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6
16화.
[Lv.8 ‘무투가’ 근손실보험]“…뭐야, 저거?”
괴상한 아이디와 함께 파티 모집 창을 띄우고 있는 유저는 팔짱을 낀 장신의 남성.
자세히 보니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거구였는데, 기이한 점이 있었다.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이질감이 드는 초록빛 피부에 입술 위아래로 삐져나온 덧니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흔히 판타지나 만화에서 나오는 오크라는 종족의 모습이었다.
‘어… 뭐지? 저건 몬스터인가? 하지만 파티창이나 이런 건 플레이어의 것인데?’
인간과 다른 낯선 이질감에 자기도 모르게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리고 경계를 잔뜩 하는 찬성.
그러던 중 서 있던 오크(?) 또한 찬성을 발견한 것인지 파티창을 닫고 찬성에게 달려왔다.
“음? 쿠룩… 오! 드디어 다른 유저가 왔군! 저 몹 아닙니다! 쿠룩! 이거 아바타(Avatar)입니다! 외양 꾸미기로 변경한 거라구요! 쿠룩! 그, 그리고 이 말투는… 쿠룩! 아바타 옵션이라서 자동으로 쿠룩! 말이 변하는 겁니다! 쿠룩!”
“아… 몬스터가 아니군요?”
“네! 물론! 몬스터같이 생기긴 했지만 이것도 다 콘셉트라 그렇습니다. 쿠룩!”
“아하…….”
솔직히 충격이 크긴 했지만 꾸미기 아이템은 캐시 샵에 있던 것을 확인했고, 상대도 예의 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설명을 자세히 했기 때문에 찬성은 금방 받아들였다.
다만 아직도 해명이 안 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저 ‘근손실보험’이라고 하는 아이디였다.
“그런데 그… 아이디는?”
“그건 물으시면 안 됩니다! 쿠룩! 온라인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불문율입니다! 쿠룩!”
“아… 네. 그러니까 그 근손실보험이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마십시오. 쿠룩! 일반 온라인 게임 하는 감각으로 아이디를 지어 버리는 바람에 그만! 쿠룩! 심지어 이 게임, 아이디 변경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온갖 캐시 템은 다 팔면서 쿠룩! 왜 안 되는 건지! 쿠룩! 뭐, 경쟁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다 보니 캐릭터 세탁을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겠죠. 쿠룩!”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
일단 말하는 걸로 봐선 나름 다른 게임의 경력도 있어 보였다.
결국 찬성은 이 오크(?) 유저의 항변 아닌 항변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넘어간 뒤, 우선 명칭부터 정하기로 했다.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오크님? 하기는 좀…….”
“쿠룩! 보통은 앞 글자를 따서 ‘근손실’ 님이나 뒤를 따서 ‘보험’ 님 하곤 합니다. 저는 후자가 더 좋지만요. 쿠룩! 근손실만 따서 부르면… 너무나… 너무나 무서운 일이라. 쿠룩!”
‘…무서운 일이면 아이디로 해선 안 되는 거 아닌가? 게이머의 감성은 이해를 못하겠어. 줄여서 부르는 건 좋고, 다 부르는 건 안 좋나?’
“아무튼… 쿠룩! 파티하시겠습니까? 사람을 더 모아야 하지만요. 쿠룩! 사람이 없다곤 들었는데, 이 정도로 없는 사냥터일 줄이야.”
말과 함께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근손실보험. 그는 사전에 게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들어온 신규 유저였지만 ‘고블린 루트’의 악랄함을 직접 체험해 본 것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사람이 없는 곳이라는 걸 처음 들은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여긴 사람이 왜 없어요?”
“모르십니까? 쿠룩! 아, 하긴 알면 보통은 여기 안 오겠죠. 저처럼 특정 ‘소속’과 ‘전직’ 루트를 타야 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말이죠. 쿠룩! 저 같은 경우엔 ‘소속:그린 스킨즈’랑 ‘클래스:약탈자’를 얻으려면 이 루트를 타야 해서 왔고, 파티를 모으려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도 올렸습니다. 쿠룩.”
“아하…….”
“뭐, 루트를 타는 동안 고블린 놈들이 악랄하긴 했어도 저는 설계를 잘해 와서 놈들을 잘 처리할 수 있었죠.”
“오오…….”
신규 유저이지만 다른 게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고블린 루트를 잘 헤쳐 나온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던전’을 돌아야 하는데 인원을 구하는 문제가 생겼고, 이건 그 혼자서 해결할 수 없었다.
“아무튼… 쿠룩! 찬성 님이랑 저랑 해서 2명이라고 쳐도, 못해도 2명은 더 모아야 하는데… 그래도 혼자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좋긴 하군요. 쿠룩! 아, 아니면 안 기다리실 겁니까?”
“그냥 둘이 돌면 안 되나요?”
“쿠룩? 아니, 어떻게 돕니까? 던전이라서 안에… 쿠룩! 고블린 무리들이 링크되어 있어서 둘이선 절대 안 됩니다. 쿠룩!”
“전 혼자서 돌았는데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합니까? 쿠룩! 심지어 저보다 낮은 레벨이신데? 이 고블린의 탑을 혼자서 돌았다고요? 쿠룩!”
“네.”
너무나 당당하게 대답하는 찬성의 태도에 근손실보험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에 그는 찬성에게 제안했다.
“그럼 둘이서 들어가 볼까요? 혼자서도 된다고 하시니 둘이면 더 쉽겠지요?”
“뭐, 그러죠.”
[시스템-근손실보험 님이 파티를 신청하였습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승낙.] [시스템-‘업적:너와 함께(다른 유저와 파티 맺기)’를 달성하셨습니다.]‘진짜로 혼자 돈 건가?’
그렇게 업적과 함께 파티를 맺은 찬성과 근손실보험이었다.
찬성은 지체 없이 먼저 던전에 입장했고, 근손실보험이 그 뒤를 따라서 던전에 들어왔다.
어둑어둑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오전에 던전에 들어왔기 때문에 탑의 틈새로 빛이 들어와서 어제보다 덜 어두운 상태였다.
“그래도 잘 안 보이는데, 횃불을 켜야… 쿠룩!”
“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쿠룩? 그게 뭔 소립니까? 이 상태로 싸운다고요?”
“네.”
밤에 들어왔을 때보다는 밝았지만 그래도 어두운 던전을 보고 근손실보험은 아이템인 횃불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행동을 말리며 찬성이 앞으로 나섰다.
근손실보험은 일단 그가 어떻게 하려는지 보기 위해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질주!”
‘잘 안 보이지만… 어떻게든 볼 수 있으려나? 어?’
“고브! 고브으으!”
채앵!
어두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찬성이 하는 걸 보려고 한 근손실보험.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고블린 주술사 쪽으로 접근해서 빠르게 급소를 찌르고 베어서 단숨에 눕힌 다음 고블린 궁수와 고블린 약탈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절제된 동작으로 화살을 쳐 내고 피하면서 상대를 능숙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뭐야, 저거? 어떻게 하는 거야?’
“흡! 스읍… 하아… 흠!”
“고브읏!”
챙! 채채챙!
찬성으로서도 레벨이 오르기도 했지만 무기 막기(2성)도 배웠고, 이미 한 번 돌아본 던전이었기에 상대를 모두 알고 있어서 더욱 압도적으로 고블린들을 제압했다.
그리고 이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된 근손실보험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검을 다루는 피지컬과 동작은 압도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마치 우아한 한 폭의 춤과 같은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저거 뭐 하는 사람이야? 게다가 화살은 어떻게 쳐 내는 건데? 저게 보여? 심지어 여긴 어두운데?’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근손실보험은 지금 저 사람이 자신과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가상현실 게임답게 자유도가 높고, 실제 신체의 움직임과 행동의 영향이 큰 만큼 피지컬이 큰 요소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지사.
보통 유저들은 저렇게 깔끔한 무예를 펼치고 날아오는 화살을 쳐 내는 검술을 펼치지 못하는데, 그런 것을 직접 보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음, 대충 이렇게 도는데… 문제 있나요?”
“세상에… 쿠룩! 아닙니다!”
‘뭐지? 기합이 잔뜩 들어갔는데?’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쿠룩!”
‘…왜 이래?’
인간은 이해를 벗어난 경이를 보면 그것을 두려워하고 숭배하기 마련.
근손실보험은 상식을 벗어난 찬성의 실력에 그를 추앙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둘은 손쉽게 고블린의 탑 1층을 쓸어 나가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능숙하게 처리했던 만큼 2명이 되니 확실히 손이 늘어나서인지 효율이 더 좋아졌다.
‘오, 이거 나쁘지 않네.’
“쿠룩! 흐랏챠!”
‘무투가라고 했나? 오오… 저거 뭐지?’
찬성은 먼저 앞으로 나서서 고블린 궁수와 주술사를 상대하면서 슬쩍 뒤를 돌아서 근손실보험의 플레이를 바라봤다.
기이하게도 그의 주먹에 맞는 고블린 약탈자는 마치 풍선이 터지듯 맞는 부분이 펑펑 터져 나가서 거의 즉사하고 있었다.
“후우우… 합!”
“고, 고브윽!”
‘오… 방패까지?’
콰득!
심지어 고블린 전사가 든 나무 방패까지 저 근손실보험의 주먹에 맞자 그대로 부서지고, 고블린 전사의 머리까지 터져 버렸다.
밸런스형 스테이터스인 찬성은 보통 저 정도까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는데, 대체 저 근손실보험은 어느 정도의 힘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기에 저러는지 궁금해서 그에게 물어봤다.
“저기… 힘 스테이터스가 얼마예요? 근손실 님.”
“쿠룩! 보험 님입니다! 쿠룩! 아무튼 잘 물어보셨습니다. 바로! 49입니다!”
‘49? 잠깐만, 내 힘 스테이터스가 지금… 27인데? 거의 2배? 뭐지? 무투가 스테이터스 성장률이 좋은 건가?’
“쿠룩! 참고로 무투가 스테이터스 성장률은 힘 2, 민첩 2, 지력 0, 건강 1, 마력 적응 1, 행운 0입니다. 쿠룩!”
‘힘 상승치는 전사랑 같은데? 그러면…….’
손가락까지 써 가며 역산해 보는 찬성. 일단 클래스의 힘 성장치는 자신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저 근손실보험은 현재 8레벨. 즉, 레벨 업 시 근력 상승량은 2×7=14. 49에서 빼면 35.
초기 스테이터스 5를 빼면 30이 남게 되자 머리가 번뜩인다.
“…설마? 초기 분배 스테이터스 30개를 모조리…….”
“쿠룩! 네! 올 힘입니다! 쿠룩! 그래서 이렇게 딜은 출중하지만 쿠룩! 던전은 혼자 못 돕니다. 쿠룩쿠룩쿠룩! 남자는 역시 힘이죠. 쿠룩!”
[Lv.8 근손실보험]클래스:무투가
힘:49
민첩성:19
지력:5
건강:12
마력 적응:12
행운:12
이게 온라인 게이머의 방식인가? 생각하게 되는 그의 앞에서 근손실보험은 주먹을 쥐고 근육을 자랑하는 멋진 포즈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바라보며 흠뻑 취해 있었다.
‘게이머는 다 이런 걸까?’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맞장구치기로 했다.