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찬성 님, 진정하셨나요? 그, 인벤토리에서 물 좀 꺼내 드세요.”
“…네. 후우~ 꿀꺽… 푸후우~”
“쿠룩, 이러다 주화입마하는 거 아니신지 모르겠네요. 쿠룩쿠룩.”
“으으… 다시 봐도… 저… 저 스커트 갑주는 대체… 으으으…….”
다시 눈을 떠서 ‘레오나 앱솔’을 바라보는 찬성.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여 상식이 개변되는 고통에 두통을 느끼고 있었다.
“하긴 ‘공주 기사’ 같은 건 보지도 못했을 테니.”
“…저런 걸 공주 기사라고 부르나요? 아니, 저분, 레오나 앱솔이라는 거 보면 많이 봐줘도 공작가의 영애 같은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공주 기사’가…….”
“쿠룩… 그, 분류상 카테고리입니다. 그, 고래상어 같은 거예요, 고래상어! 포유류가 아닌데! 그저 형태나 크기 때문에 고래라는 이름이 붙은 상어 그런 거요! 공주는 형용사입니다, 형용사!”
근손실보험이 조심스럽게 찬성을 설득했다.
다만 듣고 있는 찬성이 여전히 머리를 짚고 있는 걸로 보아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지지직… 이게 금지된 지식을 맞이한 자가 겪는 충격이라는 거군요. 지지직…….”
“킁! 후훗, 웃기긴 하네. 킁! 찬성아, 정신 차려. 막넴 공략해야지. 찬성아, 이건 게임이란다. 영화 같은 거라고~”
“쿠룩, 영화에서도 저런 건 나오지 않죠. 쿠룩.”
“아, 좀!”
옆에서 도움도 안 되는 의견을 내뱉는 것에 쿠사리를 먹이며 미니멈실버는 찬성의 정신을 깨웠다.
덕분에 겨우 충격에서 벗어난 그는 눈앞의 보스 몬스터-레오나 앱솔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자아! 침입자 여러분! 그럼 언제든 덤벼 보세요! 오호호호호호호홋! 우리 앱솔 공작가의 진짜 힘을 보여 드릴 테니까요!”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클래스:라이오넬 가드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300퍼센트
보유 스킬:황금의 위광, 사자의 긍지, 용맹의 빛, 사자의 도전
“와… 화려하네요. 심지어 저 클래스는…….”
“대놓고 보여 줘서 설득력이 좀 가시지만, 히든 클래스입니다. 앱솔 공작가 소속으로 강제되지만 대신 보너스가 엄청난데, 소속 강제 때문에 ‘전직권’이 있어도 전직을 잘 안 하는 히든 클래스입니다.”
“보호막이라는 건?”
“임시 체력 같은 겁니다. 저게 다 깎여야 본체 딜을 할 수 있는 거죠. ‘클래스:라이오넬 가드’의 고유 메커니즘입니다.”
‘라이오넬 가드’.
설정상 앱솔 공작가의 최정예 기사단으로 오로지 앱솔 공작가에 충성하며 앱솔 공작가만을 위한 전투 집단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오래된 가문의 비전과 비법으로 이루어진 전투술을 사용한다며, 전국건강협회는 계속해서 강의하듯 설명을 해 나갔다.
“흐음…….”
“주 사용 장비는 방패와 검. 방패의 물리 방어 감소와 ‘보호막’을 사용하는 탱커 계열 클래스입니다. 이렇게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아 보이지만?”
“딱 ‘보호막’ 관련 스킬과 방패 관련 패시브를 제외하고는 나머진 싹 다 딜 스킬입니다. 사람들 말로는 엄청 단단하게 생겨서 순수 탱커인 줄 알았는데! 까 보니까 딜탱! 캐릭터가 무슨 완전 표지 사기 같은… 읍읍!”
“아하~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검성’과 유사한 타입이네요?”
한정된 방어 메커니즘을 가지고, 탱킹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 역량이 모두 데미지 딜링에 모인 구조.
마치 ‘검성’ 같다는 생각이 든 찬성의 말에 파티원들은 동의했다.
“아, 그렇게 보면 그것도 맞네요. 하지만 저건 ‘검성의 경지’ 같은 사기적인 방어 능력이 아니라서 말이죠. 아무튼 딜이 세니까 조심하시라는 겁니다.”
“네!”
“크릉! 기초 설명 끝났으면 나머지 스킬은 이제 싸우면서 보도록 하고! 슬슬 시작하죠. 다른 서브 네임드들이 많이 있지만 엄연히 이 던전 최종 보스. 엄청 어려울 거니 각오하세요.”
끄덕.
미니멈실버의 말에 따라 찬성 일행은 각자 버프는 물론 이번엔 비싼 도핑 물약까지 모조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종 보스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찬성도 준비한 물약을 같이 들이켰다.
“민첩의 비약이랑 그리고 드레이크 스테이크랑. 아니, 배고프지도 않은데 이렇게 먹으니 배가 차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안 차고 살도 안 찌니까 그냥 먹으렴.”
[시스템-‘민첩의 비약’의 효과로 민첩성이 30분 동안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시스템-‘요리:드레이크 스테이크’의 효과로 30분 동안 받는 마법 데미지가 5퍼센트 감소합니다.]“아직도 준비하는 거야? 오호호호호호홋! 겁쟁이들 같으니!”
기다리고 있는 보스-레오나 앱솔의 도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찬성 일행은 무시하고 계속해서 만반의 준비를 이어 나갔다.
“크릉, 이제 그럼 가죠. 다들 부담 너무 갖지 마요. 상대는 이 던전 최종 보스. 어려운 게 당연하고, 몇 번 죽을 각오를 해야 해요. 그럼 선제공격은… 찬성아! 네가 가!”
“네!”
미니멈실버의 신호에 맞춰 찬성은 곧바로 ‘질주’를 시전하며 달려 나갔다.
어느 정도 다가가니 보스-레오나 앱솔이 반응했다.
검을 뽑고 방패를 들어서 전투태세를 갖춘 것이다.
“오호호호홋! 먼저 달려오신 것은 검성님이군요. 극한까지 갈고닦은 그 검기(劍技), 어디 부딪쳐 보시죠!”
‘…그래도 기사라서 이번엔 무인답게 말을 예쁘게 하네.’
“자! 어디 받아 보시죠. 이것이야말로 ‘라이오넬 가드’의 힘!”
“음?”
방패를 앞으로 하고, 검을 뒤로 한 자세를 취한 레오나 앱솔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막고 반격하는 타입?’
찬성은 일단 그녀가 우선 자신의 공세를 방어한 다음 반격하려고 하나 판단했다.
그리고 이어 다가가서 검을 휘두르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검에서 왜 빛이 모이는 거지?’
“찬성아! 옆으로 피해!”
“나의 포효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용맹의 빛’이여!”
“윽!”
경고의 외침을 듣자마자 찬성이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자 레오나 앱솔의 검에서 금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직선으로 거대한 레이저 빔이 쏘아져 그대로 벽을 부수고 뻗어 나갔다.
“…에에엑?”
찬성은 그 금빛 섬광의 빛기둥에 깜짝 놀란 나머지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고는 황당하다는 듯 레오나 앱솔과 파티원들을 돌아가며 바라보는데…….
“쿠룩, 검에서 빔. 전통적이군요.”
“전통? 그런 전통이 있나요?”
“예. 아서왕이 여자인 것만큼 중요한 전통이죠.”
“아서왕이 여자요?”
“찬성이 혼란 좀 시키지 마세요! 이 바보님들아! 컹컹컹컹!”
미니멈실버가 가뜩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찬성을 진정시키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는 바보들에게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튼, 크릉! 저걸 쓴다는 건 알았지만 무슨 시작부터 쏘는 거야? 필살기나 패턴은 아껴야 하는 거 아니야?”
“지지직… 저거 일반 스킬이래요! 지지직…….”
“그… 그… 이상한 게 많네요.”
“크릉! 마법사도 있는 게임인데 뭐가 이상해? 너 바보니? 그럼 너한테 지속으로 주던 치유 마법은 안 이상하니?”
바보 같은 말을 하는 찬성에게 태클을 걸어서 정신을 차리게 만든 미니멈실버.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정신을 차리곤 다시 레오나 앱솔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더블 슬래시!”
“시시한 공격이구나!”
[시스템-당신의 ‘더블 슬래시’로 레오나 앱솔이 40의 데미지(방패 방어)를 입었습니다.] [Lv.40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249.7퍼센트]“어? 보호막이 왜… 249퍼센트?”
“그거 아까 ‘용맹의 빛’을 써서 그렇습니다. ‘라이오넬 가드’는 일부 스킬은 스태미나를 쓰지만 일부는 그 보호막의 에너지를 자원으로 사용해서 씁니다!”
찬성의 질문에 전국건강협회가 대답해 주면서 좌측 측면에서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반투명한 황금빛 보호막에 막혔다.
마찬가지로 후방을 잡고 공격하는 근손실보험과 암기를 던지면서 공격하는 미니멈실버의 공세도 황금빛 보호막에 막히고 있었다.
[Lv.40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235퍼센트]“쿠룩! 이거 진짜 단단하네! 이게 최종 보스인가?”
“빈약! 나약! 허약! 오호호호호호호홋! 자자! 힘 좀 더 써 보시겠어요?”
레오나 앱솔은 목소리를 드높이면서 검과 방패를 찬성에게 휘둘렀다.
‘이… 공주 기사라는 거, 검술이 만만치 않아! 일단 막고 피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니 비검은커녕 스킬도 함부로 쓰지 못하겠어.’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를 가진 던전의 최종 보스다운 위용.
하지만 파티원들은 그래도 자신들에겐 ‘찬성’이라고 하는 공식 치트키가 있기에 그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큭!”
‘찬성이 표정이 어두워!’
‘아니, 공식 치트키님? 왜 그러세요?’
‘…에엑?’
‘ERROR! ERROR! ERROR!’
조금 엉뚱하고 게임에 친숙하지 못해서 어벙하지만 그래도 전투 시엔 언제나 여유롭던 찬성의 표정이 지금은 매우 굳어 있는 상태였다.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레오나 앱솔’이 38의 데미지(방패 방어)를 입었습니다.]‘아!’
그러고 보니 그동안 ‘급소 보너스’를 놓치지 않았던 찬성의 공격들이 죄다 노멀 히트만 하고 있었다.
다만 ‘검성의 경지’ 덕분에 찬성의 체력은 까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보너스를 통해 폭발적인 딜을 뽑아내던 찬성의 부진에 파티원들이 당황에 빠졌다.
“찬성 님? 찬성 님?”
한편,
‘아… 정말로 끝없이 새로운 강자가 나오니 좋네.’
챙! 텅! 차아앙!
찬성은 이전 검의 사원에서 싸운 검성 NPC와의 검술 결전 이후,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 격전에 흥분하고 있었다.
‘비검을 쓸 틈도 보이지 않아.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아!’
검사이자 무인으로서 가장 즐거운 일은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더 강한 자와 싸우는 것.
‘아, 서로 다른 순수한 무(武)의 격돌. 이 얼마나 즐거운가!’
하나 그동안 어려운 몬스터나 보스는 있었어도 찬성이 정면으로 펼치는 검술에 비견될 무력을 가진 보스는 거의 없었다.
이 ‘레오나 앱솔’의 무용은 신선하면서도 막강해서 찬성의 피를 끓게 했다.
‘레벨 업 하고 장비가 바뀌고 난 뒤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예전처럼 무슨 족쇄나 구속구를 달고 싸우던 기분과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 레벨도 올라오고 파밍도 된 상황.
‘비검’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무용을 가진 강적을 만났다는 건 찬성의 피를 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호호호호홋! 빈약! 나약! 허약! 좀 더! 좀 더! 절 만족시켜 보세요. 오호호호호호홋!”
‘드디어 틈! 비검-일성점(一星點)!’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녀가 또다시 자신을 도발하는 틈에 찬성이 ‘비검-일성점(一星點)’을 사용해 그녀의 얼굴에 찔러 넣었다.
텅!
‘들어갔다! 근데 무슨 쇠 부딪치는 소리가?’
얼굴, 그중에서도 이마에 정통으로 찔러 들어갔는데, 쇳덩어리에 부딪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는 말도 안 되는 판정을 내렸다.
[시스템-‘찬성’ 님의 공격으로 ‘레오나 앱솔’이 68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머리를 맞아도 급소가 안 들어가다니… 와우~”
찬성은 한 발 물러나서 여전히 튼튼한 레오나 앱솔을 보며 경탄을 내뱉었다.
겨우겨우 찾은 빈틈 속에서 한 방 먹였는데도 노멀 데미지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것이 ‘라이오넬 가드’의 힘이랍니다! 오호호호호홋! 하루살이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저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호호호홋!”
“쿠룩, 우리보고 하루살이는 심한 거 아니냐?”
“이래서 악역 영애 캐릭터는 싫다니까!”
“지지직… 그래도 생각보다 힐이 빠지진 않아서 이번엔 편하네요.”
“크르르르르릉! 진짜 이거 무지성으로 딴딴한 애들 정말 싫어! 아악! 후방 보너스도 안 뜨네!”
[Lv.40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218퍼센트]서로 합을 주고받는 찬성과 레오나 앱솔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파티원들은 계속 방어막만 두들기고 있었다.
하지만 딜량이 부족한지 내려가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용맹의 빛을 유도해서 보호막을 빼야 하나? 근데 그걸 어떻게 유도하지?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아니, 그렇다곤 해도 이건 진짜… 힘들 것 같은데. 이번엔 찬성이 치트키도 안 먹히니… 킁!’
거기에 늘 이런 때면 공략의 키가 되어 줬던 찬성도 먹히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정면에서 레오나 앱솔의 무용과 튼튼함에 일반적인 딜만 입히는 절망적인 상황.
“후우~”
하지만 찬성의 눈은 되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깊게 숨을 쉬며 검을 고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