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포트리스인가? 으으음… 나름 편집 스타일을 바꿨는데, 용케 알아봤네. 끙~ 이거 참 난감하네.”
‘포트리스’.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화신’ 길드의 길드장이자 레이드 공략팀의 메인 탱커, ‘크루세이더’ 클래스의 유저였다.
찬성에 대한 떡밥을 물곤 욕심내던 걸 알고 있었고, 노골적으로 길드에 영입하라고 압박을 주긴 했지만 그녀가 거부하고 먼저 길드를 나와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솔직히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니지만 욕심이 너무 많아서 주변 사람 고생시키는 타입이라. 하아~”
좋게 말하면 리더십, 나쁘게 말하면 사람들을 막 부리는 인간.
길드 내에서도 그래서 평판이 미묘했다.
그래도 상위 그룹 레이드라는 걸 진행하고자 하면 저런 면이 있는 사람도 필요해서 길드 내에서는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문제라면 그 리더십이 과해서 길드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권력을 막 휘두르려 한다는 점.
그리고 본래 친목 길드로 시작한 화신 길드를 마치 프로 길드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본래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게임을 즐기고자 만들었던 화신 길드.
그러나 어느 순간 포트리스의 욕심으로 인해 많은 부분들이 변질되어 버렸다.
‘보통은 문제가 생기는 게 정상이지만, 그동안 승승장구해서 문제가 가려졌던 거지. 심지어 그것도 길드 내의 재능 있는 몇몇 친구들이 받쳐 준 덕이니…….’
요약하자면 ‘X 같아도 길드는 잘 굴러가니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한계에 도달하면 붕괴가 시작될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작이 D.E사가 내놓은 본격적인 레이드 던전, ‘50레벨 베른카 제국-가르간트 요새’였다.
‘원래부터 고난이도였는데, 히든 클래스로 딜 비중이 높던 내가 빠져서 공백이 커지는 바람에 그 균열이 본격적으로 터졌겠지. 그래서 저렇게 성격이 더러워진 거군.’
만약 자신이 나가고 난 뒤에도 그대로 길드가 잘나갔다면 이렇게 찾으러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 전에 이야기를 끝마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덤으로 이것도 올려 볼까?”
추가로 그녀는 방금 막 완성한 ‘노예 수용소 구조 파악 영상’을 너튜브에 업로드 예약을 걸어 두고 포트리스에게 보낼 메일을 써 내려갔다.
***
다음 날 오전 9시, 호텔 레굴루스.
어제 다들 안전하게 모여서 다시 노예 수용소로 가기 위해 로그아웃을 했었다.
다들 오늘은 일일 퀘스트를 하지 않고, 우선 노예 수용소 공략부터 하기로 어제 미리 합의한 상태였다.
“자, 다들 모였죠? 오늘 던전은 매우 빡셉니다. 제대로 된 공략도 없고, 그저 50렙 유저가 스펙으로 짓누르면서 리뷰한 것뿐이니…….”
“쿠룩, 저도 외국 쪽 너튜브라든가 여기저기에서 공략 한번 찾아봤는데… 제대로 된 공략도 아니고, 정말 대충 만들어졌더군요.”
“아무튼 이제부턴 우리가 개척자가 되는 셈 아닌가요? 아~ 이제는 우리가 짐이 되려나? 하하.”
웃으며 말해도 목소리에 긴장이 밴 전국건강협회.
그 말대로 여태까지 던전은 그래도 찬성을 제외하고 다들 공략 사이트라든가 내용을 미리 알고서 같이 공략에 나섰기에 그의 발목을 잡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턴 다 같이 공략자의 입장이다.
“그래도 찬성이가 어제 업적을 따서 정찰을 해 줬으니까요. 덕분에 내부 구조를 철저히 파악할 수 있었고, 네임드 위치 대부분을 알 수 있었어요. 저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에 있는 네임드의 숫자는 총 20명. 거의 레이드급 스케일이죠.”
“그걸 다 잡으러 갑니까……?”
“아뇨. 목표는 던전 최종 보스인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 직루트입니다. 가는 길에 걸리는 네임드는 ‘경비대장 칼른’, ‘검은 표범 용병단’, ‘전투 노예 병단’ 이렇게 셋으로 갑니다. 가장 빠른 루트이니…….”
“어? 누님! ‘앱솔 라이온즈-대도세’는 안 잡으러 가요?”
“크릉… 그 성내 지하 투기장에 있는 보스 말이니? 루트가 그럼 꼬이는데? 으으음…….”
만들어 놓은 지도를 보면서 고뇌하는 미니멈실버.
찬성의 부탁이니 웬만해선 들어주고 싶지만 최종 보스인 앱솔은 최상층에 위치해 있었다.
반면 찬성이 잡고 싶어 하는 보스는 지하에 있어서 동선이 완전 반대였다.
“지지직… 잡고자 하는 이유는 아무리 봐도 저 보스, 검사 타입이라서 겨루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쿠룩, 그러면 최종 보스 잡고 다시 내려가면 되죠. 쿠룩.”
“킁! 그거 명답이네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찬성아, 저러면 문제없지?”
“예! 어찌 되었든 잡기만 하면 되니까요. 진짜 검사 타입 보스는 어떨까~ 기대된다.”
루트에 대한 합의도 마치고 찬성 일행은 곧바로 호텔 레굴루스를 나서서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돌입 루트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번처럼 박스로 부치나요?”
“지지직… 택배도 아니고… 지지직…….”
“크릉~ 이거저거 성내의 시설들을 살펴보니 재미있는 게 있더라고요. 익숙한 거죠. 아, 여러분, 여기서 이쪽으로…….”
“어라? 거긴 밖으로 가는 거 아닌가요?”
미니멈실버가 안내하는 길은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이 있는 내성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던전 내부 지도 만들면서 보니까 앱솔 공작 ‘소속’ 유저들 기준으로 좋은 퀘스트가 있더라고…….”
“쿠룩, 잠깐, 성벽 쪽? 쿠룩? 설마 저건?”
근손실보험이 멀리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가장 먼저 눈치챘다.
“끼얏호오오오오오오오!”
“이 투석기, 여기도 있었네요? 와우!”
“크릉!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노예 수용소 쪽 퀘스트랑 모든 라인 다 뒤져 보는데, 필드만 넘어가도 던전 입장으로 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거죠.”
“지지직… Spread your wings and prepare for a force… 지지직…….”
과거 플레이어들을 오크들과 싸우는 퀘스트 지역으로 던져 준 자누 요새의 그 ‘투석기’가 노예 수용소 성벽에도 있었다.
미니멈실버는 그것을 타고 날아갈 생각을 한 것이었다.
[시스템-‘던전-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인스턴스 던전은 오늘 자정 12:00까지 귀속됩니다.]그리고 하늘을 통해서도 필드로 갈리는 건지 들어간 찬성 일행은 입장 메시지를 공중에서 받았다.
그러던 중 찬성은 어제 하늘에서 보았던 무언가를 떠올리고 미니멈실버에게 물었다.
“어? 그런데! 만티코어는 어떻게 하죠?”
“…크릉? 그게 뭔데?”
“저거요.”
크허어엉!
찬성이 손을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멀리 찬성 일행의 앞쪽에 사자의 몸에 전갈 꼬리와 박쥐 날개를 가진 마물 ‘만티코어’가 기사를 태우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일행이 녀석을 바라봄과 동시에 놈도 찬성 일행을 발견하곤 그대로 방향을 틀어 날아왔다.
“거, 걱정 말아요! ‘투척:후추 폭탄’! 제가! 제가! 처리할 테니까!”
만티코어에 대해선 생각을 못한 건지, 순간 당황하던 미니멈실버는 다급히 투척 스킬을 사용해서 날아오는 만티코어에게 던졌다.
크헝헝!
무섭게 날아오던 만티코어는 잠시 상태 이상에 빠져 정신을 못 차렸다.
일시적으로 위기를 넘긴 찬성 일행은 이제 거의 땅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쿠룩, 슬슬… 착지를 위해서 감속해야 할 건데…….”
“미니 맵에 찍은 위치 거기로 착지하세요. 크르릉! 만티코어들은 제가 견제할 테니! 내려가자마자 보스전일 거예요!”
미니멈실버의 말을 믿고 찬성 일행은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그대로 그녀가 지정한 위치로 조정하기 위해서 낙하산을 펼친 덕분에 미니멈실버가 지정한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읏챠, 여기는…….”
“보자. 실버 님이 어제 편집해서 주신 지도에 의하면 여긴 연병장. 그렇다면…….”
[비상! 비상! 관리소 내 침입자가 나타났다!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성내 전원 비상 체제를 갖추고 제 위치로!]우우우우우우웅!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방송이 울리고, 여기저기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찬성 일행이 마주하고 있는 성 쪽 건물에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뛰쳐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침입자를 처치하라!”
“공을 세울 기회가 왔다!”
“놈의 목은 내 거야! 노예 신세 한번 벗어나 보자!”
[전투 노예 병단(보스 몬스터)]앱솔 공작가에 소속된 ‘전투 노예’들입니다. 이들은 훈련을 받고 ‘전투 노예 병단’에 소속되어 앱솔 공작가가 원하는 싸움터에서 피를 흘리는 역할입니다. 무장은 부실하고 정식 병사들보단 약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전장에서 공을 세워 팔자를 고치겠다는 ‘희망’이 가득하여 치열한 자들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족히 수십에서 수백은 되어 보이는 노예 병단의 숫자.
찬성 일행은 일단 진형을 갖추고 대기하는데, 찬성이 그 무리들을 보며 의아한 생각을 떠올렸다.
“저기, 보스 몬스터라는 거, 보통 하나 아닌가요? 아니지, 여럿인 타입이 있긴 했지만 저건… 너무 많지 않나요?”
“쿠룩, 블랙 드레이크 던전에서 비슷한 게 있었잖습니까. 쿠룩.”
“지지직… 그래도 쫄들이 메인이진 않았죠. 이렇게.”
“컹컹! 뭐 하고 있어요? 다들! 빨리 기합 넣고! 싸울 준비나 하세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홍수에 잠긴 개미굴 혹은 벌통에서 나오는 벌들처럼 바글바글 몰려오는 전투 노예병들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전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좋아. 버프 다 돌렸으니… 컹! 찬성아! 가! 마음껏 날뛰어 보렴!”
“네!”
미니멈실버의 허락과 동시에 찬성은 발을 구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맹렬히 검을 휘두르며 빽빽이 몰려오는 전투 노예병들에게 비전 스킬을 사용했다.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찬성이 휘두른 검의 궤적을 따라 별빛을 머금은 검광이 뿌려지고, 동시에 대지가 은빛으로 타올랐다.
“크아아악!”
‘우와아아… 이거 느낌이 장난 아니야!’
숫자가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개체 하나하나는 약한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휘두른 검 한 번에 약 30여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땅에 남은 비전 스킬의 여파에 불타서 사라지는 전투 노예병들이었다.
‘와… 어우, 이거 빠져들 것 같은데?’
‘핵 앤 슬레시’류 게임에서나 맛볼 학살 쾌감!
그 짜릿한 느낌에 찬성은 전율감을 느꼈다.
그리고 뒤이어 몰려오는 전투 노예병들에게 이번엔 폭풍 난무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의 감각이 불길한 신호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