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방송이 끝난 뒤에도 찬성 일행은 계속해서 ‘던전-자르엔 백작가 밀수 창고’를 돌았다.
“확실히 배경도 다르고, 상대하는 클래스가 다르니까 좀 더 쉬운 던전을 도는 느낌이네요.”
이들이 있는 배경은 예전 화려한 성이었던 ‘노예 관리소’와는 천지 차이인 밀수 창고로, 습하고 나무로 된 곳이었다.
그 때문에 곳곳에 나무와 철제 상자와 각종 함정이 산재해 있어서 공략은 유사해도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렇죠. 쿠룩.”
“템 나와라. 비싼 템 나와라.”
[Lv.38 창고지기 로겐]그렇게 노예 관리소의 ‘경비대장 칼른’의 역할을 하는 보스, ‘창고지기 로겐’을 쓰러뜨리고 아이템을 수거한 찬성 일행은 다음 네임드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렸다.
“아, 교환 가능은 ‘희귀’뿐이네요. 아쉽다. 싼 것만 나오네.”
“지지직… 득템이 자주 일어나면 그것도 기묘한 일이죠.”
“저기, 세트 아이템 이름이 다른 건 어떻게 되나요? 이거 ‘사자의 명예’ 세트에 대응되는 것 같은데, 이름이 ‘충견의 상징’인데… 어라? 내 거 ‘사자의 명예’가 자동으로 ‘충견의 상징’으로 언제 변했지?”
“크릉, 일단 기본적으로 ‘소속’ 혹은 ‘평판’ 기준으로 바뀌지. 나중에 다시 앱솔 공작 측을 적대하면 ‘사자의 명예’로 바뀌게 되니 걱정 마.”
같은 등급 던전 아이템의 원리 설명을 들으며 찬성 일행은 ‘레오나 앱솔’에 대응될 라스트 보스를 기다렸다.
“보자. 방송 반응은… 여전히 뜨겁네요.”
“쿠룩, 뜨겁겠죠.”
“찬성 님 메일 창이 더 걱정일걸요?”
“1만 이후론 그냥 무서워서 안 보고 있어요. 어우우우… 계정 댓글이랑 알림도 거의 수만 개고… 어쩌죠?”
“크릉, 그런 건 걱정하지 마. 게임 적응도 힘든 네겐 버거운 일이니까 내가 관리해 줄게. 어차피 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당연히 이런 건 내가 부담해야지. 근데 벌써 구독자가 7만! 속도가 정말 미쳤네.”
휴식을 취하면서 방송의 여파와 ‘찬성 검가’ 채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원들.
게임사가 공개적으로 광고해 준 덕분에 흥행한 건 좋지만 너무나 빠른 상승세에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다.
“크릉! 일단 오늘 플레이 끝나면 얘 대본도 짜야겠네요. 5만 기념 영상도 찍어야 하고…….”
“지금 보니까 또 8만 넘어갔으니 10만도 미리 준비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크르릉… 일단 오늘은 원래 계획대로 남은 던전 보스들 밀고, 남은 일은 새벽에 해야겠어요. 오늘도 늦게 자겠네. 크르릉…….”
“흐하하하하하하핫! 시시한 창고 관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형님의 말씀이 맞았군! 쥐새끼들이 찾아왔어! 흐하하하하하하하핫! 어리석은 침입자 놈들! 이 블랙독 자르엔 님이 상대해 주마.”
[Lv.40 블랙독 자르엔(보스 몬스터)]클래스:자르엔 하운드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무관의 명예, 어둠의 맹격, 암흑 마법, 흑견의 집요함
“나왔네요, 최종 보스. 쩝, 알고는 있었어도 레오나랑 비주얼적으로 대비가 너무 심하네.”
레오나 앱솔에 대응하는 라스트 보스, 블랙독 자르엔.
그는 검은 망토에 회색빛 가죽 갑옷을 입고 날렵한 무장을 갖춘 40대의 중년 남성이었다.
자르엔은 노련미가 돋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외모 하나는 화사한 레오나 앱솔에 비하면 확실히 호감을 사기 힘든 외모였다.
“크릉, 자르엔 백작가 쪽 선택이 많은 게 단순히 부동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네요.”
“지지직… 어라? 역으로 레오나 쪽 편을 들려고 앱솔 공작 측의 손을 드는 게 아니라요? 지지직…….”
“쿠룩, 레오나 앱솔과의 연애나 결혼 루트 같은 게 있다면 뭐, 인기가 많겠지만 아직 밝혀진 게 없으니 말이죠. 쿠룩. 아무튼 후딱 잡고 뒷일 처리하죠. 자, 가라! 라이오넬 가드! 전직한 값어치는 해야지!”
“이미 하고 있지 않냐? 아무튼 가 볼까! 읏챠!”
검과 방패를 든 전국건강협회가 앞으로 나서서 공략 시작.
‘레오나 앱솔’과 공략을 공유하는 덕분인지 역시 공략은 쉽게 끝났다.
“클래스가 달라서 조금 더 성가시긴 했는데… 오히려 레오나 앱솔보다 물몸이라 공략이 더 쉬운 것 같은데요?”
“크릉, 그것도 그거지만 공략 기반은 같으니까 쉽게 느껴지는 거지.”
“쿠룩, 생각해 보니 우리 처음에 자르엔 백작 루트 타길 잘했네. 찬성 님이 저 중년 남캐 블랙독 자르엔과 키스했다면…….”
쓰러진 블랙독 자르엔을 보며 근손실보험이 문득 공략에 대해 떠오른 끔찍한 사실을 이야기하자 다들 과민 반응을 보였다.
“지지직… ERROR! ERROR! ERROR!”
“말을 해도 어떻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냐. 상상만 해도… 우웩……!”
“크릉, 영상감으론 그게 더 웃기긴 하려나? 크흠… 찬성아, 한번 시도해 볼래?”
“너튜브라는 게 원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건지.”
“크르릉! 아무튼 다른 보스들도 최대한 처리하러 가야 하니까. 자, 움직이자.”
실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찬성 일행은 던전에 남아 있는 다른 보스들을 찾아서 공략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부터는 기존에 상대했던 보스가 아니라 새로운 공략이 필요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운 보스들부터 공략했고, 또 전국건강협회의 ‘라이오넬 가드’라고 하는 히든 클래스의 힘 덕분인지 수월하게 깰 수 있었다.
“으음, ‘약쟁이 마르쉘’도 어렵지 않았네요. 자기가 독가스를 뿜어 놓고는 자기가 해독제를 들고 있어서 그걸 땅에 뿌리니…….”
“쿠룩, 근데 여기도 던전이 만만치 않게 넓어서 문제이긴 하네요. 쿠룩.”
“후우~ 오늘 공략에 시간 많이 보냈네요. 준레이드 스케일 던전답게 넓기도 더럽게 넓어서 길 찾고 뚫는 것도 다시 하다 보니까…….”
일전의 ‘앱솔 공작가 노예 수용소’에서는 찬성이 내부에 있는 소속 관련 퀘스트를 마친 덕분에 내부를 쉽게 정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공략부터 하고 있기에 그게 쉽지 않았다.
“음, 꽤 시간을 소비했네요. 저희는 미리 시간 좀 당겨써서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릉, 네. 어차피 오늘 제가 늦게 일어났으니 어쩔 수 없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도록 할게요.”
“예~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쿠룩, 열심인 건 좋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쿠룩.”
“지지직… 내일 뵙겠습니다. 지지직…….”
결국 ‘밀수 창고 던전’ 진행은 여기까지 하고 찬성도 나갈 준비를 하면서 미니멈실버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혼자 돌 수 있는 사냥터를 검색하면서 바로 솔플 준비를 했다.
“크릉, 보자. 일단 경매장부터 가서 오늘 얻은 거래 가능 아이템 다 팔고, 그다음엔 다소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로 가서 덫으로 사냥하면…….”
톡톡.
“저기, 누님, 제가 뭐 도울 건 없을까요?”
“크릉? 없어. 괜찮아. 딱히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고, 어제 내가 늦게 자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지. 그래도 오늘만 넘기면 편해질 거야. 여기 던전 파밍하는 동안은 추가 네임드 영상만 만들면 될 거니까…….”
동물형 아바타에서도 이맛살을 찌푸리는 게 드러날 정도로 미니멈실버는 지금 꽤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
찬성은 그런 그녀가 안쓰러운 건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네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랑 같다고 생각하렴. 크릉… 돈을 버는 것도 돈을 버는 거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거야.”
“어, 그건 그렇죠.”
“그러기 위해선 가끔은 무리해야 할 때도 있는 거지. 뭐, 너한테 의존하는 주제에 거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너랑 만나기 이전에도 해 왔었으니까…….”
“하긴 저도 병원에서 죽은 거나 다름없이 있어 봤으니 대충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맞는 일, 재능에 맞는 일, 원하는 목표를 향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상징.
한 번 그것을 잃어 본 찬성은 그 실망과 절망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미니멈실버, 민희의 마음을 대략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저는 따로 퀘스트 하러 갈게요.”
“그래. 크릉, 레벨 업 빨리 하고~ 대본 써 놓을 테니,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면 5만이랑 10만 구독자 기념 영상 찍을 거야.”
“예! 그렇게 할게요. 그럼 먼저 갈게요.”
“아바타 갈아입는 거 잊지 말고!”
“네에!”
마찬가지로 플레이 타임이 남은 찬성은 다른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귀환 스크롤을 써서 지정해 둔 포인트에 귀환했다.
현재 그가 지정해 둔 포인트는 ‘앱솔 영지’로 수도로 가기도 편했고, 거기에 다른 ‘앱솔 가문’이 관리하는 곳으로 가기 편해서 지정해 둔 것이었다.
“앱솔 가문 소속도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하네. 으음~ 아무튼 보자… 일단 노예 수용소로 가야지.”
찬성의 목적지는 노예 수용소 영지.
일단 오늘 ‘검의 사원’에서 할 수 있는 퀘스트들은 모두 끝낸 상태인지라 이제 자율적으로 사이드 퀘스트를 찾아서 해결하며 경험치를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앱솔 라이온즈-대도세’ 만나러 가야지~”
대도세. 검술의 자세를 뜻하는 말로 현대의 검도 도장 및 옛 검술 서적에 나오는 단어였다.
한 사람의 검사이자, 면허 개전까지 했던 찬성으로서는 당연히 그 어원을 알고 있기에 기존의 ‘노예 수용소’ 공략에 있어서도 해당 루트로의 의견을 피력했었다.
하지만 최종 보스 직할 루트로 가는 바람에 만나지 못해서 이번에 시간이 나자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었다.
“어떤 검사일까? 궁금했는데 말이지.”
자르엔 백작가 밀수 창고 던전에는 대응되는 네임드가 있긴 했지만, ‘자르엔 하운드–금승(金蝿)’이라는 도적 계열 보스였다.
그래서 결국 앱솔 공작가 쪽으로 돌아와서 노예 수용소로 가야만 했다.
[시스템-‘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에 입장하셨습니다.]“우호적이 되니까 그냥 필드로 취급되는구나. 진짜 신기해. 보자. 전에 봤을 때, 분명 ‘앱솔 라이온즈-대도세’는 지하에 있었는데…….”
“어? 대도세 님을 뵈러 왔나? 그분이라면 지하 감옥의 입구에 계시니 거기로 가면 되네. 워낙 바쁘신 분이니 폐를 끼치지 말게.”
“아, 예!”
키워드에 반응한 덕분인지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NPC.
덕분에 찬성은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하로 내려가서 지하 감옥이 있는 영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뭐지? 오늘 죄수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전갈? …아! 예기(銳氣)가 짙은 친구군. 검사… 아니, 나와 같은 검성인가? 비상벨이 울리지 않은 걸 보면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이곳엔 무슨 일이지?”
그러자 지하 감옥 입구를 막아 놓은 관리 창구 같은 곳에 있는 남성 NPC가 빠르게 말을 내뱉으며 존재감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