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민희의 최신 영상 작업은 새벽 4시경에야 겨우 끝이 났다.
그녀는 다크서클 짙은 눈으로 이상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한 다음 업로드를 누르고 침대로 올라가 잠이 들었고.
영상은 ‘찬성 검가’ 너튜브 채널에 무사히 올라갔다.
덕분에 늦은 새벽 인터넷을 누비는 네티즌들에게 영상이 공개되었다.
녹음한 것이기에 다른 화면은 없고, 어두운 화면에 자막으로만 나오는 영상.
『아, 안녕하십니까! 채, 채널 ‘찬성 검가’의 그… 찬성입니다! 예, 그… 직접 이렇게 목소리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라서 저, 저는 조금 긴장한 상태입니다.
일단 구독해 주시고, 영상을 봐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직접 말을 전하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대본을 보고 녹음하는 건데도 찬성의 목소리에선 떨림이 느껴졌다.
『저, 저로 인해 일어난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서는, 그게… 원래 제가 먼저 입장을 밝히고 이야기해야만 했지만 제가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가 처음 접하는 가상현실 게임이라서 지식이나 원리를 전혀 몰라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설명해야 할지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증거로 여, 여기 보시면 제 가상현실 게임 계정의 등록일과 신체 스캐닝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개인 정보는 검열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전 이 게임을 시작한 지 이제 14일밖에 되지 않아서 너튜브 운영과 게임 지식 모두 매우 미숙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편집자의 제안과 즐겁게 게임하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 너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너무나 빠르게 화제가 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D.E사’에서 먼저 공식 영상으로 저의 무고함을 증명해 주셔서 D.E사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모자란 초보 게이머의 영상을 즐겁게 봐 주시니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구독해 주신 5만 분, 그리고 쭉 구독해 주고 계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멋지고 즐거운 영상 올릴 테니 쭉 봐 주시고, 그 조만간… 아니, 좀 더 많은 준비를 해서 정식으로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검가 주인, 찬성 올림.』
단순한 감사 인사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사정에 대한 설명과 채널 주인이 왜 대응이 늦었는지에 대한 해명.
거기에 앞날에 대한 계획까지 갖춘 솔직한 영상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은…….
하지만 다른 예의를 갖춘 이야기나 의견은 온데간데없고, 다들 찬성이 뉴비라는 것에만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래 민희의 계획은 찬성의 영상을 올리면서 그가 게임에 대해 배우고, 방송에 대해 익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찬성의 너튜브는 흥해 버리고, 주목받아 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전략을 바꾸는 수밖에…….’
너무 빨리 주목받아 버렸고, 터무니없이 빠르게 성장해 버리는 상황.
좋은 의미로는 성장의 발판이 되겠지만 나쁜 의미로는 다가오는 이 대중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솔직하게 찬성이 ‘뉴비’라는 것을 밝혀서 지금까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해 사죄하고, 시간을 더 벌려고 한 것인데…….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불법 행위 혹은 치트 논란까지 있어서 게임사에서 공식 방송으로 해명까지 하게 만든 유저가 사실은 이 게임 뉴비, 심지어 가상현실 게임은 고작 14일밖에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니 더 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아암, 잘 잤다. 보자, 시간이… 어? 휴대폰 배터리가 왜? 4퍼센트? 아, 알림이 왔었구… 이게 뭐야? 아, 새벽에 새 영상 올리신 건가? 근데 왜… 댓글이… 벌써 1만 개고… 구독자가 11만, 이메일 2,320개? 이, 이게 무슨 일이지?”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찬성은 배터리를 없앨 정도로 쌓인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래도 새 영상이 원인인 것 같아 그는 사태 파악을 위해서 일단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채팅방부터 확인했다.
[채팅방(5)] [찬성:저기, 지금 일어나 계신 분? 너튜브… 제 채널 이상한데요?] [전국건강협회:음? 저 근손실이랑 밖에서 조깅 중인데… 뭔 일 났습니까?] [근손실보험:야, 나 부를 땐 뒤에 2글자 넣으라니까. 아무튼 찬성 님 채널이… 헉! 벌써 10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역시 건실한 운동형 멤버들이라 그런지 아침 일찍 일어나 있는 두 사람이 대답을 해 주었다.
찬성은 대답해 주는 이가 있는 것을 알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찬성: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 채널 영상에…….] [전국건강협회:아~ 지금 댓글 대충 보니, 다들 찬성 님이 뉴비라는 것을 알아챘나 보군요. 즉, 영상에서 밝힌 것인가? 흠… 큭, 이젠 우리만의 작은 뉴비가 아니라니!] [근손실보험:이게 아무래도 너튜브 채널이 너무 급성장하니, 그것에 맞춰서 찬성 님이 따라가질 못하니까 그냥 까 버리는 방법으로 바꾼 것 같네요.] [찬성:그건 이해가 가는데, 왜 이렇게 난리가 난 거죠?] [전국건강협회:당연히 게임을 한 지 14일밖에 되지 않은 생뉴비가 지금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 던전들을 연일 주파하고, 심지어 부정행위 의심까지 했는데 정상 유저라고 했으니… 난리가 날 만하죠.]사람들은 뛰어난 존재에 열광하며 경외심을 갖는다.
찬성은 이미 불법 행위로 오해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라고 스스로를 보여 줬는데, 거기에 더더욱 상식과 논리를 파괴하는 뉴비라는 이론이 겹쳐지니 사람들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지고 더욱 열광하게 된 것이다.
“그럼 보자… 나도 운동해야 하는데. 음, 오늘은 나가서 해 볼까? 그다음에 아침 먹고, 게임하면 딱 좋겠네.”
‘밖에서 조깅’ 중이라는 말을 되씹던 찬성.
가끔은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움직이고 싶었기에 근처에 운동을 할 만한 약수터 같은 곳을 찾았고, 휠체어를 타고서 민첩하게 밖으로 나섰다.
“후우~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바람도 선선하니 좋네.”
현재 여름이 다 지나가는 9월 초반이었기에 딱 운동하기 좋은 아침.
다리를 잃지 않았을 때는 줄곧 산속에서 뛰어다니던 찬성이었기에 더더욱 시원한 공기를 느끼면서 신나게 휠체어를 타고 근처 약수터로 향했다.
***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세면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게임에 접속했다.
빛이 없는 세계에서 빛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지지직… 이제야 제대로 보이네. 지지직…….”
오로지 단순한 점과 선만 보이는 현실과 달리 모든 풍경과 색이 확실히 보이는 가상 세계.
이 가상 세계가 더 진짜 세계 같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파티원들과 던전 가기 전에 일일 퀘스트부터 처리해 놓을 계획이었다.
“지지직… 오늘 연금술 길드 일퀘 과제는… 다행이다. 재료 있는 거네. 추가로 구입하러 나가거나 할 필요는 없겠어. 지지직…….”
[시스템-‘일일 퀘스트:연금술 과제’를 승낙하셨습니다.]‘살덩이는나약하다’는 오늘의 일일 퀘스트가 다행히 지금 가지고 있는 약초들과 재료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녀는 곧바로 연금술 길드 일일 퀘스트를 마치고 연금술 길드 건물 밖으로 나갔다.
‘보자. 다음은 먼저 신전으로 가서 또 일일퀘 한 다음에 데그 영지의 고아원 쪽 사이드 퀘스트를 밀어서 신전 평판을 추가로…….’
사실상 레벨 업은 찬성 일행과 같이 ‘던전-자르엔 백작가 밀수 창고’를 파밍하면서 도는 걸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방향의 스펙 업부터 더 신경 쓰는 것이었다.
‘아, 빨리 소속 3단계 되고 싶다. 그러면 ‘강철 신 관련 스킬 효과 45퍼센트 증가’라서 찬성 님 딜이 더 폭발적으로 오를 텐데. 아무튼 얼른 가야… 음?’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다음 퀘스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탈것인 ‘에어 바이크’를 타고 움직이던 중 뭔가 기시감을 느꼈다.
‘뭐지? 이상하네. 찜찜한 느낌이 드는데. 음…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지.’
‘에어 바이크’를 운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빠른 속도인 탓에 기척을 느끼기도 어려웠다.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모든 게 자신의 기우라고 생각하면서 미니 맵을 보며 신전으로 향했다.
“찾았다.”
하나 ‘살덩이는나약하다’의 감은 정확했다.
다만 그녀의 시야가 닿지 않는 하늘 위에 상대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갑주를 걸치고, 날개가 달린 새하얀 백마 ‘영웅 등급 탈것-페가서스’에 탄 ‘포트리스’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동선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채팅창으로 분주히 지시를 내리며 추적을 계속하고 있었다.
[채팅방(7)] [포트리스:타깃은 현재 강철 신의 신전에 들어갔다. 계속 추적하고 있고, 빠져나와서 수도를 벗어나는 즉시 덮칠 건데, 다들 위치는?] [브란:강철 신전 부활 포인트 대기 중.] [드라코네르:앱솔 공작 영지 부활 포인트에서 대기 중.] [와일드탄:수도 공용 부활 포인트에서 대기 중.] [타자르아:공격 팀 PVP 세팅하고 포탈 룸에서 대기 중입니다.] [포트리스:좋아. 다들 위치에 있으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자신을 포함해서 7명을 불러 모으고, 거기다 이미 ‘데블즈 윙’에 돈까지 상당히 들였다.
이제 물러날 곳은 없는 상황. 이젠 오기로라도 포트리스는 이 복수를 완성해야 했다.
‘날 화나게 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열의를 다지며 그는 하늘 위에서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신전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내부에서 일일 퀘스트를 해결하고 나오는 것을 목격한 포트리스는 그녀를 다시 쫓기 시작했다.
‘자, 어서 필드로 나가라. 어서… 그게 네 제삿날이다.’
도시 내에서 PVP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화신 길드는 레이드나 던전 공략을 전문으로 하는 PVE 길드.
대부분의 클래스 구성이 PVE에 유리한 멤버들이었다.
그래서 도시 내에서 안전하게 PVP 기습으로 목을 딸 수 있는 클래스가 없고, 경비병이나 명성, 평판이 깎이면 곤란하기에 필드로 나가길 기다렸다.
“지지직… 데그 영지엔 포탈이 없으니 바세 영지로 가서 가야겠군… 지지직…….”
‘좋아. 필드로 나가겠군.’
포탈 룸 내부에서 ‘살덩이는나약하다’의 행선을 완전히 파악한 포트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계속 뒤를 쫓았다.
바세 영지의 성문 입구 필드로 나간 포트리스.
그러고도 계속 뒤를 쫓아 PVP하기 적당한 장소에 오자, 페가서스의 기수를 땅으로 돌리고…
“드디어 사냥 시작이다!”
그대로 낙하.
거의 도달한 순간, ‘포트리스’는 창을 겨누고 페가서스에서 뛰어내리면서 그대로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