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D.E사 사장실.
현 IT 및 가상현실 게임 기업계의 선두 주자인 ‘D.E사’의 사장실은 그 이름에 걸맞게도 미래 지향적으로 SF 영화나 만화에 나올 법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그냥 묻고 넘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
“으으음.”
각종 컴퓨터와 모니터로 가득한 책상 너머.
의자에 앉아 있는 D.E사 사장은 보고하는 직원에게 등을 돌린 채로 휴대폰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지금 화제 되고 있는 ‘검성’의 소식을 보고 있었다.
“좀 더 모았다가 화악! 터뜨리고 싶었는데 말이지. 와우~ 화제 글이랑 개념 글 다 ‘검성’ 이야기로 점령됐네? 과연, 계산과 산술적으론 절대 불가능한 보스 킬링이라.”
“몇몇 커뮤니티에선 트럭 시위까지 예고되어 있고, 언론사 제보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대로 가면 기껏 좋게 쌓아 왔던 저희 회사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이 되는데…….”
“어~ 뭐, 그렇지. 사람들은 영웅이 탄생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만큼 영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좋아하니 말이야.”
D.E사의 사장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 앞의 보고라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그동안 몸 바쳐 일한 회사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보고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그러면 더더욱!”
“해결 준비는 다 해 뒀네. 하지만 난 좀 더 극적인 걸 원해서 좀 더 불이 커지길 기다렸지만, 생각이 막 변해서 말이야. 어디 보자.”
사장은 휴대폰을 조작해서 어떤 데이터를 보내기 시작했고, 곧바로 직원이 들고 있는 패드로 전송되었다.
“이건 뭡니까?”
“뭐긴, 쇼를 위한 시나리오지. 가서 얼른 준비하게나.”
“그러니까 해명 간담회군요. 아, 알겠습니다. 이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예를 갖춰 인사를 꾸벅하고 사라지는 직원.
사장은 그가 나가고서야 의자를 돌려서 자신의 컴퓨터를 조작해서 화면을 돌렸다.
***
다음 날, Lv.50+ 국경 분쟁 73번 구역.
50레벨 이후 경험치 최고 파밍 사냥터인 73번 구역은 오늘도 끝없이 리스폰되는 제국군 몹으로 가득했다.
그런 끝없이 샘솟는 몹들을 상대하며 파티원들과 경험치 파밍을 하는 포트리스였다.
“큭, 딜러 공백이 진짜 커서 그런가? 시간당 1.2퍼센트가 한계인가…….”
파티를 맺을 정도로 친근한 멤버들과 있어서인지 오늘의 포트리스는 길드장 모드가 아니었다.
“히든 클래스 딜러가 괜한 게 아니죠. 와, 전직권 가격 또 올랐네. ‘업화의 마법사’ 전직권이… 4천? 히익!”
“그거면 차를 사겠네. 아무튼 엠탐 끝났으니 다시 사냥을… 어? 길마님, 신규 공지 떴어요. 디렉터 이름으로!”
“공지?”
사냥을 다시 하려다가 공지라는 말에 다들 번뜩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각자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인터넷을 열고 즉시 공지 사항을 확인했다.
[공지 사항]“‘검성’이면 바로 그건가?”
“미니 님네 그 영상 같네요. 댓글 장난 아니더만요.”
“댓글 이제 거의 2만 개 되던 것 같은데…….”
미니멈미니미니에 대한 복수를 위해 준비하던 포트리스 일행이기에 새로운 너튜브 채널에 대해서도 파악해 둔 상태였다.
“어디 보자…….”
포트리스가 공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하고자, 합니다……?”
공지를 읽어 내리던 포트리스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뭐? 시X?”
“그게 말이 되나?”
“D.E사 뇌물 먹음?”
“아니, 씨! ‘불가능에 가까움’ 난이도 던전 보스 체력이 얼만데! 그걸 초당 8.6퍼센트를 깎냐고!”
포트리스를 비롯해 그와 함께 파티를 맺고 있는 길드원들 모두 공지 사항이 어이없다는 듯 버럭 화를 내며 분노했다.
그 말대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인데 그걸 공식 게임사가 가능하다고 하고 있으니 부조리로 인한 분노가 솟을 만했다.
“일단 아직 내용이 남았으니 마저 보죠.”
“공식 방송?”
공식 방송이라니?
생각지 못한 D.E사의 강수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와, 역시 D.E사. 그냥 대충 뭉개는 게 아니라 정면 돌파해 버리네. 옛날 게임사들과 한 단계가 다르네.”
“정말로 옛날엔 시X, 뭐 하나 들으려면 오만 지X을 다 해야 했는데 말이지.”
이들도 골수 게이머인 만큼 게임사가 유저들의 말을 죽어라 안 들을 시기의 기억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
게시판 난동도 안 먹히니 트럭 시위, 그것도 안 먹히니 마차 시위.
그러고도 모자라서 각종 창의적인 변수를 주고 아예 국회의원까지 동원해서 지랄을 해도 약발이 안 먹힌 적도 있었더랬다.
나중엔 진짜 테러까지 해야 하나 진심으로 떠들던 놈도 있을 정도.
그런 대응에 비하면 공식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둔 D.E사의 대응은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활활 타오르던 분위기가 미적지근하게 바뀌는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아무튼 D.E사가 제대로 응해 주는 건 좋은데… 이러면 미니미니 님 그 너튜브 채널도 관심 폭파되는 거 아니야?”
“어? 그런가? 그러네? 이미 부정이 아니라는 걸 확정 냈잖아.”
공지 사항에 나온 바에 의하면 그 말대로 이미 ‘부정행위가 아닙니다.’라는 전제가 깔린 상황이다.
“게다가 D.E사 정도면 허술하게 변명을 준비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지. 현존 최고의 하이테크 회사니까…….”
“하, 하지만! 그래도 위험 부담이 크니까! 어, 어설프게 변명하면 역으로 역풍만 거세질 수도 있고…….”
“그렇지! 그렇지!”
다들 D.E사와 미니멈미니미니에 대해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날카로워지는 포트리스의 눈빛에 다급히 이야기 방향을 선회했다.
‘젠장… D.E사 놈들은 뭘 이렇게 열심히 해명하고 난리야. 젠장!’
으득!
사람은 아무리 올바르고 정확한 대처도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부조리하고 악한 것으로 취급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사람이란 이기적인 생물.
포트리스는 이를 갈면서 일부러 해명 방송까지 한다는 D.E사를 욕했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씨XX을 엿 먹이려면… 일단!’
갈수록 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감정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포트리스.
그는 지금 이 상태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결단을 내렸다.
***
그 시각.
민희를 제외한 찬성 일행도 일찍 공지 사항이 올라온 사실을 체크했다.
하지만 게임과 영상 제작을 겸하느라 완전히 나가떨어진 민희의 부재로 인해 이야기는 오후가 되어서야 알려졌다.
“그르르릉! 그런 중요한 사안이면 진작 깨우지 뭐 한 거예요? 그래, 찬성이는 그렇다 쳐도 다른 분들은 알잖아요.”
“아니, 그게… 수면의 질은 중요하잖습니까?”
“쿠룩, 뭐든 간에 일단 건강이 우선이라고요. 쿠룩. 게다가 어차피 공식 방송은 오후 9시고 말이죠. 그래서 쭉 놔뒀죠.”
“지지직… 건강이 우선이죠. 그리고 안다고 해서 뭐 할 수 있는 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지직…….”
찬성을 비롯한 일행은 미니멈실버를 걱정하는 마음에 일부러 깨우지 말자고 한 것이었다.
밤새서 영상 편집하고 업로드한 뒤, 피로에 절어서 수면을 취하는 미니멈실버였기 때문이다.
오후에 여느 때처럼 모두 모인 찬성 일행.
그들은 ‘던전-앱솔 가문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의 자르엔 백작가 버전인 ‘던전-자르엔 백작가 밀수 창고’ 앞에서 이제야 정보를 공유했다.
“크르릉, 아니죠. 공식사에서 그런 기름을 부었으면 지금 얘 너튜브 채널이 폭발할 지경으로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크르릉!”
“네. 효과 끝내주더라고요, 누님. 구독자 벌써 5만 넘었어요. 그리고 2넴 공략 영상 조회 수는 20만 넘고,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올라갔어요.”
“그래, D.E사가 어딘데! 거기서 공지 사항에 올라오면 그건 그냥 세계 단위로 광고를 뿌린 거나 다름이 없는데… 크라라라락! 이 파도를 놓치다니!”
몸 여기저기 난 털과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미니멈실버.
찬성은 의아해하면서 파티원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왜 저러시는 걸까요? 그, 잘 모르겠지만 잘된 거 아닌가요? 구독자랑 조회 수가 올라간 건데…….”
“아마 더 뭔가 좋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은데?”
“쿠룩, 그보다… 3, 4넴 영상도 편집하셨다고 했죠? 그건…….”
“크릉, 그건 방금 업로드 취소했어요. 일단 공식 방송을 보고 난 뒤의 타이밍에 올리려고요. 아아아악! 공지를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튼 해야 할 일이 늘었어. 일단 찬성아, 오늘… 게임 다 하면 5만 구독자 축하 영상이나 만들자.”
“…네?”
“원래는 1만부터 만들어야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그런 거잖아. 게다가 이렇게 급성장하면 이런 문제가… 크르르릉!”
여전히 머리칼과 여기저기 난 털을 쥐어뜯으면서 골머리를 앓는 미니멈실버였다.
찬성은 도무지 이해 못할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의 파티는 ‘던전 입구’라 할 수 있는 밀수 창고가 있는 곳으로 진입했다.
[Lv.38 밀수 범죄단]“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놈들을 죽여라!”
“정말로 이름이랑 배경 디자인만 다르고 공략은 거의 같네요.”
“그렇죠. 안 그러면 ‘소속 선택’에 유리함, 불리함으로 한쪽이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처음 찬성 일행이 맞이한 네임드는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 보스-전투 노예 병단’의 자르엔 백작가 버전인 ‘밀수 범죄단’이었다.
정확히 노예 수용소 버전에서 디자인만 다르고 패턴은 완전 같은 적들이었다.
“쿠룩, 물론 아주 완전히 같아 버리면 ‘소속’의 의미도 없고 개성도 희미해지니 몇몇 네임드는 다르긴 합니다.”
“아까 말이랑 바로 충돌해 버리는데요?”
“아, 그건 뭐, ‘둘 다 똑같이 지랄 맞게 어려우면 그만이지!’ 식으로 해결해 버렸죠.”
“아하! 하긴!”
찬성은 이전에 상대했던 ‘검은 표범 용병단’, ‘경비대장 칼른’이나 ‘레오나 앱솔’의 난이도를 떠올렸다.
딱히 어떤 점이 유리하다, 불리하다가 없을 만큼 그냥 생으로 어려웠던 네임드들.
순수 실력이 뛰어난 자만이 뚫을 수 있는 식으로 만들면 확실히 ‘소속’ 간 차이 따위쯤이야.
“좋았어. 1넴 클리어. 수고요.”
“쿠룩, 역시 히든 클래스 둘에 공략까지 완성되어 있으니 껌이군.”
“아! 게다가 ‘라이오넬 가드’는 자르엔 백작가 상대로 데미지 추가 있으니까 유리해서 더 좋았어.”
“지지직… 게다가 드롭 아이템이 ‘거래 가능’ 영웅급이에요! 이, 이거 이렇게 쉽게 얻어도 되는 걸까요? 지지직…….”
노예 수용소 공략 때와 달라진 것이라고는 탱커인 전국건강협회가 라이오넬 가드가 된 것뿐.
하지만 라이오넬 가드 전직 덕분에 이전에 비해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히든 클래스인 두 사람에게 업혀 간 셈인 다른 파티원들은 너무 쉽게 ‘불가능에 가까움’ 던전에서 아이템을 털어 버리는 것에 죄의식이 생길 지경이었다.
“쫄 구간은 여전히 기네요.”
“쿠룩, 함정이랑 해제는 어쩔 수 없죠. 아, 벌써 8시 50분. 곧 해명 방송하겠다!”
보스 몬스터 클리어는 충분히 빨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던전 규모라든가 함정, 쫄 구간은 있었기에 주파하면서 시간을 적잖이 잡아먹었다.
결국 어느덧 9시에 가까워져 D.E사의 공식 방송 시간이 다가오고, 파티원들은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 공지 사항에 남아 있는 방송 채널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