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크흠! 자, 제가 하겠습니다.”
똑똑.
“누구냐?”
“크흠! 라이오넬 가드, 전국건강협회라고 합니다. 중요한 용건이 있어 공작님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들어와라.”
“자, 그럼 조심히 들어오세요.”
끼이이익…….
내부엔 여느 조직의 우두머리들처럼, 스스로가 바쁘다는 걸 증명하는 듯 산더미 같은 서류들이 잔뜩 있었다.
그것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처리하는 시종과 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뭐, 뭐야?”
“음? 낯선 손님이 함께였군. 아~ 너무 놀라지 말게.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싫어도 열불이 나서 이 꼴을 하고 싶어지니 말이야.”
그리고 안에 금박이 입혀진 나무로 된 고급 책상에서 한창 펜을 놀리는 앱솔 공작의 모습은…
‘나체족?’
충격적이게도 나체였다.
그나마 하반신 일부는 가죽으로 된 팬티로 감추었지만 그 가죽 팬티도 사자 가죽인지 황색 계열인 게 충격이었다.
진한 갈색 머리칼에 수염과 구레나룻이 마치 사자 갈기처럼 연결되어 있는 스타일을 한 젊은 남성.
시니컬한 말투를 가진 그가 바로 이 왕국 시나리오의 핵심 인물인 라이온 앱솔 공작이었다.
“아무튼 전국건강협회, 국정과 온갖 일로 바쁜 나를 사전에 약속도 없이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것인가? 중하지 않은 일은 ‘앱솔 라이온즈’나 라이오넬 가드 단장에게 보고하면 되는 것을…….”
“실은 레오나 아가씨에게 중요한 전갈을 받아서…….”
“어디 줘 보게.”
[시스템-‘레오나 앱솔’의 편지가 사라집니다.]시스템 창의 메시지가 떠오르고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편지를 읽은 앱솔 공작은 그것을 구겨 던지고 신기하다는 듯 찬성의 파티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와 저 친구들이 그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을 습격하고, 레오나 소장까지 쓰러뜨렸다는 거지?”
“예.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바꾸고 진실을 알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자네는 어쩌고? 아니, 대체 비밀 임무 하러 간 친구가 가문의 시설을 공격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것이, 사정이 조금 있어서……. 아무튼! 결정적인 실수는 말렸습니다. 크흠!”
“흐으으음…….”
전국건강협회의 연기에 앱솔 공작은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는 서랍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 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인 후 입을 열었다.
“…좋아. 일단 이야기하도록 하지. 우리 앱솔 가문은 대외적으로 알려지기는 귀족파의 수장이자 기둥인 가문이지만, 실제론 왕실에 충성을 다하는 가문이다.”
“…네?”
“믿어지지 않겠지. 쉽게 믿을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말이야. 왕국의 성립과 함께한 대귀족의 가문. 수백 년간 왕실과 반목하고 대립하며 각을 세웠는데, 알고 보니 왕실과 한패였다? 이상한 일이겠지. 후우우~”
깊은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가 하늘로 솟았다.
그러곤 앱솔 공작은 나체 차림 그대로 책상에서 일어나서 찬성 일행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저벅저벅.
“하지만 의외로 효과적이었지. 결국 왕국 내에 생기는 두 가지의 세력, 왕실파와 귀족파 모두 손에 쥐고 조율하면서 안정적으로 왕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되더군.”
“아하…….”
“물론 항상 잘되었던 건 아니고, 내려오면서 딴생각을 하는 선조님들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 나는 이 기조를 유지하고자 마음에도 없는 주지육림 파티에 피 같은 세수를 쏟아부으면서 멍청이들과 어울려야 한다네. 후우우우~”
남들이 보기에 즐거운 일도 마음에 없고 업무로 하게 되면 짜증 나는 일일 뿐이다.
앱솔 공작은 왕국의 야당이라 할 수 있는 귀족파들을 제어하고 어울리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조각 만드는 일이나 하고 싶은데……. 딱 60살까지만 하고 때려치우려고 버티고 있다. 후우우우~”
“아하…….”
괜히 현실적인 앱솔 공작의 말에 모두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앱솔 공작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무튼 지금 문제는 야심을 단단히 드러낸 제국과 왕실파인 척 제국과 손잡고 애국자 행세를 하는 자르엔 백작 놈이지만 말이야.”
“네?”
앱솔 공작의 충격적인 스토리 공개에 찬성은 깜짝 놀랐다.
앱솔 공작이 왕실과 손을 잡은 것만 해도 깜짝 놀란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그래도 선역이라 생각했던 자르엔 백작가가 사실 제국과 손을 잡았다니…….
“마,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런 일이! 변경의 귀족분들이 그럼 엉뚱한 곳에 구원 요청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스토리를 봐 온 찬성이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반응이 튀어나왔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이 게임의 스토리에 꽤 심취한 나머지 의문점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변경? 아… 국경 쪽 영지들 이야기군. 그래, 대강 올라온 보고를 들어서 알고 있지. 제국군이 시시각각 국경을 넘어 침략해 와서 요새를 세우고, 백성들을 납치해서 인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이야.”
“알고 계셨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왕국의 일이니까.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지. 후우우우~”
다시 한번 깊게 뿜어지는 담배 연기.
“해결이… 안 되는 겁니까?”
찬성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앱솔 공작이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벽면에 있는 지도를 보게. 우리 그란 왕국은 바로 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 하지만 그 외의 여섯 국가들이 우리의 위와 뒤에 자리하고 있지.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후우우~”
담배 연기를 뿜으며 찬성에게 묻는 앱솔 공작.
다른 파티원들은 대충 어떤 소리인지 이미 알고 있기에 이해하는 반면 찬성은 벽면의 지도를 보며 곰곰이 생각하곤 말했다.
“둘러싸인 채로… 공격받는다?”
“정답이다. 만약 여기가 제국과의 전쟁터가 된다면 승패는 둘째 치고 왕국은 끝장이겠지. 그래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 알고도 변경의 문제를 방치하는 수밖에 없네. 탐욕스러운 귀족끼리의 국지전이면 그냥 넘길 수 있지만 전면 전쟁이 되면… 끝이니 말이야.”
“아…….”
“그리고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제국의 술책을 막기 위해, 노예 사업에 뛰어들어서 백성들을 찾아오고 보호하고 있지. 방탕한 귀족이 사들이는 거라면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우와아아…….”
이제야 왜 그 이상한 노예 수용소가 존재하게 된 건지 이해하게 된 찬성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보통은 악역의 상징인 노예 수용소를 역으로 백성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삼고, 그 당위성을 제국의 침략과 각종 잔혹한 인체 실험으로 납득하게 해 준 D.E사의 배치였다.
“오…….”
“설명은 이만하면 됐을 거라 보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그래, 겁 없이 노예 수용소에 들어와서 엄연히 라이오넬 가드의 일원이자 앱솔 가문의 혈족인 내 여동생을 쓰러뜨린 모험가들이여,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드디어 새로운 퀘스트 창이 찬성 일행의 눈앞에 나타났다.
[퀘스트:사자의 가문, 앱솔 공작가!(3)]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앱솔 공작은 우리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일단 자르엔 백작의 명령을 받아서 노예 수용소에 온 것까지 눈치챈 만큼 어설픈 수작을 하긴 힘들 것이다.
조건:적절한 대화로 시나리오 진행
*화술 및 직위, 적절한 클래스가 있는 경우 쉽게 넘어가기 가능
“이거 어떻게 하죠?”
“일단 우리가 어느 쪽 루트로 가느냐인데… ‘라이오넬 가드’가 되어 버린 제가 있기 때문에 루트는 뭐, ‘앱솔 공작’ 루트로 가야겠지요. 자르엔 백작 쪽으론 절대 못 가는 클래스라서요.”
“쿠룩, 사실 아예 못 가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 ‘라이오넬 가드’ 클래스를 포기해야 하죠.”
“하려면 2천… 아니지. 1,600만 원 배분하고 가야죠.”
“아니! 전 어디 가거나 루트 바꿀 생각이 없다니까요. 게다가 그거 찬성 님의 자비로 해결된 거 아님까? 아무튼 앱솔 공작 루트로 갑니다!”
결국 루트는 ‘앱솔 공작’ 루트로 가기로 결정됐다.
공작과의 교섭은 ‘라이오넬 가드’ 클래스인 전국건강협회가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공작님, 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이들도 함께 앱솔 공작가를 위해서 일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자네가 있는 파티였으니 말이지. 그런데 자네는 어쩌다가 비밀 임무를 하다가 우리 가문의 노예 수용소에 칼을 겨눈 건가?”
“처음엔 자르엔 백작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들 파티와 합류했고, 이곳저곳 모험을 하다가 결국 노예 수용소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배신하고자 했지만, 그… 이들과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은 호승심에 그만.”
“후우우~ 하여간 검을 쥔 놈들의 정신 상태란……. 그러나 더없이 확실한 형태로 그 능력을 보여 주었으니 더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
‘좋았으. 넘어간 것 같습니다요.’
손으로 따봉을 표하며 미소 짓는 전국건강협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라이오넬 가드 전직권’을 쓴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하나 그렇다 한들 돌다리는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지도자의 입장일세. 자네가 저들 내부에 스파이로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저들 내부에 자르엔 백작가의 스파이가 없으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 그렇죠.”
“그러니 중요한 일을 맡기 전에 다른 일들을 해서 확실하게 실력과 충성을 증명해 오게.”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사자의 가문, 앱솔 공작가!(4)]앱솔 공작은 다시금 당신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과업을 주었다. 좀 더 레벨 업을 하고 돌아와라.
조건:34레벨을 달성하고 돌아오시오.
“…이건 뭔가요?”
처음 보는 퀘스트 내용에 찬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흔히 일반적인 유저들 기준으로 ‘이다음 퀘스트는 이 정도 능력이 필요합니다.’라고 제약을 걸어 둔 것이었다.
“쿠룩, 퀘스트 레벨 제한이네요. 쿠룩. 하긴 우리 너무 빠르게 달려오긴 했지. 쿠룩쿠룩.”
“지지직… 기어이 이렇게 되네요.”
“왜 안 걸리나 싶었죠. 애초에 상대한 던전 보스가 40레벨이었는데! 이거 지금 퀘스트 레벨이 34인 거 보면 못해도 일반 몬스터가 36레벨이고, ‘불가능에 가까움’ 난이도급이면 40레벨일 겁니다.”
“아무튼 결론은 34레벨에 다시 여기서 모여야 한다는 거네요. 으음… 그렇구나.”
깔끔히 납득한 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찬성 일행은 일단 더 이상 할 퀘스트가 없기에 앱솔 공작의 저택을 나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뭐, 저는 일단 검의 사원으로 가야죠. 생각해 보니 32레벨이 되었는데 새로운 스킬도 못 익혔으니까요.”
“쿠룩, 확실히 32레벨을 던전 안에서 찍어서 스킬을 못 익혔군요. 그럼 오랜만에 흩어져서 퀘스트를 하도록 하지요.”
“네!”
“지지직… 파티 퀘로 할 거 있으면 채팅방에 알릴 테니 모이기로 해요~ 지지직…….”
그렇게 찬성 일행은 오랜만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