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태산을 무너뜨리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거대한 태풍이나 해일 같은 게 아닐까요?’
‘아니, 정말 견고하고 굳건하다면 그런 것들을 견디겠지. 붕괴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균열과 비틀림이란다.’
‘균열과 비틀림.’
아주 잠깐 스승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 찬성.
그가 검을 굳게 쥐고서 다시금 ‘레오나 앱솔’을 바라봤다.
화려한 황금빛 갑주, 튼튼한 방패와 사방을 감싼 오러. 정말 어딜 봐도 틈이 보이질 않았다.
‘게임은 패턴과 공략이라고 하고, 알아 나가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호호호홋!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요! 오호호호홋! ‘라이온 스트라이크’!”
‘그래도 그 빔(?) 같은 거 쏘는 거 아니면 물리 딜 같아서 막을 수 있긴 한데…….’
하나 막고 있기만 해선 이길 수 없다.
뭔가 대책이나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은 오로지 검과 검, 무와 무의 싸움에 대한 것뿐.
찬성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방법을 찾았다.
‘균열, 균열… 비틀림, 비틀림.’
“시시해서 못 봐 주겠네요. 자! 나의 포효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용맹의 빛’이여!”
“피, 피해야!”
콰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어느 정도 격전을 벌이더니 다시 레오나 앱솔은 검을 들어 ‘용맹의 빛’을 시전했다.
어김없이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황금빛의 빔이 전방을 가로질러 벽을 무너뜨렸다.
“쿠룩, 저건 진짜 맞으면 한 방이겠군.”
“하지만 보호막은 까졌어! 다행히 우리는 찬성 님이 물딜은 ‘검성의 경지’로 막아 주니까! 차라리 버티면서 저걸 유도하는 게 낫지 않을까? 더블 슬래시!”
“크릉!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스 중에는 꼭! 전투로 이겨야 하는 게 아니라 버텨야 이기는 타입도 있으니……!”
“지지직… 그, 이거 잡던 영상엔 단서 없던가요? ‘아이언 펀치’!”
“50레벨 넘는 애들이 딜찍누로 그냥 보호막 깨고 끝장내 버리는데! 단서가 어디 있습니까?”
파티원들은 공략할 방도를 찾아내기 위해 토의를 하며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레오나 앱솔이라는 아가씨는 그야말로 철옹성처럼 드높았고, 막강해 보였다.
“오호호호호호호홋! 무리! 무리! 무리! 무리! 무리잇! 당신들로선 ‘라이오넬 가드’인 저를 쓰러뜨리는 건 무리이! 이옵니다. 오호호호호홋!”
게다가 처음엔 외모 보정으로라도 들어 줄 만했던 악역 영애 특유의 말투가 이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운영진의 노림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파티원들은 멘탈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오늘 이거 끝나고 무조건 전통 로맨스 판타지 소설 정독하러 간다. 금발 악역 영애 겁나 몰락하는 걸로…….”
“쿠룩, 그거 찾아내면 나도 추천 좀 해 줘라.”
“크르르릉! 정신 승리할 생각 말고 방안부터 떠올리세요. 그래도 보호막은 이제 거의 다…….”
미니멈실버가 파티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오호호호호호홋! 이런 걸로 제 ‘긍지’가 꺾일 거라 생각하시나요? 오호호홋! ‘사자의 긍지’는 절대 꺾이지 않습니다. 오호호호호홋!”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112퍼센트]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122퍼센트]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132퍼센트]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142퍼센트]‘용맹의 빛’을 사용하게 해서 112퍼센트까지 깎아 냈던 보호막.
그 보호막이 ‘사자의 긍지’라는 스킬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야! 야! 끊어 봐! 차단 안 되냐?”
“쿠룩, 실버 님!”
“썼는데 안 먹혀요! 차단이 안 먹혀! 마법 해제 같은 부류인가? 살덩이 님?”
“지지직… 저도 드디어 ‘디스펠(1성)’을 쓸 기회인가 싶어서 써 봤는데 사용할 수 없다고 나와요!”
기껏 깎아 놓은 보호막이 다시 쭉쭉 차오르자, 연이어 공략전을 펼치던 파티원들이 마침내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단단한 것도 미칠 지경인데, 보호막 자동 회복이라니.
대체 이걸 어떻게 깨라고 만든 것인가? 기절할 지경이었다.
“이걸… 이걸 대체 어떻게 깨라고 만든 거야?”
“쿠룩, 공략할 단서 거리는 줘야지! 쿠룩!”
“라스트 보스라 진짜 순수하게 스펙으로 밀게 만들었나?”
“지지직… 어떻게, 다들 도망칠까요? 지지직… 찬성 님은 아직도 무아지경 같은데…….”
여전히 정면에서 검격을 나누는 찬성은 무아지경 상태.
모두의 멘탈이 흔들리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찬성은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귀기 어린 눈빛으로 레오나 앱솔의 틈을 노리고 있었다.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300퍼센트]“오호호호홋! 나약! 빈약! 허약! 최약! 오호호호호호호홋! 자신들의 주제를 알았다면 스스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시길 바랍니다. 오호호호호홋! 저희 앱솔 공작가의 귀여운 노예로 길러 드릴 테니까요! 오호호호호호홋!”
‘빈틈!’
보호막을 완전 충전한 레오나 앱솔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으나 찬성은 일절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찬성은 오로지 그녀의 ‘빈틈’과 ‘비틀림’을 만들 공간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드디어 그 순간을 발견했다.
‘저 이상한 갑주 스커트의 허리 쪽 고리 틈새!’
[비검-일성점(一星點)]!빈틈으로 뒤틀림을 만든다.
거대한 댐도, 아주 작은 틈으로 무너질지니.
스승의 가르침대로 찬성은 비검을 사용하여 검을 찔러 허리 쪽 스커트 갑주 부분의 고리 틈새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가, 감히 무슨 짓을?”
‘젠장!’
철그럭!
허리 쪽 틈새 사이에 정확히 찔러 넣은 검이 갑옷에 걸린다.
일단 검을 빼내려고 하지만 이번엔 레오나 앱솔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검을 죽어도 놓을 수 없는 찬성은 그대로 레오나 앱솔의 강한 힘과 움직임에 당겨져 버렸다.
결국 품속에 파고들어 급격히 얼굴이 가까워지고…….
“……!”
“으읍?”
서로 입술이 맞닿고 말았다.
찬성과 레오나 앱솔 당사자는 물론이고, 한창 전투 중인 파티원들까지 모든 행동을 멈췄다.
“와우…….”
“히익…….”
“헐…….”
“지지직…….”
“이, 이게 무슨 짓인가요? 아,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나의 포효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용맹의 빛’이여!”
정신을 빨리 차린 레오나 앱솔은 그대로 찬성을 밀어내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즉시 검에 빛을 모았다.
그리고 그대로 ‘용맹의 빛’을 찬성에게 날려 버리는데…….
“지지직… 뭐, 뭐야? 지금 거? 지지직…….”
“어째서 갑자기 ‘용맹의 빛’을? 으르릉?”
“그러니까 첫 키스는 데이터 맛… 인가?”
“쿠룩, 노 카운트지. 가상에서 한 거니까. 쿠룩. 근데… 왜 부러운 거지? 가상인데… 분명 가상인데… 쿠룩!”
“당신들 모두 지금 본 걸 잊으세요! 나의 포효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용맹의 빛’이여!”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용맹의 빛’ 2회 시전.
찬성 일행은 그걸 피하면서 무섭게 깎여 나가는 보호막을 확인했다.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100퍼센트 보호막:200퍼센트]“쿠룩, 그러니까 설마 공략의 열쇠가? 쿠룩, 공주 기사님과 키스?”
“네놈도! 네놈도! 닥쳐! 닥치라고! 닥치라고오오오! 나의 포효를 들어라! 그리고 보아라! ‘용맹의 빛’이여!”
“이, 이딴 게 공략?”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혹시나 싶어 확인을 위해 떠본 근손실보험의 말에 어느덧 3회 연속 ‘용맹의 빛’을 시전하는 레오나 앱솔.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군. 우리 금발 롤빵 머리 악역 영애 아가씨의 약점은 키스… 가 아니라, 멘탈이었나? 보호막 그냥 날로 빼겠네?”
“지지직… 이거 그냥 괴롭힘 같은 거 아니에요? 지지직…….”
“대체 D.E사는 왜 이런 공략을 만든 거래? 크르르르릉! 이건 그냥 사람을 괴롭히는…….”
“제가 찾는 방식이 그… 그… 우연스럽게 이상한 거라서 그렇지, 무(武)를 휘두르는 자에겐 흔들리지 않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 주는 것 같아요. 막강한 힘과 철옹성 같은 갑주와 보호막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사용자의 내면과 정신이 중요하다는 거죠.”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는 찬성의 모습에 파티원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뭐라 말하기 힘들지?’
‘꿈보다 해몽 같지만…….’
‘아무튼 찬성 님이 공략의 실마리를 찾은 건 사실이니까요. 근데 은근 부럽네. 소감 나중에 물어봐야지.’
‘일단 공략에 집중!’
그 말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저 거대한 보스 몬스터의 약점을 찾아낸 것은 틀림없었다.
어렵사리 얻어 낸 기회였다. 파티원들은 마음을 다잡고 레이드에 다시 집중했다.
“‘사자의 긍지’는 절대 꺾이지 않습니…….”
“크릉, 그러니까 멘탈 문제라면 역시 아까 같은 이상한 발언을 하지 않고… ‘앱솔 공작가? 엥? 그거 완전 제국과 내통한 매국노 아냐?’ 같은 걸 하면…….”
“지금 거기! 시정잡배 불량배 주제에 말 다 했나요? 당장! 내 앞으로 나오시죠! 감히! 가문을 모독해도 유분수지! 용서 못해! ‘용맹의 빛’!”
콰아아아아아아아!
약점이 멘탈이라는 걸 알았으니 귀족 아가씨에게 굳이 이상한 변태스러운 대사를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가문에 대해 험담만 해도 저렇게 쉽게 발끈해 버리니 말이다.
거기에 덤으로 ‘보호막’을 다시 충전하는 ‘사자의 긍지’도 끊을 수 있었다.
“찾고 나니 별거 아니네. 거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처음 들어간 중학생 같은 느낌이네요.”
“쿠룩, 보호막 의미가 없네.”
“지지직… 그래도 ‘용맹의 빛’ 저거 맞으면 무조건 죽으니까… 지지직… 조심하세요.”
드디어 열린 공략의 실마리!
‘보호막’의 해법을 찾아낸 찬성 일행은 드디어 레오나 앱솔의 생명력에 데미지를 입히기 시작했다.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98.5퍼센트 보호막:0퍼센트]“…드디어 생명력에 이빨이 박힌다!”
“쿠룩, 감동이… 몰려와. 와일드 크래시!”
사실, 지금부터 본 게임 시작! 으로 봐야 했다.
그래도 답도 없다고 생각했던 절망적인 상황에 비하면 희망찬 시작이었다.
“용서 못해! 나를 모독하는 건 괜찮지만! 감히 가문을 모욕하다니! 반드시 네놈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겠어!”
“또 뭔가 하려고 한다!”
“네놈들을 가문의 이름으로 모조리 불태워 주마! ‘황금의 위광’! 적절히 항복하면 노예로 삼아 주려고 했는데! 용서 못해!”
고오오오오오!
분노에 찬 눈으로 레오나 앱솔이 말하자, 그녀의 등 뒤로 황금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러곤 아른거리는 날개에서 황금빛의 깃털들이 쏘아져 나와 마치 탄환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슈팅 게임이냐?”
“쿠룩,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 쿠룩!”
“다들 제 뒤로 오세요! 저거! 정면에서는 안 맞아요!”
다들 당황하는 와중에 들려온 찬성의 외침.
그는 계속해서 레오나 앱솔의 정면에 있었는데, 자신의 방향으로는 저 빛의 깃털이 날아오지 않는 것을 빠르게 눈치챈 것이었다.
“과연, 정면은 자신 있어서 쏘지 않는다는 건가?”
“쿠룩, 하지만 이러면 딜할 각이 거의 안 나오는데?”
“지지직… 원거리 지원은 되겠지만, 이러면 근접 두 분이 딜이 안 될 텐데요?”
어디 영화표 예매하는 것처럼 찬성의 뒤로 일자로 선 덕분에 ‘황금의 위광’을 피할 순 있었다.
하지만 이래선 어느 세월에 공략을 하나 싶은 상황.
“크르릉! 원거리 지원도 지원 같지가 않아요. 저 망할 방패에 다 막혀서 딜도 쥐꼬리만큼 박히네!”
“결국 이번에도 찬성 님에게 기대하는 수밖에 없나?”
“쿠룩, 그런데 우리는 그렇다 쳐도 이걸 어느 일반 파티가 깨라고 이딴 식으로 만든 걸까? 그게 더 의문이지 않아? 쿠룩.”
“지지직… 주요 속성이 ‘빛’이니 ‘빛 속성 저항’이랑 마법 방어력 조금 챙기면 그냥 맞아 가면서 딜할 만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첫 트라이니까 그걸 알 수가 없죠. 지지직…….”
RPG 게임에서 던전 플레이란 결국 수없이 죽고, 죽으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일.
결국 몸으로 부딪쳐 위기를 헤쳐 나가며 공략을 완성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그동안 찬성의 힘으로 밀고 가 버린 것이니 장비나 전략 수정을 할 수가 없었다.
[Lv.40 관리소장 레오나 앱솔(보스 몬스터)] [생명력:89.5퍼센트 보호막:0퍼센트]“으으으으윽! 나는 아직 지지 않았어. 나는 레오나 앱솔! 자랑스러운 라이오넬 가드! 그리고 장차 가문의 기둥인 앱솔 라이온즈의 일원이 될 사자! 여기서! 고작 침입자들에게 질 것 같아?”
‘아……!’
두근! 두근!
수세에 몰리면서도 간절함과 투지로 불타는 레오나 앱솔의 눈빛.
그리고 검과 방패로 밀고 들어오는 맹공. 찬성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한 모습이라 그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