아해하면서도 보상을 받았다.
“오… 이런 건가?”
[우편함] [‘업적:배식의 왕-동메달’ 보상-랜덤 박스×5개] [‘업적:배식의 왕-은메달’ 보상-랜덤 박스×10개] [‘업적:배식의 왕-금메달’ 보상-랜덤 박스×15개, 칭호:배식의 왕(앱솔 공작가)]‘랜덤 박스는 익숙한 물건이고… 칭호는… 어? 이거 옵션 있는 거네?’
[칭호:배식의 왕(앱솔 공작가)]“아, 소시지 2개만 더 줘요.”/“안 됩니다.”
착용 시 효과:‘소속’을 ‘앱솔 공작가’로 취급해 주며, 앱솔 공작가의 조리실에서 요리 전문 기술 관련 일일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런 걸……. 아무튼 이게 있으면 아바타 없이도 앱솔 공작가 사람으로 취급을 해 준다는 건가? 누님이랑 다른 사람들도…….”
“오오! 신입, 너 굉장하던데?”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그제야 옆에 있던 빌리를 다시 인식하는 찬성이었다.
“아, 그게… 예. 뭐, 처음이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여러모로 놀라기도 했고요.”
“하하! 그래? 처음? 믿기지가 않는군. 여기에 처음 오면 다들 놀라기 마련이지. 보통 노예 수용소라는 이름이 달린 곳과 다르니 말이야.”
“예.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더라고요. 저런 광경은 상상도 못하죠.”
그러고 보면 노예들은 마치 자유인인 듯 배식된 식사를 받고 서로 모여 대화를 하거나, 자기들 방에 돌아가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 먹고 나면 빈 그릇을 배식 수레에 올려놓고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갔다.
“그래서 앱솔 공작님이 대단하신 거지. 노예제의 역발상. 다른 영지들은 노예를 그냥 가축 레벨로 볼 때, 앱솔 공작님은 과감하고 확실하게 대우했대. 그리고 재능,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과 매달 돈까지! 결국 노예 계약으로 묶여 있지만 일단 인간으로 봐 주시는 거라고!”
‘어… 뭔가 묘하네.’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찬성은 그제야 이 ‘수용소’가 왜 거대한 성으로 되어 있는지 이해했다.
노예들 수용소라곤 하지만 그냥 하나의 거대한 거주 지역이었던 것이다.
저들은 신분만 노예일 뿐 자유민이나 다름없었다.
“아하아~ 그래서 이 수용소가 도시처럼 되어 있는 거군요.”
“그렇지. 아무튼 좀 이상한 노예 수용소지만, 가축만도 못하게 부려 먹히는 거보단 낫지 않은가?”
‘…어어? 이상한데 말이지.’
[시스템-키워드 ‘앱솔 공작가의 이상한 노예 제도’를 얻었습니다.]“아무튼 돌아가자고. 아~ 빨리 식당이 고쳐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돌아다닐 일도 없는데……. 어라? 신입, 어디 가는 거야?”
“화장실이 급해서! 좀 싸고 가겠습니다!”
“어이이이!”
이대로 계속 있다간 아예 조리실에서 일만 하게 될 것 같았던 찬성은 변명을 대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다음 칭호를 착용하고, 아바타를 벗어 버린다.
“후우.”
그리고 미니 게임에서 얻은 칭호가 정말로 적용되는지 실험해 보기 위해 찬성은 경계심을 바짝 올리곤 순찰하는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뭐야, 용건이라도 있나? 공작가의 일을 하러 왔으면 위로 올라가서 레오나 아가씨에게 가 봐.”
‘레오나 아가씨? 음, NPC인가? 가 볼까?’
병사들의 안내에 찬성은 정찰 임무를 계속하기 위해서 그가 말한 대로 성내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까 전 못했던 채팅방 체크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